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5

북한 사람들은 정말 정신 나간 사람들일까? - The New York Times

북한 사람들은 정말 정신 나간 사람들일까? - The New York Times


KOREAN | 오피니언 북한 사람들은 정말 정신 나간 사람들일 까?

By JOEL S. WIT JAN. 28, 2016 워싱턴 —

지난 25년간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 및 학계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 지하는 방법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지난 1월 6일 북한의 핵실험과 핵실험 발표 이 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마치 이전에 여러 차례 본 장면처럼 맥이 빠질 정도로 친숙 했다. 이 상황을 보면서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경찰서장 르노가 릭의 카페를 폐쇄하 기 전에 (사실 자신도 이 사실을 알면서 다른 사람들 들으라고) 외쳤던 그 유명한 대 사가 생각났다.

“맙소사, 여기에서 지금껏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미국의 반응은 한결 같이 ‘충격’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은 더 커지기만 했다. 아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북한에 경의를 표 한다. 북한은 자신에게 주어진 패를 아주 잘 활용해 왔다. 때때로 핵실험을 하는 등 일을 터트려 세계의 격분을 샀지만, 북한은 마침내 소형 핵폭탄과 갈수록 정교함을 높인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었다. 게다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면서도 북한은 중국에서부터 에티오피아에 이르 기까지 여러 나라와 정치, 경제를 비롯한 각종 분야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 다. 사실상 많은 나라가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도대체 북한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뻔한 답변이라면 얼마든지 있 다. 일방적인 제재든 다자간 제재든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북한과 협상에 나선 이 들은 북한을 제대로 다잡지 못했다는 식의 답변 말이다. 하지만 자주 언급되지 않는 진짜 이유가 있다면, 바로 미국과 국제 사회가 북한을 그저 만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악당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북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 지 않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로봇 같다. 한 명도 빠짐없이 경애하는 지도자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 를 옷깃에 달고 자랑스레 내보이며, 정기적으로 수천 명이 모이는 군중집회에 참여 한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데, 마치 그 모습이 뉴욕시 라디 오시티에 있는 무용단 로키츠(Rockettes)의 공연 같다. 북한의 공식 매체는 언제나 과장된 억양으로 읽어내려가는 엄숙한 발표와 조국을 위협하는 자들을 응징하겠다 는 위협 아니면 위대한 지도자를 흠모하는 칭송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를 보고 있 노라면 광신적인 종교집단을 떠올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도자는 우리에게 늘 이상한 인물로 비친다. 예를 들어 북한의 전 지도자 김정일은 우스운 헤어스타일에 짙은 색안경을 꼈다. 테드 크루즈가 얼마 전 북한의 현 지도자 김정은을 가리켜 핵폭탄을 가진 “미치광이”라고 칭하며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많 은 사람의 전형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나는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한에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은 북한 정부 관리들을 만났다. 내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은 미치광이도 아니고 만화책 속에나 있을 법한 괴짜도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관리 중에도 꽉 막힌 당 간부 가 있는가 하면 외국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영어를 독학한 관료도 있다. 그들 가운 데 몇몇은, 특히 군인들은 애국심이 넘치고 강경하며 무엇보다도 미국을 정말 싫어 한다. 이는 내가 1990년대 중반 몸소 똑똑히 느낀 점이다. 나는 당시 1994년 미국과 북 한이 맺은 비핵화 합의를 북한이 어겼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사찰단을 이끌고 북한군이 운영하는 지하 시설을 찾았다. 그러다 사찰단 가운데 한 명이 규정을 어겼 고, 우리는 어떤 방 안에 감금됐다. 총칼로 무장한 북한군이 우리를 에워쌌다. 사찰단 대부분이 ‘여기서 죽겠구나’ 생각했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 풀려나기는 했지만, 낡은 학교 버스를 타고 기지를 빠져나가는 내내 북한군은 우리 뒤를 쫓아오며 반미 구호 가 흘러나오는 확성기를 요란하게 틀어댔다.

나는 우리와 동행한 민간인 안내원에게 군인들이 비포장도로 두 시간은 족히 가야 닿을 호텔까지 우리를 따라올 참인지 물 었다.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좋으시겠습니까?” 대부분 북한 관리들이 대외 관계에 대해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적잖은 미국인은 놀랄 것이다. 북한 관료들은 철저히 현실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 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북한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인식하고 국제 정세를 정 확히 꿰뚫어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체제 보장을 위해 온 힘 을 쏟는다.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자면, 한번은 회담장에서 실세 가운데 한 명인 북 한 관료 옆에 앉게 됐는데, 그는 대뜸 힐러리 클린턴이 쓴 책 “집 밖에서 더 잘 크는 아 이들(It Takes a Village: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 담을 인용해 지은 제목)”을 읽었다며 그 책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정작 아직 그 책을 못 읽었다고 답하는데 꽤 당혹스러웠다. 이 밖에 여러 차례 회담에서 만난 북한 관리 들은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정치, 경제를 비롯한 정세 전반에 정통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북한 사람들이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은 딱히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미국인들은 마오쩌둥이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독재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막 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마오쩌둥 역시 중소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 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어낸 철저한 현실주의자 였다.

나는 북한 관리들이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동석한 적 이 몇 번 있는데, 그들은 그 만남을 존경해 마지않는 미국 정치인에게서 가르침을 얻 을 매우 드문 기회로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오해는 말아 달라. 북한이 바깥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 몰라도, 전부 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그들의 주적인 미국에 대해서도 그렇 다. 한번은 북한 관리가 물었다. “도대체 미국은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나서서 우리가 핵무기를 갖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은 하면서 왜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 는 겁니까?”

그러더니 그는 무언가 숨겨진 꿍꿍이속이 있을 거라며, “당신들은 사실 우리가 핵무기를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 아니오? 그를 구실 삼아 동맹국인 한국, 일 본을 계속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라는 추론을 펼쳤다. 우 리는 그런 숨겨진 의도가 없으며 미국은 진심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걸 원치 않 는다고 설명해줬다. 하지만 그가 우리의 설명을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은 어떤 대북 정책을 세워야 할까? 도발에는 지체 없이 강 력한 응징을 하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공개 성명을 통해 여론전에서도 북한을 더 압 박해야 하고, 제재도 더 강력하게, 효과적으로 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동맹인 중국 이 이런 제재에 동참하도록 더욱 압박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여러 동맹국과 북 한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군사적 조치도 필요하다면 취해야 한다. 언급한 조치 들은 모두 정당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북한을 진지 하게 받아들이고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는 북한을 저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그 렇지 않고 그때그때 임시방편에 그치는 대응으로 일관한 다면, 몇 년 뒤 북한이 다섯 번째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미국은 또다시 “카사블랑 카”에서 르노 서장이 그랬듯이 뻔한 대응을 내놓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칼럼을 쓴 조엘 위트(Joel S. Wit)는 존스홉킨스대학 한미 연구소(U.S.­Korea Institute)의 선임연구원이자, 북한 관련 소식을 다루는 웹사이트 ’38North’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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