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3

주간경향 한상대 박화서



주간경향

[바둑산책]세계는 넓고 바둑인구는 많다


명지대 한상대 교수(64)가 학교 바깥에서 일반인을 위한 바둑영어강좌를 열었다. 한국 바둑의 미래는 해외 보급에 있다는 것이 한교수의 지론이다. 한국 바둑의 미래가 해외 보급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해외 보급이 한국 바둑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국내에는 바둑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아마 고수가 얼마나 많은가. 프로기사, 또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훌륭한 인적 자원이다. 바둑학과 졸업생들에게 해외 보급의 기회를 마련해준다면 기꺼이 동참할 아마 고수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내보내야 한다. 한국의 바둑선생을 원하는 나라도 많다. 이는 작게는 한국 바둑계가 사는 길이고, 크게는 전지구적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는 문화전쟁에서 한국이 고지 하나를 선점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한교수를 비롯한 바둑의 해외 보급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작년 10월 서울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한국아마바둑협회 주최로 제6회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한교수는 한국팀 단장이었다. 대회기간에 아마바둑협회 곽영필 회장(67-도화종합기술공사 회장)과 한교수가 만났다. 한교수는 해외 보급과 영어 교육을 강조했고, 곽회장은 "지금까지 들어본 얘기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라고 공감하면서 선뜻 교실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강좌는 서울 역삼역 부근 도화건물 별관에서 1주일에 2번 열린다. 한교수가 바둑영어, 그의 부인 박화서 교수가 영문법을 강의한다. 아직 덜 알려져 제1기 수강생은 25명. 바둑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인터넷 바둑사이트 종사자 외에 일반 직장인도 많다. 관심이 있다면 총무를 받고 있는 김선기씨(34-명지대 대학원, 018-335-1043)에게 연락하면 된다. 한교수의 연락처는 017-276-5878.

한교수는 얼마 전에 작고한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의 장남. 연세대를 나와 1970년대 중반 호주로 건너가 20여년을 살다 귀국했다.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했으며 호주바둑챔피언을 12번이나 차지해 세계아마대회에 호주 대표로 출전한 바 있으며, 호주바둑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양에서 한국인이 한 문화단체의 리더가 된 것은 한교수가 처음일 것이다. 바둑 말고도 잘 하는 것이 많다. 고교 시절에는 승마선수였는가 하면 사격-탁구-당구가 프로급이고, 호주 멜버른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해 무대에도 섰다. 시드니대학 시절 주변의 호주 교수들은 그를 '르네상스적인 인물'이라고 불렀다.

현재 한교수는 명지대와 경원대에서 바둑영어-북미지역연구-유럽지역연구를, 명지대 산업대학원에서 해외동포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전공이 여행. 매년 여름-겨울이면 짐을 꾸리는데, 보통 한달 예정의 여행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웬만한 도시는 뒷골목까지 꿰고 있다. 체력이 워낙 좋아 강행군을 거듭한다. 경비도 아주 적게 든다. 주로 유스호스텔에서 자거나 홈스테이를 하고, 먹는 것은 전기밥솥을 갖고 다니며 해 먹고, 차를 빌려 직접 몰고 다닌다. 재작년 여름 바둑학과 학생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했는데 2주일 동안 유럽 9개국, 15개 도시를 돌며 가는 곳마다 현지 바둑클럽 동호인들과 교류전을 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약 7000㎞를 달렸다. 매번 그런 식이다.

부인 박교수는 호주에서 이민성 공무원이었고, 귀국한 후에는 주한 호주대사관 이민관을 거쳐 명지대에 이민학 과정 개설을 건의, 주임교수로 있다. 이민학 교수로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다. 해외 이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강의와 원고청탁이 줄을 잇는 등 요즘 박교수는 유명인사 대열에 올라 있다. 한교수의 연세대 정외과 후배이기도 하다.

바둑평론가 이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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