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 농업정책이 식량 생산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미국의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농장원들이 당국의 새 정책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가 올 초여름쯤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농업 전문가인 렌덜 아이어슨 박사는 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 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지난 2012년 농업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 이른바 ‘6.28조치’를 확대실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지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제시한 이른바 ‘5.30 조치’를 통해 이 같은 정책 방향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퀘이커 구호단체인 미국친우 봉사회 (American Friends Services Committee) 소속 농업 전문가로 북한 내 농업 개발사업을 총괄했던 아이어슨 박사는 농업생산의 자율성과 동기 부여가 북한의 새 농업정책에 반영되고 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녹취: 렌덜 아이어슨, 전 미국친우봉사회 북한 농업 개발국장] “Decreasing the size of the sub-work team...”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의 작업분조 단위를 축소하고 분조원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농장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분배 몫을 늘려주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6.28조치에 따라 자강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됐던 새 농업정책이 지난해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극심한 봄 가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2013년과 큰 차이가 없었던 사실은 새 농업정책이 식량 생산에 일정한 기여를 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새 농업정책이 중국이나 베트남식 경제개혁 수준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식량 보급에서 시장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음을 북한 당국도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 생산량이 할당되고 있고 농자재 공급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북한이 과거에도 농업정책의 대변화를 선언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렌덜 아이어슨, 전 미국친우봉사회 북한 농업 개발국장] “Many of them has not ever been...”
농장원들의 생산 의욕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다가 결국 없던 일이 된 적이 많았다는 겁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 내 유엔 활동을 총괄했던 제롬 소바쥬 전 유엔 상주조정관 (UN Resident Coordinator)도 6.28조치 역시 북한 당국이 아무런 설명 없이 중도에 폐기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바쥬 전 조정관은 북한이 획기적으로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책 담당자들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제롬 소바쥬, 전 유엔 상주조정관] “The Ministry of Agriculture tends to be...”
북한 농업성이 곡물생산 증대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관심을 두는 바람에 기술적 개혁 조치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북한에서 수확된 곡물의 유실을 막고 토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이 이뤄졌지만 북한 전역에 체계적으로 보급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소바쥬 전 조정관은 지적했습니다.
생산량의 일부를 농장원이 개인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 조치 역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농장원들이 생산량의 30%를 분배 받다가 최근에는 40%까지 몫이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간연구소인 GS&J의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 “몇 대 몇이다 하면 정확하게 이유 불문하고 해줘야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목표 생산량을 높게 잡고 있고. 처음에 약속할 적에는 과거 3년 평균치를 목표 생산량으로 잡고 현실화하기로 했는데, 지금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건 목표 생산량을 예전처럼 도달할 수 없는 목표로 계속 높여 놓은 상태로 하기도 하고.”
아이어슨 박사는 약속한 분배 비율대로 농장원들이 자기 몫을 챙겨가고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허용할지 여부가 새 농업정책 성공의 관건이라며 올해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이어슨 박사는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6월이 되면 가족 단위로 규모가 작아진 분조에서 실제로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농장원들이 당국의 새 농업정책을 얼마나 신뢰하는지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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