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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지은이),민병일 (사진)열림원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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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41.86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344쪽
책소개
2011년 1월 작고한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 1997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은 15년이 넘도록 도서관과 책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보관되어왔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소문으로만 전해져왔다. 2014년 가을, 열림원에서 다시 출간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1997년 출간본에 수록되었던 민병일의 티베트.네팔 사진 약 150컷을 그대로 수록하고 있어, 중국화된 지금의 티베트와 다른, 티베트적인 티베트가 남아 있던 20여 년 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모독>은 노작가의 오랜 삶과 경험이 빚어낸 혜안의 기록이다. 모래바람 속의 침묵까지 사유하는 여행기이며 초원의 바람 냄새와 푸른 공기 냄새 나는, 가장 독특한 박완서 산문이다. 세월이 흐른 뒤 한때 마음을 사로잡던 음악을 추억하듯 박완서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 책을 읽는 것은, 오래된 귀한 레코드판을 재생시키는 것과 같은 감동을 준다.
당시 박완서와 함께 여행에 동행했던 민병일의 사진은 필름 사진 특유의 색감으로 <모독>을 더욱 빛나게 한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그의 필름 사진들 안에는 티베트와 네팔의 자연, 그리고 그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속이 가식 없이 살아 있다.
목차
티베트 기행기
작가의 말
개정판을 내며: 박완서를 추억함
1 햇빛과 먼지
2 불가사의
3 시인의 절창絶唱
4 옴마니반메훔
5 때의 갑옷
6 모독冒瀆
7 아아, 초모랑마
네팔 기행기
1 세 번째 방문
2 카트만두
3 번뇌의 집요함
4 치트완 국립공원
5 포카라
책속에서
P. 48-49 생전 처음 보는 산의 원형이다. 우리나라도 거의 산지로 돼 있고, 한때는 남벌(濫伐)로 산이 헐벗은 적도 있었지만, 풀이 자라고 나무뿌리나 등걸이라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산의 원형을 본 적이 없다. 식물한계선을 넘은 높이에 있는 이곳 산은 눈을 이고 있지 않으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맨몸이다. 바위도 없이 갈색 ... 더보기
P. 53-54 지방에 사는 티베트 사람들은 라싸의 조캉 사원(大昭寺)과 포탈라 궁을 일생에 한 번 참배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걸어서 순례길에 나선 순례자들은 멀리 포탈라 궁의 아름다운 금박 지붕이 보이면 거기서부터 오체투지를 시작해 라싸에 이른다. 우리 상식으로는 걸어서 거기까지 오는 데 며칠, 몇십 일이 걸렸으면, 목적지가 바라보인다 싶으... 더보기
P. 102-103 나는 단독 주택에 살 때 해마다 이삼천 개씩 들이던 연탄의 부피로 미루어 똥덩이의 수효를 헤아리려 든다. 연탄을 때본 사람은 야크 똥 연료를 야만적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구들 밑으로 살인 가스를 통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야만적이다. 가까이 가서 맡아보아도 불쾌한 냄새 같은 건 전혀 안 난다. 겉으로 보기에도 야크 똥을 붙이고 ... 더보기
P. 107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의 키가 낮아져 관목숲이 되고 식물한계선을 넘으면 모진 풀밖에 못 자라고, 이끼만 남다가 아무것도 못 자라는 땅이 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나무보다 풀이 더 강하고 풀보다 꽃이 더 강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풀도 없는 데서 꽃을 보게 되다니. 놀랍게도 그 붉디붉은 꽃은 나팔꽃처럼 생긴 통꽃인데, 꽃이 한 송이씩... 더보기
P. 154 마을 사람들은 우리하고 동시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생활을하고 있다. 그건 뒤떨어졌다는 뜻하고는 다르다. 거기에는 우리가 오래전에 잃은 자연과의 일치와 교감에서 오는 근원적인 평화와 행복감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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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완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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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나목』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목마른 계절』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이 있고,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엄마의 말뚝』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 더보기
수상 : 2001년 황순원문학상, 1999년 만해문학상, 1997년 대산문학상, 1995년 한무숙문학상, 1994년 동인문학상, 1993년 현대문학상, 1991년 이산문학상, 1990년 대한민국 문학상, 1981년 이상문학상, 1980년 한국문학작가상
최근작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커버 한정판, 리커버:K)>,<살아보니 행복은 이렇습니다>,<나의 아름다운 이웃> … 총 491종 (모두보기)
민병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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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복궁 옆 종로구 체부동에서 태어나 효자동 등 서촌에서 자랐다. 시인으로 등단해 두 권의 시집을 냈으며 삶과 예술을 조화시키는 산문을 주로 쓰고 있다. 이 책은 ‘산문작가Prosaschriftsteller’로서 내는 두 번째 작품집이다. 오래전 출판사에서 편집주간으로 일하다 예술에 대한 동경에 이끌려 늦깎이 독일 유학을 떠났다. 남독일의 로텐부르크 괴테 인스티투트를 마친 뒤, 북독일의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시각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해인사의 ‘고려대장경’을 학술적으로 집... 더보기
최근작 :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총 6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
15년이 넘도록 희귀본으로 묻혀 있던 ‘명품 에세이’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티베트와 네팔 본연의 순수한 풍경들
『모독』은 2011년 1월 작고한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이다. 1997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은 15년이 넘도록 도서관과 책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보관되어왔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소문으로만 전해져왔다. 2014년 가을, 열림원에서 다시 출간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박완서의 『모독』은 1997년 출간본에 수록되었던 민병일의 티베트.네팔 사진 약 150컷을 그대로 수록하고 있어, 중국화된 지금의 티베트와 다른, 티베트적인 티베트가 남아 있던 20여 년 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모독』은 노작가의 오랜 삶과 경험이 빚어낸 혜안의 기록이다. 모래바람 속의 침묵까지 사유하는 여행기이며 “초원의 바람 냄새와 푸른 공기 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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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날 수 없는 박완서님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읽고 싶었습니다.
서니데이 2014-12-12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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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글을 쓰고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립고 또 그립다.
yong2 2014-12-3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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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고 있는 나라. 같은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지만 교과서 속에서도 거의 배우지 않았던 나라. 티베트와 네팔의 모습을 고 박완서 작가님의 기행 산문집으로 만나서 좋았어요. 풍성한 사진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네요.
올리브 2014-11-0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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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글을 다시 접할 수 있어 좋네요.
snh 2014-10-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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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목이 왜 모독일까...박완서 선생은 여행기에서도 정확하고도 무릎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이 돋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떠나고 싶다. 티벳으로 네팔로...
마루 2015-01-2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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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모독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지인의 시어머님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감탄했던 그때가 줄곧 떠올랐다.
그 분의 시어머님은 연세가 꽤 있으셨던 것 같았는데 네팔을 여행중이셨는데 여행 장소에 순간 놀랐었고,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건강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너무 생동감이 넘쳐 순간 경외심이 들 정도였었다.
그 분의 시댁 이야기를 간간히 듣고 있노라면 참 특별하고 애틋하게 들려 꼭 영화같다는 생각도 들었고,홀시어머님께 큰며느리로서 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이 진기하고,부러웠고,
가족이란,특히 고부간의 모습이란,
저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전해 듣곤 했었다.
그래서 그 분 시어머님의 네팔 여행 사진을 처음 들여다 보았을때, 시어머님의 인품까지 느껴지는 좀 특별한 사진으로 다가왔으며,네팔이란 나라마저 좀 더 특별하고,푸근하며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고 박완서님의 이 책이 그렇게 그 분의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시어머님의 사진을 보며 귀한 마음이 들었 듯 그렇게,귀한 마음이 애틋하게 나도 모르게 드는 듯 했다.
책은 20여년 전 민병일 시인을 비롯한 일행 몇 분들과 티베트와 네팔을 같이 여행 하면서 쓴 여행에세이다.
글은 박완서 작가님이 쓰셨고,사진은 민병일 시인님이 찍으셨다.
김동률 가수를 좋아하는데 가수의 노래 중 ‘출발‘ 뮤직 비디오를 보면,카메라 속 배경이 티벳인지 정확히 알순 없으나,책의 사진에서 본 비슷한 풍광들이 카메라에 담겨 있어 내내 그곳 사람들의 선한 웃음들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재작년 여름휴가철엔 수업을 듣던중 일행 중 한 분이 이번 휴가때는 친구와 함께 몽골쪽으로 다녀오겠단 소리에 얼른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다시 바라본 적 있었다.
여차 여차한 이유가 있어서인지,내겐 그쪽 나라들에 대한 동경이 생긴 듯하다.
그래서 늘 남다르게 바라보는 나라 중 한 곳이다.
고 박완서 님의 글들은 꼿꼿하고 수수하여 더욱 그 나라들에 대한 이미지를 경건하게 심어 준다.
이 사원을 나오면서는 그래도 하나 새롭게 깨달은 게 있었다.
그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줄창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한 진언 ‘옴마니반메훔‘ 에 대해서인데, 직역하면 ‘연꽃 속의 보석이여‘라는 뜻이 된다기에 식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과 광물에서 아름다운 것의 이름을 줄창 입에 달고 있음으로써 현실의 구질구질함을 극복하는 한편,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정신을 정화하는 힘을얻고 싶은 갈망이 만들어낸 주문이려니 했다.
시늉을 했더니 그 자리에서 벗어주었다.
그는 물론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구걸하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비루한 거지 근성만 같아서 넌더리가 났었는데 그게 있는 자에 대한 당당한 요구였다면 어쩔 것인가.
이래저래 티베트는 신비의 나라라기보다는 나에게는 난해한 나라였다. 국경이 가까워서 그런지 중국 군인과 군대가 주둔한 건물이 많은 것도 팅그리 지방의 특징이었다. 중장비차를 가지고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군인들이었고, 공무원이나 상인들이 한족 일색인 것도 이쪽이 더 심한 것 같았다.
제 땅을 다 중국한테 내주고 순례만 하면 제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목민이나 순례자들의 순하디순한 표정에 비해 대체적으로 거만하고 방약무인해 보이는 한족들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땅이 남의 식민지였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 와 요직과 부를 차지한 일본인들의 표정도 그렇게 방약무인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 작은 도시 여기저기 뒹구는 게 화석 연료의 마지막 쓰레기인 비닐 조각,스티로폼 파편,찌그러진 페트병 따위 등 생전 썩지 않는 것들이었다.
뚱뚱한 식당 주인 나무랄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우리의 관광행위 자체가 이 순결한 완전 순환의 땅엔 모독이었으니. 당신들의 정신이 정녕 살아 있거든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주오, 랏채를 떠나면서 남길 말은 그 한마디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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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9-01-01 공감(13)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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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또 생긴다.
故 박완서 선생의 1996년 티베트와 네팔 기행기 <모독 - 세계문화예술기행 1>의 개정판이다. 사실 소설로 주로 만났지 에세이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몇 권이나 나온 에세이에 쉽게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한때 에세이는 나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역시 티베트 때문이다. 늘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그곳. 무협소설에서 밀교의 본산으로 수없이 등장한 그곳. 영화 속에서 너무나도 멋지게 등장하여 알 수 없는 동경을 불러오는 곳이 바로 티베트다. 그곳을 그녀는 동료 소설가 이경자, 김영현, 시인 민병일 등과 함께 다녀왔다.
세계문화예술기행이란 기획에 의해 패키지로 티베트와 네팔을 다녀왔다. 가이드를 따라 환갑도 지난 노인이 해발 5천 미터를 넘는 곳을 힘겹게 돌아다녔다. 고생이 심했다. 산소가 줄어든 곳에서 고산병 증세도 경험했다. 이런 힘든 일정을 무사히 마쳤는데 이 때문에 여행 중 충분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을 메워준 것이 바로 민병일 시인의 사진이다. 사진은 힘든 일정 속에서도 가슴 한 곳에 새겨진 감상을 글로 풀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어떤 곳에서는 사진만으로 충분히 그곳의 매력을 전달해주었다. 그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도 같이.
티베트 여행기가 처음은 아니다. 다른 책을 이미 한두 권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여행이 자유여행도 아니다 보니 기행기의 깊이가 솔직히 깊지는 않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여행자의 솔직한 감상이 드러난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조장(鳥葬)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인식을 바로 잡아주었는데 이 책에는 그런 깊이가 사실 부족하다. 그곳을 지나가면서 잠시 마주친 사람들과의 인연을 조심스럽게 풀어낼 뿐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모습도 같이 발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순간의 동정심 때문에 엄청나게 밀려오는 엄마와 아이들이 내민 구걸의 손길은 늘 동남아 여행기에서 만나는 풍경이다. 한 가지 낯선 것은 연필 대신 볼펜을 요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편하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장려한 사원과 수많은 불상을 보는 것이 눈에 최고의 사치이자 충격이지만 마음의 평화나 기쁨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이 호화와 사치를 극한 불상과 이 땅의 극빈층이 저절로 대조가 되어 불상에서 느끼고 싶은 자비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수목한계선 너머에서 자라는 들꽃들이다. 오체투지로 사원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며 절실한 염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한 잔의 버터차를 같이 마신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다큐멘터리에 나와서 그 동안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티베트를 말하면서 달라이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티베트의 독립을 우리의 일제 식민지와 같이 연결해서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점점 늘어나는 한족의 모습과 그들이 보여준 몇 가지 행동은 충분히 반감을 가지게 만든다. 이것은 다시 네팔의 티베트인들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네팔 기행기는 이번 일정 속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전에 출간한 글을 이번 책에 덧붙였을 뿐이다. 거의 이십 년 전 글이지만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 사이 더 발전하고 더 비싸지고 더 영악해진 곳으로 변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실의 우리보다는 더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네팔 여행은 좋은 기억들로 가득하다. 상대방 문화를 있는 그대로 신기해하며 인정해주고 같이 즐겨 좋고, 싼 가격 때문에 한국에서 꿈도 꾸지 못할 낭비를 와장창해서 좋고, 트레킹으로 현실에 묶여 질식할 것 같았던 나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여기에 아름답고 멋진 사진은 잠시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이것은 티베트 여행기 속 사진도 마찬가지다. 책을 다 읽은 후 잠자리에 들기 전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도 바로 이 사진들이다. 그녀와 동료들의 힘겨웠던 일정이 잠시 동안 나에게 편안한 휴식과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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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01 2014-10-27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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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소풍 같은 날
박완서 작가가 서거하고 유작 및 개정판이 간간이 출간되고 있다.서랍장 속에 꼭꼭 숨겨 놓은 미필작이든 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색다르게 탄생되고 있는 개정판이든 읽어 가다 보면 작가의 내면세계와 삶의 변주곡이 잔잔하게 물결친다.한국전쟁의 후유증을 그린 글부터 서거하기 직전까지 내놓은 작품들이 삶의 현장을 목도한 것들을 소재로 삼아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담과 필치로 전개되는 글들이 주가 되었다.소설,수필과 같은 삶의 다채로운 무늬를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게 하면서 삶의 진수를 맛보기 위한 마중물과 같은 소재거리도 내게는 오래 인상에 남고 있다.
작가가 남긴 몇 편의 글들을 접하면서 '소풍 같은 날'과 같은 언어를 제법 접했다.열심히 일한 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어디론가 떠나라라는 연상이 들 정도로 소풍,여행은 무거운 심신을 내려 놓고 다가오는 삶의 부족한 분(分)을 채우기 위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소풍과 같은 나그네 길은 모든 것이 신비롭고 자유스러우며 (어린 아이가)사물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서 소묘해 가는 과정은 아닐까 한다.묵직하게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도,번잡함과 불안한 삶 속에서 타국으로 안내해 주는 나그네의 언어는 상큼하게 개인 맑은 창공을 응시하는 것과 같다.
노래의 날개 위에 피어나던 선생님의 박꽃 같은 미소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에테르는 '항상 빛나는 것'을 뜻하는데,'거기로부터 사라질 리가 없는 하늘의 빛'을 의미한다. - 사진작가 민병일의 작가에 대한 그리움과 찬사(讚辭) -
박완서 작가는 소리내어 웃는 모습보다는 수줍은 듯 하얀 박(조롱박)꽃과 같은 자태를 띠면서 윗니가 아랫니를 감싸는 듯 활짝 미소를 짓는 모습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과 같아서인지 글귀들도 생활 속에서 직조된 것들이 많다.일상의 언어를 담담하고 현실감있게 풀어내는 박완서 작가는 당시 칠십을 앞두고 고지(高地)로 불리는 티베트와 네팔의 모습을 민병일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담고 여정의 후일담을 기록과 기억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티베트는 맑게 개인 청명한 가을날과 같이 푸르기만 하다.푸르름이 시린 쪽빛으로 변해 사람의 눈까지 빨려 가게 할 정도로 우주의 시원인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1990년대 중,후반의 여행기로서 20년이 좀 미치는 세월이기에 지금 티베트와 네팔의 모습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질문명이 침투되고 있지는 않을까 한다.라마교는 면면히 내려오는 티베트의 신성한 신앙이면서 죽기 전 포탈라궁(宮)을 직접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익히 알고 있겠지만 그들은 라마교를 몸과 마음으로 숭상하는 것 같다.오체투지(五體投地)를 몸소 행한다.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토번(吐蕃)왕국의 송첸캄포 왕이 왕비 문성 공주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석가모니불을 모시기 위해 창건했고,왕의 사후 공주가 선왕을 기려 창건했다고도 하는 절이 조캉 사원이다.신비스럽고 경외스럽기까지 한 티베트의 불교 사원이 가장 핵심 여정이 아닐까 한다.
버스를 타고 여행지를 경과하는 과정에서 티베트 사람들의 일상은 매우 단조롭고 소박하기만 하다.야크가 농작의 일등 공신이며 야크가 죽으면 버리는 것이 없다고 한다.야크가 배설하는 분(糞)은 짓이겨 크기를 정해 햇빛에 말려 땔감으로 사용한다고 한다.해발 5천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꽃의 강인한 생명력과 아기자기한 자태는 감탄의 연발이다.'연꽃 속의 보석'이라는 '옴마니반메훔'이 불교의 지혜로서 티베트에는 불교적 색채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이렇게 태초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티베트와 같은 천혜의 풍광을 도시화,산업화로 짓이긴다고 한다면 이 행위는 신성모독(神聖冒瀆)이 아닐 수가 없다!또한 티베트 사람은 달라이 라마를 정신적 지주로서 신성시하고 있다.
티베트를 떠나 네팔로 진입하게 되면 티베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네팔 북쪽은 히말라야 산맥과 가깝고 남쪽은 습지 및 열대우림으로서 인종은 인도인과 흡사하다.네팔은 인도와 같이 사후 윤회사상을 믿으며 부타의 가르침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눈동자 절로 불리는 스와얌부나트 사원은 중생의 삶을 멀찌감치서 관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징성을 띠고 있다.한국 물가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낮은 가격,화장의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죽어 한 줌 재가 되고 마는 덧없는 인생이라는 허무감이다.네팔에서는 포카라에 가야 히말라야의 설산을 제대로 완상할 수가 있다.마치 알프스 몽블랑을 연상케 하면서 산맥 아래는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 파노라마와 같이 펼쳐진다.
티베트,네팔 경제소득 면에서는 한국보다는 낫지만 그들이 느끼는 삶의 질은 한국인보다는 높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수분지족(守分之足)이 바로 그것이다.다만 절대 빈곤층이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걸인과 노숙자들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또한 위생시설,청결의식이 낮아 아직도 머리와 몸 안에서 이를 잡는 풍경은 1960,70년대를 연상케 한다.낯설지만 신비스럽고 때묻지 않은 티베트,네팔에서 배울 점은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고,인간과 자연이 물질문명을 숭배한 나머지 다가올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는 어리석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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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 2014-10-2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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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박완서 작가와 함께 티베트와 네팔을 걷는 책!
박완서 작가가 작고한지가 어언 3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작가의 책이 나오다니
동물은 죽어서 가죽만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과 책을 남긴다고 해야할까?
이 책은 박완서 작가가 1996년 예순 중반의 나이에 티베트와 네팔 기행을 하고 쓰게 된 기행문을
새로이 낸 책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면서 왠지 찡해진다.
쌀쌀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박완서 작가에 대한 그리움이 실려온 듯 하다.
아따 모르겠다. 공부는 그 시간에 잘 들어두는 게 제일이지 하면서 -- 작가의말 중에서
아는만큼 보인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궂이 뭐 그럴것까지 있으랴 싶은 작가의 생각이 여실히 담긴 작가의 말을 읽으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역시 박완서 작가다운 너스레를 떠는 듯한 문체가 참 반갑다.
학창시절 고원지대라고만 알고 있던 티베트와 네팔, 늘 어떤 나라인지 모르지만 한번은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는데
박완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작가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오게 된다.
헐벗은듯 드넓게 펼쳐져 가릴것도 없이 속살을 다 보여주는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산의 원형과 마주하고 싶고
몇백년의 세월을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총천연의 색으로 경이로움을 주는 그네들의 불상 앞에 오체투지로 몸을 낮추고 싶고
서서히 다가드는 고산병으로 계단을 오르며 아찔한 기분에 사로집힐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포탈라궁에 발을 디디고도 싶다.
관광객만 보이면 동전 한푼이라도 얻어내려 벌떼처럼 달려드는 아이들과
식당문밖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것을 구걸하는 베트의 가난하기 이를데 없는 그네들에게
관광객은 어쩌면 사치를 부리며 그들을 모독하는것과 같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차를 타고 아무리 달려도 나무 한그루 보기 어려운 티베트 고원의 나라에 세워진 포탈라궁과 같은 건물이
어떻게 철골 하나 없이 석재와 목재로 웅장하게 지어질수 있는지 그리고 300년 이상 유지되는지 참으로 불가사의다.
지질이 궁상처럼 꾀죄죄하기가 이를데 없이 때가 덕지덕지 묻은 그네들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궁을 지을수 있는지
가진것도 별로 없는데도 기름을 바치고 자신의 모두를 바치려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에서 아이러니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낀다.
네팔에서 어쩌다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는 걸으러 온 사람이다.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타는 사람보다, 나는 사람보다도, 뛰는사람보다도,
달리는 사람보다도, 기는 사람보다도,걷는 사람이 난 제일 좋다. ---p351
작가는 보약을 먹는대신 누구의 눈치하나 볼 것 없이 그네들의 문화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신기해하며
꿈도 못꿀 낭비를 왕창하고도 경제적 부담이 없는 네팔을 기행한다고 한다.
작가가 일러준 휴양지이자 트레킹의 출발지인 포카라의 자연호수안 피시 테일 로지에서 숙박을 하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자연 풍광속에서 호수에 어리는 설산을 감상하고 싶다.
여행을 하게 되면 듣던것과는 다르거나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낯설지만 특별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이 여행 산문집의 장점은 박완서 작가의 문체가 쉽게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사진이 주는 감흥 또한 남다른데다
보통의 책과 달리 판형도 작고 글자가 듬성 듬성 놓여져 있어 수월하게 읽힌다는 사실이다.
그냥 책을 술술 넘겨 읽어도 티베트와 네팔을 충분히 여행하게 되는 산문집이며
작가의 물흐르듯 술술 써내려간 문체를 읽어 내려가게 되면 진짜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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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4-10-1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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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冒瀆)
보통 여행에세이라고 하면 이국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설레임 같은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 네발 기행 산문집이라는 소개에 특유의 따듯하고 담백한 느낌과 세계의 지붕이라는 티베트의 풍경이 참 잘 어우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이 모독? 왜 모독이지? 무엇에 대한 모독이지? 행여 다른 뜻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까봐 친절하게 한자로 冒瀆이라고 표기해주기까지 한 모독, 국어사전의 정의 그대로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함’.
박완서님이 지인들과 함께 만난 티베트, 20여년 전의 모습이니까, 티베트의 원형에 그래도 가까운중국화된 지금과는 많이 다른 그런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중국화되어가는 변화의 한자락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도 했다. 포탈라 궁으로 순례를 가겠다고 걸어서 길을 떠나는 사람은 멀리 금박지붕이 보이기 시작하면 발길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땅에서 기는 오체투지로 나아간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목적과 과정에 대한 가치관이 우리와 다른 티베트인들을 느낀다. 아마 그런 이질감은 초나 향의 향기로 익숙한 우리네의 절과 달리 버터기름으로 자욱한 티베트의 절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찾아가는 포탈라 궁은 달라이라마 14세가 인도로 망명을 떠나면서 비어버린 그런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분법 사고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그들에게는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의 공존이 가능했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빈 집, 혹은 빈 방처럼 느껴지는 그 공간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며 ‘티베트만의 독특한 문화’, ‘자연 친화적인 자급자족 사회’를 이루고 살아온 티베트에 한족들이 들어오면서 도리어 티베트인들은 획일화된 서구문명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당장 티베트 유목민의 집에 들어간 그녀도 그 방안에서 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단 하나의 문명화된 기구를 보며 느끼는 감정을 ‘여행객의 아니꼬운 심미안’이라고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그 곳은 지금 그대로 아니 혹은 조금 더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유지되기를 바라거나 변해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표적인 사람이 우리 남편인데, 나는 그럴 뉘앙스의 말을 할때마다 ‘자기만 편하게 살려고 한다’며 퉁을 주곤 했다. 그러면서도 딱히 그런 감정을 무엇이라 표현할 길을 몰랐는데, 정말 딱인 표현이었다. ‘여행객의 아니꼬운 심미안’
그리고 티베트의 정신문화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보며 ‘당해본 사람만이 아는 거의 피부적인 감각’이라는 술회한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을 무시하는 한족과 별 다르지 않은 관광객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순환되지 않는 쓰래기들을 보며 내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모독’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뭐랄까? 티베트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독특한 문화를 그려내기보다는, 그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색과 통찰을 글로 풀어내면서 도리어 티베트를 더욱 가깝게 그려낸 듯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팔의 이야기는 차라리 조금 더 쉬운 느낌이었다. 네팔을 ‘배낭여행객의 쉼터’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 책에서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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