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스님에 모욕감 느낀 이 한 둘 아닐 것" | 소식알림방
道門 최일수|조회 49|추천 0|2015.01.27. 11:29
"도법 스님에 모욕감 느낀 이 한 둘 아닐 것"
[기고] 끝장토론 후기 - 종단의 패배의식과 자기기만
2015년 01월 27일 (화) 09:49:12 우희종 교수(서울대) cetana@gmail.com
▲ 지난 22일 대한불교청년회가 주최한 끝장토론에서 우희종 교수(왼쪽)와 김종규 원장은 도법 스님과 정웅기 불시넷 위원장과 토론을 했다.
최근 들어 총무원의 동국대 총장선거 개입 사태가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단 측 자정과 쇄신을 표방하는 결사본부장 도법스님과 그 입장을 지지하는 재가자 단체 대표가 나오는 종단사태 끝장토론을 하자는 제안이 대한불교청년회로부터 있었다. 개인 자리가 아니라 교계에서 잘 알려진 사회자가 진행하는 공식 행사로서,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여 바람직한 종단 개선 방안을 도출해보자는 것이었기에 불교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자리였다.
그러나 요즘 난발되는 대중공사라는 허명이 붙은 토론회는 처음부터 망가졌다. 도법스님이 종단의 결사본부장 자격이 아니라 개인 스님으로서 토론회에 임하겠다는 모두 발언은 종단과 재가자가 밤새워 머리를 맞대며 하는 끝장토론이라는 기대 속에 자리에 함께한 많은 재가자 및 상대방 토론자에 대해서 매우 무례한 입장 표명일 수밖에 없었다.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대변하거나 책임질 결사본부장이 아닌 종단 개인 스님이라면 굳이 한 개인 스님과의 밤샘 끝장 토론을 위해 많은 재가자와 상대방 토론자들이 그 자리에 오겠는가. 바쁜 생업을 마치고 그 자리에 온 많은 이를 스님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나 나누러 온 이들로 우습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이 점에 대하여 도법스님은 종단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에 결사본부장이 나가는 것을 반대한 총무원 스님들이 있어서라고 했다. 이는 종단의 자정과 쇄신을 담당하는 결사본부장으로서 종단 내부 문제의 공론화를 두려워하는 스님들을 당당하게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 입장을 반영한다는 것이기에 도법스님 스스로가 부패한 총무원 기득권 스님들 의견에 따르고 있다는 초라한 입장 표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그렇게 토론회에 임하기로 생각했다면 자신의 입장을 사전에 주최측과 상대방 토론자들에게도 분명히 알려 이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았어야 했다.
이렇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결국 지극히 일부 종단 문제점만 논의되었지만, 어쨌든 토론 과정에서 나타난 도법스님의 개인 논리만으로도 현 종단의 모습은 분명히 드러났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결사본부장으로서의 패배의식과 피해의식 그리고 진영논리의 뿌리 깊음이 확인되었고, 실상사 화엄학림을 대표하는 개인으로서의 화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불어 자기편의적인 불교 해석이었고, 이를 통한 현 총무원 비호 행태다.
도법스님은 재가자들이 제기한 종단 문제점에 대하여 문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차피 개선되지 못한다면, 혹은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자는 입장이다. 얼핏 들으면 합리적인 듯이 들리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패배의식의 내면화를 보여준다. 그런 태도가 종단 일개 승려라면 모르지만,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총괄하는 결사본부장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종단 내에서 해결하려고 해도 안되더라는 발언과 더불어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밖에서 풀어가련다는 결사본부장의 모습에는 직접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에 본인이 종단 기득세력의 일부거나 아니면 그나마 좋게 봐서 패배의식의 발로로 읽히는 것이다.
도법스님의 패배의식은 종단 제 문제에 대한 낱개 사건에 대한 부분 지적을 하지 말고 전체를 보자는 듣기 좋은 논리로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하여 사소한 부분 문제로 접근하지 말자는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러 상황에 대한 맥락을 무시하면서 진정한 문제점을 호도하게 되는 논리이기도 하다. 지적된 문제점이 잘못된 구조를 상징하거나 대변하는 사안이라면 비록 일개 사안이라해도 전체를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화엄사상을 요약한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라는 법성게 구절을 안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라는 원리를 담고 있다. 드러난 낱개 사안이라도 빙산의 일각으로서 전체 문제를 풀어갈 내용인지 살펴보고 알아차리는 깨어있음이 있어야 한다. 떨어지는 낙엽으로 천하의 가을을 아는 화엄의 이치 앞에서 각각의 사안은 말하지 말고 전체를 보자는 공허하고 단순한 이분법적 사유는 부적절하다. 실상사 화엄학림을 대표하는 도법스님의 태도로는 너무도 아쉽고 동시에 재가자로서 국내 화엄학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한편, 종단 내부 문제에 대한 지적과 비판에 대하여 도법스님은 종단이 잘한 것은 안보고 잘못된 점만 지적하는, 너와 나 혹은 여야에 나뉜 진영논리가 아쉽다고 했다. 이 발언에는 결사본부가 그동안 쌍용차 사태나 세월호 사태에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는 뜻을 담고 있다. 분명히 결사본부는 그동안 사회전반의 여러 갈등 구조를 풀어가는 화쟁위원회 기능에 있어서 비록 뚜렷한 결과는 얻지 못했어도 쌍용차 사태, 세월호 사태 등에 관여하면서 종단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한 긍정적 역할은 했다.
그러나 이를 결사본부의 또 다른 축인 종단 자정과 쇄신의 기치를 내세운 결사위원회 기능과 그간의 결과를 재가자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도법스님이 총괄하는 결사본부는 정부지원금 등 여러 내부 문제점에 직면한 종단이 강남 좌파 스님 발언 및 총무원 정치 유착을 통해 과거 잘 운영되고 있던 강남 봉은사를 강제로 총무원 직영사찰로 변경하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만든 화쟁위원회에 더하여 종단 자정과 쇄신을 위한 결사위원회를 신설해서 만든 종단 조직이다. 결사본부 내 화쟁위원회 기능으로 결사위원회에 나태함을 변명하는 동문서답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도법스님은 대외적인 화쟁을 통해 나날이 썩어가는 종단 내부 결사가 이뤄진다는 독특한 논리로 합리화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진지한 마음과 기대 속에 그동안 결사본부가 해온 부분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함께 보다 바람직한 종단을 위해 열심히 토론에 참여한 이들의 지적을 그토록 쉽게 진영논리로 몰아간 도법스님이야말로 스스로 진영논리 속에 갇힌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토론회에서 내부 부패와 비리가 일반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어 한국불교에 대한 사회인식을 저하시키는 현 종단상황을 밤새워서라도 개선하고자 모인 이들의 문제의식을 단번에 진영논리로 정리한 도법스님에게 모욕감을 느낀 이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날 토론회도 대중공사란 이름이 붙었지만 그동안 결사본부가 종단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대중공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문제논의를 흩트린 것과 더불어 불가의 진정한 대중공사를 왜곡한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서도 분명히 보이는 종단 내부 문제가 왜 개선이 되지 않느냐는 신도들의 지적에 대하여 도법스님은 결사본부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하여 많은 대중공사를 했다고 하며, 우리 역시 과거 총무원 부정과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결사본부의 여러 대중공사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최근에는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시작했고, 일전에는 3.1정신의 화합정신(?)마저 순례라는 대중공사에 결부되었다.
하지만 불가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대중회의 방법인 대중공사는 승단의 모든 대중들이 모여 평등한 참여와 자유로운 발언, 민주적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는 공동체 회의이며, 대중공사에서 결정된 사항은 승가에서 절대적이다. 대중공사의 결정사항은 승통이 진두지휘하여 이행하고, 그 이행 결과 역시 대중공사를 통해 보고됨으로서 대중공사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도법스님의 대중공사라 함은 스님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종단 문제를 다루기는 해도 최종 의견을 모아보았자 총무원 지시 하나로 무산되어 버린다.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그것은 여러 사람을 모아 논의하고 결론 낸 것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학자들의 탁상공론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것을 불가의 대중공사라 해서는 그 뜻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종단 내부의 문제 상황이 개선되어 왔다고 말하는 도법스님의 주장에 공감하는 재가신도는 그리 많지 않다. 내부 권력집단에 속한 결사본부장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들 간의 차이일지는 몰라도 총무원장 연임 과정과 종회선거 및 내부 논공행상, 송담 스님 탈종과 그 후 전강 문중에 대한 철저한 탄압 모습, 동국대 총장 선거 개입 등 근래의 모습만으로도 조계종단은 사회 속 타락한 종교집단의 대표적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 개선의 노력이 폭력으로 변질된 태고종 사태와 더불어 한국불교의 장애물로 전락한 것이다.
청정해야 할 교단에서 부정과 비리라는 종단 문제의 가장 바닥에는 돈과 권력에 대한 일부 스님들의 탐욕이 있다. 집행부 내부의 뜻있는 스님들도 종단과 사찰의 재정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종단에 희망은 없다는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왜 굳이 이제야 또 다시 혁신이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더라도 종단이 5년 내로 망가질 수 있다는 진단마저 종단 내부에서 있다면, 최소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표방하는 이번 100인 대중공사야말로 시급한 종단 근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종단 본사급 사찰의 재정 투명화를 실현시켜야 한다.
더 이상 현 총무원 집행부에 기대는 하지 않는다만, 새로 시작하는 100인 대중공사가 진정한 대중공사로 진행된다면 이 글을 쓰는 본인의 구업과 참회를 부처님과 총무원장, 결사본부장 및 신도들 각각에게 공개적으로 3천배를 할 것이요, 그렇지 못하다면 또 다른 허울 좋은 반쪽 대중공사를 반복하며 신도와 세상을 기만한 죄업으로 총무원장 및 결사본부장은 신도들에게 공개적으로 참회의 3천배를 올려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은 재가자로서 불교를 사랑하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 사회의 사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종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총무원 공인스님에 대한 승속을 떠난 질책이자 바람이다. 언급된 스님들에 대한 개인적 삶이나 수행에 대한 평가는 결코 아니며, 또한 세상 모든 존재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온전함을 알기에 글쓴이가 그리 할 수도 없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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