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北 파워 엘리트, 왜 고령인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北 파워 엘리트, 왜 고령인가?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지난 22일 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김성환 외교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만났다. 

남북 외교장관이 만난 건 지난 2008년 7월 이후 3년 만이다. 

김 장관은 “여든쯤 되셨다고 들었는데 아주 건강해 보이신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박 외상은 “건강은요 뭘”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박 외상은 1932년생으로 1953년생인 김 장관보다 무려 21살이나 많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회담을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김계관은 1992년부터 북미회담에 참여했으며1995년부터 차관급에 올라 북핵 회담 북측 대표로 활동해왔다. 

김 부상은 1943년생, 올해 68살로 알려져 있지만, 1938년생, 73살이라는 설도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의 두 관료는 다른 나라 같으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다. 

<인터뷰>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국장급까지는 은퇴라는 개념이 있지만 국장급 넘어가서 차관급, 장관급 이런 급에서는 은퇴가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종신제도로 하는 셈이죠. 북한에서는 국장급 이상은 대부분 보면 10년, 20년 있는 것이 보통 일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열었다. 

김정은 시대를 대비한 노동당 조직정비가 이뤄졌다. 

노동당에서 권력서열이 가장 높은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5명의 평균 연령은 76.2세였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1928년생, 최영림 내각총리가 1929년생으로 여든을 넘겼다. 

김정일 위원장과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1942년생으로 가장 젊었다. 

2011년 현재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후보위원 23명의 평균 연령은 76.5세이다. 

북한의 핵심실세인 노동당 비서 10명 가운데 출생년도가 불분명한 김평해와 태종수를 제외한 8명의 평균 나이는 71.3세이다. 

김정은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최고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 위원들의 평균 연령도 70세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황식 총리를 포함한 우리 내각의 평균 연령 58세에 비하면 북한의 파워엘리트들이 10살 이상 많다.

북한 파워엘리트들이 고령인 것은 1당, 1인 독재체제이기 때문이다. 

김일성 부자는 1945년 이래로 66년째 권력을 잡고 있다. 

대규모 파워엘리트 교체가 수반되는 권력교체가 체제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고령의 인물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서 엘리트의 순환이 자주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권력이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세습되는 과정에서 김일성의 엘리트가 김정일의 엘리트가 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가장 핵심적인 인사 기준은 최고 권력자와 당에 대한 충성심이다. 

충성심은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출신성분이 중요한 원칙으로 작동한다. 

출신성분에 따른 인사는 엘리트들에게 한 배를 탔다는 동지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대를 이어 충성하도록 만든다. 

<인터뷰>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과거에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느냐 누구의 아들이냐 이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김일성 가계 출신, 그리고 항일무장 투쟁을 했던 자손들, 또 6.25 전쟁, 북한에서 얘기하는 조국해방전쟁의 유자녀들, 이런 식으로 쭉 내려가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큰 혜택을 받고 인사에 있어서 아주 좋은 자리로 가는 것이죠."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는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람을 한번 쓰면 쉽게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자리를 보장했다. 

지난 해 11월 숨진 조명록의 사례는 이런 인사원칙을 잘 보여준다. 

조명록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노환으로 2008년부터 거동을 못했지만 숨질 때까지 핵심 요직 2자리를 모두 지켰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의 최고위층 엘리트들은 충성심과 능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결정적인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한 김정일은 그들을 죽을 때까지 데리고 같이 일을 하는 보수적인 인사 스타일을 보여 왔습니다." 

북한의 또 다른 엘리트 인사 원칙은 노장청의 조화이다.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을 원로인 노년층에게 맡기고 국장급 이하 실무책임자를 중장년층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혁명세대와 같은 사회원로를 우대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중장년층에게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준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노장청 조화의 원칙이라는 것은 북한의 노년층을 만족시키면서 또한 장년층이 노년층의 경험을 이어받을 수 있게끔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긴 안목을 가지고 청년층에서 후계자를 키움으로써 결국은 노년층 장년층 중년층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인사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사망 이듬 해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노장청 조화의 인사원칙을 천명했다. 

그는 혁명선배를 우대하는 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적 의리라고 강조했다. 

이 원칙에 따라 의전서열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많은 명예직이 만들어졌다. 

북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 부위원장 양형섭, 명예부위원장 김영주, 서기장 변영립과, 내각 총리 최영림, 국방위 부위원장 이용무, 오극렬 같은 인물들이 맡고 있는 자리는 모두 혁명원로에 대한 예우차원의 명예직이다. 

<인터뷰> 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충성심이 제일 크고, 정치적 안정이죠. 예컨대 젊은 사람이 들어와서 나도 정권에 계속 남아있으면 내가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라는 안심을 하게하고 이런 것을 통해서 정치적 안정. 세대교체를 하면서 권력을 이양하면서 계속해서 다음 정권에도 충성을 유도하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엘리트 인사에서 전문성을 매우 중시한다. 

웬만해선 자리 이동 없이 수십 년간 한 분야에서만 일하도록 한다. 

북미 대화 북측 대표를 20년째 맡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터뷰> 최진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 "우리 같은 경우는 공무원에 들어가면 고시를 패스해서 들어가면 순환보직이라고 해서 한자리에 1년, 2년 정도 있고 계속 여러 보직을 하는 것이 일상적인데 북한에서는 한 자리에 있으면 계속 있습니다. 그런 장점은 당연히 전문성은 보다 올라갈 수 있겠고 그 대신에 큰 넓은 범위를 일을 못한다는 것이죠." 

전문성을 중시하는 북한의 인사원칙은 대외 협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북한의 ‘벼랑끝 협상 전술’이 성과를 거둬온 것도 이런 인사원칙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일반적으로 우리에 비해서 정보력도 부족하고 그리고 국력도 약하지만 외교를 담당하는 엘리트가 한 분야에서 20년 30년 이상 종사해 왔기 때문에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서방의 전문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은 지난 해 당 대표자회를 통해 화려하게 등극했다.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와 우리 국정원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직까지 맡으며 빠른 속도로 권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북한에도 엘리트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당 대표자회를 통해 노동당 정치국에서 90(아흔)살이 넘은 김영주와 김철만이 물러나고 최룡해와 문경덕과 같은 신진세력이 진출했다. 

또 69살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오극렬과 김영춘 같은 쟁쟁한 군 원로를 모두 제치고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또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인 우동측은 1년만에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했다.

리영호, 우동측, 최룡해, 문경덕은 모두 김정은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권력 세습기를 맞아 최고 파워엘리트로 부상했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김정은의 나이가 워낙 젊기 때문에 과거의 노장청 조화 원칙은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미 북한 권력의 핵심 실세들은 60대 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70대나 80대나 북한의 정치에서 김정일 이후 북한의 정치에서는 보조적인 역할만 담당하거나 조기 퇴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김정은이 신임하는 인물의 경우 나이와 경험에 상관없이 고속 승진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정일-김정은 공동통치 시대를 맞은 북한에선 당분간 노장청 조화원칙과 발탁인사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파워엘리트들의 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20대 후반의 후계자가 제2인자로 부상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지도급 인사들이 10년이나 20년 젊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사단장의 나이라든가 기업소 지배인의 나이가 훨씬 젊어지고 이런 것들이 북한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긴 하겠지만 노년층과 장년층의 불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가 예고하고 있는 본격적인 파워엘리트 교체는, 권력암투와 세대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 체제를 흔드는 핵심요인이 될 수 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