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3

알라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알라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은이)해냄2020-03-06

책소개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김누리 교수 화제의 명강의.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 책이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독일 2부작’ 강연부터 인기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강력 추천 에피소드까지, 많은 이들에게 놀랄 만한 통찰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김누리 교수의 비판적 분석과 전망을 보충 정리하여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특히 저자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을 낱낱이 비춰 보고자 했다. 독일은 우리와 전쟁과 분단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고, 통일 후의 인구 규모가 유사하며, 철저한 과거청산과 사회 복지, 경제 성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 국가로서 의미가 크다.
목차
들어가는 말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프롤로그 병든 사회에서 거울 보기

제1장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1 우리의 혁명은 도착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1등 선진국, 대한민국│얼마나 위대한지, 얼마나 취약한지│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
2 빼앗긴 주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조교도 총장을 할 수 있는 대학 │노사공동결정제, 독일 경제 성장의 비밀│‘이름 대 이름’이 의미하는 것│새로운 삶을 위한 도발
3 68혁명,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하다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다│세계를 뒤엎은 68혁명│과거청산과 교양 사회│아우슈비츠와 비판 교육│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정치


제2장 대한민국의 거대한 구멍
1 왜 한국에만 68혁명이 없었는가 ‘서울의 봄’이 오지 않은 이유│68혁명의 빈자리를 연구하다│베트남전 파병의 시작과 끝│1968년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다
2 위대하고 위태로운 86세대 이 땅의 86세대는 누구인가│86세대의 성취와 한계│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위험한 착각
3 경쟁의 덫에 걸린 한국 교육 인권 감수성과 소비 감수성의 부재│성에 대한 죄책감은 민주주의의 적이다│원샷 사회와 텐샷 사회
4 자기착취와 소외에 병들어가다 내 안의 노예 감독관│수단에 잡아먹히다│단단한 성(性)의 장벽


제3장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1 시대착오적인 헬조선의 자화상 ‘큰 나라’ 대한민국│사람들이 자꾸만 뛰어내린다│유례없는 불평등 사회│우울한 아이와 노동 기계 어른│학벌, 새로운 계급의 탄생
2 야수가 활개 치는 사회 여의도가 수상하다│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야수 자본주의
3 정권 교체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보수 대 진보’라는 거짓말│기만적인 기득권 싸움│수구-보수 과두지배는 어떻게 가능했나
4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작은 미국’, 대한민국│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제4장 우리는 함께 웃을 것이다
1 독일 통일에 대한 오해와 진실 평화가 시급하다│동에서 온 독일 통일│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빠른 통일을 원하다│동독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통일의 날’│통일 비용은 손해가 아니다│동독을 보는 서독, 서독을 보는 한국
2 남과 북, 다치지 않고 손잡는 법 감히 ‘통일’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남한과 북한, 두 병자가 만나다│서로의 생각과 이력을 존중하기
3 성숙하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위하여 한반도의 정치적 미래는 북한 주민의 손에│단호하게 평화를 요구할 것

에필로그 거울 앞에서 당당하기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우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지요.
우리가 민주주의자가 아닌데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지? 하는 물음인 셈입니다. 얼마 전 이런 의미에서 한 신문에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광화문에 모여서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이 집에 가서는 완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요, 다음 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쥐 잡듯이 들볶는 권위주의적 교사요, 혹은 회사에 가서는 갑질을 일삼는 상사라면, 민주주의는 어디서 하지요?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일상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일상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_ <1-1 우리의 혁명은 도착하지 않았다> 중에서  접기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지 못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86세대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입니다. 86세대가 자신들의 도덕적 결단에 의해서, 또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만큼 진전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보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들과 대결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상대는 언제나 외세에 기대어 기회주의적으로 사적인 이익만을 탐하는 수구 보수들이었습니다. 도덕적 하자가 너무나도 분명한 수구 보수 세력하고만 경쟁해 왔기 때문에 항상 도덕적으로 우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_ <2-2 위대하고 위태로운 86세대> 중에서  접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독일에서는 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정치교육으로 본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교육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약한 자아”라고 했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민주주의가 취약할까 고민하던 시기에 아도르노의 에세이에서 본 이 말은 저에게 개안의 충격을 주었지요.
이 말이 옳다면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민주주의를 하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강한 자아를 가진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 말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왜 취약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과연 얼마나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까요?
_ <2-3 경쟁의 덫에 걸린 한국 교육> 중에서  접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300명가량의 국회의원 중에서 290명 정도는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comy)를 지지하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국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들 중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반대하는 정당은 정의당 정도입니다. 다른 정당들은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극단적인 의회 구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의원이 우리처럼 98퍼센트에 달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자유시장경제의 낙원이라는 미국도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자유시장경제가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_ <3-2 야수가 활개 치는 사회> 중에서  접기
이번에 다시 정권이 교체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나아졌나요? 불평등, 실업, 비정규직, 재벌개혁, 교육개혁 등 여러 가지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이 무엇 하나 제대로 개혁된 것이 있습니까?
이제야 국민들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정권 교체 문제가 아니구나. 한국 사회에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구나’라고 말이지요. 문제는 바로 한국의 정치 구도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지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기민당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실행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진보라고 불리는 민주당조차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상황이 한국이 헬조선으로 빠져드는 이유를 선연하게 설명해 줍니다.
_ <3-3 정권 교체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중에서  접기
우리는 통일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의 통일이란 지난 100년 동안 있었던 다양한 사회주의의 실험 중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와, 지난 세기의 수많은 자본주의 사례 중에서 가장 약탈적인 자본주의 국가가 합쳐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통일은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는 두 국가가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두 국가가 병을 앓고 있으면 먼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결혼식장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는 것이 순리겠지요. 결혼한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이 자신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권위주의적 사회주의를 민주화하고, 동시에 남한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인간화하는 것이 통일의 사회적 실체가 되어야 합니다.
_ <4-2 남과 북, 다치지 않고 손잡는 법> 중에서  접기
김누리교수,차이나는클라스,우리의불행은당연하지않습니다 - olive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꼭 지옥의 구성 목록처럼 느껴져 섬뜩합니다. - gaudium
˝독일은 우리에게 ‘요술 거울(Zerrspiegel)‘입니다.˝
아마도 그런 거울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거울은 거울인데그 앞에 서면 내 모습이 마구 일그러지는 거울 말입니다. 독일은우리에게 그런 ‘요술 거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요술 거울은 제대로 된 모습을 일그러뜨려서 비추지만, 이 거울은 그렇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비춰줄 뿐인데 일그러져 보이는 거지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거울이라는 의미입니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사는사회는 일상이 영위되는 공간, 존재가 귀속되어 있는 세계이기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우리 사회를 냉정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매우어렵습니다. 하지만 독일이라는 거울 앞에 우리를 세워놓고 보면, 거리를 두고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의 방식이 뭔가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하고 이상한 모습 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를 낯설게 대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접기 - gaudium
사실 시위‘라는 것은 본래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를 뜻하는 영어 데몬스트레이션(demonstration)‘이라는 말 자체가 자신을 드러낸다는 뜻인데, 자신을 감추는 시위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사실 시위의 부정, 즉 반시위입니다. 이러한 반시위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두려움입니다.
한국인들은 정치의 광장에서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맞서 자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는 공개적으로불의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정치의 민주화는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일상의 민주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얘깁니다.  접기 - gau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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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누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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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렬한 성찰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깊이 고민해 왔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세 차례 강의와 ‘2020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뿌리 깊은 ‘한국형 불행’의 근원을 제시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중앙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독일유럽학과 교수이다. 한국독어 독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귄터 그라스의 문 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3년 중앙대 독일연구소가 도쿄대, 베이징대에 이어 아시아에 서 세 번째로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독일유럽연구센터’로 선 정되었고, 현재 이 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알레고리와 역사: 귄터 그라스의 문학과 사상』등을 썼고, ‘통일독일을 말한다’ 3부작(『머릿속의 장벽』『변화를 통한 접근』『나의 통일 이야기』)을 비롯하여 『통일독일의 문화변동』『독자로서의 문화철학자』『코로나 사피엔스 1・2』『인권, 세계를 이해하다』 등을 공저했다. 헤르만 헤세의『황야의 이리』, 게르하르트 슈뢰더의『아직도 시간은 있다』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코로나 사피엔스> … 총 2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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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판단하는 내가 좋다>,<생각하는 내가 좋다>,<관찰하는 내가 좋다>등 총 621종
대표분야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3위 (브랜드 지수 1,196,052점), 교육학 9위 (브랜드 지수 125,632점), 청소년 인문/사회 12위 (브랜드 지수 53,752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김누리 교수 화제의 명강의
과거청산, 복지와 통일의 나라 독일에서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을 보다

광장을 촛불로 물들여도, 정권을 교체해도
우리의 현실이 제자리걸음인 이유
기만적인 정치 지형부터 경제, 교육, 분단체제까지
거대한 늪에 빠진‘한국형 불행’의 근원을 파헤친다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2018년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에 아들을 잃은 故 김용균 씨 어머니의 이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은 이제 국민소득 3만 불대에 진입할 만큼 부유해졌고 민주적인 촛불 혁명을 통해 정권도 교체했지만 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할까?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이자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가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독일 2부작’ 강연부터 인기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강력 추천 에피소드까지, 많은 이들에게 놀랄 만한 통찰과 충격을 안겨주었던 김누리 교수의 비판적 분석과 전망을 보충 정리하여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특히 저자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을 낱낱이 비춰 보고자 했다. 독일은 우리와 전쟁과 분단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고, 통일 후의 인구 규모가 유사하며, 철저한 과거청산과 사회 복지, 경제 성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 국가로서 의미가 크다.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자는 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무상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가 자리 잡은 문화를 독일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문제를 ‘상식적으로’ 해결하는 독일을 지켜보며 자신이,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사회 시스템이 ‘이상하다’는 점을 느낀 저자는 두 나라의 역사와 교육․정치․사회․문화를 꼼꼼히 살펴보며 그 비정상성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는 한국이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와 출산율 최하위라는 기록을 세우고 심각한 불평등 사회가 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서 찾는다. 먼저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가 68혁명을 통해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사회적으로 구현해 갈 때 한국은 박정희의 독재 아래 더 큰 억압 속으로 빠져 들어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났음을 지적한다. 이어서 현재 우리의 정치 지형이 진보와 보수라는 대립구조를 띠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독일의 보수 정치인이 한국에 오면 극좌파로 몰릴 정도로 우경화되어 있는 실상을 비판한다. 국회의원 중 96퍼센트 이상이 자유시장경제를 옹호는 구조 속에 개인들의 자기착취와 소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며, 이 모든 기저에는 수구세력의 존립 명분을 제공하고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분단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 시스템과 경제 구조 등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우리의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더 늦기 전에 한국의 86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한 제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복지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촛불혁명을 이뤄낼 정도로 정치의식 높은 한국인들이 어떻게 이런 체제를 용인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독일 사회학자의 물음 앞에 말문이 막혀버린 저자의 뼈아픈 성찰은 한국의 위선적인 두 얼굴을 바로 보게 한다. 우리의 현실은 달라질 수 있을까? 저자는 전쟁과 분단을 딛고 일어선 독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의미한 대답들을 전한다. ‘헬조선’을 둘러싼 논의는 그동안에도 많았다. 그러나 30여 년간 독일 사회를 연구하며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근원적으로 성찰해 온 인문학자의 새로운 관점과 통렬한 비판은, 우리 안에 갇혀 지엽적인 정쟁만을 일삼았던 행태를 반성하게 한다. 나아가 우리가 가진 탁월한 잠재력을 발휘하여 상식이 통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근본적인 변혁을 위한 상상력과 방향성을 일깨워줄 것이다. 접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내가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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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선언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이 문구를 우리는 다만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 있는 이 조항은 그저 수사적인 헌법 조항으로만 머물러 있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제출된 이래 수차례 무산됐던 것으로도 모자라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심사기간이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폐기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미개한 나라에 살고 있다. 아무도 평등을 실천하지 않으면서(혹은 실천하려는 의지마저 없으면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을 주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이자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가 파헤친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사실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톺아봄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독일처럼 '상식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책에 담겨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지형을 가진 나라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권력을 분점해 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오늘날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 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p.182)

 

책에서 저자는 촛불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최선봉에 선 대한민국의 실상을,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심각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서 찾고 있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창했던 68혁명이 전 세계를 뒤흔들며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노정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상식적으로' 해결해가는 동안 박정희 독재 정권의 억압 속에 있던 대한민국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사실 박정희라는 인물이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와 만나게 됩니다. 지역감정도 박정희가 만든 작품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지역감정이 없었습니다. 윤보선과 박정희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박정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곳이 호남 지역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정희가 '농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윤보선은 명문 양반 가문 출신이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p.93)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자는 독일 사회에 뿌리내린 민주적 질서(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이 무상인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를 부러워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 타국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모국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독일과 대한민국의 역사와 교육ㆍ정치ㆍ사회ㆍ문화를 꼼꼼히 비교하며 그 원인을 하나씩 밝혀낸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갈등이 생기면 수구 세력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들은 정말 터무니없이 낡고 시대착오적인 냉전 논리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댑니다. 그러면 민주개혁 세력은 그것이 두려워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 수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도 수십 년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관행을 끝낼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p.253~p.254)

 

지금은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정권 초기였던 2008년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접했을 당시 "오바마는 시카고의 자동차 업계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에 태운 채 체면 없이 골프 카트를 운전하기도 했던 그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모든 국가 권력을 동원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추앙하거나 지지하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민주적인 환경 속에 처해 있는가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보수라고 말한다. 소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수구에 속하는 극우 세력이라고 본다. 그들 간에는 대부분의 정책이 비슷하거나 같고, 다만 대북 통일정책에서만 다르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런 까닭에 어느 날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어느 정치인이 민주당 당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민주당 당대표였던 자가 국민의힘 화합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념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사적 이익과 정치적 욕망만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차별금지에는 반대하는 해괴한 현상, 인권을 말하면서도 주 120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어느 대선 후보,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덮어두고 두 나라의 미래만 걱정하는 현실, 권위를 내세우면서 수평적 관계를 말하는 본말전도의 논리, 평등한 교육을 말하면서도 반값 등록금에는 인색한 정치권, 상위 2%의 국민을 위해 종부세를 없애겠다는 어느 언론과 정치인들. 우리는 이러한 비민주적인 잔재 속에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있다. 저자 역시 이와 같은 답답한 현실을 높디높은 벽으로 인식하였을 터,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수구 세력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비민주적인 환경을 지속하며 민주적 정권교체만 바라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꼼쥐 2021-11-27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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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책 읽기도 북플에 리뷰 쓰는 것도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타자 치는게 매우 어색하다. 한달에 한권 읽을까 말까 하는 듯 ㅜㅜ 읽은 책 목록에서 리뷰를 쓰지 않은 책들이라도 하나하나 숙제하는 기분으로 감상을 남겨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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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에 독일에 잠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설레임이 컸다. 첫 여행지로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공학도를 꿈꿨고, 내게 독일은 과학과 공학의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꿈에서 백억 광년 멀어진 지금, 독일은 내게 어떤 나라일까? 책을 읽고 독일에 대한 관심이 다시 +1 되었다.

그 동안 독일이 분단되었다가 통일되었던 건 크게 생각치 않았는데, 책에서 독일 통일의 과정을 다시 짚어줬던 부분이 흥미로웠다. 물론 우리나라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들만 독일에 빗대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얘기만 나오는 것도 같지만....



글쓴이는 독일 통일 과정 뿐만 아니라 사회모습이나 (빠뜨릴 수 없는)교육 이야기들도 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제목처럼 우리이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기왕 사는 것 좀더 서로를 아끼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책 머릿말에서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을 풀어쓴 강연록인 것을 알게 되었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 당연히 해당 방송도 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나면 한번 방송도 시청해보고 싶어졌다.



+여담으로 책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목 서체도 그렇고... 책 표지 그림은 왜 저런 그림인지 이해가지 않음...;;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독일 교육 이야기' 책을 구입했었었는데, 얼른 읽어야겠다.












그러나 독일 교육에서는 ‘적응‘보다 ‘비판‘을 더 중시합니다. - P67

한국 민주주의는 한 번도 안정적으로 지속된 적이 없으며, 여전히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 P31

파이버 2021-07-17 공감 (3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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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차별‘을 너무나 많이 담고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살아왔다. 무지한 ‘삶의 연속들...
munsun09 2021-02-26 공감 (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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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번째 책은 요즘 점점 더 화두가 되고있는 공정에 관한 책을 골라줬다. 저자인 김누리 교수는 JTBC 방송의 [차이나는 클라스] 시리즈에서 처음 접해보고 알게된분이다. TV를 거의 보지 않기에 텍스트로 그의 강연을 처음 들어봤지만 상당히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그의 강연을 바탕으로 좀더 디테일하게 꾸며낸 책이다.

김누리 교수는 서울대,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고, 독일 현대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철북]의 작가인 귄터 그라스의 문학을 연구하면서 독일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통일과 사회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독일은 68운동을 통해 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무상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가 자리 잡았고 유럽에서도 선진적인 정치문화를 가지게 됐다. 한국사회에서 점점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며 불정한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었던건 분단환경에 따른 68운동의 부재에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독일이 지상 최고의 국가는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데올로기의 논리에 따라 한국과 같이 유일한 분단상황을 겪었으며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경제를 일으킨 나라라는점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건 사실이다. 한국도 이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잘 사는 나라가 됐지만 국민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OECD 자살율과 노인복지 문제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꼴등 수준을 달리고 있는게 과연 무엇이 잘못된것일까?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다.

책에서 던지고 있는 주요한 화두는 다음 질문이다.

˝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2018년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에 아들을 잃은 故 김용균 씨 어머니의 이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은 이제 국민소득 3만 불대에 진입할 만큼 부유해졌고 민주적인 촛불 혁명을 통해 정권도 교체했지만 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할까?(소개글 발췌˝

아울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진단하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이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와 출산율 최하위라는 기록을 세우고 심각한 불평등 사회가 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서 찾는다. 먼저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가 68혁명을 통해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사회적으로 구현해 갈 때 한국은 박정희의 독재 아래 더 큰 억압 속으로 빠져 들어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나타났음을 지적한다.

어서 현재 우리의 정치 지형이 진보와 보수라는 대립구조를 띠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독일의 보수 정치인이 한국에 오면 극좌파로 몰릴 정도로 우경화되어 있는 실상을 비판한다. 국회의원 중 96퍼센트 이상이 자유시장경제를 옹호는 구조 속에 개인들의 자기착취와 소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며, 이 모든 기저에는 수구세력의 존립 명분을 제공하고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가는 분단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육 시스템과 경제 구조 등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우리의 불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더 늦기 전에 한국의 86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한 제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복지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닌, 수구와 보수 그러니까 국힘은 수구, 민주당은 보수라고 단언한다. 결국 신자유주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것이다. 진보당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과 같은 나라가 되는건 요원해보이지만 젊은 세대에서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좀더 가열차게 자신의 권리를 찾길 기대해본다. 아무튼 새해에는 좀더 공정한 사회가 되길바랄뿐이다.

라스티 2021-01-16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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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천 건은 됨직한 의미없는 신문 기사들, 그중에 악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적지 않은 기사들을 볼 때마다 외신은 어떻게 우리나라를 보고 있나 궁금하곤 했다. 우리가 보는 우리 아닌 객관적인 우리를 알고 싶었다.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라 김누리 교수의 강의 역시 내용조차 모른 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 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더구나 서로 신뢰가 있는 구성원끼리의 모임은 혼자라면 지나쳤을 좋은 책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사회학'이라는 주제로 이번 시즌 모임을 진행하면서 낯설지만 유익한 책들을 만나는 중인데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다시금 그 수많은 기사에 오르내리는 이름만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니 한숨이 나온다만.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노인빈곤률, 청소년 자살율 등등 불명예스러운 분야에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불행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 얇은 책에 어쩜 필요한 얘기만 쏙쏙 담겨있나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무관하게 묵직하게 나를 내리치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는 독일 사회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만 현재의 우리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고, 저들끼리 잇속 다툼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고 부끄럽고 혐오스럽다. 우리 나라의 비정상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진보도 아닌 사람들이 진보라 하고, 보수도 아닌 사람들이 보수라고 한다. 보수논객이라니 얼마나 사치스러운 표현인가!



촛불 광장으로 시민들이 이끌어낸 정치적 민주화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선 '개인의 민주화'부터 이루자고 다짐했다. 순종과 적응보다는 비판과 저항심을 가지고, 지금 당장의 즐거움 보다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우선시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야겠다는 다짐. 익숙하지 않아도 그 길이 옳다면 용기가 필요하므로 쉽지 않지만 그러하기에 노력해야 한다는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개인의 민주화'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선생으로서의 민주화.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수업을 하며 강조했던 '적응'에 대한 나의 가르침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물론 적응은 필요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나무라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응이 너무 힘든 건 학생이나 나나 매한가지인데 나는 너무 우리에게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독일의 비판 교육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적응 교육은 생각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기에 좀더 열어둬야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평가는 생각을 쓰는 방향으로 더 틀어야겠다는 노력도.



또 부모로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되었듯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이라도 집에 가면 부엌일에 손도 안대는 아빠가 있을 것이고, 아이에게 '~해라.', '~하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을 완전히 떠날 수 없지만(누가 좀 떠나게 해 주면 좋겠다.) 아이에게 공부를 즐기게 할 동력을 마련해주고 싶다. 내가 공부가 좋아서 지금까지도 배움을 놓지 않듯이, 내 아이들도 공부에 대해 자가발전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걱정한다는 핑계로 잔소리라는 무기를 장착하지 말지어다~!



소비자로서의 민주화에도 노력해야겠다. 소소한 소비를 하는 나를 꾸짖어본다. 소비가 생산을 촉진한다는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너무 많이 지배당한 노예의 모습에서 좀 벗어나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 꽉꽉 들이찬 나의 짐들을 보니 지구에게 너무 미안하다  또,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겠다. TV를 즐겨보지 않지만 가학적이고 비인간적인 프로그램을 보이콧하는 태도를 지녀야겠다. 얼마 전 개콘이 없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개그들 중 대부분은 비하와 가학이었다. 남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지나쳐야겠다.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것을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의는 어떨까 찾아보고 싶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에게 없는 68혁명의 존재에 대해 많이 놀랐고 그래서 그들의 70대와 우리의 70대의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하여 공과를 각자 인정하자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아니라 더 괜찮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렇게 기형적인 발전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빠른 발전보다는 바른 발전이 더 좋았을 것이다. 친일파를 빨리 처벌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외부에서 볼 때 우리가 비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가 일본과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과거를 청산한 독일이 지금의 독일이 되었다. 물론 독일이라고 다 옳겠는가만은 최소한 우리보단 인간적인 것 같다. 교육과 복지의 후진국으로서 GDP의 대부분은 상위 몇 %가 다 가져가는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로서 독일 정도면 부러워할 만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이나 일본의 지도자들 보단 낫다는 위안은 있지만 그것마저도 다음엔 또 못 지켜낼까 걱정이다. 녹색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수구 세력의 어부지리가 될 까봐. 안에서 떠들어대는 소리 말고 밖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명확한 일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외국 신문을 읽을 능력은 안 되니 책으로라도 많이 우리 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마주하고 싶다. 내년엔 사회 분야의 책을 좀더 읽어야겠다.우리가 아는 우리는 우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우리가 겪는 불행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을 더 자주 경험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혜윰 2020-12-27 공감 (1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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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다시 품게 해준 책. 나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다시 웃음을 찾게 해준.  구매
vita 2020-09-18 공감 (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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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차별‘을 너무나 많이 담고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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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21-02-26 공감 (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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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코로나이후경제>시사자키정관용특집편성>김누리>다른영상찾아보기>알라딘검색... 대략 이런 경로로 주문한 책이다. 영상을 먼저 봐서 그런지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간다.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 만큼 지식, 의식, 직업, 생활, 다방면에서 총체적 충격 국면이 펼쳐진다는 점. 으아으아아.  구매
잘잘라 2020-06-30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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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의 김누리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보게되었고 너무 감동적이어서 이전 강의들도 연이어보게되고 이 책도 사서보게되었습니다. 독일사회는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놀랐고 부러웠고 그간 알지 못했던 나와 우리의 진면목을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감히 인생책이라 할만합니다.  구매
데이비 2020-03-14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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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문학자 저자는 용기 있는 사회학자가 되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훑으며 한국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말한다. 수구-보수의 과두 지배 체제와 자기검열의 원인으로 남북분단을 지목한다. 맞는 말씀이다. 어려운 얘기를 쉬운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한다. 총선 전에 많이 읽히길 바란다.  구매
함초롬 2020-03-28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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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자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 책을 읽으며 정상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정상이라는 개념보다는 언어다. 바로 그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언어가 그 사회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언어라는 것. 그래서 공자도 정명(正名)이라고 해서 올바른 이름을 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경쟁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경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에 빠짐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는 독일은 열번(텐샷10 Shot)의 기회가 있는 사회인데 우리나라는 한번(원샷 1Shot)의 기회만 있는 사회라는 말이 나온다.

 

한번의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우월감을, 한번의 경쟁에서 진 사람은 좌절감을... 세상에 어렸을 때 한번 본 시험으로 일생이 결정되는 그런 승자독식사회라니... 경쟁을 내면화 하고 소비중심사회로 가면서 인권 감수성은 부재하고, 권위주의가 판치는 사회가 되었다고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있는데...

 

진단은 명쾌하다. 우리가 봐야 할 거울도 제시하고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에도 단점이 많지만, 그래서 고쳐야 할 점도 많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 처지에서는 배워야 할 점이 더 많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거쳤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우리를 약소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김누리 교수가 우리는 큰나라라고 하는 것에 놀랐다. 이렇게 우리나라를 모르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30-50클럽'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도 처음 들어봤는데...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이상, 인구가 5천만 명 이상인 나라들을 '30-50 클럽' 국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25쪽 참조) 세계에 단 일곱 나라만이 있다고 하는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우리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2019년에 이 그룹에 들어갔다고 하니, 큰나라라고 할 수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약한 나라, 작은 나라라고 해서 과감한 정책을 펼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움츠리기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김누리는 이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독일과 같은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역사적으로는 우리는 68혁명을 겪지 못했고, 정치인들은 보수와 수구의 양대 구조로만 독식되어 있으며 분단으로 인한 냉전체제를 들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총리인 메르켈이 독일정치 지형에서 보수에 해당하는데 메르켈의 정책을 우리나라 정치에 대입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보다도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말, 민주당은 메르켈 정책에서 보면 보수에서도 심한 보수에 해당한다는 말.

 

우리나라 국회는 이러한 수구와 보수가 90%를 넘는다는, 한마디로 독식되어 있다는, 그래서 복지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또한 이러한 국회의 모습과 더불어 이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대표성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세대 대표성입니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불과 0.6퍼센트가 대의되고 있다고 (97쪽), 또 세대 대표성 못지 않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직능 대표성입니다라고 (97쪽) 하고 있다.

 

결국 국회는 전문성이라는 이름만 앞세우고 정작 대의해야 할 국민들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이것이 정상적인 모습인 양 착각하고 지내왔다는 것.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준연동형, 그것도 심하게 왜곡된 선거 형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으니. 

 

읽으면서 명쾌한 진단에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직시해야지만 고칠 수 있음을,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상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불행 속에 빠져 그 불행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

 

불행이 당연하지 않고 우리 역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런 거울이 바로 앞에 있지 않냐고, 거울을 보라고. 그리고 자신을 보라고. 행동하라고.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국회의원, 또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라고.

 

하여 저자 김누리는 진보란 정치적 좌우 개념을 넘어서 보다 넓은 의미에서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정의(137쪽)한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진보다. 고통과 억압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그런 정책들. 그들을 보듬어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정당들. 그런 정당이 바로 진보다. 말만 앞세우는 사람, 정당들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질문을 하자. 한국 남성으로 권위적인 학교 교육을 받고, 3년이라는 기간을 군대에 다녀온 김누리의 질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고, 3년 동안 군대를 갔다 온 저 같은 남성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게 가능한가? 제 경험으로는 불가능합니다.(139쪽)

 

이 말을 부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소리냐고? 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고, 군대는 국가를 지키기 위한 의무 활동인데 그런 과정을 거친 사람이 어떻게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냐고?

 

여기서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는 답은, 학교에서 몸에 익힌 권위주의, 경쟁,승자독식 등과 군대에서 익힌 병영문화 -상명하복이라는 절대 복종, 일사분란을 강조하는 전체주의 등-가 몸에 밴 사람이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강한 자아를 지니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석을 할 수 있다.

 

자연스레 몸에 배어야 할 인권감수성,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등을 의식적으로 다시 익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어떻게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왜곡되어 있다는 말인데, 단지 비판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비판이다.

 

불행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개혁을 해야 하고, 남북간에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또 그런 사례를 우리는 독일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 사례를 참조해서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해서 우리 후손들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미룰 수 없다. 그러기엔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이 너무 크다.

 

이 책은 그 점을 깨우쳐 주고 있다. 제목을 반복하자.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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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0-04-10 공감(26)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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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성해야 한다. 새창으로 보기
내 주변의 지인들 중 지난 2016년 촛불 시위 때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해본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그들이 요즘 술만 먹으면 울분을 토한다.

울분의 주된 이유는 당연히 실망감이다.

그들은 말한다.  촛불시위가 성공하고 박근혜의 탄핵이 결정되었을 때 자신은 정말로 새로운 세상이 올줄 알았다고....

사실 나로서는 이렇게 말하고 울분을 토하는 지인이 더 신기했다.

차마 입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아니 정말? 진짜로? 세상이 완전히 뒤집힐 줄 알았다고요? 설마요?'이런 말을 중얼거렸던듯하다.

 

조국 사태를 처음 보도로 접했을 때 나의 반응은 약간 시큰둥했었다.

저 양아치들이 또 트집을 잡고 있구나라는 감정 약간과 그래 뭐 조국같은 사람조차도 자식 문제에서는 남들과 똑같구나 정도의 감정이었다. 거기다가 '아니 대한민국이 이런거 몰랐어? 조국도 있는 집 출신이고, 대한민국의 있는 집이면 저 정도는 다 예상할 수 있는거잖아'라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분노라기 보다는 약간의 허탈감 정도가 내가 느낀 감정의 다였다.

그런 내가 이 문제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역시 주변의 20대, 30대 초반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그들은 정말 분노했다.

조국의 딸이 가지는 그 기회를 갖기 위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럼에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기회 자체의 박탈을 겪어온 세대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20대 30대였다.

그 때 느꼈던 것 같다.

내가 기성세대구나. 지금은 20대 30대와 나는 축적해온 경험이 다르고, 불평등을 민감하게 느끼는 지점이 다르고 그런 점에서 내가 너무 안이했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했던 저 단편적인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봤다.

문제는 내게 있는게 맞다.

80년대의 암흑을 지나온 나는 어느 순간 '그래 이만하면 됐지.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천천히 나아질거야'라는 근거없는 낙관으로 내 삶을 편안함의 자리로 옮겨놓았었구나.

그래서 점점 더 심해지는 불평등과 불합리를 내 속에 그냥 묵혀두었었구나.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죽음의 스펙터클』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 가지로 짚었습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시작부터 내 마음의 죽비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맞아 우리 이러다가 정말 다 죽을지도 몰라.

세상은 전혀 좋아진게 아니야.

살기는 더 팍팍해졌고, 절망하는 이들은 더 많아졌고,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있는데도 나는 세상이 다 그런거지라는 말 속에 그것들을 다 묻어버리고 있었구나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 충분히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 거지요.......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상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 사상과도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군사독재 시대가 남긴 집단주의, 군사주의, 병영문화 등도 깊은 관련이있겠지요. 바로 이런 것들이 뒤얽혀서 일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군사문화의 전면적인 지배입니다. 우리는 군사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고, 너무도 널리 퍼진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P33

 

문제는 역시 민주주의다.

오랫동안의 독재와의 싸움을 해왔던 우리는 정치적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합의된 지점이 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기동안 우리가 겪었던 민주주의 투쟁을 생각해보자.

1960년의 4.19혁명은 사실 엄청난 일이었다.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겨우 15년, 공화국 체제가 시작되고 투표라는걸 처음 해본게 1948년이고, 심지어 한국전쟁이라는 끔찍한 내전까지 겪은 나라에서 벌써 정치혁명을 일으키다니 이건 세계사적으로도 엄청난 일임에 틀림없다.

이후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의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2016년의 촛불투쟁까지 우리는 정말 숨가쁘게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길을 달려왔다.

 

이 책의 논지와는 상관없이 논외로 가끔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숱한 반동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올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정말 다르지 않은가말이다. 그냥 나 혼자 생각인데 우리 역사 속 중앙집권화의 역사가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근대 이전의 역사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는 사실상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런 통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고도의 관료제와 상비군체제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조선왕조 500년의 중앙집권화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강고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다른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앙집권적 통치체제에 익숙한 민중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강력한 중앙권력은 그리 낯선 존재도 지나치게 무서운 존재도 아닌게 아니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온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말이다. 그 중앙권력을 바꾸는 힘도 우리 역사속에서 같이 키워져 온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문제는 일상의 민주화다.

중앙집권적 체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통제에 익숙하고, 통제속에서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데도 익숙하다. 그것의 억압이 극한에 달했을 때는 그 권력을 깨기도 하지만, 일상속에서는 권력의 연쇄고리안에서 적당히 보존하고 사는데 익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일상의 권력적 위계질서에 아주 익숙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속에는 권력의 위계질서가 내면화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인 대다수는 내 안의 파시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문화, 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물의 질서‘, ‘세상의 이치‘,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에리히 프롬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것은 정상성의 병리성‘이었던 것입니다. - P95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P100

 

갑질문화의 창궐, 미투 운동에 대한 비아냥, 여전히 억압적인 성담론과 문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부재, 자본주의적 경쟁에 대한 회의 없는 긍정, 불평등한 교육의 기회에 대한 문제 제기 없는 교육계의 현실, 기업과 싸울 때 오히려 가면을 쓰고 싸워야 하는 현실, 생 양아치들을 보수우파라고 칭해주는 우편향의 정치문화, 민주당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냐싶은데 그들이 좌파라고 칭해지는 현실,

그 어디에도 한국사회가 진보적이라는 증거가 없는 이 현실을 어찌 할까?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자는 서구에서 기존의 모든 가치와 담론에 문제제기를 했던 68혁명 정신이 한국의 군사독재에 의해 저지당했던 것을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얘기한다.

기존의 가치가 한번 어떤 식으로든 전복되지 않으면 새로운 생각이 발을 붙일 수 없다는 것.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이 혼란과 아비규환 같은 상황들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들....

항상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문제를 알게 되면 이제 해결점을 찾아가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부끄러워졌던 나를 잊지 않는 것.

내 일상을 다시 바로잡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세상에 대해 다르게 얘기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들에 대해서 귀 기울이는 것.

오늘 내게 온 죽비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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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10 공감(25)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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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새창으로 보기
이누아 2020-07-12 공감(2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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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새창으로 보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당연하고도 일반적인 선언이라고 여길지도 모르는 이 문구를 우리는 다만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 있는 이 조항은 그저 수사적인 헌법 조항으로만 머물러 있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제출된 이래 수차례 무산됐던 것으로도 모자라 21대 국회에서도 국회 심사기간이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폐기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이렇게 미개한 나라에 살고 있다. 아무도 평등을 실천하지 않으면서(혹은 실천하려는 의지마저 없으면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대한민국의 인권을 주장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이자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인 김누리 교수가 파헤친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사실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톺아봄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독일처럼 '상식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책에 담겨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지형을 가진 나라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경쟁한 것이 아니라, 수구와 보수가 권력을 분점해 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오늘날 정치 민주화와 경제성장,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 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p.182)

 

책에서 저자는 촛불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최선봉에 선 대한민국의 실상을, 거듭되는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 심각한 불평등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68혁명의 부재와 기만적인 정치 구조, 맹목적인 야수 자본주의, 분단체제에서 찾고 있다.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창했던 68혁명이 전 세계를 뒤흔들며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노정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상식적으로' 해결해가는 동안 박정희 독재 정권의 억압 속에 있던 대한민국은 약 50년의 '문화 지체 현상'이 발생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사실 박정희라는 인물이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의 기원을 추적해 보면 영락없이 박정희와 만나게 됩니다. 지역감정도 박정희가 만든 작품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지역감정이 없었습니다. 윤보선과 박정희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박정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곳이 호남 지역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박정희가 '농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윤보선은 명문 양반 가문 출신이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영호남 갈등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p.93)

 

19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던 저자는 독일 사회에 뿌리내린 민주적 질서(경쟁 없는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이 무상인 대학, 이사회의 절반이 노동자인 기업 등)를 부러워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지 정책과 사회적 정의. 타국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모국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독일과 대한민국의 역사와 교육ㆍ정치ㆍ사회ㆍ문화를 꼼꼼히 비교하며 그 원인을 하나씩 밝혀낸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갈등이 생기면 수구 세력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들은 정말 터무니없이 낡고 시대착오적인 냉전 논리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어댑니다. 그러면 민주개혁 세력은 그것이 두려워서 끊임없이 뒤로 물러나 수세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도 수십 년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관행을 끝낼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p.253~p.254)

 

지금은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정권 초기였던 2008년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접했을 당시 "오바마는 시카고의 자동차 업계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을 옆에 태운 채 체면 없이 골프 카트를 운전하기도 했던 그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모든 국가 권력을 동원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추앙하거나 지지하는 국민이 존재한다는 건 우리나라가 얼마나 비민주적인 환경 속에 처해 있는가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진보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보수라고 말한다. 소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수구에 속하는 극우 세력이라고 본다. 그들 간에는 대부분의 정책이 비슷하거나 같고, 다만 대북 통일정책에서만 다르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그런 까닭에 어느 날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어느 정치인이 민주당 당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민주당 당대표였던 자가 국민의힘 화합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념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사적 이익과 정치적 욕망만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차별금지에는 반대하는 해괴한 현상, 인권을 말하면서도 주 120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어느 대선 후보,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덮어두고 두 나라의 미래만 걱정하는 현실, 권위를 내세우면서 수평적 관계를 말하는 본말전도의 논리, 평등한 교육을 말하면서도 반값 등록금에는 인색한 정치권, 상위 2%의 국민을 위해 종부세를 없애겠다는 어느 언론과 정치인들. 우리는 이러한 비민주적인 잔재 속에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있다. 저자 역시 이와 같은 답답한 현실을 높디높은 벽으로 인식하였을 터,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로 회귀하려는 수구 세력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비민주적인 환경을 지속하며 민주적 정권교체만 바라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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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21-11-27 공감(2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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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우리는 우리가 아닐 수도 있다. 새창으로 보기
하루에도 수천 건은 됨직한 의미없는 신문 기사들, 그중에 악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적지 않은 기사들을 볼 때마다 외신은 어떻게 우리나라를 보고 있나 궁금하곤 했다. 우리가 보는 우리 아닌 객관적인 우리를 알고 싶었다.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라 김누리 교수의 강의 역시 내용조차 모른 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 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더구나 서로 신뢰가 있는 구성원끼리의 모임은 혼자라면 지나쳤을 좋은 책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사회학'이라는 주제로 이번 시즌 모임을 진행하면서 낯설지만 유익한 책들을 만나는 중인데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다시금 그 수많은 기사에 오르내리는 이름만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자니 한숨이 나온다만.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자살율 1위, 저출산율 1위, 노인빈곤률, 청소년 자살율 등등 불명예스러운 분야에 우뚝 서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불행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 얇은 책에 어쩜 필요한 얘기만 쏙쏙 담겨있나 읽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무관하게 묵직하게 나를 내리치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는 독일 사회를 경험하기 전까지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만 현재의 우리는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고, 저들끼리 잇속 다툼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고 부끄럽고 혐오스럽다. 우리 나라의 비정상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진보도 아닌 사람들이 진보라 하고, 보수도 아닌 사람들이 보수라고 한다. 보수논객이라니 얼마나 사치스러운 표현인가!



촛불 광장으로 시민들이 이끌어낸 정치적 민주화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선 '개인의 민주화'부터 이루자고 다짐했다. 순종과 적응보다는 비판과 저항심을 가지고, 지금 당장의 즐거움 보다는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우선시하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야겠다는 다짐. 익숙하지 않아도 그 길이 옳다면 용기가 필요하므로 쉽지 않지만 그러하기에 노력해야 한다는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개인의 민주화'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선생으로서의 민주화.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수업을 하며 강조했던 '적응'에 대한 나의 가르침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물론 적응은 필요하지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나무라는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응이 너무 힘든 건 학생이나 나나 매한가지인데 나는 너무 우리에게 가혹했던 것은 아닐까? 독일의 비판 교육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적응 교육은 생각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기에 좀더 열어둬야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번거롭더라도 평가는 생각을 쓰는 방향으로 더 틀어야겠다는 노력도.



또 부모로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책에서 언급되었듯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이라도 집에 가면 부엌일에 손도 안대는 아빠가 있을 것이고, 아이에게 '~해라.', '~하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 환경을 완전히 떠날 수 없지만(누가 좀 떠나게 해 주면 좋겠다.) 아이에게 공부를 즐기게 할 동력을 마련해주고 싶다. 내가 공부가 좋아서 지금까지도 배움을 놓지 않듯이, 내 아이들도 공부에 대해 자가발전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걱정한다는 핑계로 잔소리라는 무기를 장착하지 말지어다~!



소비자로서의 민주화에도 노력해야겠다. 소소한 소비를 하는 나를 꾸짖어본다. 소비가 생산을 촉진한다는 자유시장 경제 논리에 너무 많이 지배당한 노예의 모습에서 좀 벗어나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사자. 꽉꽉 들이찬 나의 짐들을 보니 지구에게 너무 미안하다  또,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겠다. TV를 즐겨보지 않지만 가학적이고 비인간적인 프로그램을 보이콧하는 태도를 지녀야겠다. 얼마 전 개콘이 없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개그들 중 대부분은 비하와 가학이었다. 남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지나쳐야겠다.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것을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의는 어떨까 찾아보고 싶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에게 없는 68혁명의 존재에 대해 많이 놀랐고 그래서 그들의 70대와 우리의 70대의 사고방식이 왜 그렇게 다른지 알게 되었다.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하여 공과를 각자 인정하자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아니라 더 괜찮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렇게 기형적인 발전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빠른 발전보다는 바른 발전이 더 좋았을 것이다. 친일파를 빨리 처벌하고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외부에서 볼 때 우리가 비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가 일본과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고, 과거를 청산한 독일이 지금의 독일이 되었다. 물론 독일이라고 다 옳겠는가만은 최소한 우리보단 인간적인 것 같다. 교육과 복지의 후진국으로서 GDP의 대부분은 상위 몇 %가 다 가져가는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로서 독일 정도면 부러워할 만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이나 일본의 지도자들 보단 낫다는 위안은 있지만 그것마저도 다음엔 또 못 지켜낼까 걱정이다. 녹색당이나 정의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수구 세력의 어부지리가 될 까봐. 안에서 떠들어대는 소리 말고 밖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명확한 일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외국 신문을 읽을 능력은 안 되니 책으로라도 많이 우리 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마주하고 싶다. 내년엔 사회 분야의 책을 좀더 읽어야겠다.우리가 아는 우리는 우리가 아닐 수도 있음을, 우리가 겪는 불행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을 더 자주 경험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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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0-12-27 공감(15)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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