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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는 왜 태극기 부대에 합류했을까
기사입력 2018.10.26.
한반도 평화시대 탈북인 문제 다각도 접근해야…소수인·주변인·방랑인 특징 모두 보여, 함께 풀어야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나는 이 한국이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들이 너무 야비하달까…고거 남은 기일 얼마 안되는 걸 박근혜라는 여자가 나쁘긴 나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원순데”(2017년 4월 15일 50대 남성 탈북인, 당세포비서 출신, 현재 생산직 노동자)
“북한은 대통령이 한번 되면 죽을 때까지 대통령이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북한은 한마디로 말하면 신처럼 모시잖아요. 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요만큼도 할 수 없고 요만큼만 하면 죽이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에도 대통령이 수령이랑 같은데 그 사람을 떠받들진 못할망정 사람들이 막 대통령을 비난하고 비방하고 저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한 거에요. 그래도 한 나라 대통령인데 왜 대통령 비방하고 무시하고 그것을 이해를 못하는 거에요”(2017년 6월 21일 40대 여성, 2006년 탈북)
김화순 한신대학교 유라시아연구소 연구위원과 전태국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탈북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우리는 탈북인을 얼마나 알까. 왜 탈북인은 태극기부대의 일원이 됐을까. 한반도 평화시대 탈북인 문제에 다각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북시민통합연구회와 시민평화포럼이 지난 23일 참여연대에서 공동주최한 ‘평화체제 이행기에 탈북민 통합,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세미나에서 탈북인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지난 2017년 5월 3일 박근혜 탄핵 일주일 전 ‘탈북인 3000인 망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탈북인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보가 불안해서 외국으로 망명 하겠다고 밝혔다.
김화순·전태국은 “망명발표는 탈북인에게 무관심했던 일반국민에게 비민주적 언행이나 호전적 통일의식을 가진 탈북인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을 깊게 새겨주면서 사회적 거리감을 더 크게 하는 후유증을 남겼다”며 “촛불민주화 이후 소수자인 그들에게 부쳐진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일종의 비시민(非市民)의 징표가 되면서 향후 한국 시민사회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탈북인 수는 3만 80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 탈북인 수는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고 2006년부터 해마다 2000명을 넘어섰다. 2008년 2803명이 탈북해 정점을 찍었다가 김정은 위원장 초기인 2012년 1502명으로 줄었고 2015년엔 1275명이 탈북했다. 그리고 2016년 1418명이 탈북했다.
탈북인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 전태국 명예교수는 “권위주의 질서가 공표하는 냉전적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사회화돼 많은 사람들이 이 이데올로기의 확신적 추종자가 됐고, 오랜 권위주의 체제에서 혜택을 누린 집단이 세대를 거치며 사회 속에 깊이 뿌리 내려 한국정치의 우파세력의 근간을 형성했다”며 “우파정권의 재등장과 함께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는 저돌적인 파괴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반공주의 정서가 탈북민에 대한 시민들 편견의 원천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한국종합사회조사 누적자료집(2003~2016년)에 따르면 “정부 권력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국민들을 쓸데없이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라는 의견에 탈북인은 43.5%가 찬성했고, “남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 지도자를 잘 따르는 국민들”이라는 의견에 36.6%가 찬성했다.
전태국 명예교수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탈북인의 신민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탈북인은 유독 구시대적인 권위주의에만 노출되고 있다”며 “일반 시민사회에 들어가지 못한 채 분리되고 고립된 평행사회의 삶에 국가권력의 감시와 요구가 결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수암·김화순(2016년)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좀 더 강력한 법질서”라는 의견에 찬성한 탈북인은 62.1%에 달했다. 반대는 15.1%에 그쳤다. 또한 “사회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법이 충분치 못한다면 비상조치라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80%가 찬성했고, “우리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격한 통제와 질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71%가 동의했다.
탈북민이 왜 태극기부대에 합류했는지도 설명이 가능하다. 전태국 교수는 “광화문 촛불시위는 시민의 모습을, 대한문 태극기 집회는 신민의 모습을 보였다”며 “(태극기 집회는) 박근혜의 무책임-무능 정부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충성을 보내는 전근대적 신민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태극기집회는 종북몰이를 채찍질 하였다며 남한의 국가정체성이 반북주의에 있다고 믿는 탈북자들이 종북몰이에 몰두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탈북인들의 정치적 성향은 어떨까.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탈북인 중 새누리당을 지지했다는 응답은 71.8%로 나왔다.(김수암·김화순의 조사) 지난 2014년 4월 176명 탈북인 중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에 투표한 사람은 154명, 87.2%였다.
김화순 박사와 전태국 교수는 이런 탈북인의 특징을 “신민적 정치참여”라고 규정했다.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비운의 수령, 박근혜 최고지도자에 대해 가졌던 연민은 동원수당이라는 물질적 요인에 힘입어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특정 정당 혹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로 점차 강화된다”는 것이다. 김화순 박사는 “탈북인들의 행동의 규정근거는 신민의식, 국가권력, 돈이다. 핍박과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탈북했지만 자유, 품위, 안전과 같은 생활 세계적 가치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북한 초기사회화에서 획득했던 신민의식은 남한에 온후 다시 돈과 권력의 체계논리와 결합”했다고 분석했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북한과 탈북자를 보는 인식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부정적으로 변했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이 조사한 북한에 대한 인식(2007~2017년)에 따르면 북한을 ‘적대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해 16.2%로 나왔다. 지난 2007년엔 6.6%였다. ‘경계대상’으로 보는 비율을 보면 2017년 22.6%였고 2007년엔 11.8%였다.
반면 ‘협력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년 56.5%, 2010년 41.9%, 그리고 2015년 35.2%로 최저치를 찍었다. ‘지원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년 21.8%였다가 2017년 13%로 줄었다.
한 집단의 성원이 다른 집단에게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인 ‘사회적 거리’를 조사한 결과 2007~2009년 사이 탈북자에게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60% 이상으로 나왔다.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은 40% 미만이었다. 2013년엔 42%가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2015년엔 45.9%가 응답했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탈북자들을 동네이웃이나 직장동료로서 관계를 맺는 것에 꺼린다는 비율은 20% 이하로 나왔다. 사업동업자로 관계를 맺는 것에는 40%정도가 꺼린다고 답했고, 2017년엔 43%가 꺼린다고 응답했다. 특히 탈북자를 결혼상대자로 꺼린다는 응답은 2017년 55.7%로 나왔다.
탈북자가 남북한 이질화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는 2014년 63.4%로 나왔지만 2017년 53.1%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탈북자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2008년 45.1%, 2011년 60%, 2017년 40.1%가 찬성했다.
전태국 교수는 “탈북자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유일하게 남북한 간 이질화 해소의 측면에만 있고, 그밖의 측면에서는 매우 냉정하고 싸늘하다”며 “정부의 탈북자 지원에 대해 과반수가 기꺼워하지 않으며 탈북자들도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고 보며 탈북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인에 대한 ‘편견’은 탈북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과 관련돼 있다.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 정착지원에 관한 시행령에 따르면 탈북하면 국내 입국 후 180일 동안 합동신문을 받는다. 탈북민 조사권한은 국정원에 있다. 합동신문은 탈북인에게 매우 가혹한 과정이다. 감시과 폭력에 노출돼 있고 사실상 감금상태로 외부로부터 차단된다. 탈북민은 간첩조작 사건의 피의자가 된다. 주변 탈북민들이 허위진술을 하면서 간첩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변상철·김화순 박사는 “국가권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협박과 고문,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의 불법적인 요구에 협조하는 것”이라며 “결국 탈북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탈북인 사회에서도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자신이 미워하는 다른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기도 쉬운 구조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탈북인 모두가 필수적으로 거치는 합동신문 과정은 언제라도 탈북인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탈북인 입국심사와 조사를 국정원에서 통일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정찬대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원은 “탈북인은 합동신문, 하나원 등을 통해 철저히 재교육된다. 갖가지 인권침해는 물론 손쉽게 간첩으로 조작될 여건도 조성된다. 민주시민으로 재교육이 아닌 철저히 반공인으로 재교육을 받는다”며 “그렇게 사회에 나온 이들은 또 다시 사찰과 감시에 노출된 채 생활한다. 남한사회에서 탈북인은 철저히 주변인으로 살도록 강요된다. 언제든 빼먹을 곶감이 되고 있다. 이념의 약점을 태생적으로 지닌 이들, 경제적으로 취약한 탈북인은 남한사회에서 또 다른 신민으로 길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사진=노컷뉴스
탈북인들이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수자, 주변인, 방랑인의 특징을 보였다.
2016년 김수암·김화순의 조사에 따르면 “남한사회는 북한이탈주민을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의견에 63.3%가 동의했다. “남한에서 살고 있지만 나의 정신적 뿌리는 북한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의견에는 40.1%가 동의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30.5%로 나왔다. “나는 남한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의견에는 16.7%가 동의했고 82.7%가 반대했다.
한국사회에서 탈북인의 존재는 “남한사회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존재”였고, 1960년~70년대 ‘귀순용사’에서 1990년~2000년 ‘생활보호대상자’, 2010년 이후 ‘신통일역군’으로 변모해왔다고 김화순 박사는 분석했다.
김화순 박사는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기에 “탈북인에 대한 보호적 분리정책이 변해야 한다”며 “이제 평화체제에서 탈북민들은 통일의 자산 혹은 통일의 역군으로 전시돼선 안된다. 지난 정부의 정치적 동원은 물론 북한특수성에 입각한 특수주의 원칙을 벗어나 탈북민을 평범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정착민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화순 박사는 “평화이행기에는 남과 북이 적대적이며 경쟁적인 관계를 벗어나 화해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다. 더 이상 필요이상의 안보적 체제경쟁을 하지 않고 상대 국가의 국민들이 이탈하여 비합법적으로 경계선을 넘는 일에 대해 상호 규제하게 되리라고 예상된다”며 “북한의 경제개발이 진전될수록 경제생활도 풍요로워지고 향후 경제적 기대감도 높아진다면 북한 주민들도 정치적 이유나 가족통합을 위한 이유로 북한을 떠나는 일은 지속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한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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