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30

월남전 수기 '산자의…' 쓴 김진선씨



남전 수기 '산자의…' 쓴 김진선씨




월남전 수기 '산자의…' 쓴 김진선씨
[중앙일보] 입력 2000.06.16 00:00 | 종합 4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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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폭력성을 가장 처절하게 보여준 것으로 꼽히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인 용사들은 많다. 그러나 전쟁의 참상을 솔직히 털어놓는 회고록을 남긴 사람은 거의 없다.



4성 장군으로 전역한 김진선(61)씨가 내놓은 회고록 '산 자의 전쟁 죽은 자의 전쟁' (중앙M&B)은 젊은 중대장의 광기(狂氣)와 퇴역한 노병의 참회를 동시에 읽게 한다.



저자는 "대장으로 예편한 뒤인 1994년 베트남을 여행하고 회고록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고 한다. 그는 통일되고 20년이 지나서도 가난 속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을 보고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세계최강인 미국을 이길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는 월남전 당시 이해할 수 없었던 베트콩 전사들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회고록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69년 맹호부대 중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해 1년간 보냈던 얘기. 2부는 베트남 민족의 저항사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석. 3부는 월남전에 대한 평가와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칼럼이다.



회고록으로 주목할 대목은 생생한 현장의 얘기가 담긴 1부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두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솔직히, 그리고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는 점. 둘째는 당시의 광기를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장에서 도덕적 가치는 포탄의 파편처럼 흩어지고 점점 나는 전투밖에 모르는 인간이 되어 갔다. 동물을 사냥하는 것보다 더한 쾌감 속에 인간사냥을 했다" 면서 "지금 생각하면 전쟁터의 나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이라고 기억했다.



회고록을 쓰게 만든 베트콩 병사에 대한 기억이 첫머리에 등장한다. 저자가 이끌던 중대를 상대로 8시간의 사투를 벌이다 숨진 베트콩 얘기다.



한쪽 발목이 거의 절단된 중상을 입고 혼자서 중대병력을 상대로 싸운 베트콩의 초인적 정신도 인상적이지만, 숨진 그의 품에서 나온 예쁜 소녀의 사진이 광기에 휩싸인 중대장의 뇌리에 더 깊이 박혔다. 저자는 승리감에 도취했던 지난 날이 이제서야 부끄러워 회고록을 쓴다고 고백한다.



"오로지 야수처럼 싸우는 단세포 인간" 으로 지냈던 1년간에 걸친 전쟁의 참상은 이어진다. 피와 살이 튀는 육신의 참상만 아니라 창녀와 도둑으로 살아야하는 황폐화한 인간군상도 간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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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병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무모한 작전, 전과를 과장하는 허위보고를 막기위해 시신의 귀를 베어내 보고서에 첨부하라고 명령했다는 일화는 입으로 전해져온 전쟁의 추악상을 확인케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94년 베트남 방문후 2년여간 자료를 수집해 베트남의 역사와 전쟁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몰두했다. 그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전쟁의 지도자는 누구나 '정의' 를 부르짖죠. 그 부르짖음에 따라 군인은 전쟁을 수행할 따름입니다. 저 역시 '자유수호의 십자군' 을 자임하고 충실히 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 전쟁은 진정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

오병상 기자


[출처: 중앙일보] 월남전 수기 '산자의…' 쓴 김진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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