2019-07-26

[책과 삶]안중근을 존경한 사회주의 혁명가 고토쿠 - 경향신문



[책과 삶]안중근을 존경한 사회주의 혁명가 고토쿠 - 경향신문




[책과 삶]안중근을 존경한 사회주의 혁명가 고토쿠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입력 : 2011.09.02 19:13 수정 : 2011.09.05 




▲나는 사회주의자다…고토쿠 슈스이|교양인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하고 3개월 뒤인 1910년 6월 한 일본 남성이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대역사건). 체포 당시 그의 품속에서 안중근 초상이 그려진 엽서가 나왔다. 엽서에는 안중근의 의거를 기리는 자작시가 적혀 있었다.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하고/ 몸을 죽이고 인을 이루었네/ 안중근이여, 그대의 일거에/ 천지가 모두 전율했소.”


고토쿠 슈스이(幸德秋水·1871~1911·사진). 다소 생경하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식민화를 비판하고 안중근을 존경한, 동아시아 사회주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되는 인물이다.


혁명가 고토쿠의 10년에 걸친 사상의 궤적을 담은 이 책은 고토쿠의 처녀작 <20세기 괴물 제국주의>를 시작으로 <장광설> <사회주의 신수> 등 저서와 기자 출신인 그의 신문 기고, 연설문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임경화 인하대 HK연구교수가 번역, 고토쿠 서거 100년을 맞아 펴냈다.


“영토 확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오로지 군인과 정치가의 허영심뿐이다. 금광과 철도의 이익을 좇는 투기꾼뿐이다. 군수를 공급하는 어용상인뿐이다.”


제국주의를 애국주의와 군국주의의 결합체로 본 고토쿠는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그 허구성을 까발리며 한·일 간 민중해방을 위한 연대를 주창한다. 고토쿠에게 애국심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가엾은 미신이요, 호전적 마음이요, 허위 광고이고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해제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고토쿠 등 초기 급진주의자들이 없었다면 1920년대 이후에 일본, 조선 등지에서 진정한 의미의 계급적 혁명운동은 태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사회주의자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고글로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한 고토쿠는 의회제도에 입각한 사회혁명 대신 노동자의 총동맹 파업 등을 통한 직접 행동론을 택한다. “한 사람이 무위도식하기 위해 백만의 민중이 항상 빈곤과 기아로 울부짖을 때 노동은 과연 무엇이 신성한가.”


지금도 ‘전태일’이 고통받고 있고 제국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신자유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이 낯설지 않다. 고토쿠의 사상을 엮고 번역한 임 교수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기계 같은 삶, 노예 같은 삶을 강요하는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저항하는 것이 가지는 역사적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투쟁 속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109021913495#csidx15253eef1e6ffdf8d6fc1ae9f6139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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