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예술과 선전물로 본 북한 여성들의 삶 - NK News 한국어판

예술과 선전물로 본 북한 

여성들의 삶 - NK News 한국어판


예술과 선전물로 본 북한 여성들의 삶
북한 대중문화 통해 북한 여성의 이중적 지위 보여주는 책 나와
Dagyum Ji, 2017년 05월 22일

북한 여성의 지위는 복잡한 문제다. 여성들을 동등한 혁명 동반자로 여기는 자칭 ‘진보적인’ 북한 사회는 여전히 삶의 전반을 전통적 가치가 지배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으며 그 속에서 여성은 어머니, 가정주부 뿐 아니라 군인, 노동자, 농부의 역할도 담당한다.

건국대학교 통일문학연구단 전영선 교수는 ‘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새 저서에서 북한의 문화·예술을 살펴봄으로써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보았다.

전 교수는 그의 저서가 ‘문화를 번역한 것’이라며 1차 자료들을 통해 북한을 연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 너머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NK 뉴스에 “북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얼마가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이야기하는 대신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 교수는 북한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탈북자 증언의 유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 역시 ‘또 다른 이야기 전달자’라고 말한다.

전 교수는 북한 예술작품들이 북한 당국의 정치 이데올로기나 선전 의도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도되지 않은 이면’을 추적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전 교수는 “영화나 소설 작품들은 불가피하게 일상생활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이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 북한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삶 속의 사회적 모순과 일상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북한 작품들이 꽤 많다”며 “그 작품들은 단지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나 소설을 창작하는 한 가지 목적은 일상의 변화”라며 “북한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들을 꽤 많이 봤는데 때로는 이게 정말 북한에서 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남한과 북한이 언어와 젠더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며 있는 그대로의 남북한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그의 목표이기 때문에 “북한이 창작한 문화를 통해 북한 문화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김정숙 동상 | 제공=우리민족끼리

북한의 ‘어머니’ 김정숙

전 교수는 북한의 국가주의가 북한 여성의 삶을 형성하고 기존 질서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여성들을 억압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사회에는 가부장적 사회 질서와 양성평등 개념이 혼재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성 평등은 주로 일터에서 달성된다. 경제 및 생산 활동에서 여성은 남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주로 북한 경제의 어려움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여성들이 가부장적 규율에 순응해야 하며 일상생활 가운데 개성을 표출할 수 없다.

전 교수는 이러한 이중성이 북한 사회가 이상화 하는 여성상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의 첫 부인 김정숙의 경우가 이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전 교수는 “김정숙에게는 한 번도 동등한 위치나 역할이 주어진 적이 없었다”면서 “김정숙은 수령을 보좌하고 김정일을 낳아 아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준 인물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숙의 생애는 ‘기능적인 관점’에서 조명되며 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숙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는 김정숙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김정일의 신발 깔창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과 김일성에게 하룻밤 새 수백 벌의 군복을 지어줌으로써 ‘충성과 헌신’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정숙 초상화(왼쪽)과 김정숙을 찬양하는 노래(오른쪽)| 제공=조선의 오늘

전 교수는 김성숙의 이미지가 “북한의 문화와 예술을 통해 계속해서 재생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신화라든지 혁명 일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런 이야기들이 되풀이되면서 점진적으로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결국에는 당연히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면서 “북한이 김정숙의 이미지를 우상화 하여 여성들이 이를 따르게끔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역할

북한 여성들의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삶이 영화, 연극, 드라마, 혁명 오페라, 가요 등 수많은 예술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조선영화사가 제작한 85분짜리 영화 ‘기다리는 처녀’는 아주 전형적인 예다. 영화의 여주인공 김정금은 조선인민군 소속 군인 기석과 연인 사이로 그의 어머니를 돌본다.

정금은 결혼도 하지 않고 몇 년 동안 기석의 어머니를 돌보지만 기석은 군 복무 기간을 6년으로 늘리기로 결정한다.

이후 기석은 감자를 재배하는 협동농장에 가지만 정금과 상의하지도 않고 정금을 데려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결혼하게 되며 영화의 끝에서 김정금은 김정일까지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다른 여러 예술 작품들에 모티프를 제공했으며 ‘불멸의 향도’ 총서 중 장편소설 ‘대홍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북한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헌신적 삶을 그린 또 다른 예술 영화로 ‘사랑의 대지’가 있다. 이 영화는 여성 의사 김귀녀가 재일조선인 출신 한정옥을 자신의 집에서 수년 동안 돌봐주는 모습을 그린다. 한정옥은 일본의 조선학교 재학 시절 일본 불량배에게 폭행을 당해 상처를 담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귀녀는 전선으로 배치된 남자친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며 남자친구에게 자신은 정옥을 책임져야 하니 자신을 잊어달라고 말한다. 귀녀의 남자친구는 그런 귀녀를 이해할 뿐 아니라 의료용품을 지원해 준다.

귀녀의 남자친구는 전장에서 매복 중 죽지만 귀녀는 그의 장례식 이후에도 정옥을 정성껏 돌본다. 정옥은 마침내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젠더 문제와 통일

전 교수는 북한 여성들의 삶이 30년 전 한국 여성들의 삶과 닮았으며 북한 여성들의 지위는 북한의 강력한 국가주의로 인해 개선이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제 식민지 시절 끝까지 동지들에 대한 비밀을 지키다가 죽은 9살 금순이 이야기를 배운다.

금순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사회적 삶 속에서 확립되고 강화되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국가주의가 인식의 틀을 전환하지 못하게 막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전 교수가 든 한 사례이다.

전 교수는 “우리는 남한과 북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할 때 정치체제의 차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여성의 삶이 발견되고 인식되는 것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며 각 개인이 개성을 지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존중되는 것”이라며 “집단주의 가치를 채택하는 북한에서 이러한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한 통일이 된다 해도 한국이 북한 주민들, 특히 여성들을 강제로 교육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평등 문제는 강요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한국의 현행 탈북민 지원 정책들 중 일부는 탈북민들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며 동독과 서독이 통일된 이후에도 페미니즘 개념에 있어 큰 차이가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여성 인권과 성평등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야 하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사회적 경험을 인지하여 공유하고 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친 이후에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칠 때에만 북한 여성들이 스스로를 동등한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리라는 것이 전영선 교수의 주장이다.

전영선 교수의 ‘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번역: 정다민 damin.jung@nknews.org

편집: 이희영 hee-young.lee@nknews.org



영어 원본 링크(영어 원본 편집: Oliver Hot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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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NK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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