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Yuik Kim - "홍콩의 친구들에게....." 그제 밤에 마을 친구들과 토론을 했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뭔가...



(11) Yuik Kim - "홍콩의 친구들에게....." 그제 밤에 마을 친구들과 토론을 했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뭔가...




Yuik Kim
6 hrs ·



"홍콩의 친구들에게....."

그제 밤에 마을 친구들과 토론을 했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뭔가 내가 그들을 추궁하는 청문회 느낌… 최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 커플인데, 실은 내가 레노베이션 때문에 집에서 나와 이 친구들 집에서 한달 가까이 신세를 지고 있다.

"도대체 홍콩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둘다 홍콩을 자주 들락거리고, NGO에서 일을 한다. 특히 남자는 광둥사람인데 예전에 홍콩의 굿랩 (홍콩의 유일한 소셜 벤쳐 전용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한 적도 있다.
예의 그러하듯 "우린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비주류의 젊은 예술가들, 문화산업 종사자들과 같은 일군의 청년들은 홍콩의 상황에 동정심을 표하더라…얘네 위챗에 올린 사진들 좀 봐라 !” 사진은 중국 정부의 인공 지능 검색차단을 피하기 위해 이미지를 뒤집어서 올려 놓았다. 주로 홍콩/대만 미디어와 시민들의 발언…… 뭔가 변죽만 울리는 듯한 답변이 아쉬워서 계속 꼬리를 물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홍콩 사람들은 왜 광둥지역에 귀속감을 느끼지 못하나 ? 그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그의 답변, 키워드는 두가지였다. Refugee와 过日子. 

"홍콩인들은 세대에 관계없이 모두 난민 정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국공 내전시에 홍콩으로 이주해서, 적수공권인 상태에서 출발해, 지금의 경제적 부를 일궜고, 또 국제적인 위상/ 스스로의 발언권을 확보했다. 특히 윗세대가 그러하다." 

‘난민’이란 표현이 영 와닿지를 않았다. 난민이라면 얼마전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던 예멘인들 혹은 아프리카인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연상되질 않나. 공격적이고 오만한 느낌을 주는 홍콩인들의 태도와 ‘난민’의 이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겹쳐지질 않는다. 

“대부분의 홍콩 사람은 정치엔 별 관심 없고, 过日子가 중요하다. 중국에 좋은 것은 홍콩에 더 좋다라며 앞장서서, 홍콩시민이 아니라 중국정부를 대변하고, 홍콩 외화준비금의 절반이 필요할 거라는, 인공섬 프로젝트 등, 홍콩 시민의 삶과 별 관계 없어 보이는 랜드마크식 토건 프로젝트를 밀어 붙이며, 재정을 낭비하겠다고 하는, 무능한 홍콩 정부에 불만이 있는 거다. 중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적대라고 보기엔 힘들다.” 

그래 过日子 ‘먹고사니즘’ (아니면 보다 중립적인 표현인 ‘생활력’으로 )이 홍콩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 것은 나도 잘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분명히, 홍콩의 괴뢰정부가 (傀儡 괴뢰는 중국어로는 문자 그대로, 꼭둑각시를 의미한다) 아니라 그 배후의 중국 정부에 대한 도전이 아닌가 ? 그래서 많은 이들이 홍콩 독립을 이야기하고. 그러자 그는 내가 비약을 하고 있다고 강변했고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야말로 그가 (비겁하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역정을 냈다. 전 세계가 다 배후의 중국정부를 손가락질 하는데, 그게 아니라니. 또, 홍콩인들이 자기는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라고 하지 않나 ? 나는 그들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아니 실은 그들이 은근히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홍콩 사람들을 몰아 붙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홍콩 사람들의 전략은 현명하지 못하다. 중국 정부를 상대하려면, 외국인이 아니라 중국의 일반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공감을 끌어내려면, 독립 요구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납득하고, 중국 인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중국/광둥 역사에 기반한, 민주주의와 자유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콩의 지식인들은 너무 태만한 것이 아닌가 ? 덧붙여, 민주주의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홍콩도, 중국도, 너희들이 그걸 원한다면, 합당한 댓가를 치룬 후에만 얻어낼 수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 값을 지불했다” 열변을 토하면서 스스로에게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훈장질을 하고 있는 건가 ? 대체 왜 이러지 ? 결국, 우리 토론은 이렇게 뱅뱅 돌다 끝났다. "그래 어차피 답 안나오는 이야기이지.”

어제 아침 늘 그러하듯 차를 한잔 마시며 골똘히 생각하다가, refugee의 보다 적절한 우리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갑자기 뭔가 명료해진 느낌과 동시에 내가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향민’… 홍콩인들 대부분은 실향민, 그것도 2-4 세대인 것이다. 내가 아는 한국의 실향민들을 떠올렸다. 아주 가까운 친척, 친구들… 그렇게 생각하니, 홍콩인들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 실향민 2~4 세대중에 1세대가 떠나온 북조선의 고향과 두고 온 먼 친척들에게 귀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3세대부터는 ? 그들에겐 한국에서 1세대, 2세대가 이룬 성취와 그 결과로써 만들어진 현재의 생활기반이 훨씬 더 중요한 것 아닐까 ? 이게 뭐 속물이라고 비난 받을 만한 성질의 태도인가 ? 
홍콩인들이 집회에 모여서 찬송가를 부르던 것이, 은근히 위화감을 느끼게 했는데, 이번엔 한국 개신교의 성장과 발전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쳤다는 실햠민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렇게 얘기하고 보니, 정말,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같은 거창하고 대단한 대의명분이 아니라, status quo 지금 이대로의 평범한 생활이라는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경제적 안정과 일정한 수준의 언론의 자유 (사실 원래 그러했듯이 대륙의 안보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하는 순치된 자유), 过日子에 (过)小日子를 불이면, 요새 한국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소확행’이 된다.

Leave me alone 我要过我的小日子 ! 제발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둬요. 내 ‘소확행'을 뺏어가지 말아요 !

나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 
애드머럴티의 시위대 진압 사진을 광주의 사진과 비교한, 찜찜했던 신문 보도가 떠오르며 순식간에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뭘 바라고 있는 것일까 ? 홍콩인들이 광주나 천안문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일을 겪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 다시 오구라 기조 교수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을 떠 올리게 된다. 理에 집착하다보니 유난히도 도덕지향성이 강하다는 한국인. 우리는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기에 홍콩인들은 이래야만 한다라는 우리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 "홍콩인들은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염원해야 한다. 그러니,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뤄야만 한다 !" 알게 모르게 민주주의의 순교자 프레임을 그들에게 덧씌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나는 거기에 더해 심지어, 홍콩인들의 각성과 주장이 중국 대륙의 변화를 견인하는 어떤 균열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그들이 호소해야 하는 것은, 홍콩의 독립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그것도 화남지역의 역사적 전통에 기반한 민주주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 내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홍콩인들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일까 ?

내 생각에 어찌됐든 중국인들은 혹은 홍콩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걸 현실과의 비겁한 타협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실용주의적 선택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그들이 결정하게 내버려둬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홍콩 사람들은 확실히 한 걸음 더 전진했다.

사실, 내가 시종 일관 불편했던 지점은 두가지였는데, 
(주로) 읿반적인 한국인들의 홍콩에 대한 연대 선언 (proclamation)이 다시 밑도 끝도 없는, 혐중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하나. 
두번째는,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홍콩 친구들에 대한 편견인데, 어차피 그들은 "돈 밖에 모르는, 혹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속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영혼 없이, 자기 문화와 전통을 촌스럽다고 깔보며, 서구 추수적인 주제에, 오만하기 까지한...” 

전자의 생각이 예전 홍콩살이할 때의 기억이라면, 후자는 최근 대륙으로 돌아온 이후 갖게 된 느낌일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홍콩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그 정반대이다. 예전 홍콩살이할 때, 나도 실은 그 속물중의 하나였으니까. 사실 광저우에 정착하게 된 것도, 내 첫 외국살림이 홍콩이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이 더 많고, 고향에 돌아오는 듯한 기분으로 이곳을 찾은 것이다. 특히 홍콩에서 겪은 광둥의 단점 (내가 광둥스러운 것이라고 오해했던)이 적은 대신, 장점이 더 많이 보이는, 광저우에 대한 애착이 깊어질수록 역설적으로 홍콩에 대한 애증의 강도가 커지는 것 같다. 그래서 박민희 기자님의 “우리는 모두 홍콩인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8103.html ”라는 주장에 나는 심한 의식과 감정의 분열을 느꼈다.

어제 션전에 가서 만난, 션전 살이 20년차인 후베이 출신의 전문직 종사자 여성은 홍콩 사람들에게 공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홍콩에서 파는 분유와 의약품에서 가짜가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사례를 들어 이유를 설명했다. 션전의 중산층 중국인들은 모두 홍콩에 가서 이런 제품들을 사오곤 했는데, 이젠 그것 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예전엔 중국이 (션전이) 홍콩과 교류하며, 생활 표준과 사회신뢰도를 홍콩 수준으로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홍콩인들이 대륙인을 싫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며칠간 20여명 가량의 중국 친구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물어 보면서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인들의 경우, 사실 대다수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별로 관심도 없다.
2.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도, 주로 중국 정부의 선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불평만 하는 홍콩인들이 배은망덕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의사를 표시할 필요도 별로 못느낄 터이니, 오히려 1번에 더 가깝다.
3. 물론, 어느 사회나 집단에도 있듯이,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인들을 죽여야 한다고 날뛰는 일베스러운 인간들도 있다. 하지만, 역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4. 중국인들의 삶의 표준 (사회자본, 즉 신뢰도)이 더 나아지길 원하는 중산층들중 많은 이들은, 홍콩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5.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 소수의 그룹은 (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줄어 드는 것에 대해서 ‘절망감’을 느낀다. 중국 사회도, 홍콩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것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 반대라는 점에서...

나는 홍콩인들의 '실향민 2~4세대 정서’를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에 대한 편견을 좀 덜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야 그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위로와 축원을 건네고자 한다.

“너희가 소망하는 것을 꼭 얻기 원한다. 그리고, 모쪼록 몸조심하고 ! "


HANI.CO.KR

[한겨레 프리즘] 우리는 모두 ‘홍콩인’이다 / 박민희
“홍콩을 보며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느낀다.” “마음을 다해 홍콩인들을 응원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을 숨죽여 지켜본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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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Youngil Sohn 저는복잡하게볼게아니라고 생각해요. 형이 나중에 깨달으신 그것. 거창한 기원따지고 할게 아니고 그냥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을 계속 누리길 원하는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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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il Sohn 저야잘 모르지만 오마이뉴스등 기사를 보면서 느낀건.. 전혀 오만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이죠. 그냥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고민하고 거리로 나왔을뿐인 평범한 사람들일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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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경 무조건적인 아주 표면적이고 깊지못한 연대표명은 저도 왠지 뭔가 걸리는부분이 있었어요. 선생님 글을보며 정말 다양하게 생각하고, 깊은 고민을하고 계신 글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는 듯합니다. 공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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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k Kim replied · 1 reply 5 hrs


Yong-Wook Lee 중국 본토에서 민주주의를 운운해도 문제 없니?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화됐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직 1당 독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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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k Kim replied · 1 reply 5 h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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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홍콩인’이다 / 박민희


등록 :2019-06-16 17:48수정 :2019-06-16 19:34



홍콩시민 지지하는 타이페이 학생들타이페이 대학생과 시민들이 16일 타이페이에서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타이페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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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보며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느낀다.” “마음을 다해 홍콩인들을 응원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을 숨죽여 지켜본 중국의 친구들이 조심스럽게 전해온 소식들이다. 친중파 홍콩 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해 홍콩인 703만명 중 103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결국 입법 보류를 이끌어낸 소식은 삼엄한 ‘검열 만리장성’을 뚫고 중국으로 전해지며 희망의 작은 불씨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온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이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 보류를 발표한 것은, 2012년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 당국이 여론 앞에서 한발 물러선 사건으로 기록됐다. 16일에도 홍콩 시민들은 검은 옷을 입고 법안의 완전 철회와 람 행정장관의 사임, 강경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다시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시위에 나섰다.


저항의 이면에는 중국의 홍콩 정책이 홍콩인들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점점 더 강압적으로 변한 데 대한 분노와 공포가 있다. 2014년 홍콩인들은 행정장관 직선제가 ‘중국 정부가 승인한 후보들만의 선거’로 변질된 데 항의해 79일간 ‘우산혁명’ 시위에 나섰다. 2015년에는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책들을 판매한 홍콩 서점 주인 5명이 갑자기 중국으로 끌려가 구금됐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라도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조례 입법이 강행되자, 홍콩인들은 이번이 홍콩을 지킬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한국에서도 홍콩인들의 이번 시위에 대한 공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무더위 속에 최루탄과 고무탄에 맞서는 홍콩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5·18광주민주항쟁과 6월항쟁을 떠올렸다. 홍콩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모습은 아시아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교류하고 연대하며 ‘마음의 다리’를 만들어냈음을 깨닫게 했다.

아울러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이번 시위에 쏟아진 높은 관심의 이면에는 ‘강해진 중국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중국은 자신감에 가득찬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위기감과 불안의 그림자도 짙어 보인다. 안정을 명분으로 감시카메라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빅브러더’ 사회가 만들어졌고, 100만명 넘는 위구르인들이 ‘재교육 캠프’에 갇혀 있다고 유엔이 발표했으며, 인권운동가, 변호사, 독립적 노조를 세우려 했던 노동자들과 이들을 도우려던 대학생들이 구금되거나 실종됐다.

중국 주변에서는 ‘중국의 길’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사드 사태까지 더해져 반중 정서가 굳건히 자리잡았다. 중국과 공존하려는 이들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과 금융, 군사 분야로 확산되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국 보수세력들은 한국 정부가 어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등 ‘분명한 선택’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콩의 이번 시위를 ‘우월한 서구식 민주와 후진적 중국’의 이분법이나 ‘반중’의 틀로만 보는 것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홍콩인들은 오랫동안 더 나은 중국과 홍콩의 미래를 위해 분투해왔다. 홍콩인들은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영국의 식민통치에 맞서 노동운동과 시민 권리 운동을 계속했다. 홍콩인들은 1989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시위가 벌어졌을 때 대륙의 시위대를 지원하는 활동에 힘을 다했고, 이후에도 중국 대륙에서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를 지원해왔다.

중국 당국의 이번 ‘타협’ 결정에는 미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이 격렬한 가운데 전세계가 주시하는 홍콩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경우의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국제적 연대와 공감이 홍콩인들의 ‘승리’에 힘을 보태고 중국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듯, 서로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넘어서는 아래로부터의 끊임없는 이해와 연대가 아시아의 미래에 의미있는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홍콩인’이다.


박민희
통일외교팀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8103.html?fbclid=IwAR3OfJw5pxMibKLgSLTytqnW7ypRNUNGNWpShvBTxFHfckcfG2u8lENiJyg#csidx84d98a6e4757b90ab3f9ca33093e4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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