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동세계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동세계
[간략정보]
한자 大同世界
분야 종교·철학/유학
유형 개념용어
시대 조선
집필자 이기동


[정의]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이상세계.
[내용]
그 내용은 ≪예기≫ 예운편(禮運篇)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대동’이라는 말은 ≪장자≫와 ≪여씨춘추≫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유가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정치적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다.

≪예기≫ 예운편에 있는 대동세계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세계에서는 천하가 공평무사하게 된다. 어진 자를 등용하고 재주 있는 자가 정치에 참여해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함을 이루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을 친하지 않고 자기 아들만을 귀여워하지 않는다. 나이든 사람들이 그 삶을 편안히 마치고 젊은이들은 쓰여지는 바가 있으며 어린이들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홀아비·과부·고아, 자식 없는 노인, 병든 자들이 모두 부양되며, 남자는 모두 일정한 직분이 있고 여자는 모두 시집갈 곳이 있도록 한다. 땅바닥에 떨어진 남의 재물을 반드시 자기가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들은 자기가 하려 하지만, 반드시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간사한 모의가 끊어져 일어나지 않고 도둑이나 폭력배들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을 열어놓고 닫지 않으니 이를 대동이라 한다.”

유가의 정치철학에서는 이와 같은 대동세계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우선 우리 부모를 친한 뒤에 남의 부모를 친하고 우리 자녀를 귀여워한 뒤에 남의 자녀를 귀여워한다는 방법적 차별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청나라 말기의 강유위(康有爲)는 ≪대동서 大同書≫를 저술해 나름대로의 대동사상을 전개했는데, 그 내용은 유가적 범주를 상당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는 대동사회가 이룩되지 못한 원인은 자기 자신과 가족에 집착하는 이기심 때문이라고 지적하여 가족제도의 폐기를 역설하였다. 따라서 출생과 사망까지를 국가가 관리하고 민족이나 인종·종교에 관한 편견을 초월함으로써 대동의 이상향을 건설하자는 것이었는데, 이 이상향에서는 모든 생물이 다 함께 동참하는 것으로 설명되었다. 이와 같은 캉유웨이의 대동사상은 서구의 근대사상, 특히 공상적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도 하고 전통사상에 입각해 만들어낸 개혁적인 것이라고도 한다.

한국 유학의 정치사상에서는 대동사회의 실현에 대한 의욕이 중국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나타났다. 조광조(趙光祖)로부터 비롯된 지치주의운동(至治主義運動)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그의 지치주의운동의 내용은 천리(天理)가 실현된 이상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는다. 그 내용은 정치적 실천에 의하여 당시의 임금과 백성을 요순시대의 임금과 백성으로 만들어 직접 요순시대의 대동사회를 눈앞에 출현시키려 한 이상정치의 현실적 실천운동에 두고 있다.

요순시대의 대동사회와 같은 지치의 사회는 그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존재의 본래성을 회복해 만물일체적 인도주의를 실천함으로써 건설되는 이상사회이지만, 이러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는 구심점을 한국의 유학에서는 제왕(帝王)에게서 구하였다. 제왕이 공평무사하게 되어 인의예지를 실현하게 되면 백성(크게는 천지만물)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철저한 인도주의를 실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백성들도 스스로 공평무사하게 되어 제왕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모든 백성은 한마음이 된다.

이처럼 지치의 실현은 결국 제왕 1인의 공평무사함에 귀결되는데, 실제로 이언적(李彦迪)은 ≪회재문집 晦齋文集≫ 권7 <일강십목소 一綱十目疏>에서 “왕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조정을 바르게 하고, 조정을 바르게 함으로써 백관을 바르게 하며 모든 백성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대개 왕의 마음은 만화(萬化)의 근본이니 근본이 바르지 않으면 어떻게 조정을 바로잡고 백관과 백성을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옛 성왕은 반드시 마음을 바로잡는 것을 급선무로 여겼다.”고 하여 지치실현의 근원을 제왕 1인의 정심(正心)에서 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왕의 마음이 바르지 못한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제왕은 사심에 얽매여 인의예지를 실천할 수 없으며 따라서 백성과 일체가 될 수 없다. 그 결과 백성은 일체가 될 수 있는 구심점을 잃게 되어 나라는 혼란하게 된다. 이러한 때의 해결 방안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현재의 제왕이 정신적 수양을 하면 지치 실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제왕에게 정신적 수양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제왕이 수양을 하더라도 지치 실현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제왕을 다른 사람과 바꾸는 것이다.

조광조가 중종에게 지성껏 학문을 가르친 것이나 이황(李滉)이 선조에게 ≪성학십도 聖學十圖≫를 만들어 올린 것, 그리고 이이(李珥)가 선조에게 ≪성학집요 聖學輯要≫를 만들어 올린 것 등은 전자의 경우에 속하며, 중종반정이나 인조반정으로 왕을 바꾼 것이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이다.

이 밖에 이익(李瀷)은 분수를 지키는 것이 대동 풍속을 이루는 요건이라 했고, 심정진(沈定鎭)은 <성본연대동설 性本然大同說>을 지어 인간의 본질은 누구나 균등하게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최한기(崔漢綺)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사회적 자각이 대동사회 구현에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문헌]

『예기(禮記)』
『장자(莊子)』
『대동서(大同書)』(강유위)
『정암집(靜庵集)』(조광조)
『회재집(晦齋集)』(이언적)
『퇴계집(退溪集)』(이황)
『율곡집(栗谷集)』(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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