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개벽종교의 위상과 대산종사의 개벽사상 - 원불교신문



개벽종교의 위상과 대산종사의 개벽사상 - 원불교신문

개벽종교의 위상과 대산종사의 개벽사상

민소연 기자
승인 2013.06.28
호수 1666



박윤철 원광대학교 교무
'인문개벽' 주장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만연한 대 혼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현대의 문명이 담고 있는 세계 이해(세계관), 인간 이해(인간관), 생명 이해(생명관) 등의 중대한 오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깊은 성찰 없이는 안 된다.

이런 견지에서 김태창 박사나 오구라 기조 교수는 한국 근대, 주로 호남 땅에서 성립된 개벽 종교들이야말로 전 지구적 대혼돈 현상을 극복할 대안 사상이라고 주목하고 있다. 개벽종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는 20세기 최고의 영성사상가인 루돌프 슈타이너의 제자 다카하시 이와오(高橋巖) 선생도 크게 강조한 적이 있다.

다카하시 선생은 일찍이 스승 슈타이너로부터 현대 세계의 위기를 건질 성배의 민족이 동방에 왔다는 말을 듣고 혹시라도 그 민족이 바로 일본인들이 아닌가 하고 그 증거들을 찾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사와 동학의 역사를 알고 나서 세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룩할 민족이 바로 한민족이요, 그 성배의 사상이 바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한국에서 성립된 동학(東學)에서 비롯된 개벽(開闢) 종교의 전통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개벽 종교는 19세기 중엽에 성립된 동학에서 출발하여 20세기 초에 성립된 원불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근대한국에서 자생한 민중 종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 이상으로 제시되었다.

종래 중국이나 일본의 '개벽'이 천개지벽(天開地闢)으로 요약되는 물리적 공간의 창조, 즉 천지창조를 의미하는 데 반해 한국 민중 종교의 개벽은 인문 개벽(人文開闢), 즉 새로운 인간의 창조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그 차원이 다른 새 문명의 창조를 지향한다.

한국적 '인문 개벽'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제시한 이가 바로 동학 창시자 수운 최제우(1824~1864) 선생이다. 수운 선생은 동학 당시의 시대를 "천명(天命)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천리(天理)를 따르지 않는 가운데 사리사욕에 흘러 제멋대로(各自爲心) 살아가는" 시대라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수운 선생은 그 같은 낡은 시대를 '다시 개벽'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에 따르는 동귀일체(同歸一體)의 새로운 세상을 이룩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수운 선생이 지향했던, 다시 말해 한국 근대 최초의 개벽 종교인 동학에 의한 유토피아 즉 '다시 개벽'된 새 세상, 새 문명의 모습이었다.

수운 선생에게서 시작된 '인문 개벽' 사상의 흐름은 1901년에 성립되는 증산 강일순 선생에 의한 증산교를 거쳐, 마침내 1916년 원불교의 개창자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에게로 고스란히 계승되게 된다. 소태산의 '인문 개벽'사상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슬로건과 원불교 개교의 동기를 통해서 '정신 개벽'으로 정리되기에 이르며, 이 같은 소태산의 '인문개벽' 사상은 다시 대산 김대거 종사로 이어진다.

대산종사는 '개벽'을 '천개'와 '지벽'으로 나눈 다음, '천개'를 정신문명 또는 도덕문명의 발달로 사람의 마음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세계관의 차원 변화)이라고 해석하고, '지벽'을 과학문명 또는 물질문명의 발달을 통한 사람들의 생활 개선(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으로 해석한다.

대혼돈 극복할 개벽종교
대평등·대균등 담은
대산종사의 '인문개벽'

나아가 대산종사께서는 '천개'와 '지벽'이 이루어지는 개벽 세계의 중요한 특징을 소태산대종사의 '인문개벽'의 전통에서 찾아내고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첫째 하늘만 높이던 사상을 땅까지 숭배하게 하시고, 아버지만 위하던 사상을 어머니도 같이 위하게 하시며, 선비만 숭상하던 정신을 농공상도 아울러 평등하게 하시고, 입법자(立法者)만 숭배하던 정신을 치법자(治法者)까지 평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을 차등 없이 신봉하게 하셨다."라고 강조한다.

이것은 곧 소태산대종사로부터 대산종사로 이어지는 원불교의 '인문 개벽'이 크게 골라진 대균등, 대평등의 세상을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대산종사께서는 일찍이 1972년(원기57년) 신년을 맞이하여 "새 사람, 새 자연, 새 문명을 가꾸자"라는 법문을 내리면서, 신생활 운동을 제창하신 바 있었다.

대산종사께서 강조하신 '신생활운동'의 내용을 보면 "정신의 신생활, 청소하는 신생활, 식사의 신생활, 의복의 신생활, 주택의 신생활, 생산의 신생활, 시책을 통한 신생활"을 강조하셨다.

이것을 한국근대 개벽 종교의 '인문 개벽'의 흐름에서 바라본다면, 대산종사께서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생활 개벽, 생산과 소비와 같은 삶의 양식 개벽, 시책 즉 국가나 세계적 차원의 시스템 개벽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정신의 근본적 개벽을 통한 문명 개벽까지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