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0

알라딘: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

알라딘: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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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루쉰의 수많은 저작 중에 소설집 <납함> <방황>을 제외하고 가려 뽑아 1권卷에 5책冊을 담은 '선집'이다. 5책冊은 <잡문>, <수필집>, <서한집>, <양지서>, <고사신편>이다. '1권卷 5책冊'이란 표현을 쓴 것은 다섯 권을 한 권으로 묶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가 '루쉰 문학 선집' 해설을 쓰고, 옮긴이 송춘남이 '영원한 루쉰'을 썼다.

글을 뽑은 잣대도, 루쉰의 저작 가운데 널리 읽히고,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역사적 상황과 세상을 독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들,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비판적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글들을 중심으로 뽑았다.

이 책을 옮긴 송춘남은 조선족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우리말과 중국말에 능숙하고, 반평생을 루쉰 문학 연구에 애정을 쏟았다. 또한 해설을 쓴 박홍규 교수는 방대한 루쉰 문학과 사상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간단명료하게 해제를 쓰고, 지금 시대에 루쉰 문학을 읽어야 되는 사회 역사적 의미를 밝혀 주었다.
목차

차례

영원한 루쉰 / 송춘남 … 14
왜 루쉰인가? / 박홍규 교수의 해설 … 24

1 잡문
무덤 … 63
‘눈을 똑바로 뜨고 보라’를 논함
천재가 있기에 앞서
이런 저런 추억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뇌봉탑이 무너짐을 다시 논함
노라는 집을 나간 뒤 어떻게 되었을까
등불 아래서의 만필

열풍 … 109
수감록 25
수감록 40
수감록 41
수감록 56 “왔다”
수감록 59 “성무”
수감록 62 분해서 죽다
수감록 65 폭군의 신하와 백성
수감록 66 생명의 길

화개집 … 132
문득 떠오르는 생각
전사와 파리
잡생각
이것과 저것
지도자
만리장성
여름벌레 세 가지

화개집 속편 … 153
꽃 없는 장미
죽음의 땅
약간한 비유
황제를 말한다
유화진군을 기념하여
빈말
담화기록

화개집 속편의 보충 … 184
<아큐정전>을 쓰게 된 원인

이이집 … 194
황화절의 잡감
중국 사람의 얼굴을 논함
혁명시대의 문학
유황 선생에게 드리는 답장
미움 죄
느낌의 단편들
문학과 땀

삼한집 … 227
깡패의 변천
소리 없는 중국
통신(Y의 편지를 함께)
답장
어떻게 쓸 것인가(밤에 쓰는 글1)

이심집 … 258
“상가집” “자본가의 무맥한 앞잡이”
“지식 노동자” 만세
비혁명적 급진 혁명론자
습관과 개혁
중국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선구자의 피

남강북조집 … 274
여성해방에 대하여
여성에 대하여
경험
“제3부류의 인간”을 논함
“재난에 뛰어들기”와 “재난을 피하기”에 대하여
욕설과 위협은 절대로 전투가 아니다
-<<문학월보>> 편집부에 보내는 편지
모래
처세술 삼매경 1)
어찌하여 나는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위자유서 … 310
풍자에서 유머에로
언론자유의 한계

준풍월담 … 316
“놀고먹기”
야수훈련법
밤의노래
지식의 과잉

화변문학 … 326
욕설
여자라고 반드시 거짓말을 더 하는 것은 아니다
물의 속성

차개정 잡문 … 323
나폴레옹과 제너
“고기 맛을 모른다”와 “물맛을 모른다”
애에게 사진을 찍어주면서 떠오른 생각
“체면”을 말한다
운명
중국의 두세 가지 일에 대하여
중국 사람은 자신심을 잃어버렸는가?
중국문단의 요괴

차개정 잡문 2집 … 368
“사람의 혀가 무섭다”를 논함
풍자를 논함
풍자란 무엇인가
-문학사의 물음에 대답함
현대 중국에서의 공자

차개정 잡문 말편 … 387
나는 사람을 속이고 싶다
깊은 밤에 적노라
죽음


2 수필집

들풀 … 417
머리말
가을밤
그림자의 고백
걸인
복수
복수(2)
희망


아름다운 이야기
나그네
죽은 불
개의 반박
잃어버린 좋은 지옥
묘비명
퇴락한 줄의 떨림
주견
죽은 뒤
이런 전사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자, 그리고 노비
겨울 잎사귀
희미해진 핏자국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와 태어나지 않은 자를 기념하여
각성


3 서한집 … 495
1919년 1월 16일 허수상에게 보낸 편지
1920년 5월 4일 송숭의에게 보낸 편지
1920년 12월 14일 아오기 1)에게 보낸 편지
1924년 9월 24일 이병중에게 보낸 편지
1925년 4월 11일 조기문에게 보낸 편지
1926년 6월 17일 이병중에게 보낸 편지
1926년 10월 4일 위총무, 위소원, 이제야에게 보낸 편지
1927년 9월 25일 대정농에게 보낸 편지
1929년 4월 7일 위소원에게 보낸 편지
1930년 9월 20일 조정화에게 보낸 편지
1931년 2월2일 위소원에게 보낸 편지
1931년 2월 4일 이병중에게 보낸 편지
1932년 6월 18일 대정농에게 보낸 편지
1933년 6월 20일 유화사에 보낸 편지
1933년 6월 25일 야마코트 하쯔1)에게 보낸 편지
1933년 10월 31일 조정화에게 보낸 편지
1933년 11월 5일 요극에게 보낸 편지
1934년 4월 24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34년 5월 6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43년 6월 3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0월 13일 합중서점 1)에 보낸 편지
1934년 12월 6일 소군, 소흥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10일 소군, 소흥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6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18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25일 조가벽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26일 소군, 소흥에게 보낸 편지
1934년 12월 31일 유위명에게 보낸 편지
1035년 1월 4일 소군, 소홍에게 보낸 편지
1935년 2월 7일 조정화에게 보낸 편지
1935년 2월 9일 소군, 소홍에게 보낸 편지
1935년 4월 23일 소군, 소홍에게 보낸 편지
1935년 6월 29일 뇌소기에게 보낸 편지
1935년 10월 4일 소군에게 보낸 편지
1936년 3월 26일 조백에게 보낸 편지
1936년 4월 1일 조백에게 보낸 편지
1936년 4월 5일 왕야추에게 보낸 편지
1935년 4월 15일 안여민에게 보내는 편지
1936년 4월 23일 조정화에게 보낸 편지
1936년 5월 8일 이제야에게 보낸 편지
1936년 8월 28일 양제운에게 보낸 편지
1936년 9월 15일 왕야추에게 보낸 편지
1936년 10월 15일 대정농에게 보낸 편지
1936년 10월 15일 대정농에게 보낸 편지


4 양지서

머리말
제1집 … 617
북경
(1925년 3월부터 7월까지)

제2집 … 679
하문.광주
(1926년9월부터 27년 1월까지)

제3집 …781
북평.상해
(1929년 5월부터 6월까지)


5 고사신편 …803

머리말
하늘을 메우다
달나라로 가다
물을 다스리다
벼린검
비공1)

루쉰 연보 … 895

저자 및 역자소개
1952년 중국 옌볜 룽징에서 태어났다. 1968년 문화혁명 시기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시골로 내려가 2년 동안 농사를 지었고, 룽징 경운기 공장에서도 일했다. 베이징 민족대학 언어문학부에서 공부했다. '옌볜일보'와 '옌볜여성' 기자였고, 옌볜교육출판사 아동도서편집실에서도 일했다. 주요 번역서로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소설 대장정》(1~5)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1권卷 5책冊에 담은 루쉰 문학의 우리말 결정판!
1권卷으로 5책冊을 읽는다 ! - 잡문, 수필집, 서한집, 양지서, 고사신편
왜 루쉰인가?
영원한 루쉰




*1권卷 5책冊에 담은 루쉰 문학의 우리말 결정판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은 루쉰의 수많은 저작 중에 소설집 『납함』『방황』을 제외하고 가려 뽑아 1권卷에 5책冊을 담은 ‘선집’이다. 5책冊은 『잡문』,『수필집』,『서한집』, 『양지서』,『고사신편』이다. ‘1권卷 5책冊’ 이란 표현을 쓴 것은 다섯 권을 한 권으로 묶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가 ‘루쉰 문학 선집’ 해설을 쓰고, 옮긴이 송춘남이 ‘영원한 루쉰’ 썼다.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은 일반 독자들이 방대한 루쉰의 문학과 사상에서 ‘숲과 나무’, ‘전체와 부분’을 아울러 볼 수 있게 기획되었다. 그동안 단편적인 부분 번역 출판은 ‘나무는 보데 숲을 볼 수 없었고’, 루쉰의 방대한 저술을 다 번역 출판한다 해도 연구자들에게는 유용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숲을 보지만 나무를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글을 뽑은 잣대도, 루쉰의 저작 가운데 널리 읽히고,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역사적 상황과 세상을 독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들,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의 비판적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글들을 중심으로 뽑아 한 권에 다섯 책을 담은 선집으로 엮었다. 이 책을 옮긴 송춘남은 조선족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우리말과 중국말에 능숙하고, 반평생을 루쉰 문학 연구에 애정을 쏟았다. 또한 <루쉰 문학 선집> 해설을 쓴 박홍규 교수는 방대한 루쉰 문학과 사상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간단명료하게 해제를 쓰고, 지금 시대에 루쉰 문학을 읽어야 되는 사회 역사적 의미를 밝혀 주었다.
이 책의 편집의 세밀함은 루쉰의 글들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달은 수많은 도움말註로 드러난다. 중국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주석을 해당 쪽의 밑에 달아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바로 참고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는 루쉰의 생애를 연도별로 상세하게 적은 <루쉰 연보>를 실었다.

*1권卷으로 5책冊을 읽는다

<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은 1책冊 『잡문』, 2책冊 『수필집』, 3책冊 『서한집』,4책冊 『양지서』, 5책冊 『고사신편』으로 묶어 1권卷에 5책冊을 담았다.

-1책冊 잡문

1책冊 『잡문』은『무덤』,『열풍』,『화개집』,『화개집 속편』,『화개집 속편』의 보충, 『이이집』,『삼한집』,『이심집』『남강북조집』,『위자유서』,『준풍월담』,『화변문학』, 『차개정 잡문』,『차개정 잡문 2집』,『차개정 잡문 말편』으로 구성된다.
『무덤』은 루쉰이 1907년부터 1925년 사이에 쓴 논문과 에세이 23편을 모은 책으로 1927년에 간행됐다. 루쉰이 초기에 쓴 글들은『무덤』보다 1년 먼저 간행된『열풍』에도 들어있으나『열풍』에는 주로 <수감록> 등 단편이 실린 반면『무덤』에는 장편이 주로 실렸다. 그러나 이 책의『무덤』에는 주로 1924-1925년에 쓴 글들이 중심이다.
『화개집』과『화개집 속편』은 루쉰이 1925년 북경에서 집필한 에세이 31편을 모은 책으로 1926년 간행됐다.『이이집』은 1927년에 집필한 에세이 29편이 중심으로서 1928년에 간행됐다.『삼한집』은 1927년부터 1929년 사이에 쓴 에세이 34편을 1929년에 간행한 책이다.『이심집』은 1930년부터 1931년 사이에 집필한 에세이 37편을 모아 1932년에 낸 책이고,『남강북조집』은 1932년부터 1933년에 쓴 에세이 51편을 모아 1934년에 낸 책이다. 『위자유서』는 1933년에 쓴 에세이 43편을 모아 그 해 낸 책이고, 『준풍월담』은 『위자유서』의 속편으로 1933년에 쓴 에세이 61편을 중심으로 1934년에 낸 책이다. 『화변문학』 역시『위자유서』의 속속편으로 1934년에 쓴 에세이 61편을 중심으로 1936년에 낸 책이다. 『차개정 잡문』은 1934년에 쓴 에세이 37편을 중심으로 루쉰 사후 1937년에 간행됐다. 『차개정 잡문 2집』은 1935년에 쓴 48편, 『차개정 잡문 말편』은 루쉰이 죽기 직전인 1936년에 쓴 에세이 35편을 중심으로 모두 사후에 간행됐다.

1책冊 『잡문』은 이 책에서 반절 가까이 된다. 루쉰은 일생동안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저서도 썼지만 잡문을 가장 많이 썼다. 잡문이란 바로 단평이라고 노신은 말하고 있다. 단평은 짧고 반드시 비평이 있어야 하며 비평은 단평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표준이다. 때문에 노신의 잡문은 “사회비평”과 “문화비평”으로 근본을 이루고 있다. 루쉰은 잡문의 성격을 이렇게 말한다.
“비평은 반드시 정곡을 찔러야 한다. 무딘 칼로 고기를 저미듯 한 비평은 비평이 아니다.
살아 있는 단평은 반드시 비수여야 하고 투창이어야 하며 독자들과 함께 생존의 혈로를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2책冊 수필집

2책冊 『수필집』에 실린 『들풀』은 1924년부터 1926년 사이에 쓴 산문 23편을 중심으로 1927년에 간행한 책에서 뽑았다. 루쉰은 『들풀』머리말에서
“들풀은 뿌리가 깊지 않고 꽃도 예쁘지 않다. 하지만 이슬을 맞고 물을 먹고 묵은 시체의 피와 살을 빨아 먹으면서 저마다 생존을 쟁취한다. 생존해 있을 때는 짓밟히고 잘리며 게다가 죽어서 썩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노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나의 들풀을 사랑한다.” 라고 썼다.

『들풀』에는 <주견>처럼 그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단편, 아니 장편(掌篇)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개의 반박>이다. 짖는 개를 보고 권세에 아부하는 개새끼라고 꾸짖자 개가 사람에게 반박한다. 아직 동과 은, 무명과 명주, 관리와 백성, 주인과 종을 구별할 줄 모르니 사람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서 제기되는 주인과 종의 구별이라고 하는 점은 루쉰이 평생토록 싸운 주제였다.

-3책冊 서한집

3책冊 『서한집』은 루쉰의 여러 편지 모음이다. 루쉰은 생애 6천여통의 편지를 썼는데 그 중 1400통 정도가 남아있다. 『서한집』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리말로 옮겨졌다.
루쉰은 전통적인 주류문학인 소설과 시보다 잡문과 편지글을 즐겨 썼다. 루쉰 문학의 위대성이 여기에 있다. 편지 쓰기는 대중적인 글쓰기이고 생활문학이다. 피가 감돌고 뜨거운 가슴이 전해지는 편지글을 많이 썼다는 것은 루쉰이 얼마나 대중과 독자,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호흡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제자들과 나눈 편지글은 루쉰이 당대 문화전선을 이끄는 치열한 싸움꾼을 넘어 사랑의 교사였음을 입증한다.

-4책冊 양지서

4책冊 『양지서』는 루쉰과 그의 애인 쉬광핑의 왕복 서간집으로 1925년부터 1929년 사이의 편지 135통을 모아 1933년에 간행한 것이다. 『양지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리말로 옮겨졌다.1925년 3월부터 루쉰은 베이징 여자사범대학 학생인 쉬광핑과 편지 교환을 시작했다. 7월까지 이어지는 제1차 서한은 『양지서』의 제1권에 해당한다. 먼저 쉬광핑이 교육계에 매수가 범람함을 개탄한 제1신에 대해 루쉰은 제2신에서 동감을 표시하자 쉬광핑은 제3신에서 교육에 대해 묻고 루쉰은 제4신에서 다음과 같이 답한다.
“오늘날 말하는 교육이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수많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수단에 지나지 않소.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고 장차 언제 그런 시기가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오.…
세상에는 별의별 기괴한 일이 다 있소. 들여다보면 결국 “출세”를 위한 것이지만 학교에서 고서에 묻혀 졸업장이나 얻으려는 사람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오. 중국은 아마 너무 늙었나 보오. 사회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 치고 열악하지 않은 것이라곤 없고 마치 검은 물감통과 같아서 그 어떤 새 물건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두 시커멓게 변해버리고 마오. 그러니 방도를 대어 개혁을 하는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오. 내 보기엔 이상에 젖은 사람라면 누구나 못내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을 뿐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 앞에서는 아무도 처방을 내지 못하고 백지를 내고 있소. 가장 훌륭한 처방이래야 이른바 ‘미래에 희망을 거는’ 것이오.”

-5책冊 고사신편

5책冊 은 『고사신편』이다. 루쉰 최후의 창작집은 『고사신편』(1936)에 실린 역사소설 8편을 담은 것이다. 그 작품들은 1922년부터 1935년까지 쓰여 졌다. 즉 <하늘을 메우다>는 1922년, <달나라로 가다>와 <벼린 검>은 1826년, <전쟁을 막다>는 8년 뒤인 1934년, 이어 1935년에 마지막 작품들을 썼다. <하늘을 메우다>는 1922년에 쓴 초기 작품으로 중국신화를 소재로 한 것이고 상당히 에로틱하여 당시 ‘예술을 위한 예술’파의 최대 걸작으로 칭송됐다. 1926년에 쓴 <달나라로 가다>에서도 초기 작품의 경향을 볼 수 있다. 반면 1935년작인 <물을 다스리다>에서는 민중의 지도자가 묘사되는 점에서 루쉰이 1925년을 전후하여 종래의 진화론에서 계급론으로 기울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그가 그토록 질타한 민중에 대한 신뢰를 말한 것이었다. 1927년에 쓴 <벼린 검>은 미간척(眉間尺)이라는 남자가 칼 만들기로 천하제일인 명인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루쉰은 미간척의 죽음은 복수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처참한 현실임을 말한다. 또한 검은 옷의 남자는 의협이나 동정은커녕 권력을 쟁취하는 것도 혁명의 목적이 아님을 말한다. 마지막 작품인 <비공>은 1934년에 쓴 것으로 춘추전국시기 사상가인 묵자의 평화주의사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루쉰이 묵자의 사상에 깊이 공감했음을 보여준다.

*왜 루쉰인가?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는 <루쉰 문학 선집> 해설에서

“우리는 종이 아니라 주인이 되고자 한다. 쌍놈이 아니라 양반이 되고자 한다. 모두의 자유와 평등이 아니라 남에게 군림하고자 한다. 그것이 입신출세이다. 이러한 자신은 주인이 되고 남을 종으로 삼고자 하는 허위의식은 만인이 양반이라고 하는 허위의식으로 나타나는 점에서 중국인보다 한국인에게 더욱 심한지도 모른다.
<이런 전사>는 루쉰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이 글에서 루쉰은 중국사회를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이 지배하는 곳이고, 그 악령이란 학자, 문인 등의 지식인들이며, 그 악령의 무기는 격식을 갖춘 인사이고, 그 인사라는 것이 적의 무기라고 비판했다. 그런 인사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악령들과 싸우는 전사는 패배한다. 그들은 혈연, 지연, 학 등의 인간관계로 전사나 용사를 죽인다. 전사나 용사는 그런 봉건적인 인간관계로부터 떠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것들에 의해 죽어간다. 그런 인간관계만이 아니다. 학문, 도덕, 국수, 공론, 논리, 정의, 동방문명 … 등등의 온갖 미명의 이념들이 전사를 죽인다. 그러나 죽은 전사는 다시 투창을 치켜든다. 이는 루 쉰 자신의 의지를, 그리고 모두 그렇게 살아야 함을 선언한 것이다.” 라고, 루쉰 문학을 읽어야 되는 사회 역사적 의미를 밝혔다.

*영원한 루쉰

이 책을 옮긴 송춘남은 <루쉰 문학 선집> 펴내는 의미를 이렇게 적었다.

“루쉰의 사상은 지금도 청춘의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루쉰은 영원하다. 세상에 억압이 있고 주인과 노예가 있고 노복이 있는 한 루쉰의 사상은 영원히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루쉰은 압제 받는 자에게는 ‘벗’ 이었지만 이미 권력자가 되고 지배자로 된 사람에게는 영원히 ‘뜨거운 감자’였다. 루쉰의 영원함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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