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7

불교언론-『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2·3』김용옥 지음 / 통나무 - 법보신문



불교언론-『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2·3』김용옥 지음 / 통나무 - 법보신문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2·3』김용옥 지음 / 통나무

김민경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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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의 겉만 핥고 수박맛을 말하다

원시불교+인도기행+달라이라마 친견기

새로운 것 없는 경전해설 기대 이하…

聖下 진면목 확연히 드러나 있는 3권만은 꼭 읽어 볼 만


8월 초 출간돼 현재 전국 주요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는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전 3권은 뉴욕에서 티베트불교와 접한 도올이 연말에 인도를 방문하고 달라이라마까지 친견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1권은 팔리어삼장을 중심으로 원시불교를 재해석한 내용을, 2권은 인도 기행에서 만난 여러 에피소드를, 그리고 3권은 티베트불교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라마와의 이틀 간에 걸친 대화를 두 사람의 숨소리까지 빠뜨리지 않고 기록한 대화록이다.

도올의 책을 펴낸 출판사 측은 이 책이 "단순한 지식의 향연이 아니라 도올과 달라이라마 그리고 역사적 싯달타, 생생한 실존의 3인이 벌이는 일종의 다큐멘타리 서사극"이며 "원시불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여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게다가 도올 스스로도 "이 책의 집필 과정이 곧 나의 깨달음의 과정이다"며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깨달음을 전달하는 책'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결론은 '아니다'.

도올은 이 책이 (자신의)깨달음의 과정을 적은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바른 깨달음은 바른 믿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깨달음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붓다의 모습은 금동에 갇힌 차디찬 금인에 불과하다"거나 "한국에는 생명 있는 싯달타를 느껴 볼 수 있는 역사적 현장이 없다"고 말하는 그의 인식은 달라이라마로 하여금 한눈에 모든 것을 알아차리게 했다.

佛身充滿於法界를 전혀 알리없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자세를 지니고 있는 도올을 위해서 자비로운 달라이라마는 훗날 혹시라도 지난 실수를 깨닫고 몹시 부끄러워할 그를 위해 "신앙은 반드시 이성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종교에 대한 이성적 탐구가 종교적 신앙을 해치지는 않는다"며 살짝 퇴로까지 열어주고 있다.

사실 전 3권 중에서 1, 2권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팔리어 삼장에 대한 해석은 새로운 내용과 시각이랄 것이 거의 없으며(80년대 말부터 일어나 이미 많은 성과를 이룬 팔리어 경전해설의 물결을 다시 한 번 일으켜 보고자 하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팔리어삼장에 대한 해설서 목록에 다소 대중적인 책이 한 권 더 추가되었다고 보면 될 듯) 2권 역시 출판사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술사적으로 획기적인 발견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허다한 불교책들이 지적하고 밝힌 내용을 도올이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3권이 안고 있는 의미는 대단히 각별하다.

특유의 장광설을 펼치며 달라이라마에게 한 수 가르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도올은 대화를 이어 갈수록 성하의 단순하지만 명쾌한 논리에 종종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도올은 성하가 펼쳐보인 진리의 본체를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고 '기묘한 의식체계'이며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만 여기고 만다. 도올은 귀를 막고 있었다. 아니, 그의 의식은'닫힌'상태였다.

그러나 귀가 열린 불자들은 달라이라마가 도올과의 만남을 빌어 매우 중요한 법문을 나투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불자들이 여전히 복잡하기 그지없는 문제라고 여기는 윤회와 해탈, 열반의 문제를 다시없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느 스님의 말마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로 정리한, '궁극적 실제'가 담긴 법문이었다.

게다가 이 대담은 몇 단계의 번역 과정과 외신의 전달을 통해 '포장되고 왜곡 된' 달라이라마가 아닌, 수행자로서의 달라이라마가 과연 어떤 경지에 이르러 있는지, 그 진면목-본래면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것은 대단한 수확이다. 이 점에 있어서 만큼은 '용감한 도올'에게 진정으로 감사한다.

3권의 책을 전부 읽어보면 도올은 출발에서부터 달라이라마를 친견한 후에도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맹구우목과도 같은 기회를 가졌으나 지식을 얻어 가는 기쁨에(얼마나 큰지는 알겠지만) 지나치게 함몰돼 있는 탓인지 지식의 증득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다다라야 할 '바로 그곳'에는 도무지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수행이 동반하지 않은 경전해석은 지혜종자만(사람에 따라 아상까지) 한없이 키우는 결과만 얻는다는 철칙만큼은 확연히 보여주었다. 오늘, 불자들은 좋은 타산지석을 만났다.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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