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59)가 26일 언론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오는 29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대언론 설득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이날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13년 8월 책 출간 이후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왜 20년 이상 해결이 안 될까’하는 의문에서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이 탄생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런 부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박유하 교수(왼쪽 두번째)는 26일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소송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위안부 비하 논란이 빚어진 책 <제국의 위안부>와 관련된 질문들에 답했다. 사진 김형규 기자
박 교수는 또한 “(위안부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인질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지원단체 등 관련 운동단체들이 ‘일제에 유린당한 불쌍한 소녀’라는 하나의 피해자 상(像)을 강요하면서 문제해결 방법 역시 자신들의 뜻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할머니들은 이런 흐름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자신의 책이 “그동안 전쟁범죄로만 논의돼 온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문제로 풀어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표현이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단순 비교하거나 친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말 이뤄진 한·일 양국간 (위안부 관련) 합의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 일본 천황이 와서 무릎을 꿇거나 수상이 사죄를 해도 화해는 힘들다. 먼저 국민들이 이 문제에 인식을 공유해야 하고, 내가 한 작업은 바로 그걸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하 교수가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
다음은 박 교수와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재판부에 추가 자료 제출 계획이 있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눈 녹취와 영상이 있다. 일부는 민사재판 마지막에 제출했다. 내가 할머니들의 고통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법원에) 냈다. 할머니 중에 ‘강제연행 없는 걸로 안다’고 얘기하신 분도 있다. ‘위안부는 군인을 돌보는 존재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이 두 가지가 조선인 위안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동지적 관계’라는 말로도 오해를 받는데, 조선은 그때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제국에서 싫어도 일본인으로서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것을 ‘유연한 국민 동원’이라고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강제연행인가 아닌가’, ‘매춘인가 아닌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문제가 뭔지 제대로 묻는 게 중요하다.”
-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 보인다.
“어떤 의견이든 당사자가 직접 전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할머니들의 생각은 상당 부분 중간에 대변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지금 마치 나와 할머니들의 싸움인 것처럼, 내가 할머니들을 공격하는 구도로 돼 있는데 안타깝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할머니들의 대변자에 지나지 않는다. 강한 여교수가 약한 할머니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틀이 생겨서 괴롭다. 물론 할머니들이 약자지만 나 역시 약자다. 지원단체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피해자 상에 할머니들을 끼워맞추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 방법만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일방적 피해자가 아닌, 위안부의 다른 모습을 조명하는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의도의 왜곡이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당신이 말하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왜 매춘부 얘기를 굳이 하냐’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나 일본 우익들이나 양쪽이 똑같다. 위안부 피해자를 ‘순결한 소녀’로 보는 쪽이나 ‘원래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이나 매춘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이다. 나는 위안부를 징용된 군인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조선인 군인은 그나마 보상금 등 법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위안부들은 가장 끝까지 전쟁터에 남아 고생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결국 남성 중심의 근대국가 시스템이 성을 필요로 하면서도 억압하고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틀에서 지원단체에게 할머니들이 매춘부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화류계에서 일하다 간 사람도 많다고 나온다. 그럼 그분들은 피해자가 아닌가. 다시 강조하지만 순진한 소녀가 갔건, 원래 그런 업종에 종사하던 이가 갔건 똑같다. ‘매춘이다, 아니다’로 구별하는 건 할머니들을 억압하는 거다. 위안부와 관련해 매춘이라는 단어를 쓰는 학자가 이미 여럿이다. 기존의 공창 시스템이 이것을 뒷받침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나만 고발당한 건 내가 지원단체를 비판해서라고 생각한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 판결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예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나머지 반은 일본을 비판했다. 위안부 참상을 충분히 썼다. 기존 단체들이 했던 얘기를 나도 했고, 일본을 비판하는 문맥에서 썼다. 또 예외도 여러가지다. 우리가 강제연행이라고 알았지만 오히려 (일본) 군인이 데려갔다는 진술은 10%도 안 된다. 정말로 뭐가 예외인지 상황을 봐야 한다. 기존 인식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는 게 유감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83명도 분명 일부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들의 생각에 대한 상상력도 필요하다. 나는 일부가 아닌 일반적 케이스를 썼다. 설령 이게 예외로 보인다 해도 우리가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예외 사례를 부정하는가. 예외적 사례라도 중요한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민사 법원은 ‘할머니들의 인격권이 학문의 자유보다 중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게 독해 문제다. 더 정확히는 (할머니들의) 대변자들의 곡해다. 처음에 ‘나눔의집’ 측 박선아 변호사가 가르치는 한양대 로스쿨 학생들이 내 책을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기소장을 만들었다. 109곳을 지적했는데 그 중에는 인용한 문장도 내가 한 말로 쓰고 있었다. 학생들의 조악한 오독을 바탕으로 고발한 것을 알고 경악했다. 박선아 변호사는 학계에서 더이상 강제연행을 말하지 않고 인신매매를 논한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혹은 알고도 언론에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들의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분노의 틀로 몰아넣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내가 구체적으로 반박하니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하던 것이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 전쟁범죄를 찬양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10여초 눈물을 참으며) 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져 있다. 본인들이 학계의 논의를 잘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만, 너무 경솔했다고 본다. 내가 할머니들을 비난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건 왜곡이다.”
-위안부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책에서도 한일 양국간 협의체 얘기를 했다. 접점이 더 생기고 더 많은 국민이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논점이 많지 않다. 강제연행과 법적 책임, 보상의 문제 등에 대해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언론도 그 과정을 지켜보고 논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게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양국 국민들이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재판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는 법원이 설사 내 편을 들어도 국민이나 언론이 안 그럴 수 있고, 계속 여론이 ‘나를 잘못됐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간의 재판 자료를 다 올릴 계획이다. 내가 어떤 반박문을 냈는지 관련 기사나 서평 등도 소개할 것이다.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도 전할 생각이다. 이 문제로 1년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인터뷰한 할머니들 영상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지만 이렇게라도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만일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이라는 시공간이 만들어낸 결과로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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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날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13년 8월 책 출간 이후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왜 20년 이상 해결이 안 될까’하는 의문에서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이 탄생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일본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런 부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박유하 교수(왼쪽 두번째)는 26일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소송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위안부 비하 논란이 빚어진 책 <제국의 위안부>와 관련된 질문들에 답했다. 사진 김형규 기자
박 교수는 또한 “(위안부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인질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지원단체 등 관련 운동단체들이 ‘일제에 유린당한 불쌍한 소녀’라는 하나의 피해자 상(像)을 강요하면서 문제해결 방법 역시 자신들의 뜻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할머니들은 이런 흐름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자신의 책이 “그동안 전쟁범죄로만 논의돼 온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문제로 풀어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표현이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단순 비교하거나 친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말 이뤄진 한·일 양국간 (위안부 관련) 합의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 일본 천황이 와서 무릎을 꿇거나 수상이 사죄를 해도 화해는 힘들다. 먼저 국민들이 이 문제에 인식을 공유해야 하고, 내가 한 작업은 바로 그걸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유하 교수가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
다음은 박 교수와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재판부에 추가 자료 제출 계획이 있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눈 녹취와 영상이 있다. 일부는 민사재판 마지막에 제출했다. 내가 할머니들의 고통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법원에) 냈다. 할머니 중에 ‘강제연행 없는 걸로 안다’고 얘기하신 분도 있다. ‘위안부는 군인을 돌보는 존재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이 두 가지가 조선인 위안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동지적 관계’라는 말로도 오해를 받는데, 조선은 그때 식민지 통치 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제국에서 싫어도 일본인으로서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것을 ‘유연한 국민 동원’이라고 표현했다.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강제연행인가 아닌가’, ‘매춘인가 아닌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문제가 뭔지 제대로 묻는 게 중요하다.”
-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 보인다.
“어떤 의견이든 당사자가 직접 전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할머니들의 생각은 상당 부분 중간에 대변하는 이들의 생각이다. 지금 마치 나와 할머니들의 싸움인 것처럼, 내가 할머니들을 공격하는 구도로 돼 있는데 안타깝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할머니들의 대변자에 지나지 않는다. 강한 여교수가 약한 할머니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틀이 생겨서 괴롭다. 물론 할머니들이 약자지만 나 역시 약자다. 지원단체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피해자 상에 할머니들을 끼워맞추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 방법만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일방적 피해자가 아닌, 위안부의 다른 모습을 조명하는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의도의 왜곡이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당신이 말하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왜 매춘부 얘기를 굳이 하냐’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나 일본 우익들이나 양쪽이 똑같다. 위안부 피해자를 ‘순결한 소녀’로 보는 쪽이나 ‘원래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이나 매춘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이다. 나는 위안부를 징용된 군인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조선인 군인은 그나마 보상금 등 법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위안부들은 가장 끝까지 전쟁터에 남아 고생했지만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결국 남성 중심의 근대국가 시스템이 성을 필요로 하면서도 억압하고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틀에서 지원단체에게 할머니들이 매춘부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1970년 서울신문 보도를 보면 화류계에서 일하다 간 사람도 많다고 나온다. 그럼 그분들은 피해자가 아닌가. 다시 강조하지만 순진한 소녀가 갔건, 원래 그런 업종에 종사하던 이가 갔건 똑같다. ‘매춘이다, 아니다’로 구별하는 건 할머니들을 억압하는 거다. 위안부와 관련해 매춘이라는 단어를 쓰는 학자가 이미 여럿이다. 기존의 공창 시스템이 이것을 뒷받침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나만 고발당한 건 내가 지원단체를 비판해서라고 생각한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 판결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화했다’고 지적했다.
“예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나머지 반은 일본을 비판했다. 위안부 참상을 충분히 썼다. 기존 단체들이 했던 얘기를 나도 했고, 일본을 비판하는 문맥에서 썼다. 또 예외도 여러가지다. 우리가 강제연행이라고 알았지만 오히려 (일본) 군인이 데려갔다는 진술은 10%도 안 된다. 정말로 뭐가 예외인지 상황을 봐야 한다. 기존 인식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는 게 유감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83명도 분명 일부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들의 생각에 대한 상상력도 필요하다. 나는 일부가 아닌 일반적 케이스를 썼다. 설령 이게 예외로 보인다 해도 우리가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예외 사례를 부정하는가. 예외적 사례라도 중요한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민사 법원은 ‘할머니들의 인격권이 학문의 자유보다 중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든 게 독해 문제다. 더 정확히는 (할머니들의) 대변자들의 곡해다. 처음에 ‘나눔의집’ 측 박선아 변호사가 가르치는 한양대 로스쿨 학생들이 내 책을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기소장을 만들었다. 109곳을 지적했는데 그 중에는 인용한 문장도 내가 한 말로 쓰고 있었다. 학생들의 조악한 오독을 바탕으로 고발한 것을 알고 경악했다. 박선아 변호사는 학계에서 더이상 강제연행을 말하지 않고 인신매매를 논한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혹은 알고도 언론에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들의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분노의 틀로 몰아넣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내가 구체적으로 반박하니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하던 것이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 전쟁범죄를 찬양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10여초 눈물을 참으며) 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져 있다. 본인들이 학계의 논의를 잘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만, 너무 경솔했다고 본다. 내가 할머니들을 비난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건 왜곡이다.”
-위안부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책에서도 한일 양국간 협의체 얘기를 했다. 접점이 더 생기고 더 많은 국민이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논점이 많지 않다. 강제연행과 법적 책임, 보상의 문제 등에 대해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언론도 그 과정을 지켜보고 논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게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양국 국민들이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갈등도 해소될 것이다.”
-재판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이유는 법원이 설사 내 편을 들어도 국민이나 언론이 안 그럴 수 있고, 계속 여론이 ‘나를 잘못됐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간의 재판 자료를 다 올릴 계획이다. 내가 어떤 반박문을 냈는지 관련 기사나 서평 등도 소개할 것이다.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도 전할 생각이다. 이 문제로 1년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인터뷰한 할머니들 영상도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지만 이렇게라도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만일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이라는 시공간이 만들어낸 결과로 받아들일 각오는 돼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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