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북한 과학자 우대, 이유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북한 과학자 우대, 이유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에서 과학자들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과학자 우대정책이 부쩍 강화됐기 때문인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요즘 북한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과학자다. 

<녹취> “난 광명성 15호를 만들고 그것을 타고 우주로 올라가 과학을 연구하는 우주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녹취> "조선을 위하여 배우고 또 배워 나라의 과학기술 인재로 더욱 튼튼히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

그동안 북한에선 선망받는 직업으로 당간부나 군인, 교사 등이 꼽혔는데 최근 과학자를 희망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 제 1위원장은 눈에 띄게 과학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평양시에 은하과학자거리를 조성하고 과학자들을 위한 아파트와 편의시설을 지었다

<녹취> 조선중앙 TV(지난 9일) :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한없는 사랑과 세심한 지도 속에서 일떠선 은하과학자거리는 천여 세대에 달하는 21개호동의 다층살림집들, 학교, 병원, 탁아소, 유치원을 비롯한 공공건물들 16 개에..."

이 모든 것이 김일성종합대학에 근무하는 과학자들을 위한 건물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가구, 벽지까지 하나하나 다 살피며 과학자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녹취> 리치순( 과학자) : "전기 난방하게 돼 있지, 저기 서재라는 것도 따로 있지. 야, 이거 내가 이런 희한한 집, 궁궐 같은 집에서 살만한 일을 내가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가 이거 경애하는 원수님 크나큰 배려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

과학자 우대 정책의 영향으로 몇 년 전과 비교해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1990년 대 후반부터 과학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급격히 내려갔었다고 한다. 

심각한 경제난에 배급망이 무너지면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퍼지고 과학자는 생계유지에 도움이 안 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2000년 대 초반만 해도, 북한 최고의 대학이라는 김일성대학에 근무하던 과학자들조차 집이 없어 낡은 학생 기숙사를 고쳐 주택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집권 초반부터 과학자들의 대한 혜택을 대폭 늘렸다.

북한 전역에 과학자들을 위한 시설들이 늘어나고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4월엔 평양에 과학자 전용 쇼핑몰인 미래 상점이 문을 열기도 했다 

<인터뷰> 신계홍(국가과학원 건설건재분원장) : "오늘 이렇게 와보니까 정말 놀랍습니다. 이 미래 상점의 명칭에는 과학기술 발전에 조국의 강성번영이 있다는 숭고한 뜻이 빛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성공은 과학자들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 

당시 북한당국은 과학자들을 평양으로 초대해 연회를 열고 북한 주민의 최대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 

이들이 평양을 찾은 모습은 실시간로 전국에 중계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2월) :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수도 평양의 창전거리입니다. 오늘 평양에 도착한 제3차 지하 핵실험 성공에 공헌한 과학자, 기술자, 일꾼들이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3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과학기술 발전을 언급했다.

<녹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지난 1월) :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아야 하겠습니다."

과학 기술과 경제 발전을 연관시킨 것이다. 특히 생산 현장에서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 CNC 즉 컴퓨터로 수치 제어하는 자동화 기계의 개발 성과들이 공개되고 있다 . 

<인터뷰> 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과학 기술을 강조합니다. 인문 사회 과학보다는 과학 쪽에 방점을 두는 것이죠. 사회주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하는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과학기술은 물리학 화학과 같은 기초과학과 생산능력을 높이는 기술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지금 북한에서 중시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기술이다.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이 원천기술을 만들어내긴 어렵지만 지금 북한의 처지에서 생산력 증대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강호제(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 "현대 사회가 과학 기술 중심의 사회이니까 북한도 마찬가지인데 혁신은 과학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니까. 그래서 살길을 마련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에서는 과학 기술이라고 하면, 조금 더 달리 얘기를 하면 생산이죠. 생산을 늘리고 바꾸고 확장시키고 하는 모든 방도를, 방도를 과학 기술에서 찾죠."

이런 이유 때문에 이공계 학문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생산하는 생산력 증대 차원의 기술을 중시한다. 최근 북한에선 과학기술에 철저히 의거하고 과학기술 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나라가 번영하고 부응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그렇긴 하지만 사실 북한도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시대부터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김일성은 북한 정권을 수립하기 전부터 과학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출신 국적 등을 막론하고 인재들을 등용할 것을 지시했다 

<녹취> 류순렬(공훈과학자) :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고전적인 노작 ‘현 시기 과학자, 기술자들의 임무에 대하여’를 발표하시면서 나라의 과학기술 인재를 많이 키워낼 데 대해서 명철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양한 인재들을 양성해 과학 발전의 토대를 기초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1960년대에 들어선 군사력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 과학 기술도 국방과학이 강조된다. 

그런 흐름 속에 국방과학원도 설립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일반 과학기술계는 침체기를 겪게 된다. 

김정일 시대에 들어와서는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정일은 1980년 대, 공식 후계자였던 시기부터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녹취> 조선중앙TV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나라의 과학 기술을 하루빨리 세계 선진 수준에 올려 세워 사회주의 위업을 옹호 고수하고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더욱 빛 내이기 위한...."

하지만 이런 노력에 제동이 걸린다. 1990년 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경제난이 과학정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00년 대 들어서야 국방과학기술을 경공업과 농업과 연관해 발전시킨다는 전략이 마련된다. 

컴퓨터 수치 제어기계의 모체가 되는 공작기계도 이 시점에 등장한다. 

<녹취> 조선중앙TV : "온 나라에 CNC 공작 기계들이 수많이 태어나게 된 것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벌써 오늘을 내다보시고 씨앗을 뿌리고 가꾸신 결실입니다."

<인터뷰> 강호제(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일은 과학을 알고 그 사람들을 리드한, 그래서 포인트를 짚어주고 전략적 방침을 내릴 수 있는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고 저는 평가를 합니다. 그래서 한 2~30년 쭉 이끌어낸 그 결과물이 군수에서는 이제 인공위성 발사,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거고요. 그 다음에 핵, 자체적으로 만든, 또 10위 안에 드는 그 기술력을 갖췄고요. 민수에서는 이제 기계 공업이 발달했죠."

이런 흐름은 김정은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만 김정은은 상대적으로 과학자처우개선에 더 힘을 쓰고 이를 적극 선전함으로써 정권차원에서 과학자를 우대하고 있음을 더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 진흥정책은 공장자동화 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분기별로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 과학기술 전람회에선 생산량 증대를 위한 기계나 자동화 장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인터뷰> 김현철(청년동맹중앙위원회 과장) : "이번 전시회의 특징을 본다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청년들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비상히 높아지고 우리 경제를 기술 집약형으로 발전시키는데 이바지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연구 성과들이 수많이 출품된 것입니다"

<인터뷰> 강호제(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 : "나오는 걸 잘 보면 이름은 소프트웨어 경진 대회 이렇게 나오는데 대부분은 공장, 생산 현장에서의 자동화, 생산 현장의 현대화 이런 명목으로 분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그쪽을 겨냥하는 거죠. 최근에 흐름은 생산 현장 변화를 과학 기술 쪽에서 리드해주고 지원을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그러나 국제적 고립상태에서 독자적인 과학기술 발전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뷰> 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 "북한 입장에서는 2차 산업이 거의 없잖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3차 산업 또는 4차 산업까지도 염두해 두고 앞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서 매진하겠다는 그런 생각인데 다만 이러한 것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시 발달된 자본주의 기술이랄까, 그런 것들이 도입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죠.그래서 어쨌든 간에 남북 관계를 포함해서 중국이라든가 나아가서 일본, 미국, 선진 국가들과 교류 협력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이 과학 기술 발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국가 주도로 자본을 집중해 선진기술을 이전받고 선진국을 모방한 뒤 마침내 선진국을 추월하는 것이 동아시아 국가의 성장모델이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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