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지은이)창비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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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 436쪽
책소개
4·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 “지금 나에게는 오늘의 밝은 태양보다 망각된 과거가 더 중요하다” 현대문학사에 빛나는 현기영의 기념비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다. 1999년 출간 이후 20여년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일곱살 때 4·3을 목도한 작가가 기억을 되살려 쓴 자전적 작품으로, 유년 시절부터 작가로 성장하기까지 이야기를 제주의 대자연 위에 펼쳐놓는다.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 4·3의 뼈아픈 면모와 역설적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섬의 자연풍광이 치밀하고 아름답게 엮인 이 작품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 문학사의 뛰어난 성장소설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4·3 문학의 거장이 된 소설가 현기영의 문학적 원천이 무엇인지 그 비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사례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목차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작가의 말
책속에서
첫문장
살아서 박복했던 아버지는 그래도 죽음만큼은 유순하게 길들일줄 알았나보다.
왜정 때의 그 악명 높던 곡식 공출이 여전히 존속되어 부족한 식량을 수탈해가는데 어찌 해방이며 이민족들이 나라를 두동강 내고 점령하고 있는데 어찌 해방이라고 할 수 있으랴.그러므로 그 이듬해인 1947년 3월1일 읍내에 이만 군중이 모여든 대시위는 이렇게 극한 상황에 몰린 민생의 피맺힌 절규였다.그러나 미군정은 슬픔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그 집회에 무차별 총격으로 응답했으니,여섯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말았다/37쪽 접기
하늘은 언제나 백치같이 무심한 표정이었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일이기에 더욱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인간의 경험 상상력을 훨씬 능가해버린 그 엄청난 살육과 방화를 놓고 어떻게 무자비하다,잔인무도하다,하는 따위의 빈약한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57쪽 - 우주
잊혀진 과거를 떠올리는 일은 이성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내 나이 또래들이 일반적으로 겪은 연대기적 사건들이나 습관,관행 제도적인 것들은 증언과 자료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생이 가능하겠지만 나 자신에 고유한 사적 경험들을 되살리는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 쉬운 게 아니다.이성보다는 오히려 오관의 감수성에 의하여 그것들이 망각 밖으로 드러나는 수가 더 많은 것 같다.시각을 토완 연상 작용은 흔한 일이지만 냄새.소리.맛 피부 감각도 잊혀진 과거를 일깨우는 단서가 된다/164쪽 접기
이 소설에서 저는 4.3을 ‘말로는 다 할 수 없는,즉 언어절의 참사‘라고 썼습니다.인간이 사용해온 언어로는 그 참사를 설명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역대 독재정권들은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혹은 잊히도록 하기 위해 서슬 푸른 공포정치를 구사했습니다.흔히 그것을 망각의 정치라고 하죠.그런데 그 망각의 정치의 세뇌효과는 대단하여 어느 정도 민주화된 지금에도 국민의 상당수가 4.3을 모르거나 알아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옳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 나쁜 것은 4.3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정치세력이죠.그리고 모르면 알려고 해야 하는데 알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아예 외면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많은 사람들에게 4.3은 ‘불편한 진실‘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왜곡하고 외면하려고 해도 4.3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작가의 말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현기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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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7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버지」가 당선되어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래, 제주도 현대사의 비극과 자연 속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소설집 『순이 삼촌』 『아스팔트』 『마지막 테우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전 3권), 『변방에 우짖는 새』 『바람 타는 섬』 『지상에 숟가락 하나』 『누란』, 산문집 『바다와 술잔』 『젊은 대지를 위하여』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접기
수상 : 2025년 이호철통일로문학상, 2023년 대산문학상, 1999년 한국일보문학상, 1994년 오영수문학상, 1990년 만해문학상, 1986년 신동엽문학상
최근작 : <사월에 부는 바람>,<[큰글자도서] 제주도우다 3>,<[큰글자도서] 제주도우다 2> … 총 71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눈부신 생명력을 품은 한 사람의 다채로운 성장기 어린 시절 당해낼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벌레를 가지고 놀던 아이 똥깅이. 그리고 유년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 웬깅이와 주넹이 누렁코 등, 친구들의 익살스러운 별명만큼이나 정겨운 풍경이 아름다운 제주섬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거대한 사건 4·3과 6·25에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이 소설은 당시의 기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단순한 개인적 과거가 아닌 인류 공동체 역사의 자리로 옮겨놓는다. 아름다운 제주섬의 그늘 속에 4·3의 슬픔이 짙게 배어 있듯, 작가의 삶에도 4·3의 그늘은 드리워져 좀처럼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은 결국 사라지지 않아 ‘4?3소설’의 최고봉이자 ‘4·3사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순이 삼촌」을 쓰게 했고, 오랫동안 금기시한 ‘4·3사건’의 진상을 최초로 세상에 알리게 된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양민 학살에 다름없었던 토벌작전과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섬사람들의 기막힌 운명, 사나운 총격에 가족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피란민들이 어떤 고초를 겪으며 남은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어린아이의 무구한 시선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마치 4·3의 원혼을 달래는 무당처럼 그런 사연들을 기억하게 하고 그들의 죽음을 깊이 새긴다. 나는 횡단도로를 달리는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한라산 기슭의 야초지에 가본다. (…) 내 아버지, 내 조상들이 묻힌 곳, 그 초원은 모든 섬사람들이 태어났다가 죽어서 다시 돌아가는 어미의 자궁인 것이다. 그러나 피맺힌 한으로 해서 조금도 관대해질 수 없는 무자·기축년의 그 주검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들도 거기로 돌아가 푸른 초원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의 삭일 수 없는 여한은 어찌할 것인가.(78면) 하지만 이 작품에 참혹한 죽음에 서린 슬픔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유년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드넓은 초원과 반원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으며 아득히 멀리 물러나 있던 수평선, 나무 하러 다녔던 한라산과 개구리가 울 때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번져가던 동심원의 아름다운 파문처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제주의 오래된 풍경과 그 속을 뛰놀던 작가의 지나간 시절이 눈부신 생명력을 뽐내며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짐으로써 이 소설이 빼어난 성장소설임을 다시금 증명한다. 숟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천상에서 쫓겨나 이승의 콩밭에서 푸른 옷 입고 꽁무니에 숟가락 꽂은 슬픈 몸으로 평생 그 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귀양살이하는 그 아기씨, 그것이 혹시 나 자신의 운명이 될까봐 나는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내 꽁무니에 꽂은 숟가락으로 어떤 밥을 먹게 될 것인가.(229면) 어린 시절 밭일을 돕던 중 보게 된 ‘팥벌레’에 얽힌 설화를 통해 작가는 ‘숟가락’ 이야기를 독자에게 건넨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지 않앰시냐. 그러니까 먹는 것이 제일로 중한 거다.”(91~92면)라는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숟가락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먹는 일과 연관된 도구이다. 작가는 그 ‘숟가락’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가늠해보고 때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숟가락’은 운명인 동시에 삶과도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사건과 제주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사람의 풍요로운 성장기는 현기영 특유의 강직하고 사려깊은 필치에 실려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기억에서 퍼올린 눈부신 이미지와 가슴속에 오래 남을 아픈 흔적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감동을 자아내며 현기영 문학의 본류를 찾아가는 기쁨 또한 선사한다. 또한 참혹했던 4·3의 시간을 살아내고 일생을 복무했던 작가의 삶과 그 기록은 그날의 참상을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가슴속에 기억하게 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저는 4·3을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즉 언어절(言語節)의 참사’라고 썼습니다. 인간이 사용해온 언어로는 그 참사를 설명할 수도, 묘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어떤 악행도 그 악행에 필적할 수 없기에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죠. 역대 독재정권들은 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혹은 잊히도록 하기 위해 서슬 푸른 공포정치를 구사했습니다. 흔히 그것을 망각의 정치라고 하죠. 그런데 그 망각의 정치의 세뇌효과는 대단하여, 어느정도 민주화된 지금에도 국민의 상당수가 4·3을 모르거나 알아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옳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 나쁜 것은 4·3의 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정치세력이죠. 그리고 모르면 알려고 해야 하는데, 알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아예 외면해버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4·3은 ‘불편한 진실’인 것이죠.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왜곡하고, 외면하려고 해도, 4·3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4·3은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죠. 4·3의 진실을 바로 알고 기억하는 일, 그래요,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이것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하는 제주 4·3의 슬로건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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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한라산과 해변 사이 중산간지대의 백삼십여개의 마을들이 불에 타 사라졌다. 불바다와 함께 대살육극이 시작되었으니, 주민들 절반은 산으로 달아나 폭도라는 누명 아래 사살의 대상이 되고 절반은 명령에 따라 해변으로 소개했으나, 그중의 많은 부로(父老), 아녀자들이 폭도 가족이라고 처형당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마소도 닥치는 대로 학살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물정을 잘 모르는 읍내 아이였다(p31)... (어른들은) 한라산을 적대시하도록 강요받고 있었다. 죽창을 들고 토벌대 뒤를 따라다녀야 했던 그들은 동족을 적으로 삼아야 하는 자신의 기막힌 운명에 치를 떨었다. _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 p37/229
일부 해안가를 제외한 섬 내륙 전체를 적성지역으로 규정하고 초토화작전을 전개한 이승만 정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고립된 섬 제주는 지옥도가 되었고, 지옥을 만든 것은 외세가 아닌 자국정부에 의해서였다. 앞선 시기 1909년 남한대토벌작전과 1920년대 간도참변, 같은 시기 여순사건과 이후 5.18민주화항쟁에 이르는 국가에 의한 민간의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
이름난 명승지 모두가 과거에 학살터였던 아픔의 섬 제주. 제주4.3평화공원의 리플렛을 꺼내어 평화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삶이란 궁극적으로 그러한 아침에 의해 격려받고, 그러한 아침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아침 빛으로부터 병든 자는 삶의 의욕을 얻고, 절망한 자는 용기를 얻고, 그리고 용기있는 자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더 밝고 더 아름다운 아침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바칠 결심을 하는 순간도 그러한 아침의 햇빛 속에서일 것이다. _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 p10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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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4-05 공감(47)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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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책보다 제주도를 더 사랑하게 될 이야기!
정말 10년도 더 전에 읽었을 것이다.
요즘 처럼 제주 4.3사건을 쉽게 말하지 않던 시대가 있었다.
제주에 대한 역사를 1도 몰랐던 나에게 이 책은 제주 4.3 사건에 대해 살짝이라도 알게 했고, 제주도가 아름답기 전에 아픔도 많은 땅이란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당시 난 유명한 TV프로에서 이 책을 추천해서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대학때 졸업여행으로 가서 발만 살짝 담그고 온 제주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더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준 책이었다. 그리고 아픔의 역사를 알게 해준 책이었다.
요즘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쉽게 여행을 떠난다.
그 사람들에게 제주를 정말 알고 싶다면 제주 여행 책을 읽기전에 이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제주여행이 더 풍성하고, 의미있어 질 것이다.
그리고 절판되었던 책이 다시 새로이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을 축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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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커피 2018-04-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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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기억되는 내 인생의 첫 장면은 항상 시골 외딴집의 조그만 방 한 가운데부터 였었다. 아주 무서운 악몽을 꾸고나서 처음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대며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세상을 향한 첫마디였다. 그 이전에도 나는 꿈을 꾸고 밥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고 아장아장 걸어다녔을테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내가 기억할 수 없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현기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통해서 생생하게 되살아 나고 있다. 수 십년이라는 긴 간격을 두고서도 이어지는 작가와 나의 유년시절의 삶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페이지를 한장씩 넘길때마다 깜짝 깜짝놀라는 중이다.
다른게 있다면 작가는 제주4.3 사태와 6.25와 같은 시대의 아픔을 몸소 겪으면서 성장했다는 것이고 나는 그저 한적한 시골 평화로운 시기에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다 시장기를 느끼면 엄마! 배고파 하면서 집에 돌아 왔다는 것이다. 응당 밥줘! 하는 나의 바램은 어머니의 매서운 회초리로 돌아 오기가 십상이었다.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시절 그렇게 싸돌아다니다 보면 아무리 헌옷인들 배겨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창문을 닫을 수가 없어서 마침표는 좀 더 있다가 찍기로 한다.
내가 9살때인가, 어느날 마을에서 돼지를 잡은 기억이 난다. 일년에 몇 번씩은 마을 행사있을때 돼지를 잡는데 그 날은 웃동네 아랫동네 해서 두 마리나 잡는 모양이었다. 그런 날이 되면 으레 우리같은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구경거리가 된다. 말 못하는 같은 동물이지만 개를 잡을라치면 불쌍한 맘이 먼저들어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서 훌쩍거리는데 이상하게 돼지 잡는 날은 신이나고 즐거운 잔치날이 되었다. 생목숨을 죽이는 게 잔인하긴 하지만 힘센 장정 서 넛이 네 발이 묶인 돼지를 단단히 붙잡고 그 앞에 묵직한 몽둥이를 든 아저씨가 두손으로 돼지 코를 힘껏 내리친다. 제대로 맞으면 돼지는 즉사를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빗맞은 돼지는 코피를 무지막지흘리면서 꽥~꽥~하고 비명을 지르고 몸서리를 친다. 두 서너번 그렇게 맞으면 결국 돼지는 숨이 끓어진다. 그러면 돼지를 뒤집어 놓고 아저씨 한분이 날이선 칼로 배를 좍 가른다. 그러면 속에 있던 돼지 내장이 다 쏟아진다. 그 중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의 시뻘건 생간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도마위에 올려놓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간을 송송송 썰어 놓으면 아저씨들이 그 주위를 에워싼다. 뒤이어 소주 한잔씩 돌아가고 돼지 생간 한 조각을 집어서 소금을 약간 찍어서 한 입에 쏙 집어넣는다. 나야 별로 였지만 아저씨들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일년에 몇 번 안되는 고깃국을 먹는 날이었다!
책은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창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창가에 앉아서 세상을 보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그 창이 보여주는 다양하고 멋진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창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저의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끔씩 그 창으로 비가 내리지만 그래서 더욱 좋습니다! 지금 제 방 창가엔 진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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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2020-10-0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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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만 있어도..
이 책은 순이삼촌으로 유명한 현기영씨의 자전소설이다. 9월초에 이 책으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의 시간이 있는걸 알고 읽기시작했다. 근무로 시간이 여의치않아 강연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보석 같은 책을 만났다.
작가의 유년시절은 4.3과 6.25와 그리고 기근으로 점철된 시절이었다. 이어서 제주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서 4.3을 묘사한 책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정해체, 특히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삶을 지탱하기 위한 어머니의 악전고투 . 우리의 가치관이 유년시절이 바탕이 된다면 그의 삶은 한마디로 엉망징창이 아닐수없을텐데도...
우리에게 4.3을 알리고, 모진 고문을 이겨내며 우뚝 서 있는 그를 보면 감격스럽다.
개정판과 첫판을 다 봤는데, 처음에 나온 책의 활자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훨씬 정겨운 활자체로 되어있어서 좋았는데, 딱딱한 글씨체로 바뀌어서 아쉬운 면이 있었다.
큰 챕터가 없이 일기처럼 짧은 글들의 연속이다. 끝마무리가 약간 흐지부지된 것만 제외한다면 험난했던 제주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수작이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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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너그러움 2019-09-2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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