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조미평화협정 사안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친미진보언론들이 먼저 낙관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친미수구언론 중앙일보의 시론에서까지 북미평화협정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바람잡기가 크게 작용한 같다. 이에 따라 민족진보주의자를 자부하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이런 분위기에 들뜨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세 가지, 즉 “1)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계가 드러났다. 2) 북의 고성능 핵 위력이 미국을 위협하게 된 마당에 미국도 달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 따라서 조미평화협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주장의 근거는 빈약하면서도 아전인수식이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지난 2월 23일에 있었던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 미국 국무부장관 케리 사이의 워싱턴 회담 발표 내용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강대국의 장관 회담록에 나타난 일부 문장만을 떼어서 우리 형세 낙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한 마디로 해서 ‘소경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먼저 지난 2월 23일의 왕이 - 케리 회담은 조선반도 평화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 왕이는 인접국 한국 내 사드 배치 제지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워싱턴으로 급거 날아갔을 뿐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중국과 담합 중인 미국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해 준다’는 조건을 관철시키는 선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 나는 이 발표문에 언명된 비핵 - 평화협정 동시 타결은 순전히 립 서비스에 불과한 강대국들의 사탕발림이었다고 본다. 1876년 이 땅에 외세가 ‘합법적’으로 침탈한 이래 130년 동안 우리는 지속적으로 강대국들에게 농락만 당해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근저한다. 하나는 국제정세를 읽어내는 ‘실력의 부족’이고 또 하나는 우리 안에 잠재된 ‘사대주의적 요행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힘과 자주'가 약하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먼저 우리는 미국 권력 이동기의 속성을 간파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권력 이동기에는 예외 없이 평화공세를 취하며 자국의 권력 이동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노선을 취해왔다. 우리가 알듯이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종결을 선거구호로 내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은 대선 기간 중에는 전쟁을 일체단결로 치를 수 없는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이다. 전전직 미국 대통령 클린턴의 임기는 1993년 1월 ~ 2001년 1월이었다. 그런데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0년 10월에 조선 조명록 차수와 미국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상호방문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평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물론 이런 평화 분위기는 후임자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등으로 일거에 무색해졌다. 후임자 부시의 임기는 2001년 1월 ~ 2009년 1월이었다. 호전주의자였던 부시마저 임기 종료가 다가오자 노무현 한국 대통령을 만나 북핵 해결과 정전협정의 동시 타결을 약속했었다. 미국이 ‘뉴욕 필’을 평양에 보낸 것은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위장책이었다. 부시가 조선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성의(?)를 보여준 것 역시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8년이었다. 오바마 역시 취임하자마자 대북유화책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임기 말이 다가오자 대북강경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마마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 말 평화공세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퇴행한 수준이다. 나는 최근의 미국 대통령 중 오바마를 가장 저평가한다. 그는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체는 잘 하지만 기실 네오콘과 기득권자들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심한 대통령이다. 그의 무능은 이런 천부적(?)인 비굴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한심하게도 오바마보다 더 비굴한 것은 한국의 지식인, 전문가, 정치인들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미국의 이기, 이중적 속성과 친미 지식인들의 무지, 위선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미국 앞에서 ‘어르고 *먹이는 남자에게 번번이 *만 받아먹고 일시적으로 쾌감을 갖는 가련한 여자로 있을 것인가? 일찍이 1972년 중국의 천재 지도자 마오쩌둥은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을 관철시켰다. 북경공항에 내린 닉슨은 일성으로 자기는 제국주의자라고 실토했다. 마오쩌둥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총리 겸 외상 저우언라이에게 미국 대선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줬을 뿐이다. 중국과 미국은 단 한 번에 평화협정을 넘어서는 중미수교를 이루어냈다. 약한 주먹을 가진 자는 그 주먹으로 눈물밖에는 닦을 수 없는 법이다. 국제역학관계에 요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악어가 잠시 이빨을 감춘다고 해서 악어가 아니란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실력을 기르고 우리 안의 사대주의를 청산하자. ‘힘과 자주’ 외에 우리의 전쟁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 <김갑수 작가>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