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괌 타격’의 이면엔 미국 MD 문제가 있다”
기사승인 2017.08.31- <릴레이 통일코리아> 다섯 번째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다. “저는 북한이 괌에 미사일을 쏠 거라고 본다. 지금 나오고 있는 북한의 메시지는 쏘는 걸 전제로 한 것이지 그냥 블러핑(엄포, 허세)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본 북한’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김락겸이 공식 발표하면서 발사 장면을 인민들한테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인민들한테 허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최고지도자의 무오류성, 약속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발표가 단순히 넘길 사항은 아니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라며 북한이 ‘괌 타격’을 할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국회의원, 전문가 상당수는 김 교수의 말에 수긍을 못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북한군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이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 전략군은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는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TV>가 14일 내보낸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군사령부 시찰 장면. 김 위원장이 괌 포위사격 계획이 그려진 지도를 펼쳐놓고 뭔가 지시를 하고 있다. |
그리고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군사령부 시찰 장면을 방영했다. 김 위원장은 괌 포위사격 계획이 그려진 지도를 펼쳐놓고 뭔가 지시를 하거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며 마치 한발 물러서는 듯한 말을 던졌다. 그리고 북한은 26일 오전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250㎞. 그러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낮췄다’, ‘그동안 말폭탄만 늘어놨구나’, ‘한반도 위기는 이제 지나가는구나’ 하는 평가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김 교수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은 도발하지 못할 것이란 외부 평가를 비웃듯 바로 괌 타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발 한발 위협수위를 올리는 이 역시 살라미 전술(단계를 잘게 나누어 압박하는 협상전략)이다. 괌 타격, 허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썼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이런 글을 올렸다. “일부에서 ‘괌 타격을 못하니까 이거라도 하자’ 정도의 도발수위를 조절해서 미국과의 대화의 창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그저 우리의 희망처럼 보인다. 괌 타격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명분을 한걸음씩 축적해 나가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우리 남쪽을 인질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김 교수의 객기로 보였다.
28일 밤, 질문을 다듬으면서 예상이 빗나간 이 문제를 따져볼 참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IRBM급 미사일을 날렸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NSC를 열기로 했다는 속보가 연신 떴다. 괌 포위사격을 하겠다던 화성12형이었다. 그의 예상이 적중했던 것이다. 물론 목표 지점이 괌 주변이 아니고, 4발이 아닌 1발인 점은 달랐지만.
이날 아침, 김 교수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약 1시간의 인터뷰 중간에도 10여 통의 전화가 걸려와 중간중간 답변을 끊고 잇기를 반복해야 했다.
김 교수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이번 ‘괌 타격’ 발언이 미국에게 절대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어떤 미사일을 어떤 경로와 속도로 어디에 떨어뜨릴지 다 알려준 상황이다. 축구로 치면 페널티킥을 차면서 골키퍼에게 공이 어디로 갈 건지, 어느 속도로 찰 건지를 다 알려주고 차는 있을 수 없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공인 셈이다. 그런데 북한의 ‘괌 타격’, 그것을 대하는 미국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유지의 근간인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신뢰성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과연 미국이 미사일 네 발을 다 막을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미국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건(북한의 괌 타격은) 미국이 수십 년간 엄청나게 돈을 쏟아 부은 자존심, 패권이 걸린 문제”라며 “여기에 지금 중국, 러시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발이라도 놓칠 경우 미국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오히려 걱정이라는 것이다. 한반도는 언제든 ‘위기’의 상황일 수밖에 없고, 여기에 미국의 오판이 가장 불안한 요소가 될 거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을 향해 IRBM급 미사일을 발사한 날인 28일 오전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유코리아뉴스 |
북핵 문제의 근본 해법에 대해서는 “남북한 공동체”를 제시했다. 북한은 평화협정, 북미수교를 통해 당장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미래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보장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이 생각하는 미래의 불안요소인 미국에 대한 불신, 한국의 흡수통일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한 공동체’가 답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해소해줄 수 있는 마지막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군 중령으로 예편했고,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는 국방부에 근무하면서 북한과의 군사협상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바 있다. 국내 대표적인 군사정책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현실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북이 오늘(29일) 아침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부분 안 쏠 거라고 했는데 결국 교수님의 ‘예언’이 적중했다.
사람들이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북한은 김정은의 목소리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총참모부나 매체를 통해서는 ‘불바다’ 같은 협박과 허세를 부릴 수 있지만 ‘김정은’ 이름이 들어 있는 데서는 과장은 할 수 있을지언정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예를 들어 박근혜가 병원 방문하는데 벽에다가 ‘살려야 한다’ 이런 글귀를 붙이는 연출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들어가는 ‘1호 사진’(북한 최고지도자가 나오는 사진)은 물론 어느 정도 연출은 하겠지만 거짓 장면이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락겸이 김정은한테 가서 사진이나 찍게 ‘직접 쏠 것은 아니지만 한번 까라고 지도하시는 포즈 좀 취해주십시오’ 이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이 서 있는 배경의 미사일 도면이나 지도의 내용을 있지도 않는 내용으로 만들어 놓고 설명을 하는 것으로 조작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걸 ‘조작’으로 보려고 한다. 북한이 괌을 타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실제 행동을 전제한 블러핑(bluffing, 허세)이지, 능력도 의지도 없는 블러핑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걸 우린 너무 간과하고 그냥 무시하려고 한다. 그래서 저는 답답한 것이다.
-북한이 괌 타격을 실행할 것이라는 확신의 근거는 김락겸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할 거라고 한 그 언급 때문인가?
그렇다. 그렇게 말했고, 실제 그 장면이 사진으로 나왔다. 내용없는 연출된 사진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게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측 실패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우리 희망대로 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강조했었지만 북한이 26일 단거리탄도탄을 발사하고 나니까 ‘북한도 더 이상 안 쏘고 여기서 꼬리를 내리는 거다’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날은 너무 답답했다.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다’고 했지만 믿어주질 않았다. 결국 3일 만에 다시 쏜 것이다. 3일 만에 쐈다는 건 북한이 26일 쏜 걸 우리가 안믿으니까 다시 쐈다는 건 아니다. 오늘 정도 발사할 미사일이라면 3일만에 준비할 수가 없다. 이건 벌써부터 다 준비되어 있던 것이다. 26일 발사한 것과 오늘 발사한 것은 연결고리가 크지는 않다. 26일 발사한 것은 말 그대로 UFG에 맞선 하계훈련으로써 한 성격이 강하다. 오늘 발사는 그야말로 괌 타격을 염두에 둔, 괌 타격에 대한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원래 보고에는 괌 주변으로 4발 발사한다고 했는데, 그럼 발사는 여기서 끝난 걸까? 아니면 남은 UFG 기간에 더 쏘게 될까?
그건 맞출 수 없지만 괌 타격 계획은 향후 UFG가 끝나서 9월에 접어들더라도 끝난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그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 이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괌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있지 않나. 앞으로 전략자산이 뜰 때마다 이 카드는 유효한 것이 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계속 찝찝한 카드가 되는 것이다.
-북은 왜 자꾸 미사일을 쏠까?
미사일이라는 것은 핵무기를 옮길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핵은 그 자체만으로 무기가 될 수 없고, 그걸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만 한다. 그게 바로 미사일이고. 미사일과 핵이 결합되어야지 핵무기가 되는 것이다. 핵무기는 지난 4차, 5차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폭발물로 만들었다. 5차 핵실험을 통해 경량화, 소형화, 규격화했고 그걸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수단, 투발수단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게 핵무력이 고도화되는 것이고, 그러면서 이 핵무기를 다종화하는 것이다. 아직 미국 본토에 갈 만한 게 안되니까 미국이 겁을 안내는 거다. 그러니 북한은 워싱턴을 직접 압박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핵미사일로 서울, 동경, 괌을 위협해 워싱턴을 간접적으로 이중삼중으로 압박하는 억지의 신뢰성, 억지의 스펙트럼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북이 괌 공군기지 근처를 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으로도 충분히 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말 북한이 말한 대로 30-40㎞ 미국 영해 밖으로 쏘면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할 거다.
-판단하기가 애매할 거라는 말씀인가?
막을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이것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걸 예고하지 않고 날릴 경우, 설령 30㎞ 영해 밖에 떨어지더라도 ‘이건 괌을 향해 날아오다가 잘못 떨어져 30-40㎞ 밖에 떨어진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즉,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공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예고를 했다. ‘나 30㎞ 밖에다가 쏠 거야. 미국도 가지고 있는 ICBM 미니트맨과 같은 걸 쏘는데, 너희 영토나 영해는 맞추지 않을거야’ 라고 북한이 예고하고 쏜다면? 미국이 그걸 가지고 평양을 타격한다? 그러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쉽게 군사적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입장에서는 괌 주변 바다 30-40㎞ 밖에 떨어졌을 경우 군사적 행동도 못하고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발사한 지점을 원점타격한다? 그것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니면 똑같이 비례해서 북한의 남포나 신포 앞바다 30-40㎞ 지점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확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긴장이 격화되다 보면 ‘오판’ 가능성이 있기 마련인데?
물론 이 긴장 상황에서는 북한보다는 미국이 오판할 가능성이 더 있다고 본다. 평양을 타격하든지 일부 군사시설을 공격하든지,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결하든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더 오판할 가능성이 많은 이유가 미국이 불리한 게 많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고 해버리면 되는데 가르쳐주고 쏘니까 MD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마치 축구에서 골키퍼한테 왼쪽으로 차겠다고 얘기한 정도가 아니라 차는 길까지 가르쳐준 격이다. 그러면 골키퍼는 왼쪽 공이 지나가는 길을 막고 서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네 발 중 하나라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면 골키퍼가 지는 것이다. 네 개를 다 막아도 겨우 비기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요격되어도 쏠 수 있는 배짱과 능력을 분명히 보여준 것만으로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북한의 괌 타격이 그렇다. 미국이 MD를 가동해서 네 발 중 한 발이라도 요격에 실패하면 미국이 지는 게임이다. 과연 미국이 네 발을 다 막을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미국에게 불리한 싸움이다. 이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왜냐하면 미국의 군사행동, 북한의 타격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미국이 막을까 못막을까 이게 더 중요하다.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만히 숨죽이고 쳐다보고 있는 격이다. 사실 이건 미국이 수십 년간 엄청나게 돈을 들인 미국의 자존심, 패권이 걸린 문제다. 만약 하나도 못 맞히게 되면 MD는 완전 거짓말이 되는 거다. 미국이 급격한 패권의 몰락으로 갈 수도 있는 거다. 미국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상상할 수 없다. 저는 그래서 오히려 우스갯소리로 북한이 미국을 좀 살살 다루어야 한다고, 더 이상 자극하지 않았으면 하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이 괌 주변 해역을 타격하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 거라고 보나?
이게(북한의 괌 타격) 되는 순간 미국 MD의 민낯, 즉 미국의 패권, 군산복합체가 갖고 있는 허황된 민낯이 드러나는 현실을 맞닥뜨릴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을 겁내지 않게 된다. 미국과 중러라는 새로운 신냉전의 벨트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이 구조가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 상황이 벌어지는 걸 모를까. 알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차라리 방어무기 하나도 안쓰고 가만히 떨어지도록 놔두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는 MD의 군사기술 수준을 낮게 보시는 건가?
전혀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실제 날아가는 미사일을 맞췄기 때문이다. 실험을 계속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실험은 실전하고는 다르다. 실험은 일종의 짜고 치는 것 아닌가.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한 게 아니라 갖다 맞춰주는 격이다. 따라서 실전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사드도 그런가?
사드뿐만 아니라 MD체계가 대부분 마찬가지다. 한번도 실전에서 운영해 본 적이 없지 않나.
-요즘에 이런 질문 많이 받으실 것 같다. ‘우리나라 전쟁 나냐?’ 저도 엊그제 전철에서 여학생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니까 ‘아빠가 그러는데 전쟁난대’라고 하는 걸 들었다. 실제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있나?
전쟁은 그렇게 쉽게 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는 게 전쟁 아닌가?
우연과 우발이 분명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크게 에스컬레이션(긴장 고조) 되어 전쟁으로 확전되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제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지는 모르지만 저강도 분쟁, 국지적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이것에 대한 완충장치가 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양자간 관계라면 끝없이 에스컬레이션 될 가능성이 많다. 유독 한반도라는 지역 자체가 긴장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안좋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 등 다자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은 단순히 에스컬레이션 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중국의 경우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 중국은 이 판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의 경제나 내부에 치명적이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그걸 노리고 한반도의 에스컬레이션을 원할 수도 있지만 음모론에 가깝다. 중국은 이 판이 안정되길 바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자기들이 먼저 죽으려고 덤비지는 않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자칫 북한을 잘못 공격했다가는 한국이 피해라도 보게 되면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한미동맹이 끝나는 것이다. 미국이 기분 나쁘다고 북한을 공격했다가 한미 동맹 끝나고 한국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면 미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동북아에서 한국을 잃게 되는 것은 한국이란 나라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균형추를 잃는 것이다.
-지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1년에 네 번인가? 키리졸브, UFG 외에 또 어떤 게 있나?
꼭 네 번이라고 하기엔 그렇다. 어떤 단위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 단위까지 얘기하면 1년 365일 안하는 날이 없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북한은 북침연습이라고 하고, 우리 정부는 방위훈련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
북침연습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이고, 북침연습은 분명히 아니다. 방어적인 훈련이다.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북한 입장에서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분을 만들기 위한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에서도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는데 명확하게 말씀드리지만 북침 연습이라기보다는 ‘북한 스스로가 느끼는 위협감’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잘 살고 못살고가 아닌 일단 ‘살고 보자’, 즉 안보에 관심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1960년대부터 끌고왔던 것이다. 북한이 국방·경제 병진노선이었지만 일단 경제는 후순위로 밀어놓고 ‘살고보자’는 목표를 갖고 모든 것이 국방 우선화, 군대 우선화가 되어 있었던 거다. 지금 이 상황에서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군사우선화가 되어 왔기에 이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면 자기들도 그걸 명분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는데 그게 안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북한은 상당히 조급한 상황이다.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지난 5년 동안 아버지가 물려준 자산을 가지고 잘 처리해 온 셈이다. 이제부터는 ‘김정은 식’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걸 인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7차 당대회까지는 김정일이가 만든 로드맵을 따라 움직였다면 이제부터는 김정은이가 만들고 김정은이가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면 5년 후 제8차 당대회를 해야 할 것이고, 그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김정은의 영도력·지도력이라고 하는 것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난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개최한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에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왼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
-북이 자꾸 미사일을 쏘는 게 김정은의 조급함 때문이라는 건가?
일면 그렇다. 김정은이 미국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북한 문제라고 하는 것은 너희들이 말로는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젠다가 자꾸 뒤로 뒤처지고 있다. 중요한 문제로만 보지 말고 시급한 문제로 보고 너희들도 준비해서 빨리 나오라’ 이건데, 지금 미국에는 사람이 없다. 북에서 최선희(외무성 미국국장)가 간다면 미국에서 최선희랑 맞설 사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 국무부, 국방부도 그렇고 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가 지금 대리체제 아닌가. 아직 인선이 안되어 있다. 결국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다 보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트위터 통해 말로만 떠들고 있는 것 아닌가. 미북간에 뭔가 이뤄질 것처럼 얘기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려려고 하는데, 북한은 ‘빨리 나오라’고 하는 그런 상황이다.
-북미간 물밑협상이 없다고 보시나?
저는 없다고 본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박성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물밑접촉을 했다는 건데, 이건 기존 있었던 라인이다. 지난번 웜비어 사건 때도 그랬고 그건 한번도 끊어지지 않은 라인이다. 그 라인은 비밀라인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 그 라인을 통해 트럼프 정부와 북한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조셉 윤은 트럼프 정부 때가 아니라 오바마 정부 때 임명된 사람이다. 결국 최선희가 미국을 가든지 아니면 미국 당국자가 북한에 가든지 아니면 제3국에서 만나는 것, 이것이 비밀접촉이 시작되는 것이고 실제로 이번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북미가 물밑접촉 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럼 교수님은 북한이나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 여하에 따라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보나? 북한이 헌법에도 핵보유를 명기해 놨기 때문에 결코 포기를 안할 거라고 보는 의견이 많은데?
포기 안할 거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어려운 길이라고는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이 말하는 ‘쌍궤병행’ 즉 북한은 비핵화에 나서고 한미는 평화협정에 나서는 이 방안은 현실성이 있다고 보나?
(단호하게) 저는 없다고 본다.
-왜 그렇게 보시나?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맞바꿀 수 있는 등가(等價)가 아니다. 둘은 과거에는 등가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등가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위협 때문이다.
-그래서 평화체제가 필요한 게 아닌가?
그게 다가 아니다.
-평화협정을 맺고 북미간 수교를 맺으면 결국 위협도 사라지는 것 아닌가?
북미간 수교를 맺고 북한과 미국이 더 이상 대결을 안한다고 해서 북한이 영원히 안전하게 살 거란 보장이 있나? 리비아가 그래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 아닌가. 핵을 가지고 있다가 비핵화 법에 의해 잘하고 있던 우크라이나가 오늘날 왜 저렇게 됐을까.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수교 맺고 미국과 평화협정 맺고 서로 공격 안한다고 해서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위협은 제거됐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위협까지 제거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위협은 과거의 위협과 우려, 그리고 현재의 안보에 대한 위협과 우려, 그리고 미래의 안보 위협과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이 말하는 위협은 미래 정권의 연속성 이게 더 우려스러운 것이지 과거, 현재의 위협은 그렇게 크지 않다.
북한의 ‘과거 위협’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이 당해왔던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핵을 만듦으로써 옥죄어 왔던 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과거의 위협이다. 북한의 ‘현재 위협’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이다. ‘과거 위협’은 결국 제재를 해제하면 되고, ‘현재 위협’은 평화협정 맺고 북미 수교하면 된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나라가 이걸 가지고 유지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북한은 미국이 언제든 마음 바꿔서 공격할 수도 있고, 또 남한이 호시탐탐 흡수통일 할 거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미래 위협’이다. 이게 북한이 느끼는 궁극적인 위협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등가는 뭔가? 북한의 경제 발전인가?
아니다. (잠시 생각) 결국은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아야만 비핵화도 하고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지금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남북경제공동체’ ‘(통일보다는) 평화 우선’ 정책 아닌가?
그게 참 어려운 문제다. 난 북한의 위협을 해소해줄 수 있는 마지막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가진 ‘미래 위협’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줄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좀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여서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통일하지 말자’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니다. 결국은 남북한 공동체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이 가진 핵은 3가지가 있다. 미래의 핵, 현재의 핵, 과거의 핵이다. 과거의 핵은 이미 만들어 놓은 핵탄두, 그것은 10개일 수도 있고 20개일 수도 있다. 알 수가 없다. 현재의 핵은 핵시설이다.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분열물질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원자로, 농축시설인데 지금도 계속 돌아가고 있다. 현재 핵탄두가 10개밖에 없더라도 핵시설이 돌아가면 핵물질을 생성하고 핵탄두를 계속 늘리게 된다. 미래의 핵은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 더 소형화하고, 운반수단이 더 발전된, 질적인 향상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말한다. 우리가 보통 ‘비핵화’라고 할 때는 ‘과거의 핵’까지 다 없애는 걸 말한다. 이미 만들어놓은 핵탄두를 없애는 건데 그것만은 북한이 없애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없애기 쉬운 건 바로 미래의 핵이다. 더 이상 핵실험하지 말도록, 미사일 개발하지 않도록 그래서 더 고도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핵동결을 말씀하시는 건가?
동결이 아니라 유예(모라토리엄)다. 문재인 정부가 그걸 헷갈려하고 있다. 동결이라고 하는 것은 시설의 동결이다. 현재를 동결하는 것이다. 미래는 유예하는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화해서 더 이상 질적인 발전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래의 핵과 과거의 위협을 바꾸려 할 것이다. 즉 제재와 유예를 바꾸려 할 것이다. 그러면 유예만 하면 될까? 아니다. 양적으로 계속 핵무기를 늘리게 되면 안되니까 그 다음은 현재 시설을 동결해야 한다. 작동을 멈추게 하고 멈춘 다음 더 이상 가동을 못하도록 부셔야 한다. 그게 불능화다. 동결의 순서도 폐쇄-봉인-불능화-검증의 순서로 세분화 된다. 그게 ‘현재 핵’에 대한 동결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니 현재의 핵은 평화협정, 북미 수교와 바꿀 수 있다. 평화협정이라는 것이 이젠 과거의 핵까지 다 없애는 비핵화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 과거의 핵, 즉 이미 가지고 있는 10~20개 핵탄두는 뭘로 바꿀 수 있을까. 북한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은 갖고 있겠다. 자신이 위협만 받지 않으면 이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얘기한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를 고집해 왔다. 그것 때문에 비핵화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이 발전되고 결국 과거핵, 핵탄두가 완성된 것 아닌가. 물론 북한이 이미 만든 핵탄두 10-20개를 잠시 덮어둔다고 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건 아니다.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쓰면 너희들은 지구상에서 지워진다'는 강력한 억지와 스스로 발전과 변화를 도모할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없애버리는 게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다. 그런데 북한이 이쪽으로 갈까? 안 간다.
북한이 미래와 현재 핵에 대해 ‘유예-동결-불능화-검증’의 단계를 받아들인다면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게 평화체제다. 이 과정에서 북미 수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등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그걸 등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핵에 대해서만 등가일 뿐이다. 그리고 동결을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라고 말하는데 동결은 입구가 될 수 없다. 동결을 해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유예를 한다고 해도 북한이 대화를 안할 판국인데 그걸 받아주겠나.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잘 몰라서 그렇다고 보나? 아니면 알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보나?
제가 생각할 땐 (우리 정부가) 북한도 모르고 이 판 자체도 잘 모른다, 잘못 읽고 있다고 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유코리아뉴스 |
-그러니까 청와대나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그래서 저는 과거 위협과 미래핵을 교체하기 위해, 즉 유예와 제재를 맞바꾸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야지 욕을 하든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멀리서 ‘네가 먼저 유예를 해라. 그럼 난 대화할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서는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유예보다 후순위인 동결, 이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동결 입구론’을 문 대통령도 얘기하고, 문정인 특보도 얘기하는데, 도대체 누가 조언하는 것인지 판을 어떻게 읽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아직은 평가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비판적으로만 보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마냥 문재인 정부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것도 도리는 아니다. 비판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뚤어진 시각이나 정부를 흠집잡기 위한 접근은 안되지만 오히려 촛불로 이뤄진 정부가 잘되기를 바라는 점에서 우리가 기다려주는 인내와 함께 건강한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절제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 목소리에 정부 당국자들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고. 비판이라는 게 무조건 자신들을 흠집내는 거라고 기분 나쁘게 볼 거는 아닌 것 같다. 정말 애정어린 비판은 먹힐 거라고 본다. 그런 걸 잘 듣고 수렴해간다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아직 평가가 이르긴 하지만 지금 모습을 봐서는 조금 우려스런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중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들이 현실 인식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지금 사람들(외교안보라인)을 바꾸라는 건 아니다. 훌륭한 분들인데 다만 이분들이 좀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
북한에 대해서 공부하라는 말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미중, 미북, 북중 관계에 대해서도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6.15, 10.4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 그러나 계승이어야지 답습이 되어서는 안된다. 좋은 점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도 달라지고 문재인 정부도 달라지고 중국도 달라졌다. 6.15, 10.4의 정신은 계승하지만, 그때의 시각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공부가 필요하고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용기를 말씀하시는 건가?
촛불을 믿었으면 좋겠다. 미국을 믿거나 보수를 믿는 게 아니고, 보수의 눈치를 보거나 미국을 먼저 이해시키려는 게 아니고. 촛불을 믿고 국민을 믿고 용기를 갖고 과감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김대중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을 성공하셨던 가장 큰 이유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당시를 놓고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정말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절대다수의 언론이나 국민적 지지도 없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셨고 난국을 돌파해 나가셨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80%의 절대적 지지, 국민적 열망을 받고 있다. 물론 15%도 국민이기에 그들도 안고 가야 하지만 그들의 눈치를 보고 미국에 눈치를 보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좀 더 대담한 모험심을 가지고 새롭게 돌파해 나갔으면 좋겠다.
-바쁘신데 장시간 귀한 말씀 감사하다. 북핵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법을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릴레이 통일코리아>는 통일 분야의 집단 지성을 통해 건강한 통일담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보수-진보, 유명-무명, 국내-국외 등 통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가감없이 소개하고 토론하고 공감하자는 취지다. 일종의 통일을 향한 마라톤인 셈이다. 향후 인터뷰이들과 독자들의 만남, 북한 사람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장을 마련해가려고 한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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