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이남곡, 좌도우기] 좌도우기(左道右器) ①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모바일

[이남곡, 좌도우기] 좌도우기(左道右器) ①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모바일

[‘좌도우기’(左道右器)라는 말은 김윤상 경북대 교수의 <특권 없는 세상>이라는 책을 보다가 발견한 말이다. 그는 좌도우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회가 분열되어, 예를 들면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서로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 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좌파의 입장에서 보는 현실의 우파는 이상사회를 향 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속물이며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면서 추호도 양보하 지 않는 이기집단입니다. 반면 우파의 입장에서 보는 현실의 좌파는, 물정도 모 르면서 설치는 하룻강아지이며 ‘사회정의’라는 이상한 깃발을 들고 떼를 쓰는 집 단입니다. 이러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혐오만 남습니다. 그러나 저는 합리적인 좌파와 양식 있는 우파라면 공통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해왔습니다.

좌도우기, 즉 좌파가 추구하는 가치를 우파의 방법으로도 충분 히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내가 이 책을 보고 처음 느낀 것은 이런 생각들이 왜 한국 사회에서는 ‘비현실 적’인 탁상공론으로 들릴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가 낳은 끈질긴 증오와 불신, 그리고 불의한 특권으로 강고해진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앞에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해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달라지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 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좌파는 ‘평등’에 방점을 찍고, 우파는 ‘자유’에 방점을 찍는다. 실제 면에서 자유와 평등은 부딪치기 쉽다. 그러나 합리적 이성이 성숙하고 상호간의 신뢰가 이룩되면, 좌파는 불평등의 해 결에, 우파는 악평등이 불러오는 부자유의 해소에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불평등은 ‘같은 것을 다르게(차별) 대우하는 것’이고, 악평등은 ‘다른 것(차이)을 같게 하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은 ‘불평등’과 ‘악평등’의 양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서면 좌와 우는 서로 격렬하게 대립할 필요가 없게 되고, 오히려 서 로가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좌도우기’의 이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총 생산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진정한 평등의 이상에 접근하 는 것이다. 수구적인 좌파나 진보적인 우파가 실제로 얼마든지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아직 적당한 말이 없어 좌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역사의 복잡성 때문에 좌도우기를 실현하려면 고도의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흐름이 정치와 경제의 중심무대로 나올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야 한다. 좌파와 우파가 서로를 ‘친일’과 ‘종북’으로 공격하는 이상한 환경에서는, ‘좌도우 기’는 한낱 공론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나는 진보적 인문운동가로서 북한에 민주 적이고 정상적인 정권이 등장하기를 누구보다 원하지만, 그 과정이 민족 전체의 참화로 이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해의 소지가 큼에도 내가 ‘한 민족 두 국가’ ‘합작과 연정’을 일관되게 제안하 는 것은 ‘전쟁의 우려’와 ‘좌도우기의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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