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 범죄와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하워드 제어 (지은이) | 손진 (옮긴이) | KAP(Korea Anabaptist Press) | 2011-01-05 | 원제 Changing Lenses : A new focus for crime and justice
---
이 책에서 말하는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짓기, 가해자에 대한 응징, 피해자의 손해에 대한 보상의 현존하는 사법적 정의, 응보적 정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법정의 현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원고와 피고, 고소.고발인과 피의자 사이에 상호간의 공방의 과정을 거쳐 그 누군가 승자에게 손이 올라가고 나머지 한 당사자는 울분의 패배를 당한다. 그는 억울해서 또 항소심, 대법원 그것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간다. 거기서 현실적.최종적으로 결판이 난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건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에게는 종국적 평화가 오고 분쟁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차 있다.
이른바 ‘사법적 피해자’라고 하여 모든 법적 분쟁해결절차가 끝난 뒤에도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하여 끝없이 언론과 시민단체에 진정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의 나머지 삶에는 어둠의 그림지가 드리워지게 된다. 응보는 늘 원한을 남기고 심지어 그 응보적 정의를 이룬 사람조차 마음 한구석에 불만과 불안을 갖는다.
회복적 정의는 바로 이러한 경우 마음으로부터의 용서와 화해를 통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모두에게 만족을 준다. 외형적으로 보면 양보하는 형식일 수도 있고, 포기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만족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의 승리이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회복적 정의가 단지 종교인들의 손 안에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현실의 법정에서도 추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법조인들이나 사회운동가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
머리말
제I부 범죄 경험
제1장 에피소드
제2장 피해자
제3장 가해자
제4장 공통의 주제
제II부 정의 패러다임
제5장 응보적 정의
제6장 패러다임으로서의 정의
제III부 정의의 뿌리와 단서
제7장 공동체 정의: 역사적 대안
제8장 언약법: 성서적 대안
제9장 VORP: 실험의 장
제IV부 새로운 렌즈
제10장 회복적 렌즈
제11장 앞으로 우리는…
_맺으며
별첨 1 회복적 정의 척도
별첨 2 비전의 왜곡
별첨 3 그룹 스터디를 위한 토론주제
별첨 4 서클과 가족집단협의회의 교훈
-----
저자 : 하워드 제어 (Howard Zehr)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회복적 정의의 비판적 쟁점>,<회복적 정의 실현을 위한 사법의 이념과 실천>,<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
회복적 사법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피해자-가해자 회합 프로그램을 기획·주도하였고, 회복적 사법을 이론적으로 발전시킨 사람 중에 하나이다. 그의 저서인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원제 Changing Lenses: A New Focus for Crime and Justice, 2012년 KAP 출간)는 이 분야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Doing Life: Reflections of Men and Women Serving Life Sentences』와 『Transcending: Reflection ...
역자 : 손진
소개 : 경북대학교 법과대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회복적 사법에 관한 첫 번째 국제선언인 루뱅선언을 이끌어낸 벨기에 소재 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 법과대학의 Lode Walgrave 교수, Ivo Aertsen 교수와 함께 회복적 사법의 담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예탁결제원에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
추천사 1.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분쟁과 갈등, 원한과 복수의 종국적 해결책
나는 언젠가 미국 펜실바니아주에 있는 아미쉬 마을을 하루 구경한 적이 있다. 우주선이 달을 갔다오는 이런 시대에 아직도 19세기적 삶, 목가적 삶을 태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신기하고, 아름답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 이 아미쉬 마을에 우유배달을 하던 한 젊은이가 정신장애로 아미쉬의 한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그 생존가족이 법정에서 그 가해자를 용서한 사건을 다룬 책을 읽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인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가 신기했는지 미국에서도 이 책은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의문이 하워드 제어(Howard Zehr)가 쓴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이 책을 읽고 완전히 해소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짓기, 가해자에 대한 응징, 피해자의 손해에 대한 보상의 현존하는 사법적 정의, 응보적 정의를 넘어서는 것이다. 법정의 현실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원고와 피고, 고소.고발인과 피의자 사이에 상호간의 공방의 과정을 거쳐 그 누군가 승자에게 손이 올라가고 나머지 한 당사자는 울분의 패배를 당한다. 그는 억울해서 또 항소심, 대법원 그것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간다. 거기서 현실적.최종적으로 결판이 난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사건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에게는 종국적 평화가 오고 분쟁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차 있다. 나는 이른바 ‘사법적 피해자’라고 하여 모든 법적 분쟁해결절차가 끝난 뒤에도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하여 끝없이 언론과 시민단체에 진정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의 나머지 삶에는 어둠의 그림지가 드리워지게 된다. 응보는 늘 원한을 남기고 심지어 그 응보적 정의를 이룬 사람조차 마음 한구석에 불만과 불안을 갖는다.
회복적 정의는 바로 이러한 경우 마음으로부터의 용서와 화해를 통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 모두에게 만족을 준다. 외형적으로 보면 양보하는 형식일 수도 있고, 포기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만족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의 승리이기 마련이다. 나는 이 회복적 정의가 단지 종교인들의 손 안에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현실의 법정에서도 추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법조인들이나 사회운동가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젊은 시절 나는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압제자 로마에 대해 물리력과 저항을 통해 그 식민지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종국적으로는 로마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거꾸로 로마를 정복하기까지 하였다. 용서와 사랑의 힘은 한 인간을 변화시키고 사회와 역사를 바꾸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도 바뀌기를 바란다.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추천사 2.
어떤 분야의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를 표현할 때 우리는 '아버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형법의 아버지, 범죄학의 아버지, 모든 분야에는 그 분야의 아버지가 있다. “렌즈를 바꾸기(Changing Lenses)”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하워드 제어를 회복적 사법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형벌을 범죄에 대한 주된 대응수단으로 삼고, 범죄자에 대한 해악부과를 통해 사회적 비난을 표현하는 종래의 형사사법을 ‘응보적 사법(Retributive Justice)’이라고 부르며,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을 범죄에 대한 대응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타난 회복적 사법의 철학과 이념을 알게 되면 범죄문제에 대한 기존의 형사사법은 단순히 범죄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타난 회복적 사법의 새로운 사고패턴을 접하게 되면 범죄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램들을 고안할 수 있는 상상력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범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범죄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누가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범죄자, 범죄피해자 그리고 우리사회에 대해 우리가 무엇으로 응답해야 할 것인가? 라는 세가지 물음에 대해 답을 말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 준다. 그러기에 회복적 사법은 ‘강물같다’라고 말하고 있는 하워드 제어를 어떤 이들은 회복적 사법의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성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추천사 3.
2010년 5월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시작한 화해권고제도는 실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은 지는 승패가 아니라 가해소년과 피해소년 모두에게 진정한 사과와 화해가 가능하게 도와주는 이러한 제도의 이론적 근간이 되는 '회복적 사법'의 철학과 역사를 잘 정리한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사회에 소개되게 되어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써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확대될 화해권고제도에 참여하는 여러 위원들과 법조인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법제도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실질적 도움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김귀옥)
---
읽고 싶어요 (1)
읽고 있어요 (1)
읽었어요 (4)
100자평
총 : 0편
마이페이퍼 > 마이페이퍼
작성 유의사항
트위터 페이스북 현재 0 / 280byte (한글 140자 이내) 등록하기
총 : 3편
리뷰쓰기
회복적정의란 무엇인가 새창으로 보기
좋은이웃 ㅣ 2015-06-14 ㅣ 공감(0) ㅣ 댓글 (0)
징계나 응보적 정의보다 회복적 정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와 바로잡음으로 나아감, 가해자의 책임과 회복, 피해자의 안정을 도모한다.
공감 Thanksto 찜하기
현직 경찰관이 바라본 '회복적 정의' 새창으로 보기
아름다운세상 ㅣ 2011-02-07 ㅣ 공감(8) ㅣ 댓글 (0)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서울 지방경찰청 지하철 경찰대
정인태 경사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과 미래 주역인 청소년에게 정성을 다해 봉사하면,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변화되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나는 여청계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청소년 사건의 특성상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사건담당 경찰로서 고뇌와 자괴감을 번번히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가해자, 피해자를 막론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현재의 자화상을 보노라면 우리 사회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팠다.
간과해선 안될 사실은 단순히 법의 잣대로만 시시비비를 가리고, 기존 사법체계에 맞춰 가해자를 처벌하는 식으로 해결(?)하기에는 사건 이면에 놓인 가해-피해 당사자, 나아가 이들과 연결된 가족들이 지고 있는 '인생살이'라는 문제는 사건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법적 절차와 처벌위주의 기존 방식만으로는 실질적 의미에서 이들(가해자-피해자) 모두에게 궁극적 해결책을 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현재로선 이런 문제들에 기존 사법체계 이외에 달리 접근할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나로 하여금 경찰관으로서 자괴감에 더해, 더 큰 괴로움을 통감하게 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후반부 부록인 '한국에서의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 사례'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열정적으로 회복적 정의 운동을 이끌고 있으며 서울가정법원의 화해 권고위원이신 이재영 선생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취급중인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진행하면서, 지금과 같은 처벌중심으로 정의에 대한 접근방법이 아닌 피해자-가해자 사이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회복적 정의' 관점을 접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법대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던 문제들을 대화와 화해로 해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분명한 예가 이 책 한국 사례에 언급된 태민(324쪽 인물)이의 경우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태민이는 그저 가해자로서 법대로 처벌받으면 그만이었다. 반성은커녕 커서 조폭이 되겠노라고 버젓이 호언하고 다니던 비뚤어진 생각의 범죄자에게 기존의 사법체계에서는 처벌만이 능사였다. 그러나 태민이가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에 참석하여 피해자인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였고, 3년이 지난 후에는 조폭을 꿈꾸던 중학생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대학에 입학하여 군대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태민이 엄마의 밝은 목소리를 전해 들었다. 경찰관으로서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꼈던 절망과 아픔의 기억들이 모두 사라지는 듯 기뻤다.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자를 검거하여야 하고 또 처벌한 공로로 몇 계급을 승진한들, ‘내가 처리한 사건의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인생방향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만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경찰살이에 대한 자부심마저 생긴다.
경찰이 검거하고 단속하는 상징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교사와 같은 역할로의 변화를 꿈꾸던 나에게, 이 책은 그 꿈을 현실로 실현할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한다. 역사적 어원에 기초한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여, 단순히 처벌로만 그치는 현재의 우리 사법체계의 대안으로 회복적 정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피해자-가해자 화해 프로그램(VORP)이라는 실천적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 만한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거나, 참된 정의가 실현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당부한다. 이 책은 우리가 정의와 범죄, 사람에 대한 관점을 조금만 바꾼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이 실제로(태민이의 경우처럼)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것이다.
공감 Thanksto 찜하기
서평 새창으로 보기
김희경 ㅣ 2011-02-07 ㅣ 공감(7) ㅣ 댓글 (0)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애초 나 같은 놈이 만들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쌍놈의 새끼야, 돈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 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 신창원의 탈옥 후 고백 중에서
저는 지난해 잔인무도한 여중생 납치 살해 범죄자로 알려진 김길태씨의 중학생 시절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바 있습니다. 급우들과 장난을 치면서 찍은 듯한 그 사진 속의 김길태씨는 해맑게 웃을 줄 아는 선한 눈동자와 환한 입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환히 웃던 '순수한 아이'가 십 여년 뒤 어떻게 이런 극악한 '범죄자 어른'이 되었을까요.
잔인한 유아 성폭행, 집단적인 청소년 폭력, 친부모 살해 등 극단적인 범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 우리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오직 강력한 처벌만을 주장해 왔을 뿐, 정작 어떻게 하면 피해자들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가해자들의 재범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생략해 왔습니다. 즉 우리 사회가 대부분의 범죄를 다루는 방식은 당사자를 배제하고 격리하여 진정한 '회복'의 기회를 봉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범죄자 중심성과 징역 및 벌금이라는 형벌제도의 한계에 얽매여, 사건은 있으나 피해자는 잊혀지고 범죄자는 책임지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은 위와 같은 범죄와 형벌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출발합니다. 서구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형사 사법의 대안으로 자리잡은 이 프로그램은 “범죄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손상의 회복을 목적으로 함께 모여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문 조정자(Mediator)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직접적인 대화를 주선하고 촉진해, 가해자로 하여금 진정한 반성과 손상회복을 위한 방법을 스스로 강구하도록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사건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금전적 피해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당사자 및 관련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범죄의 악순환이 끊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회복적 정의 철학에 동의하여 현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라는 NGO에서 회복적 사법의 관점으로 평화적 분쟁해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법원의 화해권고위원으로서, 주로 청소년들의 범죄 및 학내 분쟁 사건을 회복적 방식으로 조정하는 전문 Mediator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일에서 지향하는 바는 범죄에 대한 일방적이고 응보적인 사법처리를 넘어, 당사자와 그들의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손상되었던 상처와 관계의 회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한 갈등이 중첩되고 확대 누적되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정작 그 갈등을 적절히 다루고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과 그에 관한 소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특히 학교 현장에 주목하는데, 학교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로서 일반 사회와 유사한 갈등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배움과 신뢰, 애정과 존경을 바탕으로 하는 특수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는 이러한 특성에 걸맞은 분쟁해결수단이 있어야 하고 그를 통해 학교 공동체 고유의 가치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그런 장치가 없다보니 많은 경우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수단으로 일반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사법 절차가 '차선으로' 혹은 '차악으로' 선택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소송 과정에서 대개 갈등은 더욱 증폭되며 결국 '학교'나 '교육'의 가치와는 상반되는 결과가 초래되어 해당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폭력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고와 분쟁이 사실 특수한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저는 이런 사례들을 회복적 관점으로 다루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일상적 평화를 위해 중요하고 현재의 갈등 해결만이 아니라 미래의 범죄율과 사회적 갈등비용을 낮추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은 단기적 성과가 나기 힘든 일이어서 활동하는 사람들로서는 숨을 길게 가지고 가야하는데, 한편으론 그만큼 장기적인 비전과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일례로 저는 청소년 범죄를 둘러싼 조정현장에서 특히 가해 학생이, 본인의 행동이 얼마나 상대학생 및 그 가족, 나아가 커뮤니티에 큰 손상을 입혔는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진심어린' 사과로써 '용서'를 받는 때에, 적절한 분쟁해결의 기회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감동과 확신을 느낍니다. 이처럼 범죄자, 특히 촉범 소년의 범죄를 우리사회가 좀 더 회복적인 방법으로 다루게 된다면, 이들이 진정한 반성과 화해의 기회를 갖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김길태씨와 같은 극단적 범죄가 사실은 청소년 시기의 작은 범죄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과정은 결코 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고 안전을 담보하는 일일 것입니다.
국내 아직 회복적 정의에 관한 연구와 사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환경에서, 그 철학과 모델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이 나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모쪼록 이 책을 읽은 분들이 내면의 용서와 화해를 경험하고, 나아가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을지 모를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우리 이웃으로 품어, 함께 '손상의 회복'을 돕고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거시적이고 관념적으로 느껴졌던 평화가, 사실은 소박한 일상과 주변으로부터 확산되는 것임을 경험하는, 작은 기적들이 많이 일어나고 전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 Thanksto 찜하기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