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의 북한, 개방의 길 걷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의 북한, 개방의 길 걷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 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제 1비서가 만들었다는 모란봉 악단이 파격적인 공연 모습을 선보여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 역시 반복해서 외부와의 교류와 협력을 의미하는 ‘세계적 추세’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또다시 개혁과 개방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이 추진했던 개혁·개방 조치들과 또 실질적 개방을 위해 해결해야 할문제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만들었다는 모란봉 악단의 시범 연주회. 

2시간 가까운 공연은 말 그대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단원들은 마치 걸 그룹 같이 어깨와 다리를 드러낸 화려한 의상을 입고 율동과 함께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다. 

미국 대표적 상업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울려 퍼졌고, 화면 뒤에는 록키가 소련 권투선수 드라고를 때려눕히는 장면까지 나왔다. 

미키마우스와 푸우 등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다양한 캐릭터 인형들도 총출동해 흥을 돋웠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9일) : “공연의 주제와 구성으로부터 편곡, 악기 편성, 형상에 이르는 모든 음악 요소들을 기성 관리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특하게 창조했습니다.” 

김정은도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9일) : “음악 예술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구상과 의도를 높게 받들고...” 

미국 AP 통신까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모란봉 악단의 첫 공연. 

그 바탕에는 김정은의 ‘세계적 수준’이라는 표현이 자리 잡고 있다. 

김정은이 ‘세계적 수준’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4월 북한 당국이 공개한 김정은의 담화를 보면 내용이 분명해 진다. 

<녹취> 조선중앙TV (5월 9일) :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적인 추세 자료들, 다른 나라의 선진적이고 발전된 과학기술 자료들을 많이 보게 하고 대표단을 다른 나라에 보내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자료도 수입해오게 하여야 합니다.” 

김정은은 담화에서 국토관리와 환경보호 부문에서도 세계적 발전 추세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외부와의 교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자력갱생을 외치며 폐쇄적인 정치를 펼쳤던 김정일 위원장 시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의 ‘세계적 추세’에 대한 관심과 언급은 현지지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6일, 평양 양말 공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김정은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양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 6일) : “제품의 질을 높이며 소비자의 기호와 심리, 미감에 맞으면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양말의 색깔과 문양, 상표도안도 따라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달 초 유선종양연구소와 평양항공역사를 현지 지도할 때도 김정은은 ‘세계적 추세’에 맞는 변화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일찍이 유학생활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된 정책 노선을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스위스라든지 또 기타 나라에서의 본인이 청소년기의 어떤 경험들,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반영된 그런 표현이 아닌가...”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 “과거 김정일식 통치와 차별화되는 것들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게 결국은 경제 분야에서의 어떤 새로운 변화라는 거죠.” 

북한 정부가 외부와의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1년 12월, 북한 정부는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역을 첫 번째 ‘경제무역지대’로 선정했다. 

외국 투자자를 위한 관련법을 신설하고, 각종 특혜를 부여하는 등 파격적 조치가 잇따랐다. 

북한 당국이 이곳을 동북아시아의 무역과 금융, 관광 기지로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밝히면서 북한 주민들의 기대도 커졌다. 

<녹취> 나선 지역 상인 (1997년 11월 7일) : “우리 국가에도 이윤주고 우리 개인들도 조금씩 도움 받고 그래서 서로 이모저모로 다 좋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기대와 달리 나선지구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찾기 힘들었다. 

2002년까지 외국 기업이 나선지구에 투자한 금액은 1억 4천만 달러. 이마저도 삼분의 이는 중국 화교자본이었다. 

북한 당국이 목표로 세운 47억 달러의 3%도 안 되는 비참한 결과였다. 

또 혜택이 고위층에게만 집중된 반면 일반인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살림살이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인터뷰> 김영철(북한 무역업 종사/탈북자) : “당 윗 기관, 윗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기네가 이제 외국하고 교섭을 해가지고 자기네가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원천을 마련하는 그런 자유특구지대지 실제 따져놓고 보면... 일반 사람들에 대한 규제가 엄청 많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인민들한테 별 큰 효력이 없죠.” 

결국 북한의 첫 번째 경제 개방은 실패로 돌아갔다. 

외국 기업을 위한 정책과 기반 시설 등 모든 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실제적으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가지고 그 다음에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북한은 사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특구 개발의 필요, 필요성에 의해 강조는 했지만 이게 자칫 북한에 대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적극적 특구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고 그게 결국은 법이나 제도 그 다음에 인프라의 미비로 나타남으로써..” 

나선경제특구 선포 11년 뒤인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은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선포했다. 

시장경제를 도입해 고난의 행군으로 붕괴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개혁 경제 시스템이 거의 붕괴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에 암시장 이른바 지하 경제가, 지하 경제의 규모가 너무 커져버린 거죠. 그러면서 한번 개혁을 한번 시도해보자, 그래서 했던 게 7.1 경제관리 개선조치고...” 

시행 초기, 시장이 양성화 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혜택을 입기도 했다. 

<인터뷰> 김영철(북한 무역업 종사/탈북자) : “개인들이 그런 시장에 나가서 맘껏 자기가 사고팔고 할 수 있는 그런 개인의 시장 경제, 그런 시장을 만들었죠. 장사 밑천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장사할 수 있는 원천이 확보됐으니까 그나마 낫죠.” 

하지만 ‘7.1 경제조치’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저급한 외국 문물이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된다는 명분으로 북한 당국이 다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7.1 경제조치’가 실패한 근본적 이유로는 기득권 층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회·정치적으로 분위기가 흐트러졌고, 결국 체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북한 당국이 통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 “시장 경제의 어떤 확산을 시킬 수 있는 하나의 큰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7.1 경제 조치도 역시 마찬가지로 과감한 정책은 시행했지만 기존의 북한의 군부라든지 그 다음에 당에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 때문에 결국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급기야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 개혁을 단행해 시장 거래로 돈을 번 중소 상공인들을 통제하는 등 체제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번번이 실패로 끝났던 북한의 개방 정책은 김정은 후계 체제가 명확해 지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대외투자유치 창구인 북한의 ‘합영투자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 유치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외자 유치에 나섰다. 

북한은 ‘경제특구’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6월 10일) :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와 라선 경제무역지대 조중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대상 착공식들이 8일과 9일에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6월, 북중 합작인 황금평과 나선의 경제특구 착공식이 연이어 열렸다. 

중국의 동해 진출과 북한의 외화 획득이란 이해가 맞물리면서 황금평과 나선, 두 곳의 개발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황금평 경제특구를 위한 법령을 제정하는 등 경제특구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 역시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 “중국 입장에서는 나선 특구를 통해서 동해로 진출해야 되는 그런 절박함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황금평에 많은 인프라 비용을 들여가면서 투자를 해가지고 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들어갈 수 있는 어떤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이로 인한 대북 경제제제가 외국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여기에 북한 내부의 변화가 없다면 경제 성장을 이끌 경제 개방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 “개혁 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아주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는데 이 변화 과정에서 지금의 권력층들이 상당 부분 자기 이익을 잃어버릴, 자기의 기득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줄곧 인민 생활 개선과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며 개방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경제 개방이 북한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 “김정은 입장에서는 개혁 개방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은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도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아마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면적인 개방보다는 점진적인 개방, 그 다음에 어떤 특구를 중심으로 하는 거점식 개방 이런 것들을 먼저 시작하고 이게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을 때는 북한 전체로 확산해나가는 이런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