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9

박찬승 보수와 진보







박찬승
4 June at 16:03 · 



-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 -

어제 밤 홍준표와 유시민의 토론 내용의 앞 부분을 잠시 보았는데, 보수와 진보가 각각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나왔다. 홍준표는 보수는 자유를, 진보를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했다. 유시민은 원론적으로는 이에 찬성했으나 과거 역사 속에서는 보수는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였고, 진보가 자유를 추구해왔던 것이 아닌가 하고 되물었다. 홍은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보수의 이승만은 공산주의 체제의 수립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고, 박정희도 역시 5.16 이후 미얀마와 같은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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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란 무엇일까. 그것은 사실은 반공국가 체제였다. 왜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은 반공국가 체제를 지향했을까. 그것은 사유재산권의 보장과 자유로운 행사가 그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승만 시대에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지주의 토지소유권의 보장(농지개혁 시의 유상몰수 유상분배 시행), 박정희 시대에 그의 지지자들인 자본가들에게는 국가에 의한 기업 활동 지원과 이권, 특권의 보장, 그리고 농민과 도시서민들에게는 빈곤 탈출이 가장 중요했다. 따라서 그들의 지향은 서양의 이른바 '자유주의'나 ‘자유민주주의’와는 그 성격이 크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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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자유주의는 시민계급의 형성 과정에서 나온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시민계급의 사유재산권뿐만 아니라 언론, 집회, 결사, 표현, 사상, 종교의 자유 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나 해방 이후 적어도 1960년대까지는 시민계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따라서 '개인주의'와 그에 기초한 '자유주의'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 당시 야당이나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창하였지만, 그들에게도 자유주의를 뒷받침하는 개인주의는 여전히 약하였다. 학생운동 진영의 경우에도 내부적으로 보면 개인주의나 자유주의보다는 집단주의와 가부장주의가 강하였다. 1960, 70년대 민주화운동의 중심 가치는 자유보다는 민주주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1980년대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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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에 기초한 자유주의가 대두한 것은 1990년대 이후가 아닐까 싶다. 1980년대의 경제호황 국면을 타고 중산층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고, 대학 졸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서구의 자유주의 사조가 본격 유입되면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도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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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이처럼 '자유'라는 가치, '자유주의'라는 이념에 대한 추구는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취약하였다. 다만 상대적으로 본다면 그래도 진보 쪽이 더 '자유'를 추구해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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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한국의 진보는 평등을 추구해왔을까.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진보에게는 제도적인 민주주의의 쟁취도 힘에 겨웠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평등에는 크게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 1980년대 들어 일부 청년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들어갔고, 80년대 말에 민주노총이 등장하기는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화운동 진영에게 '평등'의 가치는 여전히 뒷 순위였다. 그런 가운데 1997년 IMF 사태가 왔고, 이후 10년 동안 진보쪽 정권이 들어섰지만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한국 사회는 평등과는 거리가 먼 양극화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보면,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 진영을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 추구와 연결시켜 구분하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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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호 잘 읽었습니다 
반공과 자유지요
서구의 자유주의는 근대 역사의 투쟁의 산물인데 한국의 보수는 이런게 없지요 
서구의 자유주의는 사회주의가 등장하자 보수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또는 사회민주주의로 진화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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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수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보수적 정당(양당)체제, 선거에 의한 권력구성, 기업활동의 자유 등 미국식 정치문화를 핵심으로 한 이식된 '냉전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반공이데올로기로서 기능했고, .. 그래서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것도 (자유니 평등이니 이런 가치 보다는)냉전체제에 대한 태도가 기준이 아닌가요? 물론 현재 탈냉전이 진행되면서 지형이 다양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좀더 탈냉전이 구체화 되면 자유주의든 사회주의든 근대사상을 자원으로 한 새로운 모색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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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
5 June at 11:49 ·



-보수, 진보의 이분법을 넘어서-

어제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이 공감을 표시해주셨고, 또 여러 분께서 이에 대한 이견도 제시해주셨습니다. 이견 가운데에는 한국의 정당은 보수-진보 양당 체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보수 양당 체제가 아닌가,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이라기 보다는 사이비 보수 정당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국제적인 기준, 특히 서구 정당을 기준으로 해서 볼 때에는 한국의 주요 정당(자한당과 민주당)은 모두 보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진보 정당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정의당이나 민중당 등을 들어야 하겠지요. 또 자한당은 서구의 기준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라기보다는 극우정당에 가깝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것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또 서구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서구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것이 모든 나라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결국 우리는 한국적인 기준을 가지고 한국 정당들의 이념적 지향을 나누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한국의 정당들은 보수-중도-진보로 나누어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한국적 보수, 한국적 중도, 한국적 진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한당은 보수이지만 '반공'과 '반북', 재벌 중심의 경제를 옹호하면서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자꾸만 극우쪽으로 밀려가는 정당 같고, 민주당은 중도(중도 보수+중도 진보)로서 자유와 민주, 서민경제의 보호를 내세우는 리버럴 정당이지만 정책에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고, 정의당은 평등과 노동계층의 권익을 내세우면서도 대중적 진보 정당을 지향하지만 아직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아직 그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ㅠㅠ).

그동안 한국 정치는 냉전체제에 영향을 받아 보수가 거의 주도해오다시피 했지만, 냉전이 해체되어 가면서 보수는 점차 약화되고, 대신 중도가 점차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진보는 이제 막 힘을 키우기 시작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생략합니다.

그런데 위의 구분법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구분법이고,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상식적인 기준에 따라 구분해 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좋은 구분법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이제는 다원적인 구분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국 정치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치에 무지한 사람이 쓸 데 없이 페북 공간을 어지럽힌 것 같아 송구하기만 합니다.




101You, 정승국, Changhyun Jung and 98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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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Un Park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는 종래 동서양의 차이가 있지만 주로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관의 차이,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보는 관점 차이, 시장경제를 보는 관점 차이,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점 차이, 복지제도를 보는 관점 차이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잣대는 우리에게도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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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 그렇군요. 그런 기준으로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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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ung Yoon 자신의 오른쪽은 전부 우익,나의 왼쪽은 전부 좌익이랍니다. ^^모두 자기 자신이 기준인거죠. 문대통령 말씀처럼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우익이고 어떤 면에서는 좌익이기도 합니다. 다른사람이 저를 그 어느편에 세우면 내가 왜? 라고 의아해지고,우리 사회가 자꾸 넌 어느쪽이야?라고 묻고 그 어느쪽이어야만 되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에 반감이 큽니다.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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