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8

통일뉴스 모바일 사이트, 조선노동당 7차대회에서 제시된 북한의 노선과 정책방향

통일뉴스 모바일 사이트, 조선노동당 7차대회에서 제시된 북한의 노선과 정책방향

조선노동당 7차대회에서 제시된 북한의 노선과 정책방향

기사승인 2016.05.13  08: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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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정창현의 ‘색다른 북한이야기’ (6)

  
▲ 조선노동당 7차대회가 5월 6~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5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36년 만에 개최된 조선노동당 7차대회가 끝났다. 당대회 기간 동안 북한을 이끄는 조선노동당은 김정은 위원장의 개회사와 사업총화보고, 당대회 사업총화결정서 채택, 폐회사, ‘전체 인민군 장병들과 청년들, 인민들에게 보내는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 호소문’ 등을 통해 1980년 6차당대회이후 진행된 사업을 총화하고 향후 추진할 노선과 정책을 제시했다.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는 주체사상의 평가원칙인 ‘승리사관’에 따라 36년간을 “우리 당의 오랜 력사에서 더없이 준엄한 투쟁의 시기”였지만 “위대한 전변이 이룩된 영광스러운 승리의 년대”라고 평가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반사회주의, 반혁명의 역풍”으로 “전대미문의 엄혹한 시련과 난관”을 맞았지만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통해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제국주의의 고립압살책동이 강화되는 속에서도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지켜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은 셈이다.
총화보고는 ‘주체사상․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총 5개 제목으로 나눠 결산한 후 향후 과업을 제시했고, 이 내용은 거의 대부분 사업총화결정서에 그대로 담겼다.
큰 틀에서 보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김정은 후계자 시절 내부 토론을 거쳐 마련한 정책방향,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4월 당중앙위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와 4월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밝힌 기본방향, 그후 김정은 위원장 이름으로 나온 분야별 문건(‘노작과 담화’), 신년사, 현지지도에서 제시된 내용 등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후계자가 결정된 후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당․정․군의 실무간부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새로운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후계자가 강조한 두 개의 키워드는 '세계적 추세'와 '실리 추구'였다. 당시 정책 마련의 기준점은 1990년대 초반 김일성 주석 시절에 나온 마지막 정책노선이었다.
이렇게 마련된 정책방향을 준비, 확정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정책방향에 맞게 김정일 위원장은 북중 및 북러 관계를 개선하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접촉을 추진(이른바 ‘포괄적 대외전략’)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새로운 경제노선에 맞는 ‘본보기단위’를 집중 현지지도하고,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시험, 경제특구 확대 등 ‘신경제정책’(실리사회주의의 전면화)의 토대 마련에 주력했다.
2012년 김정은 제1위원장 공식 승계이후에는 당․정․군에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해 나가면서 각 분야별로 김정은시대의 특색을 보여주는 정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의 길'이란 3대 기본정책 방향을 계승하면서 시대적 환경 변화와 ’세계적 추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7차당대회에서 제시된 정책방향은 이러한 일련의 내부 논의와 흐름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체계화 해 제시됐고, ‘사회주의 완전 승리’라는 장기적 목표 아래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추진목표로 내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노선과 정책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제시된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노동당의 최고 강령은 김일성-김정일주의
  
▲ <표1>조선노동당 7차대회 노선. [자료사진 - 정창현]
김정은 위원장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조국통일’, ‘세계자주화’ 실현을 3대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가 노동당의 최고강령임을 재확인했다.
2012년 4월 6일 김 제1비서는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규정하고, 당의 최고강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고 선포한 바 있다. 이것은 김정일 총비서가 후계자 시절인 1974년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명명하며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내세운 것과 유사한 행보였다. 북한에서는 후계자(계승자)가 선대 최고지도자의 사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전 사회의 규범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업으로 설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주체사상과 그에 의하여 밝혀진 혁명과 건설에 관한 이론과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라고 정의했다. 총화보고의 소제목이 ‘주체사상․선군정치’란 점이 주목된다. ‘김일성-김정일주의’가 김일성 주석이 창시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체계화했다고 하는 주체사상을 기초로 김정일시대의 선군정치를 새로이 포함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라고 규정한 셈이다.
북한 철학계에서 논란이 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위상과 관계에 대해 2010년 개정된 당규약에서 처음으로 주체사상이 당의 지도사상이고, 선군정치는 “당의 기본 정치방식”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란 “모든 성원들을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로 키우고 모든 분야를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요구대로 개조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인민대중의 자주성 완전 실현’은 공산주의 사회의 완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주체혁명’의 마지막까지 견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투쟁 과업으로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의 완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과제로 인민정권 강화와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을 거론했다. 김일성 주석은 “인민정권에 3대혁명을 더하면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완전히 실현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두 가지 과제는 1980년 6차 당대회에서도 강조된 것으로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건설의 전 기간 수행하여야 할 계속혁명의 과업”이라고 설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이 두 가지 과제에 전략적 노선으로 ‘자강력제일주의’를 추가로 포함시켰다.
특히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결정서는 “사회주의강국건설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한 투쟁의 력사적 단계”이며 “사회주의의 기초를 다지고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이룩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단계 국가목표로 제시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는 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는데 1단계 과제이며, 이 과제는 ‘사회주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와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이룩하는 단계의 연속적인 두 과정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기조에서 6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당의 최종목표와 김정일시대에 내건 강성대국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정치사상강국으로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통한 일심단결의 강화, 군사강국으로서 정치군사적 위력의 강화, 경제강국으로서 과학기술 강국과 문명강국 건설 등을 정책방향으로 내세웠다.
혁명단계 설정 =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
  
▲ <표2>북한의 혁명단계. [자료사진 - 정창현]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 개회사에서 당면 시기를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로 규정하고, 이번 대회가 ’김일성-김정일 주의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한 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북한은 김일성시대를 ‘주체혁명의 선행시대’로, 김정일시대를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라며 ‘선군시대’로 명명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일단 지금 시기를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로 규정한 셈이다. 앞서 이야기한 ‘사회주의 기초를 다지는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을 혁명단계별로 인민민주주의혁명기(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기)→사회주의의 이행 과도기(사회주의 건설기→사회주의 완전 승리)→공산주의 사회(낮은 단계→높은 단계)로 나눈다.
북한은 1958년 사회주의 제도가 수립된 후 사회주의 건설기를 거쳐 ‘사회주의 완전승리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며, 1970년 5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공식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란 말 대신 당의 최종목표를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완전히 실현된 사회”라고 수정했고, ‘사회주의 완전 승리’란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현실의 어려움을 반영해 사실상 ‘혁명단계’를 낮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완전 승리’란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고, 마지막날 채택된 호소문에도 “당 제7차대회의 모든 결정들을 철저히 관철하고 조선에서의 사회주의완전승리를 온 세상에 긍지높이 선언하자”라며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강조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선군시대’로 규정된 ‘사회주의 수호전’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 새로운 경제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즉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를 거쳐 다음 단계인 ‘사회주의 완전승리 단계’에 도달하자는 것이다. 결국 국가적 목표로 제시된 사회주의강성국가 완성은 곧 혁명단계론으로 보면 ‘사회주의 완전승리 단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당규약에 ‘경제 건설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 명시
김정은 위원장은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에 견지해야 할 전략적 노선으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제시했다.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핵 병진노선’을 재확인한 셈이다. 개정된 당 규약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김 위원장은 ‘경제-핵 병진노선’이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병진노선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하루빨리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안보가 튼튼해야 하고, 안보를 위해서는 재래식 무기경쟁이 아니라 비대칭전력으로서 핵무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 협상해 평화협정을 체결해 평화체제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단계 더 추론해보자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안정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는 ‘최종적인 비핵화’에 나설 뜻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역으로 해석하면 평화체제가 구축돼 북한 입장에서 안보 우려가 해소되면 최종적으로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병행해서 추진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 36년만에 열린 조선노동당 7차대회 전경. [자료사진 - 통일뉴스]
‘경제-핵 병진노선’에 의거해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3대 지표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중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낙후된 경제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경제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 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북한을 방문해 보면 선전과 달리 뒤떨어진 분야가 많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기본목표도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설정했고, 5개년 전략의 철저한 수행을 강조했다. 당대회에 앞서 이미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경제강국을 성과적으로 건설하기 위하여서는 인민경제 발전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어김없이 집행해나가야 한다”고 발언해 당면한 5개년 전략 외에 더 장기적 ‘단계별 전략’의 수립도 시사했다.
그러나 4, 5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6개년 또는 7개년 인민경제계획이나 6차 당대회에서 나온 ‘사회주의 경제건설 10대 전망목표’보다 구체적이지 않다. 구체적 목표치보다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국제적 경제제재 속에서 목표 달성이 불확실하다고 봤을 수 있다. 다만 내각에서 수립한 5개년전략에는 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경제 건설을 위한 전략노선을 “자력자강의 정신과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하여 주는 것”으로 설정됐다. 언급된 기본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자립적 민족경제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경제강국 건설의 도약대를 마련”한 만큼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가의 경제조직자적 기능을 강화하고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내각책임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반적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모든 경제부문과 단위들이 내각의 통일적인 작전과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울 것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각 총리를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고, 당과 내각의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곽범기 전 경제비서, 로두철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오수룡 계획재정부장을 모두 정치국위원으로 선출했다. 내각책임제를 실질적으로 이끌 경제관료를 중용한 것이다.
그리고 경제관리개선의 핵심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확립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요구에 맞게 경영전략을 잘 세우고 기업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하여 생산을 정상화하고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을 지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경제관리방식의 개선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기업경영방식과 협동농장의 포전담당제 도입이 시범적으로 실시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4년 5월 30일 당․국가․군대기관 책임일군(간부)들과 진행한 담화 ‘현실발전의요구에 맞게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데 대하여’(5.30담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으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해 실제적인 경영권을 갖고 기업활동을 창발적으로 해 당과 국가 앞에 지닌 임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이 생산과 관리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게 하는 기업관리방법”이라고 정식화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개혁 조치가 발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전면적으로 확립, 실시될 경우 북한 경제운영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통해 2002년 7월 시행된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보다는 더 포괄적인 ‘경제개혁’이 단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셋째는 과학기술강국에 기초한 경제건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학기술강국’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오늘 우리가 선차적으로 점령하여야 할 중요한 목표”라고 제시했다. 과학기술이 경제강국건설에서 기관차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통해 경제의 현대화, 정보화를 달성하고 자강력을 증대시킨다는 구상이다. 북한은 2012년까지 경제발전에서 차지하는 과학기술발전의 기여율을 30%로 올리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어, 5개년 전략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가 제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기간에 추진해야 할 방향을 분야별로 제시하면서 전력문제 해결과 식량 자급자족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전력문제 해결이 5개년전략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하면서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해 대규모 발전소와 중소형 발전소 건설, 풍력과 조수력․생물질과 태양에네르기에 의한 전력생산, 발전소 생산공정 및 시설 정비보강, 발전설비 효율 증가와 전력생산 원가 체계적 절감,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 구축, 송배전망 개건보수 등을 제시했다. 다만 전력생산목표를 수치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전력 부족이 경제건설에서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식량문제와 관련해서는 식량의 자급자족 실현을 강조하면서 “식량생산을 지속적으로 늘이며 농업을 세계선진수준에 올려 세울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2013년의 식량생산량이 566만t이라며 식량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벨라이 데르자 가가 FAO 북한사무소 대표도 2014년 10월󰡒올해(2014년) 북한 곡물수확량은 600만t에 달할 것이라며 북한이 3~4년 후면 식량 자급자족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대다수 농업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매년 500만t 이상의 식량생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은 확실하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650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5개년전략 기간 동안 이 목표를 달성해 식량 자급자족량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생활 개선을 “수령님들의 유훈 중의 유훈”이라며 노동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차대한 과업”으로 규정한 만큼 가장 기본이 되는 식량 자급에 “화력을 총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관계에 대해서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일변도를 없애며 가공품 수출과 기술무역, 봉사무역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에서 무역구조를 개선”할 것과 “경제개발구들에 유리한 투자 환경과 조건을 보장하여 운영을 활성화하며 관광을 활발히 조직”할 것을 주문하는데 그쳤다. 2013년 경제특구 확대 조치가 발표된 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계속 되는 가운데 추가적인 ‘경제 개방’ 조치보다는 기본방향만 간단하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핵 무력 강화
  
▲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대회 이틀째인 7일 사업총화 보고를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그 동안 노동당이 이룩한 특출한 성과로 “선군혁명노선, 자위의 군사노선을 관철하여 우리 조국을 불패의 군사강국으로 강화 발전시킨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국방공업 부문에서는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 먹은대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핵무기 연구 부문에서 세 차례의 지하 핵시험과 첫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세계적인 핵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려세웠다”라고 자평했다. ‘책임 있는 핵보유국’, ‘주체의 핵강국’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을 개정된 당 규약에 포함시킨 만큼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다양한 소형 핵탄두 개발과 실전 배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4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이제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험하거나 이 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의 모습을 공개하는 일만 남았다고 본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면 지상 핵탄두 폭발시험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하 갱도에서 핵물질을 넣은 핵탄두의 기폭장치 폭발실험을 4차례나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하 깊숙한 갱도가 아닌 지상 수평 갱도에서 핵탄두 폭발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은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NPT)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 ‘핵 선제 불사용'과 ‘핵의 비확산’에 대해서는 충실히 지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한반도 전문가인 차오웨이(曹瑋)는 북한이 한미를 겨냥해 핵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완화하는 신호”라고 풀이했고, 자오퉁(趙通) 칭화-카네기 글로벌정책센터 연구원은 “다소 모호성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이미지를 수립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일단 ‘핵 실험 동결’과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연계하고, ‘핵 선제 불사용'과 ‘핵의 비확산’ 이행을 지렛대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며 미국과의 양자대화, 혹은 다자회담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는 강력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대선을 앞두고 정세 관리가 필요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진정성’을 타진하면서 회담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
2013년 1월 29일 열린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세도군(勢道群), 관료주의자들이야말로 우리 당이 단호히 쳐야 할 주되는 투쟁대상”이라며 공식 취임이후 처음으로 ‘세도’를 언급했다. 이후 북한의 당 기관지와 언론매체들에서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을 강조하는 글들이 연이어 실리기 시작했다. 특히 장성택 숙청을 전후해 많은 간부들이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행위’로 검열을 받고 숙청됐다.
이번 당대회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이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투쟁하여 왔지만 그것이 아직도 완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세도와 관료주의가 허용되고 용납되면 부정부패가 성행하고 전횡과 독단이 생겨나게 되며 그것이 쌓이면 반당의 싹이 자라게 된다”며 부정부패 근절 강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이 조국과 인민의 운명,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하여 책임지고 있는 사회주의집권당"이라며 당의 경제사업 강화를 당부한 상황에서 ‘관료주의와 부정부패’와의 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6월 2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지금은 밖에서 밀려오는 적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주의 요람 속에서 성장한 일꾼(간부)의 관료화․귀족화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그 만큼 선군시대를 거치면서 쌓인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일심단결’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구호로 내건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관료주의, 형식주의, 부정부패’는 김일성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강조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로 총살과 같은 ‘극약처방’으로 과연 단기간에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전 당을 대표하는 최고직책’으로 신설된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당과 군에 대한 유일적 영도체계가 일단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은 “전당에 당중앙(김정은)의 유일적 영도 밑에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혁명적 규율과 질서”가 확립된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부상한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와 김능오 평북도당 책임비서, 박태성 평남도당 책임비서 등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것도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시대의 당 간부들을 원로로 대접하면서도 향후 자신과 함께 당을 이끌어갈 신진세대들을 대거 정치국 위원과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진출시킨 것이다. ‘노․장․청 배합’의 간부정책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추진한 셈이다.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남북 대화와 협상 제안
  
▲ <표3> 북한의 통일방안. [자료사진 - 정창현]
관심을 모았던 통일방안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대회 결정서에서는 ‘김정은동지의 조국통일로선’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여러 언급을 통해 그 윤곽을 추론할 수 있다.
먼저 통일의 최종형태에 대해서는 ‘연방제 방식’을 제시했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흡수통일, ‘제도통일’이 아니라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연방제 방식의 통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과 남은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우에서 온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련방국가를 창립하는 길”을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국통일 3대헌장’(‘조국통일 3대원칙’,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을 언급했지만, 남쪽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그대로 관철하자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국통일3대헌장에 “관통되어 있는 기본정신”을 견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기본정신을 김정은 위원장은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 평화보장과 련방제 실현”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이 “조국통일3대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북남관계발전과 조국통일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일관하게 틀어쥐고 나가야 할 민족공동의 대강”이라고 강조한 만큼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남북연합제의 공통점’(북한을 이를 공식적으로 ‘연방연합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을 발전시켜 ‘민족통일기구’(남쪽은 남북연합기구)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김정일시대의 통일접근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이를 위한 당면과제로 김 위원장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고 동족사이의 불신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외세의 분렬리간책동과 그에 편승하는 일체 행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북과 남이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북남군사당국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군사분계선과 ‘서해열점지역’(서해 NLL을 의미)에서부터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군사적 신뢰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자고 해 회담의 의제까지 밝혔다.
이러한 제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기에 남북 당국간 접촉과 회담, 민간 교류를 진행했지만 상대방을 자극하는 ‘비방 중상’이 이뤄지고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면 그나마 중단되는 일이 반복된 만큼 먼저 남북군사회담을 열어 군사적 신뢰조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 긴장을 고조시킨 측면은 거론하지 않았다. 핵 개발은 남쪽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며 남쪽의 ‘제도통일론’, ‘북한변화론’, ‘체제붕괴론’ 등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당대회 결정서에서는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는 의지”까지 표명했다.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대화와 회담을 제안하고 있지만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화해와 단합에 저촉되는 각종 법률적, 제도적 장치 폐기 등 우리 정부가 받기 어려운 전제조건들을 나열하고 있어 실제 대화 재개나 회담으로 이어지기는 대단히 어려워졌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전제조건들은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막상 회담이 열릴 정세가 조성되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남압박용으로 자신들의 ‘원칙적 입장’을 표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면한 대남 정책방향은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통일의 동반자로서 함께 손잡고 관계개선과 조국통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을 겨냥해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 “조선반도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라고 한 것도 대미압박용으로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게 미국을 향한 실제 제안이다.
‘휘황한 설계도’는 현실성이 있나?
  
▲ 7차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들이 대회장인 4.25문화회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에서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며 “경제강국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7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비전과 경제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로 혁명의 단계를 설정하고 국가 목표로 ‘사회주의 강성국가 완성’을 제시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란 개념으로 ‘북한식 경제개혁’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런데 막상 당대회 기간에 나온 북한의 노선과 정책에 대해서는 ‘속빈 강정’이란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발언, 시장경제의 수용 등 주관적으로 기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전략으로 당규약에까지 포함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속에서 경제 성장과 인민경제 생활의 향상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대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조선노동당 당대회는 외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장기 지속의 목표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의 단기 목표를 제시하는 자리이다. 당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중심으로 각 부서의 실무진이 상무조(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약 6개월 정도 준비를 한다. 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토론과 협의가 이뤄진다. 결국 당대회에서 발표되는 사업총화보고서와 결정서는 북한을 이끄는 조선노동당의 ‘집단적 협의’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단계 북한 지도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합의된 수준에서 보고서가 작성되고, 기본적으로 원칙적인 입장이 담긴다. 그리고 추상적인 목표와 다양한 ‘정치적 수사’가 동원된다. 북한 표현대로 ‘휘황한 설계도’다. 과거 당대회 때도 그랬던 것처럼 당대회는 그런 정치적 행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적 개혁․개방과 관련된 특별한 조치나 ‘병진노선’이 유보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당대회에서 그런 정책이 나올 리가 없었다.
북한은 1980년 노동당 6차 당대회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 ‘고난의 행군’, 핵실험으로 인한 경제제재 등으로 최악의 기간을 보냈고, 6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목표와 정책을 거의 달성하지 못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6차 당대회에서 제시됐던 내용들이 다시 등장한 현상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어쩌면 원칙적인 ‘정치적 수사’보다 ‘새로운 도약기’라고 표현을 하고, 30여 년만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놓을 수 있게 된 북한의 현재 상황에 더 주목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치적 수사’에만 주목할 경우 자칫 북한의 정책방향에 대해 잘못된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당대회 이후가 중요하다. 당대회에서 제시된 ‘추상적 목표’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화되는 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외관계, 대남관계는 대화와 협상의 상대방이 있다. 따라서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과 정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정책이 그래왔다.
통일방안만 해도 그렇다. 19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방안이 제시됐고, 그 때 제시된 5대 전제조건, 이행과정 등은 그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쳤다. 연방제란 기본전제만 유지되면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연방연합제’ 등의 개념이 나왔고, 대화의 상대로 공식인정하지 않던 남쪽 당국뿐만 아니라 “사상과 이념을 떠나 통일의 지향하는 모든 사람”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됐다. 남쪽과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현실적으로 변화 내지 ‘유연한 정책’으로 대응한 셈이다.
주한미군 문제만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계속 완전한 철수를 주장했지만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의 그동안의 발언 속에는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이 변한다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화와 협상의 진전,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실제 정책은 얼마든지 유연해지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수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 간부들은 외부 사람들을 만났을 때 국제정치,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적대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말 폭탄’을 쏟아 붓다가도 대화와 협상의 조건이 되면 서로 지원도 하고, 서로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당대회 결정서에 나타난 ‘정치적 수사'에 매몰되면 그 ’정치적 수사‘에 가려진 새로운 방향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독해와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당대회 이후 국면전환이 이뤄질까?
  
▲ 조선노동당 7차대회를 마친 다음달인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평양시군중대회 및 군중시위가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당대회에서 나온 북한의 대남, 대외정책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곧바로 특별한 제안이 없다며 핵문제에 대한 변화된 입장이 나올 때까지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북한이 ‘비핵화’에 진전된 입장을 내놓아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의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동결’과 ‘비확산 표명’에 주목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강력한 대북 제재도 중요하지만, 북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최소한으로 억제시키는 수준'에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빈센트 브룩스 신임 한미연합군사령관도 판문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으며 대화와 협력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 4일 방한해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관련한 한국 측의 입장을 여러 경로로 타진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제7차 당대회가 끝난 뒤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간에 협의가 있었고, 클래퍼 국장이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경우 한국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를 했다는 것이다.
올해 가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야 하고, 중국의 계속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평화협정 체결’ 요구에 대응할 필요성에 당면해 있다. 제재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번 7차당대회를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김정은시대’를 선포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던 북한의 정책이 대외관계 개선과 경제 건설에 우선순위를 두는 국면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단기적으로 보면 8월 말 실시될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될 때까지 북한은 핵 실험을 유보하고 클래퍼 국장의 예상처럼 ‘대화 공세’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군사회담 제안도 그런 차원에서 던져놓은 것으로 보인다.
당대회 이후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이고, 미국과 한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가 올해 한반도 정세를 규정할 것이다. 8월까지 대화의 동력이 마련되지 않으면 북한은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도발’을 시도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당국이 일단 ‘핵 실험 동결’을 전제로 대화테이블에 앉아 당대회에서 나온 다양한 ‘정치적 수사’ 속에 가려진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정창현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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