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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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자신들을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지대라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일본도 자신들을 유럽적 요소와 아시아적 요소를 지닌 중간지대로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을 '그리스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문명권으로 인식한다면 일본은 천황제를 중심으로 그렇게 인식한다. 내가 거듭해서 일본의 리버럴, 좌파들이 천황제를 지양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그건 그들에게는 일종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기에 그걸 포기하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안다. 그렇기에 한국인이, 우리 조선인들이 이 일본인들을 천황제로부터 해방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천황제가 사멸하게 냅둬서는 안된다. 천황제를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나아가는 길을 우리 조선인들이 제시해줘야 한다.
일본의 공화정으로의 이행을 전제로 한 한일연합체, 조선인의 대동아공영권을 여기서 펼쳐보자. 피식민자에 의한 식민자의 해방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해방이다. 우리가 풀어주지 않으면 일본인들은 영원히 천황제를 매개로 스스로를 '유럽인'이라 생각하는 망상 속에서 살게 된다. 예전에 한 일본 극우정치인이 "일본인은 유럽인"이라며 다른 아시아인들과 엮지 말라고 하는 걸 보고 자기 핏줄을 거부하는, 가족 로망스에 사로잡힌 철부지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일본인들의 한계로 보인다. 스스로 풀어낼 수 없는 주박에 사로잡혀 있는 가엾은 존재들. 죽여서라도 해방시켜줘야 하고 그 의무를 짊어지겠다는 결단을 하는 게 조선인의 숙명 같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 정체성을 송두리째 변혁시키는 과정에 우리 조선인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일관계가 진정으로 변할 수 있다. 틈만 나면 한국과의 국교를 단절하겠다는 이 철부지들을 뿌리째 바꿔놓지 않고는 진정한 의미의 해방이 불가능하다. 이런 내 주장을 광인(狂人)의 망상이라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한일간의 연합을 주장하는 이들이 최근에 많아지지 않았던가? 시대가 지역적 자본주의의 형성을 바라고 있다. 나는 그러한 변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한일 양국의 자본의 공조와 그에 따른 세계전쟁의 발발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한국인도 자신의 정체성을 공산주의적으로 변혁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되어 내부 민주화를 심화시키고, 일본인은 천황제를 폐지해 공화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 길이 아니면 전쟁과 참화의 길밖에 없을 것이다. 한일연합체에 기초해 동남아를 포섭하는 작용을 해서 독자적이고 자립적인 지역경제권의 형성이 필요하다. 아시아가 미국으로부터, 그리고 중국으로부터도 자립하는 과정을 한국인이, 우리 피식민자였던 조선인이 보다 평등하고 보다 호혜적인 관점에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정치적 실천, 이론적 개입을 통해 하고 싶은 게 이런거다.
일본인이 보기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질 만한 발상입니다. 사람이나 민족에게는 설혹 멸망당하더라도 결코 포기 못할 것이 딱 하나씩 있는데 주장하신 부분이 일본인의 그런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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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양승필 당연히 그렇지요ㅎㅎ 그러니까 그걸 돌파해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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