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6

알라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 푸코에서 생명자본까지 현대 정치의 수수께끼를 밝힌다

알라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 푸코에서 생명자본까지 현대 정치의 수수께끼를 밝힌다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 푸코에서 생명자본까지 현대 정치의 수수께끼를 밝힌다 l 프리즘 총서 21
토마스 렘케 (지은이) | 심성보 (옮긴이) | 그린비 | 2015-10-3---
생명정치란 무엇인가 - 푸코에서 생명자본까지 현대 정치의 수수께끼를 밝힌다 문학적 절대 - 독일 낭만주의 문학 이론
인민 대중들
스피노자와 정치 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
유럽을 지방화하기 - 포스트식민 사상과 역사적 차이 마르크스의 유령들
헤겔 인도유럽사회의 제도·문화 어휘 연구 1 - 경제,친족,사회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 서발턴 개념의 역사에 관한 성찰들 민족주의 사상과 식민지 세계
대중의 역사 - 세 번의 혁명 1789, 1889, 1989 생명자본 - 게놈 이후 생명의 구성
알튀세르 효과 기억의 공간 - 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지구화 시대의 정의 - 정치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 - 이미지의 삶과 사랑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 - 세계화 시대의 조직화된 폭력 헤겔 또는 스피노자
이집트인 모세 - 서구 유일신교에 새겨진 이집트의 기억
더보기 (총 2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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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총서 21권. '생명정치'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지난 수년간 생명정치 개념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필두로 한 자본주의의 심화, 그에 따른 통치 기법의 변화 등이 있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푸코 연구자인 토마스 렘케는 생명정치의 계보와 지형을 능수능란하게 안내한다.

푸코, 조르조 아감벤,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 익숙한 사상가들의 작업을 생명정치라는 문제틀 아래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그네스 헬러, 페렌츠 페헤르,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폴 래비노, 니컬러스 로즈 등 아직 우리에게 낯선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한계를 간명하게 밝힌다. 나아가 생명정치가 전면화된 오늘날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생명정치 분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영어판 총서 편집자 서문
영어판 저자 서문
들어가며

1장 정치의 토대로서 생명
1. 국가생물학: 유기체주의 개념에서 인종주의 개념으로
2. 생명정치학: 인간 본성과 정치 행위

2장 정치의 대상으로서 생명
1. 생태학적 생명정치
2. 기술 중심적 생명정치

3장 미셸 푸코: 살아 있는 존재의 통치
1.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다
2. 인종주의와 죽일 권력
3. 정치경제학과 자유주의 통치
4. 저항과 자유의 실천들

4장 조르조 아감벤: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1. 예외의 규칙
2. ‘벌거벗은 생명’과 수용소
3. 세 가지 문제

5장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 자본주의와 살아 있는 다중
1. 제국의 지배와 비물질 노동
2. 다중과 생명권력의 역설
3. 존재론과 내재성

6장 정치의 소멸과 변형
1. 신체정치
2. 생활정치
3. 생명정당성

7장 자연의 종말과 재발명
1. 분자정치, 죽음정치, 인류정치
2. 생명사회성
3. 에토스정치

8장 바이탈정치와 생명경제
1. 인간의 경제에서 인적 자본으로
2. 생명자본

9장 생명정치 분석학을 전망하며

옮긴이 후기: 생명정치 분석학을 위한 백가쟁명
참고문헌
찾아보기




P.19 : 나는 자연주의와 정치주의의 해석에 맞서 관계적이고 역사적인 생명정치 개념을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미셸 푸코가 처음으로 발전시켰다. 그에 따르면 생명은 정치의 토대도 아니고 대상도 아니다. 대신에 생명은 정치의 경계를 나타낸다. 정치가 준수하면서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경계 말이다. 이러한 경계는 자연적이고 주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한 동시에 인공적이고 변형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푸코의 작업에서 ‘생명정치’는 정치적 질서에서 나타난 하나의 단절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인간의 생명에 고유한 현상들이 지식과 권력의 질서에, 즉 정치 테크닉의 영역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들어가며」)

P.67 : 푸코가 보기에 주권권력은 생사여탈을 결정하지만 생명권력의 특징은 삶을 육성하는 것 혹은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죽음을 지배하는 억압적 권력이 삶을 지배하는 권력-법적 주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를 다루는 권력-에 종속된다. 푸코는 생명을 지배하는 이러한 권력의 “두 가지 기본 형태”, 즉 개별 신체의 훈육discipline과 인구의 조절, 통제를 구별한다. (「3장_미셸 푸코, 살아 있는 존재의 통치」)

P.99 : 아감벤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비교 논리를 추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매우 상이한 통치 방식들에 존재하는 공통의 지반, 즉 ‘벌거벗은 생명’의 생산을 해명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나치 수용소를 논리적 예외나 사소한 역사적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예외의 ‘규칙성’ 혹은 정상성을 탐색하고 ‘벌거벗은 생명’이 오늘날 정치적 합리성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질문한다. 왜냐하면 생명과 그것의 유지 및 연장이 점점 더 법적 규제의 대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4장_조르조 아감벤,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


저자 : 토마스 렘케 (Thomas Lem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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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이다.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명공학 및 자연과 사회에 관한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미셸 푸코에 관한 이론적 해석, 통치성, 생명정치에 관한 연구로 서양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한 생명공학, 생체 기술, 유전자 차별에 관한 경험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주간지와 일간지 등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정치적 이성 비판: 푸코의 근대 통치성 분석』(Eine Kritik der politischen Vernunft: F...

역자 : 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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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문화연구자이자 킹콩랩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동자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공저, 2008) 등이 있으며, 『푸코 효과: 통치성에 관한 연구』(공역, 2014),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통치성』(2014), 『일회용 청년: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2015)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지난 수년간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배경에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필두로 한 자본주의의 심화, 그에 따른 통치 기법의 변화 등이 있었다.
생명정치 개념은 미셸 푸코가 근대 통치를 특징짓는 권력 행사 방식으로 처음 도입한 이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관심과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푸코 연구자로 유명한 토마스 렘케는 생명정치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개관’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생명정치의 계보와 지형을 능수능란하게 안내한다.
이 책은 푸코, 조르조 아감벤,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등 익숙한 사상가들의 작업을 생명정치라는 문제틀 아래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그네스 헬러, 페렌츠 페헤르,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폴 래비노, 니컬러스 로즈 등 아직 우리에게 낯선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한계를 간명하게 밝힌다. 나아가 생명정치가 전면화된 오늘날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생명정치 분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생명정치’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입문서!
생명정치를 둘러싼 이론적, 실천적 백가쟁명을 이 한 권으로 이해한다!!

‘생명정치(biopouvoir/biopolitics)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금 얼마나 적절한가? 오늘날 생명 현상과 정치는 서로를 규정하고 또 변형한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생명’과 ‘삶’이 화두인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의 개발과 이용은 과학기술과 시장,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역사상 인간의 삶이 가장 한갓되게 취급되는 세상에 던져져 있기도 하다. 지난 수십 년간 끝없이 이어진 신자유주의의 공세, 문명 간의 충돌, 무수한 국지전과 테러 등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그 탓에 정치적 망명자와 난민이 쇄도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의 철수’로 이제는 부유한 나라의 평범한 시민도 언제 어떻게 벌거벗은 생명 처지가 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역설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바로 ‘생명’(혹은 삶)이다. 그렇기에 얼핏 보면 서로 무관한 범주인 생명과 정치를 결합한 생명정치라는 현상이 점점 더 긴급하게 해명해야 할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 정치적, 사회적 정세와 그 기원을 밝히려 한 많은 사상가가 ‘생명정치’라는 문제 설정에 주목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생명정치를 개념화한 이래 조르조 아감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같은 세계적인 지성들이 생명정치 문제에 파고들었고, 현재는 사회학, 인류학, 문화연구, 과학기술학, 여성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들이 생명정치가 내포한 구체적인 함의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생명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해지고 여러 연구 경향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생명정치 개념의 의미와 용법, 역사에 관한 포괄적인 이해는 미비한 상태였다. 이런 ‘이론적 지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생명정치를 포괄적으로 안내해 줄 체계적인 개론서가 부재한 탓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비출판사는 생명정치 지형을 탐색할 지도 역할을 해줄 토마스 렘케(Thomas Lemke)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Biopolitik zur Einfuhrung)를 ‘프리즘 총서’ 21권으로 출간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렘케는 미셸 푸코 연구로 명성을 쌓고 있는 중견 학자로, 통치성(gouvernementalite)과 생명정치 개념에 관한 저술을 다수 발표했고 그와 더불어 생명공학이 자연 및 사회와 맺는 관계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영미권 학계에서 렘케의 이 저작은 파시즘의 절멸 정책에서 푸코의 논의를 거쳐 오늘날 생명공학의 사회적 효과에 이르는 생명정치 분석의 계보를 검토하는 최상의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그는 생명정치 개념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개괄하고, 오늘날 정치적, 이론적 논쟁에서 이 개념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검토하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생명정치 분석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한다.
렘케는 (특히 한국에서) 아직까지 어느 정도 신비화되어 있는 생명정치 개념의 의미와 역사를 포괄적으로 해명해 준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명공학 및 과학기술이 낳는 사회적, 정치적 효과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며, 푸코나 아감벤, 네그리 등 생명정치 문제와 씨름한 사상가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탐구하는 독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또한 독자들은 아그네스 헬러, 폴 래비노,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니컬러스 로즈, 디디에 파생, 멜린다 쿠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대 생명정치 현상을 다룬 양질의 이론적 성과를 압축적으로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탈안전 사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위치의 독자들에게 생명정치에 진입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푸코와 더불어 새롭게 생명력을 얻은 생명정치,
이제 생명정치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기반이 마련되다!

생명정치 개념이 비판적 인문, 사회과학의 핵심 용어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실 생명정치라는 말 자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세기 초 유행한 유기체주의 국가관, 나치 시대 인종주의, 현대 정치학의 생물학주의 관점, 생태주의 시각, 개발주의 정치학 등 광범한 영역에서 생명정치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렘케에 따르면 이 경향들은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자연주의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주의 관점으로, 전자는 생명을 정치의 토대로 삼고 후자는 생명을 정치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이 두 입장이 정반대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동일한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렘케의 주장이다. 두 입장 모두 생명과 정치가 분리되어 있고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에 우선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렘케에 따르면 생명은 점점 더 정치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는 역으로 정치의 토대와 목적, 수단을 변화시킨다. 생명과 정치는 안정되고 고정된 관계를 맺는 외적인 독립체가 아니며, 서로에게 침투하고 서로를 변형시키면서 결합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누구보다 명확히 감지한 인물이 바로 미셸 푸코다. 개념의 창조가 아니라 변형 능력이야말로 푸코의 천재성이라고 누군가 강조했듯, 푸코는 생명정치라는 표현을 가져와 자신만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생전에 푸코는 생명정치(또는 생명권력)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저작을 발표하지 않았다. 『성의 역사 1권』 논의 과정에서 이 개념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생명정치에 독립적인 위상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푸코가 수년간 진행한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들이 사후에 책으로 출간되면서 생명정치와 생명권력에 그가 보인 관심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이 강의록들이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차례차례 번역되어 이제 한국의 독자들도 생명정치에 관한 푸코의 논의를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푸코 자신이 여러 강의에서 단편적이고 산발적으로 생명정치를 다루고 있어 그의 생명정치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란 여전히 난망한 일로 남아 있었다. 『생명정치란 무엇인가』에서 렘케는 이처럼 흩어져 있는 푸코의 생명정치 분석에 체계를 부여하고, 나아가 이를 푸코의 권력론과 통치론이라는 넓은 맥락 안에 자리매김한다.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다
: 미셸 푸코, 새로운 권력 행사 방식을 밝히다!

푸코에 따르면 생명정치는 정치적 사유와 실천에서 일어난 하나의 역사적 단절을 가리킨다. 17세기 이래 ‘죽일 권리’로 대표되던 군주의 주권권력이 쇠퇴하고 새로운 권력 행사 방식이 부각된다. 그것은 생명을 관리하고 보호하고 계발하고 육성하는 권력이다.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다’라는 표어로 상징되는 이 새로운 권력 즉 생명권력은 두 가지 기본 형태를 취하는데, 하나는 개별 신체의 훈육(혹은 규율)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의 조절 및 통제이다. 이 두 가지 권력 형태, 그리고 이 둘을 보장하는 두 가지 권력 테크놀로지(훈육 테크놀로지와 안전 테크놀로지)는 상이한 층위에서(전자는 군대, 감옥, 학교, 병원 등 다양한 제도 안에서, 후자는 민족 단위의 국가에 의해서) 작동하지만 대립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관계 맺는다. 이제 정치의 목표는 이 두 권력 형태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한편으로는 개별 신체를 유순하고 유용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가 유발하는 각종 리스크를 예방하거나 상쇄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안전과 개선이 정치의 문제로 등장할수록 생명은 그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과 규모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근대 인종주의다. 17~18세기에 국왕에 대항하는 담론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인종주의는 19세기를 거쳐 타자를 배제하고 살해할 수 있다는 관념의 기반으로 기능하게 된다. 사회를 ‘생물학적’ 전체로 이해하게 됨에 따라 그 ‘순수성’을 보호하고 내외부의 ‘적’을 말살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인종주의는 20세기 들어 독일의 나치와 소련의 국가사회주의를 통해 두 번의 추가적 변형을 겪는다. 두 사회는 여러 면에서 달랐지만 ‘사회 정화’라는 공통의 기획을 구상했고, 이를 달성하고자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을 제거했다. 이처럼 푸코의 인종주의 분석은 본질주의적인 논변을 피하고 역사적 계보학 형식을 취한다. 인종주의는 사회 내부의 분열이 표출된 것이며 ‘사회적 신체의 정화’라는 생명정치적 관념에 의해 촉발된다는 그의 논의는 근대 생명정치의 특징을 예리하게 보여 줄 뿐 아니라 인종주의를 새롭게 분석할 기반을 마련해 준다.
나아가 푸코는 생명정치를 ‘자유주의 통치’라는 광범위한 맥락 안에 위치시킨다. 그는 자유주의를 경제나 정치 이론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을 통치하는 특수한 기술로 이해했다. 자유주의 통치는 ‘자유를 통한 통치’를 실행하기 위해, 즉 통치받는 사람들 스스로 통치를 실천하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적인 지배나 지시, 명령보다 간접적인 자유방임, 촉진, 장려를 중요시한다. 더불어 자유주의는 훈육권력의 규범화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유순하고 유능한 개인 신체를 생산하며, 생명권력의 안전 테크놀로지를 통해 통계적으로 출생, 사망, 질병의 최적 확률을 설정하고 인구 자체가 지닌 리스크를 관리한다. 특히 생명권력은 자유주의 통치에 따른 시장의 실패자, 즉 빈민이나 부랑자, 장애인 등이 민주주의 체제와 사회의 재생산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도록 사회복지, 연기금, 교육 등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처럼 통치 분석론(혹은 ‘통치성 분석’)으로 생명정치 개념을 재구성함으로써 푸코는 이론적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고, 단순한 육체적 존재를 넘어 인간이 주체화되는 과정까지 분석에 포함할 수 있었다.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과 통치 분석론은 흥미롭고도 날카로운 통찰들로 번뜩이지만, 푸코 자신은 이를 더 체계화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사후 여러 연구자가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을 보완, 갱신하고자 했고, 이 시도를 대표하는 사상가가 바로 조르조 아감벤과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다.

생명정치는 정치 자체의 토대인가, 아니면 새로운 정치적 저항의 계기인가
: 아감벤과 네그리/하트, 푸코를 비판하다!

‘호모 사케르’, ‘예외 상태’, ‘제국’, ‘다중’ 같은 개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감벤과 네그리/하트는 푸코의 단편적인 언급들에 주목해 생명정치 개념을 자신들 사유의 주춧돌로 삼았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푸코가 제시한 생명정치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했지만, 놀랍게도 이를 제외하면 문제 진단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완전히 상이하다. 렘케는 이 저명한 사상가들을 ‘생명정치 분석’이라는 프레임 안에 위치시킨 뒤 그들 사유의 독창성과 한계를 규명한다.
아감벤은 생명정치를 근현대의 특수한 정치 형식이 아니라 고대 이래 서구 정치사를 형성해 온 원리로 파악한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정치 체제가 정치적 삶에서 ‘벌거벗은 생명’을 분리함으로써 성립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고대와 현대,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독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벌거벗은 생명을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절멸한 나치의 민족사회주의도 다른 정치 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서구 정치사를 관통해 온 생명정치 경향이 극대화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연속성을 강조하면서도 아감벤은 하나의 단절이 발생했다는 점 역시 지적하는데, 그 단절이란 근대에 이르러 ‘벌거벗은 생명’의 생산이 점점 더 정치 영역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렘케에 따르면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벌거벗은 생명을 정치의 기초로 정립하고, 나치 강제 수용소나 난민처럼 예외적인 사례로 보이는 현상들이 정치의 본성 자체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는 점에 아감벤의 탁월함이 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아감벤은 여러 면에서 푸코보다도 후퇴했는데, 왜냐하면 그가 법과 국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몰역사적인 시각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명정치 개념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분리하기 때문에 아감벤의 분석은 매우 추상적인 상태로 남게 된다는 것이 렘케의 평가다.
반면 네그리와 하트는 근대와 탈근대의 단절과 이행에 주목한다. 이들은 ‘생명정치적 생산’이라는 개념을 통해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을 상당 부분 수정한다. 두 사람에 따르면 자본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전 지구적 차원으로 착취가 확장될 뿐 아니라 정서적이고 지적인 능력까지 노동력으로 흡수된다. 이제 생산과 재생산, 자연과 문화, 경제와 정치의 경계가 소멸한다. 모든 영역이 자본에 실질적으로 포섭되며 자본에서 벗어난 외부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으로 이 암울한 전망이 해방의 가능성도 정초한다. 전례 없이 강화된 자본주의(‘제국’)는 착취당하고 종속된 모든 자, 바로 ‘다중’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네그리/하트에게 다중이란 아무런 매개도 거치지 않고 직접 제국에 대항하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주체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두 사람은 푸코와 달리 생명정치와 생명권력을 구분한다. 생명권력이 생명을 통제하는 제국의 권력인 반면에 생명정치는 다중에게서 발원하는 새롭고 창조적인 투쟁이라는 것이다.
제국과 다중 같은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와 저항의 주체를 묘사한 네그리와 하트의 저작은 찬사와 비난, 격렬한 논쟁을 동시에 낳았다. 이들이 받은 비판은 주로 근대와 탈근대, 제국주의와 제국을 극단적으로 분리했다는 것이었지만, 렘케는 이들이 생명정치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이 ‘생명’을 근원적이고 초역사적인 독립체로 상정하고 부정적인 제국과 긍정적인 다중을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구분하는 바람에 생명정치적 생산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작동 방식을 분석할 필요성을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생명정치 경향들
: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생명정치의 효과를 밝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상가들 외에도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생명과 정치의 결합을 탐구하고 있다. 연구 영역과 관심 주제는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생명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 점점 강화되고 그에 따라 정치의 성격 역시 변화하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회학, 인류학, 생명공학, 의료학 등 정교한 학제 간 분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아직 우리에게는 미지의 영역에 가까운 연구 주제와 연구자들을 소개한다. 이 연구자들은 대개 이론적 통찰과 경험적 조사를 결합해 생명정치 시대의 경제, 정치, 지식의 상호작용을 해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연구자와 개념으로는 아그네스 헬러와 페렌츠 페헤르의 ‘신체정치’, (우리에게도 익숙한) 앤서니 기든스의 ‘생활정치’, 디디에 파생의 ‘생명정당성’,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면역 패러다임’과 ‘긍정의 생명정치’, 폴 래비노의 ‘생명사회성’, 니컬러스 로즈의 ‘에토스정치’ 등이 있으며, 렘케는 이들의 문제 설정과 한계를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정리함으로써 소문만 무성한 채 아직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이 학자들에게 진입하는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다르게 존재할 가능성을 전망하기 위해
생명정치 분석의 확장을 제안한다!

생명공학을 비롯한 각종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 생명과 자연의 한계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점점 더 철폐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진보는 우리를 더욱 통제하고 유순하게 만드는 기술적 토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인 수단이 아니라 자본 및 권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도구이기도 하며, 그러므로 막대한 산업, 상업 가치를 창출하면서(혹은 창출하리라 기대받으면서) 권력과 부의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데도 이용된다.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생명’을 넘어 실존적인 ‘삶’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자본주의의 심화, 해방적 이념의 상실, 각종 사회 안전망의 해체로 인한 전방위적 불안정이 우리 사회를 포위한 지 이미 오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이제 그것들이 생명정치적 현상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 세월호 참사, 메르스 소동까지, 이 현상들은 생명이 정치의 핵심에 자리 잡음으로써 자본 및 통치와 긴밀하게 뒤얽힌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생명정치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오늘 비판적 인문, 사회과학의 임무는 이 경향의 복잡한 내용을 밝히고 새로운 개입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태도를 확고히 견지하는 렘케는 이 책 말미에서 (푸코의 방법론을 좇아) 생명정치 분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생명정치 분석은 ‘생명’과 우리 ‘삶’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을,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그런 지식을 생산하는 ‘진리 체계’를 파악해야 한다. 더불어 생명정치 분석은 ‘권력’과 ‘자본’이 생명에 관한 지식을 어떻게 동원하고 어떻게 위계화하는지 밝혀야 하며, 나아가 지식과 권력, 자본의 뒤얽힘이 개인들을 어떻게 ‘주체화’하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이 과제를 이행할 때 생명정치 분석은 오늘날 생명에 관한 지배적인 담론인 생명윤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생명윤리는 물질적 조건과 권력의 작동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어진 질문에 단순히 답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반대로 렘케가 제안하는 생명정치 분석은 문제 자체를 생산하는 과업이며, 존재하고 있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존재할 가능성을 전망하는 실천이다. 토마스 렘케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는 생명정치 개념의 역사를 그저 중립적으로 개관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니라, 생명정치에 관한 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관점과 연구, 실천을 요청하는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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