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알라딘: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

알라딘: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 - 근대 일본 형성기의 심상지리

박삼헌(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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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려왔다.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일국교정상화 그리고 지금의 독도 영유권 문제와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까지. 일본은 우리 역사에 커다란 족적과 분쟁을 남긴 나라임과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는 나라이기도 하다.

책은 일본, 더 좁게는 일본의 정체성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근대 일본이 형성되기 시작한 1800년대 중후반이라는 시간적 공간 안에서 “일본 국민의 형성 과정을 검토하고, 그 국민은 어떻게 대일본제국헌법의 신민으로 귀결되었는지 해명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와쿠라 사절단의 해외 문물 사찰을 시작으로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국회 개설 논의와 헌법 개정, 조약개정 등이 시행되고, 최초의 해외 파병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완침공을 통해 국가관과 애국심을 체화하는 1870~1880년대를 중심으로 ‘일본’과 ‘일본 국민’의 정체성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소위 말해 ‘자유민권운동’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이때, 즉 근대화 개념이 사회체제로 수렴되고, 국민과 국가라는 개념이 형성되어간 시기에 왜 “국민의 권리를 천황이 부여하여 신민의 권리로 규정하는 대일본제국헌법이 성립될 수밖에 없었을까”를 연구 과제로 삼아, 그 공간 안에서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 역사적 해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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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내면서

제1 부 국민의 탄생, 신민의 발견
제1장 천민 해방과 메이지유신
1. 들어가며
2. 막부 말기의 에타 인식
3. 왕정복고 이후의 에타 인식
4. 나오며: 천칭폐지령이 만들어낸 주술

제2장 이와쿠라 사절단의 서양 시찰과 내이션 체험
1. 들어가며
2. 국민국가 간 의례 체험
예포라는 의례 | 각국 정상과의 알현식
3. 국민국가의 상징공간 체험
4. 나오며: 사절단의 아시아 체험과 오리엔탈리즘

제3장 국민 행복의 탄생
1. 들어가며
2. 번역어 幸福의 등장
3. 왕정복고와 국민 행복
4. 자유민권운동과 국민 행복
5. 나오며: 국민 행복의 행방

제4장 국민에서 신민으로-가토 히로유키의 입헌적 족부통치론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대일본제국헌법 발포 이후의 국가사상
일본제국헌법에 대한 가토의 평가 | 청일전쟁 전후의 국가사상
3. 러일전쟁 전후의 국가사상
4. 나오며 : 미완의 군주기관설 비판

보론 동양의 루소, 나카에 초민
1. 나카에 초민의 생애
프랑스 유학과 초민 | 불학숙과 관직생활 | 자유민권운동과 초민 | 사업활동과 『일년유반』
2. 나카에 초민에 대한 당시의 평가
3. 나카에 초민에 대한 연구 동향
1945년 이전의 연구 | 1945년 패전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연구 |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연구
4. 나카에 초민 연구의 이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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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국민과 신민의 렌즈, 서로 교차하는 초점

제5장 최초의 대외 전쟁과 프로파간다-1874년 타이완침공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시각적으로 보도되는 타이완침공
기시다 긴코의 타이완침공 기사 | 타이완침공 관련 기사와 삽화
3. 니시키에판 『도쿄니치니치신문』과 타이완침공
4. 나오며 : 재생산되는 타이완침공의 이미지

제6장 책봉·조공에서 만국공법으로-1870년대 메이지 건백서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근대 일본의 국가체제 성립과 건백서의 역할
3. 1870년대 건백서의 동아시아 인식
1874년 타이완침공과 건백서 | 1875년 강화도사건과 건백서
4. 나오며

제7장 국토와 세계 인식-『고등소학독본』(1888~1889)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고등소학독본』의 편집 방침
3. 『고등소학독본』에 나타난 심상지리
국토를 바라보는 시선 | 타국을 바라보는 시선
4. 나오며

제8장 메이지 일본 풍경의 발견-『내국여행 일본명소도회』(1888~1890)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 시가 시게타카의 『일본풍경론』 재고
2. 1880년대 메이지와 『내국여행 일본명소도회』의 등장
시간적 전제: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계절 | 물질적 토대: ‘~명소도회’ 출판 붐
3. 『내국여행 일본명소도회』가 발견한 메이지 일본의 풍경
편집의 특징 | ‘발견’된 풍경들
4. 나오며

책을 마치며
원문 출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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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밑줄긋기

P.53 : 각국의 수도에서 개최된 각국 정상과의 알현식은 사절단 일행이 일본국 대표라는 내셔널아이덴티티를 체험할 수 있는 전형적인 국민국가간 퍼포먼스였다.
P.63~64 : 1870년대 서양을 시찰하고 체험하는 가운데 문명을 체득한 사절단 일행이 인도와 상하이를 비롯한 아시아의 식민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동일 인종에 대한 동정적인 태도와 서양에 비할 때 뒤떨어진 동양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중첩되어 있기에 다분히 이중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관념적인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찰과 체험을 통해서 체득되었다는 점에서 이후 근대 일본에서 생산된 오리엔탈리즘의 원형을 이룬다.
P.65 : 1870년대의 서양 국민국가를 시찰하고 체험한 후 귀국길에 오른 사절단이 식민도시와 조계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인종적 동질감을 전제로 하는 아시아주의의 맹아적 형태도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국이라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절단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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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본 국민은 언제, 어떻게, 왜 지금처럼 형성되었을까
그 오랜 질문에 대한 심상지리(心象地理)적 접근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

일제강점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이라는 이름.
이 책은 그 이름의 정체성을 찾아
일본의 1800년대 중후반을 거닌다.
일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되어줄 책!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매달려왔다.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일국교정상화 그리고 지금의 독도 영유권 문제와 신사참배, 교과서 왜곡까지. 일본은 우리 역사에 커다란 족적과 분쟁을 남긴 나라임과 동시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본에 있어 천황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일본 국민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지,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우리 역사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나라이자 역사적 가해자이기도 한 나라에 대해 늘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일본, 더 좁게는 일본의 정체성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근대 일본이 형성되기 시작한 1800년대 중후반이라는 시간적 공간 안에서 “일본 국민의 형성 과정을 검토하고, 그 국민은 어떻게 대일본제국헌법의 신민으로 귀결되었는지 해명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와쿠라 사절단의 해외 문물 사찰을 시작으로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국회 개설 논의와 헌법 개정, 조약개정 등이 시행되고, 최초의 해외 파병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완침공을 통해 국가관과 애국심을 체화하는 1870~1880년대를 중심으로 ‘일본’과 ‘일본 국민’의 정체성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소위 말해 ‘자유민권운동’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이때, 즉 근대화 개념이 사회체제로 수렴되고, 국민과 국가라는 개념이 형성되어간 시기에 왜 “국민의 권리를 천황이 부여하여 신민의 권리로 규정하는 대일본제국헌법이 성립될 수밖에 없었을까”를 연구 과제로 삼아, 그 공간 안에서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 역사적 해석을 보여준다.
이 여정은 국민이라는 개념이 탄생하는 천민 해방에서부터 시작한다. 즉 “천칭폐지령 발포 전후로 등장한 에타·히닌 관련 담론들을 근대 일본의 국민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이 작업은 “근대 일본에서 ‘부락민’으로 불리며 차별받은 에타와 히닌 출신에게 메이지유신이 어떠한 의미였는지 알아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근대 일본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이와쿠라 사절단의 행적과 그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도 이어지는데, 독자들은 이와쿠라 사절단이 단지 해외의 선진화된 사회체제와 문물을 일본에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일본이 동아시아 각국에 대해 어떤 문명사관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근대 문물, 근대 사상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자기화하던 일본은 그 뒤 대일본제국헌법 제정을 통해 국가사상을 설정하고, 그런 사상적 배경 안에서 일본 국민은 신민으로 재정립되면서 타이완침공과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계기로 내셔널리즘을 체화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일본의 신문매체들이 이런 국가적 사건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사상을 심어주고자 했는지 분석함으로써, 일본이 정체성 형성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해석해내고 있다.

일본 ‘국민’은 어떻게 ‘신민’이 되었나

“주군의 은혜를 바라고 그에 감읍하던” 기존의 ‘하쿠쇼(百姓)’가 어떻게 ‘국민’이라는 개념을 거쳐, 다시 대일본제국헌법의 ‘신민’으로 귀결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일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작업이다. 
일본에서 천민으로 대우받던 ‘에타’와 ‘히닌’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신분 철폐의 대상으로 부각한다. ‘에타’는 “이들의 존재로 인해 외국으로부터 ‘국욕’을 받는 것”이 문제라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힘입어 신분제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히닌과 에타 폐지가 ‘천리(천부인권론)’라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국욕’을 해소한다는 국가주의의 목적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황국’, ‘천황제 국가’의 국격에 오점을 남기는 안 된다는 국가주의적 목적이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즉 “천황을 정점으로 한 국가체제를 만들기 시작하는 가운데 이를 지탱하는 존재 중 하나로서 에타가 국민으로 ‘상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민에 대한 개념도 대일본제국헌법이 제정되면서 ‘신민’이란 개념으로 변질되는데, 물론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대일본제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의 권리가 급격히 축소되고 변질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대일본제국헌법을 바라보는 데 있어 이것이 “인민의 권리를 확보하고 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국가의 기본법이 아니라, 인류역사상 모든 국가가 그 주권의 통치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법적으로 규정한 통치법령”이라고 정의함으로써, “헌법의 근대적 의미는 사라지고 국가의 통치법령이라는 일반적 의미만이 남게” 되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다시 말해, 대일본제국헌법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일본을 지배하는 정당성을 담보해내는 이데올로기적 장치”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가토 히로유키(加藤弘之)의 저작을 통해 분석해내고 있는데, 즉 가토가 “흠정헌법주의에 의해서 대일본제국헌법이 발포된 이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충군애국이라는 도덕상의 원리로 만세일계의 천황에 의한 국가지배체제를 정당화하는 입헌적 족부통치론을 ‘우리 국체론’”으로 재구축하면서, 일본을 “건국 이후 지금까지 일본 민족의 족부(族父)인 천황이 군위(君位)를 유지해 온 국가”로 파악하고, “이를 서양의 입헌적 군주통치국과 그 성격을 달리하는 입헌적 족부통치국”이라 규정했다는 것이다.

타이완침공을 통한 내셔널리즘의 형성

이렇게 혈연적으로 결속된 족부통치국이라는 일본식 국가사상이 다져지면서, 일본은 전쟁을 통해 신민으로서 국가에 봉사하고 희생하는 애국주의를 내면화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타이완침공과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정점을 맞는다. 저자는, 이제 막 자신을 국민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일본인들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일본을 어떻게 인식하기 시작했는가를 타이완침공 관련 신문기사와 기사에 실린 삽화 등을 분석함으로써 파헤치고 있다. 저자가 미디어매체를 주요한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국민국가를 단위로 하는 전쟁에서 미디어는 적국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보전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동원하는 선전, 즉 프로파간다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록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토 확장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타이완침공 관련 기사가 “독자, 즉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국민이 스스로를 타이완 토번(土蕃)과 구별되는 문명개화로 인식하고, 나아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일본국을 미개를 개화시키는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신문의 기사와 삽화 등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복과 일본국의 행복이 일치될 수도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일본 국민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국의 행복을 위해서는 “승려나 평민에 이르기까지 국가를 위해 목숨을 새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일본군의 존재가 강조된다.” 타국과의 전쟁은 항상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국가주의를 강화시킨다. 일본 국민은 바로 그런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밀착시키게 된 것이다. 이는 국가정책과 관련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건백서(建白書) 실시로 한층 공고화된다.
건백서는 신문·잡지의 논설 및 기사와 달리 “국가정책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개입하려 했던,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국민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건백서는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국민의 강한 열망이 만들어낸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대외관계에 대한 건백서가 많았는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대외문제에 관한 건백서야말로 국민으로서의 애국지정이나 우국지정, 즉 애국심을 드러내는 최적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방대한 양의 타이완침공 보도기사와 건백서를 분석함으로써, 이런 기록물이 지금의 일본 그리고 일본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축해왔고, 어떻게 유도해왔는지 보여준다.

일본 풍경의 발견과 국토 인식

방대한 역사 자료를 분석하는 저자의 열정은 당시 일본인들이 일본의 국토를 어떻게 인식하고, 일본의 풍경을 어떻게 발견하고 있는가로 나아간다. 중등 교과서였던 <고등소학독본(高等小學讀本)>의 지리 내용과 여행 서적으로 출간된『내국여행 일본명소도회(日本名所??)』를 기본 텍스트로 삼아, 일본이 일본국의 국토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키려 했고, 문명개화기의 일본 풍경은 어떻게 천황주의로 수렴되어갔는지를 보여준다.
<고등소학독본>은 일본의 도시를 적극적으로 부각하는데, 이 ‘도시’라는 개념은 근대성을 드러내는 수치화된 공간이다. 즉 이 교과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된 수치를 토대로 도시의 공간적 범위와 특성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고, “이러한 방식은 일차적으로는 천황폐하가 계시는 곳, 정부가 소재하는 곳=수도=도쿄를 중심에 놓고, 이외의 도시들을 수치화된 규모에 따라 피라미드식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고등소학독본>의 지리 서술은 교과서 검정시기의 문명개화적 세계관에서 국정 시기의 천황 중심적 세계관으로의 이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과도기적 텍스트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고등소학독본>이 일본의 지리와 국토를 정확히 수치화된 개념으로 인지시키면서 국가관과 지리적 개념을 연관시켰다면,『내국여행 일본명소도회』는 “청일전쟁과 같은 적대적 타자와의 대립을 배경으로 일본인의 자기 정체성과 ‘국토’를 연결시킨, 따라서 ‘국민(nation)’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의 풍경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개화기의 풍경을 부각하거나, 일본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후지산이나 일본만의 독특한 풍경을 강조함으로써, “독자가 내국의 메이쇼(名所)를 경험하고 상상함으로써 일본을 인식하게 하는 심상지리서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명소』에서 발견된 메이지 일본의 풍경은 서열화된 신사나 “천황을 매개로 하는 여러 풍경”을 등장시킴으로써, 근대 천황제의 핵심적 이데올로기를 투영시키고 있으며, “문명개화와 식산흥업을 구현하는 풍경으로 도시의 서양식 건물이나 공장의 풍경만이 아니라 산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 배경에도 철도와 증기선 등과 같은 근대적 교통수단을 배치”하는 등 “일본 전체에서 문명개화의 풍경을 발견하고 있다.”
개화된 일본의 풍경, 타자의 시선으로 본 독창적인 일본 풍경, 천황이 중심에 자리 잡은 풍경 등 이데올로기가 개입된 풍경의 발견은 독자들이 자신을 일본인으로 자각하고 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자극하는 하나의 변곡점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일본의 내면을 이해하는 풍부한 지적 탐구

우리에게 일본은 늘 풀리지 않은 숙제 같은 나라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루었고, 그 근대화를 통한 정치적 야욕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가해자로 기능했으며, 그 안에서 우리도 많은 고통과 굴곡을 겪었다. 지금도 여전히 천황을 신으로 받들고, 과거의 역사를 끌어안은 채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꾼다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 혼네(本音)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나라 일본. 이 책은 그런 일본 정신의 원류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근대 일본 국가와 민중의 역할’을 알고 싶어서 1996년부터 시작한” 저자의 20년 공부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근대 일본 형성기의 ‘국가체제’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된 ‘국민’”의 역할과 의식을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국민의 정체성을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사료와 당시 지식인들의 저작물들을 통해 그들이 일본에 어떤 정신을 불어넣었는지 철저하게 분석함으로써, 근대화 형성기의 일본의 내면을 투명하게 들어다보고 있다. 그것은 ‘행복’이라든지 ‘국민’ ‘국가’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 어떻게 일본인들에게 체화되면서 천황제를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방법으로, 또는 ‘건백서’, ‘대일본제국헌법’, ‘신문기사’, ‘여행서’ 같은 구체적 사료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학자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방법으로 다양하고 풍부하게 드러난다.
성실하고 깊이 있는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은, 국민이라는 개념의 정립이 어떤 국가관을 형성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의 관계 설정이 근대 일본 정신에 어떻게 작용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동아시아 국가에 어떤 불행을 일으켰는지 동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의 풍부한 지적 프레임은 독자들에게 일본을 이해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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