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함께"…개신교 극우와 교회 쇠퇴의 역설
입력 2025.11.2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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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동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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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어게인’의 핵심 동력은 개신교
교세 위축 속 ‘쇠퇴 공포’ 방어기제
협소한 기반, 주류로 확장성 낮아
이미지 확대보기24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국민저항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권)' 세력의 핵심 동원 기반 중 하나는 개신교다. 한남동 탄핵반대 집회에서 찬송가가 투쟁가처럼 울려 퍼진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을 구약성경 속 고레스왕(바빌론에 억류돼 있던 유대인을 해방한 왕)에 비유하며 ‘하나님의 뜻’을 실천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복음주의 우파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고레스왕이라 추켜세운 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언어를 적극 차용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 등 극우 개신교의 언어를 정치권에 끌고 왔다. 평생 '술(酒)' 이외의 '주(主)님'과는 거리가 멀었던 윤 전 대통령마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간절히 기도했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개신교 교세는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교인 수는 2011년 1,035만 명, 2023년 832만 명으로 줄었다. 전체 인구 중 개신교인 비율도 16.6%로 떨어졌다. 젊은 세대일수록 개신교 신자는 적고, 정기적으로 다니는 교회가 없거나 아주 이따금 가는 '가나안 성도'는 많다. 신도시일수록 교회의 영향력이 적은 건 그 결과다. 경기도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젊은 수원시 영통구(38.2세·2023년 기준)와 화성시(38.4세)의 인구 1만 명당 교회 수는 각각 4.6곳과 6.5곳에 불과하다. 반대로 가평군(50.7세)과 연천군(50.3세)은 각각 20.3곳과 21.8곳이다.
역설적으로 개신교의 위축이 개신교 극우의 등장을 낳았다. 사회적 소수파가 되고 있다는 세계관의 위기가 첫 번째 원인이다. 서명삼 서강대 교수(종교학)는 "강성 우파 정치와 개신교의 결합이 이뤄지기 이전에 2024년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가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유만석·홍호수 목사, 이용희 교수 등이 그대로 ‘세이브코리아’를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복음주의의 위축이 기독교 민족주의의 부상과 트럼프 지지로 이어졌다는 연구가 많다. 일종의 '방어적 정체성 정치'가 작동한 셈이다.
개별 교회의 경영 전략 측면에서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교인을 늘리는 수단이다. 전국 단위로 '잠재 고객'이 넓어지고, 일부 이탈이 있더라도 잔류 교인의 동질성과 충성도는 오히려 강화된다. 이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평적 확장이 가능하다. 전광훈 목사가 교인을 대상으로 신용카드·알뜰폰·인터넷쇼핑몰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손 목사는 올해 대안학교를 개교했는데, 입학식에서 "2년 안에 국가로부터 학비를 다 보조받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운영비를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대안 우파 활동이 보수 주류에 편입되는 경로가 열렸다는 점도 중요하다. 강기훈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자유의새벽당이라는 극우 대안 정당을 창당한 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 캠프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극우 개신교도 비슷한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손 목사의 아들인 손영광 교수, 조평세 1776연구소 대표,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 등이 비공식적인 '팀'을 이루어 각종 보수 행사에 등장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문제는 이들의 기반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다. 개신교 내 ‘극우’ 성향의 비중은 비개신교인과 큰 차이가 없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독교인 비율은 21.8%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같은 방법론으로 조사한 최영준 연세대 교수팀의 결과(21%)와 비슷했다. 영남에서는 개신교 자체가 비주류에 가깝다. 지난 3월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서 정승윤 후보가 출정식에서 손 목사 등에게 안수기도를 받아 빈축을 샀고, 나아가 대패한 것은 개신교 기반 극우와, 그에 기대는 정치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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