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언론 민플러스 모바일 사이트, 서승 “미국, 결코 평화체제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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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미국, 결코 평화체제 원치 않는다”
기사승인 2016-05-03
- [창간특집 인터뷰]“평화운동가들, 신자유주의 넘는 시대정신 필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서승 특임교수는 서울대학교에 유학 중이던 1971년 동생 서준식 인권운동가와 함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체포돼 19년 옥살이를 했습니다. 서 교수는 당시 육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석유난로를 뒤집어써서 얼굴에 전면 화상을 입었습니다. 원불교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동북아 평화주의자’ 서승 교수를 지난달 29일 만났습니다.[편집자] |
“남북이 분단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다. 미국은 결코 평화체제를 원하지 않는다. 일본을 재무장시켜 중국과 분쟁을 유도하고, 동북아 균형자가 되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동아시아 평화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서승 교수의 즉답이다.
서 교수를 원광대학교 귀빈실에서 마주했다. 가끔씩 일본식 억양이 튀어나온다. 국가 폭력의 흔적은 얼굴에 그대로다. 발음이 정확치 않다는 것을 꾹꾹 눌러 강조한다. 첫인상과 달리 매우 유쾌한 분임을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 교수는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관심가질 때가 아니”라며 “신자유주의를 넘어 새로운 미래사회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불륜’이라 단정한 서 교수는 남한의 평화운동가들에게 “동아시아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연초부터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미·일은 유엔제재 결의를 주도했구요.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THAAD) 배치를 표명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위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요인은 분단입니다. 일제 식민 지배를 이은 미국의 분단정책이 원인입니다. 냉전은 왜 한반도에만 남아 있을까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하다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분단돼 긴장관계가 유지되는 게 미국에 도움이 됩니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미국은 분단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분단이 군사적 긴장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지요. 냉전의 한 축인 소련이 붕괴했지만 한반도에는 냉전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냉전이 계속된다고 하면 안 되고, 분단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해야 합니다.”
분단으로 긴장 유지되는 게 미국에 도움
-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북한 핵개발이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동북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 이유가 중국이나 북한 핵이라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북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금까지 끌어온 것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초기에 (북이)핵실험을 하기 전에 제네바 합의와 페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사실상 폐기한 것은 미국의 책임입니다. 북은 합의를 만들어서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북한은 미국과의 핵 대결 과정에 큰 고통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러니 평화체제 수립이 절박 했습니다.
중국의 정책은 미국에 맞서는 게 아닙니다. 까불지 않고, 고개 숙이고, 자세를 낮춰 되도록 부딪히지 않으려 합니다. 앞으로 모르지 않냐? 그건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집니다.
중국이 패권국가로 나가는 것을 경계해야겠지만 미국과는 다릅니다. 중국은 당분간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정책을 펼칩니다. 반면 미국은 적극적인 개입전략입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미국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습니다.”
-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일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은 미국의 속국이었습니다. 속이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일본 공산당은 반미 자주노선을 들기도 했지요. 자민당도 겉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속이 부글부글 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 기시(노부스케)는 미국에 굴복했지만 반미주의자였습니다. 미국을 혐오하고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지요. 언젠가는 미국에서 벗어나겠다는 앙심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옛날처럼 군국주의냐, 아니냐를 놔두더라도 국가의 자존심(National Pride)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베 정권에서 표현된 겁니다.
문제는 과거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어요. 한국과 동아시아의 많은 민중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직시하지 않습니다.”
-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왜 용인하는 것일까요?
“한반도에서 남북의 대립을 부추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개입하고자 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대결하고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중재자로 나섭니다. 무기도 팔고, 분쟁도 해결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무슨 문제가 생기면, 결국 미국에 매달리게 됩니다. ‘평화문제는 미국이 최종적으로 해결해준다.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거죠. 싸움을 시켜 놓고 화해시키고, 화해시켜 놓고 다시 싸움을 붙이는 겁니다.”
한일은 미국 세계패권의 노리개 될 것
- 한미일 군사동맹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동아시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세계패권의 노리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중동전쟁에 개입하고, IS(이슬람국가) 공격에 동원될 겁니다. 자기(미국)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앞잡이(한국, 일본)들을 시킵니다. 그것을 미국은 바라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 때처럼 시리아 파병을 요청하면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자기(미국)는 돈도 인명도 피해 없이 지배권만 유지하려는 속셈이지요.”
- 지금 북미관계에선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에 의하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맞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북은 핵을 가져버렸습니다. 이미 가졌는데 허무하게 포기하겠습니까?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에서 비핵화 협상을 하면 됩니다. 비핵화는 ‘동북아 비핵지대화’로 돼야 합니다.
동시에 진행할 수는 있지만, 비핵화 협상이 평화협정 속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평화협정은 종전선언과 관계정상화를 담은 국가간 조약입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협정(일본과 2차 대전 전승국들 간의 평화협정)과 같은 겁니다.”
지금은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
- 동아시아 평화는 미국이 패권 개입을 중단해야 가능한데 미국이 스스로 포기할까요?
“쿠바 혁명은 미국이 허락해서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미군이 철수한 적이 있지요. 미국은 왜 북한을 깔아뭉개지 못할까요? 패권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천지만능은 아닙니다. 제주4.3, 여순사건, 광주항쟁 등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파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 있었지요. 미국의 패권에 맞서 저항해야 합니다. 저항권은 잘못된 권력(패권)에 대해 스스로 들고 일어나 자기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필요하면 군사개입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미국)도 피를 흘려야 합니다. 저항권은 누가 주는 게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는 권리는 소멸합니다.”
-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통일을 지상과제로 봅니다만 지금은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지금 바로 통일되지 않아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체결돼야 합니다. (남북)쌍방의 정치권력을 인정하고 상호신뢰하면 중국과 대만처럼 됩니다. 전화·상속·송금·주거이동·유학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통일입니다.”
-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세상 관심이 높습니다.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개입하지만 충돌을 피합니다. ‘불륜’입니다. 중국은 마치 약 먹고 헬렐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미관계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습니다. 새로운 미래사회의 비전을 찾아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를 넘는 시대정신이 필요합니다.”
- 끝으로 평화운동가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평화를 추상적으로 인식하지 마세요. 일본 평화헌법 지지자가 모두 평화주의자는 아닙니다. 평화 헌법9조 신봉자가 천황제를 지지합니다. 천황은 전범입니다. 자기 조상이 야스쿠니신사에 있고 버젓이 연금을 타고 있으면서 평화헌법만 지지하면 평화주의자가 됩니까?
미국은 2차 대전에서 파시즘을 단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습니다. 그러나 메카시즘을 비롯한 파시스트들이 미국에 득세하고 있습니다. 파시즘은 지금까지 소멸한 적도, 죽은 적도 없습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이 파시즘입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평화실현의 방도가 보입니다.”
▲ 서승교수는 원불교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 평화, 무엇이 문제인가? -인권의 관점에서'를 발제하고 있다. 왼쪽은 토론자로 나선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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