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北 정보 통신, 개혁·개방 이끌 수 있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北 정보 통신, 개혁·개방 이끌 수 있나?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주민 12명 가운데 1명꼴로, 줄잡아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평양에서는 전국 체신일꾼대회가 10년 만에 열리는 등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에 더욱 채찍을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의 보급이 북한 시장경제의 흐름을 바꿔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 든 정보 통신이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 수 있을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평양에서는 10년 만에 전국체신일꾼대회가 열렸다. 

북한 당국이 체신 분야의 일꾼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전국체신일꾼대회가 1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습니다."

대회에 참석한 박봉주 내각 총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했다. 

<녹취> 박봉주(내각 총리) : "체신 부문에서는 그 어떤 정황 속에서도 당의 영도 통신을 최상위 수준에서 보장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토론회에선 나라의 체신산업을 하루빨리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체신의 범주는 편지 소포 등의 배달뿐만 아니라 유. 무선전화 인트라넷 등 정보통신 전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데 이 모든 것을 체신성에서 관리한다. 

<녹취>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탈북자) : "처음에는 이제 우편 관련한 업무를 보게 되었고 그리고 전화가 연결하는 업무를 보게 되는데 그게 곧 이제 전화 업무가 확산되다 보니까 개인 간에 그런 개인 전화도 광양하게 됐고 또 인터넷이 이제 연결되다보니까 광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그러다 보니까 인터넷도 지금 업무를 보게 되었고..."

북한 내각에 소속된 체신성은 외국과의 통신도 담당하는데 북한 발 사이버테러가 있을 때마다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과 2011년 디도스 공격 때도 사이버테러 근원지로 북한 체신성의 아이피 주소가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의 해커 부대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신성의 역할과 그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녹취>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에서 외국과의 이동 통신이나 인터넷을 하려고 하면 체신성 산하에 있는 조선 체신 회사의 아이피를 할당 받아야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일반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할 때 조선 체신 회사의 아이피를 할당을 받아서 이뤄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외국과의 통신이나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은 체신성 산하의 조선체신회사로, 북한 내부에서 통신을 사용 할 경우 무조건 체신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체신성은 북한 경제 산업에도 전반적으로 관련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이집트 오라스콤과의 합작으로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08년) : "조선 체신회사와 이집트 오라스콤 전기통신회사사이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발전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체신성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의 체신 분야 발전은 김정일 위원장 시대부터 강조됐다. 

김정일은 체신 분야의 낡은 틀과 재래식 기술들을 현대화 흐름에 맞춰 혁신적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녹취> 김영덕(체신관리국 기사장)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일찍이 체신의 현대화는 곧 통신, 방송 설비와 운영 수단의 현대화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김정일은 1993년 8월 25일 당시 전국체신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체신의 현대화를 더욱 힘 있게 다그치자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는데 이 서한은 체신 관련 분야의 경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녹취> 신승현(체신부 처장/1993년) : "경애하는 장군님의 이 역사적인 서한은 사회주의 체신에 관한 사상과 이론을 집대성하고 사회주의 체신 건설에서 나서는 실천적 문제들의 과학적인 해답을 준 강령적 문헌입니다."

이후 2003년 그리고 올해까지, 10년 주기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체신 분야 관련 인재들을 모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정일의 이런 노력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북한의 이동통신망과 컴퓨터 통신망을 조기에 완공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녹취> 리순일(평안남도 체신관리국원) : "지난 시기에는 전신 전화로 운송 시간만 나르던 것을 오늘날에 와서는 운송은 초보적인 것으로 되어 있고 자료, 화상,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정보통신의 수단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신 전화의 발전 면모는 나라의 발전수준 문명정도를 표현하는 기본 척도로 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체신 분야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가장 두드러진 것은 북한 이동통신의 변화다. 

북한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녹취> 단막극 ‘철이 아버지였군요’ 중 : "참 내게 그 선생님 손전화번호가 있어요. 그렇소? 아 이 손전화는 참 편리하거든..."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으로는 200만 명. 

북한 주민 12명당 1명꼴로 휴대전화를 소지한 셈이다. 

일각에선 휴대전화 소지자가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녹취> 평양시민 : "설날에 북쪽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손전화로 세배 보내고 그 다음에 지방에 있는 동무들한테 우편, 단문, 통보문도 보내고..."

휴대전화 가입자는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주로 분포해 있는데 대부분 중국산 단말기를 사용한다. 

단말기 가격은 평균 150달러이며 최신형 스마트폰은 4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 일반 주민의 한 달 급여가 4천 원 정도 되는데 암시장에서 1달러가 북한 돈 5천원으로 거래된다고 하니 일반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기엔 부담스런 가격이다. 

<녹취>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탈북자) : "원래 북한에서 휴대폰 한 대 가격이 처음에는 1000불에서부터 시작해가지고 700불, 600불 떨어지고 500불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그게 거의 100불 정도로 한 대 가격이, 물론 이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100불 정도면 휴대폰을 구입하고 기본요금이 분기별로 2800원, 북한 돈으로 2800원 정도 요금을 물게 되면 달에 월 별로 한 200분 통화량이 된답니다."

금전적인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북한 젊은 층으로부터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3세대 통신 이른바 3G망 이용으로 휴대전화로 신문을 보거나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녹취> 조선중앙TV : "3세대 이동 통신 봉사가 시작됨으로써 정보 산업 시대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통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3세대 이동 통신 봉사가 시작됨으로써 조국 인민들의 생활은 더욱 다채롭고 윤택해 질 것입니다."

휴대전화의 보급은북한 시장경제의 흐름을 뒤바꿔 놓았다. 

쌀이나 생필품 등의 가격을 지역별로 비교하고 상인들끼리 교환해 물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주민들도 어느 시장에 가면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생활 전반에서 도움을 받게 됐다. 

<녹취>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아무래도 휴대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계층이라고 한다면 역시 상업적인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어떤 계획 경제보다는 시장 경제 쪽이 활성화되는 그런 시장 경제, 시장을 활성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외부 소식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인접 국경 지역에서 퍼진 소문이 휴대전화를 통해 한두 시간 뒤면 평양에 전파된다고 한다.

<녹취>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탈북자) :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 핵 관련한 무슨 발표를 하고 핵실험을 했다. 그러면 그에 대한 조치가 어떤 것이 취해지는지도 북한 주민들 속에서 유엔의 조치가 취해졌다, 오전에 발표하면 오후에 북한 주민들 속에서 유엔이 제재 결의 발표했다고 이렇게 입소문이 퍼질 정도로 굉장히 속도가 빠릅니다."

체제 안정을 위해 외부 세계의 소식과 주민들과의 차단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북한이 이토록 정보 통신 분야에 공을 들이고 혁신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통해 산업을 일으키기엔 자원과 재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 기간에 경제를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통신 분야를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분야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이 중요한데, 높은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자유치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미 오라스콤과의 합작으로 외국 기업들이 안정적인 통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북한의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길도 열렸기 때문이다. 

<녹취>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지금 IT 인력이 약 3만 여명이 양성이 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인력들을 대거 중국이나 해외에 지금 파견해가지고 외화 벌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만 하더라도 북한의 IT 인력이 약 5천여 명이 파견이 되어가지고 실제적으로 연간 벌어들이는 외화만 하더라도 약 1억 달러 정도 될 정도로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에서 중요한 게 이 정보 통신 분야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또 더 이상 국제적인 흐름에 뒤쳐져 있지 않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북한이 세계적 흐름에 맞춘 변화를 통한 개혁 개방에 얼마나 더 나설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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