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9

정영환 선생님 입국 불허에 대한 항의 서명서

정영환 선생님 입국 불허에 대한 항의 서명서
정영환 선생님 입국 불허에 대한 항의 서명서
정영환 선생님 (메이지가쿠인대학 준교수明治学院大学 准教授)께서 출간 기념회 참석 차 국내 방문을 계획하셨는데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오늘 입국 불허를 최종 통보 받았다 합니다. 이에 외교부에 보내는 항의 성명서를 작성했사오니 아래 내용을 읽어 보시고 동참해 주실 분은 성함과 소속을 6월 31일까지 작성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예정된 출간기념회는 저자 불참 상태로 열릴 예정입니다.
항의 성명서
정영환 교수는 현재 메이지가쿠인(明治学院大学 ) 대학 교양교육센터에서 부교수(역사학 전공)로 재직 중인 조선적 재일조선인 3세입니다. 소장파 역사학자로 일본 역사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한국과 일본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박유하 교수(세종대)의 저작 『제국의 위안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저서 『망각을 위한 ‘화해’: 『제국의 위안부』와 일본의 책임』을 2016년 3월에 일본에서 출판하여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위의 저서에서 『제국의 위안부』의 문제점과 그 배경을 검증하여, 『제국의 위안부』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을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악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후보상’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과대평가하는 등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나아가 그와 같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계나 일부 학계가 『제국의 위안부』를 과도하게 평가한 배경을 예리하게 비판함으로써 일본 사상계의 지적・도덕적 퇴락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에 저희는 출판기념강연회 실행위원회를 꾸려 올해 7월 1일에 정영환 교수의 저서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하여 저자의 내한 강연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실행위원회는 저자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저자는 6월 14일에 주일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여행증명서 발급신청을 했으나 2주 후인 28일이나 되어서야 입국 불허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는 입국 불허 결정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적인 업무지연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정영환 교수의 모국 입국 권리는 이미 수년간 한국의 보수정권에 의해서 침해돼왔습니다. 2008년 이전에 정영환 교수는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한국 입국은 사실상 불허된 상태입니다. 정영환 교수는 2009년 8월에 한국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했지만 2013년 12월에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패소하여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습니다. 정영환 교수의 입국이 국가안보상의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하여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고국 땅을 밟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은 많이 있었지만, 그들의 방문은 전혀 국가안보 상의 위협이 되지 않았습니다. “안보 위협”을 거론하여 조선적 재일 조선인들의 모국 방문 권리를 유린하는 역대 보수 정권의 조치는 해방 후 일본 정부는 편의에 따라 재일동포들에게 ‘조선적’을 부여했고 남북이 분단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할 수는 없었던 재일동포의 고뇌와 역사적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반공의 논리로 이들을 배제해 왔지만, 이들은 한국 법률상 재일동포로서 잠재적 한국 국적자에 해당되며, 자신의 고향을 방문하여 한국의 연구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학술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정영환 교수에 대한 입국금지는 세계인권선언이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B규약)이 정한 본국 (자국) 귀환 권리(right of return)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보입니다. 규약 제12(4)조에 의하면 그 어떤 개인도 자신의 나라로 입국하는 것을 자의적으로 거부당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경제, 사회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1966년) 제2(2)조에 따르면 누구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기본권의 향유를 제한 받아서는 안 됩니다. ‘조선적’의 보유는 일본에서는 국제법상 무국적자로 해석되고, 무국적자에게는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한국 법은 정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정영환 교수의 학문적인 신념이 기본권을 향유하는 데 방해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학술 활동의 자유는 <세계인권선언>(1949년) 제19조(의견 및 표현의 자유 보장)에 따라 하나의 인권으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합니다. 정영환 교수에게 입국과 학술활동을 허용하는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법익을 침해할 까닭이 전혀 없습니다. 정영환 교수의 강연은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추궁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 70년 이상 가로막힌 남북분단의 벽을 허물고 통일에 기여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정영환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 사태 이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2015년 말부터 현재까지 홋카이도에서부터 히로시마까지 일본열도 전역을 돌면서, 도쿄 대학 등에서 시민센터에 이르기까지 학계와 시민사회를 오가며 열성적인 강연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저서 출간 이후에는 『도쿄 신문』 『마이니치 신문』 등의 일간지에서 소개 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며, 이것을 계기로 관련 연구자들이 도쿄 대학에서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대한 격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보다도 정영환 교수의 강연이 절실한 곳은 바로 한국입니다. 이미 SNS를 통해 소개된 정영환 교수의 관련 글들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조선적 재일동포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상태는 정작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한국 시민들의 알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하고 한국의 시민사회에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국내의 공론장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문제에 대해 국내에서 출판되는 매우 중요한 저서를 쓴 해외 거주 필자가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치적 이유만으로 외교부가 그의 입국을 불허한 처사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인권침해국’으로 인식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은 불 보듯 확실합니다.

위와 같은 사유로 우리는 정영환 교수의 입국을 불허한 외교부의 폭거에 강력히 항의하며 한국 정부에게 정영환 교수를 위시한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국제인권법상 보장돼야 할 본국 귀환권, 그리고 본국에서의 학술 활동을 비롯한 각종 활동 자유의 권리를 즉각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서승 (전 리쓰메이칸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정연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대 교수)
사카모토 히로코 (전 히토쓰바시대 교수)
권나영 (듀크대 교수)
윤지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이재승 (건국대 교수)
조경희 (성공회대 교수)
강성현 (성공회대 연구교수)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
황상익 (서울대 교수)
배덕호 (KIN(지구촌동포연대) 공동대표)
나카노 도시오(도쿄외대 교수)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김창록 (경북대학교 교수)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
이윤제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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