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수준 최악의 위기 벗어나…10명 가운데 3명은 영양실조
KDI, 영국 센트럴랭커셔 대학 헤이즐 스미스 교수 논문 소개
1990년대 기근에 비해 영양상태 개선, 각종 감염성 질병 대응도 안정화
“북한 인권 관련 UN 보고서 현실을 반영 못해” 비판도
1990년대 기근에 비해 영양상태 개선, 각종 감염성 질병 대응도 안정화
“북한 인권 관련 UN 보고서 현실을 반영 못해” 비판도
1990년대 기근과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던 북한 주민의 영양과 건강상태가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 주민 10명 가운데 3명은 영양실조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영국 센트럴랭커셔 대학 헤이즐 스미스(Hazel Smith)교수의 ‘북한의 영양상태와 보건 : 최근의 동향, 변화, 중요성’ 논문을 담은 <북한경제리뷰>를 18일 발간했다. 스미스 교수는 논문에서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발생한 기근 이후 경제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배급제가 붕괴했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감소했다”며 “하지만 중증 영양장애 수준은 여타 저소득 국가의 일반적 수준보다 낮고 유아사망률 등 지표도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난과 질병 등은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지만, 예외적인 기근 상태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다.
먼저 논문은 유엔아동기금(UNICEF)와 세계은행 등의 자료를 통해 2010년대 이후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일반적인 의미의 ‘영양실조’를 뜻하는 만성영양장애와 급성영양장애 수준은 1990년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당시 북한 주민 가운데 62.3%가 만성영양장애를 겪었지만, 이 비율은 2002년 41.6%로 감소했으며, 2012년 27.9%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급성영양장애는 1998년 60.6%에서 2002년 21%를 거쳐, 2012년엔 4%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또 영양실조보다 높은 단계인 ‘기아’의 정도를 판단하는 중증 급성영양장애는 2002년 4%에서 2012년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논문은 1990년대 북한의 영양상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이후에는 식량 및 건강상 긴급상황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스미스 교수는 논문에서 기근 이후 북한 주민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활용했다. 먼저 유아와 모성 사망률(생후 5년 미만 1000명당 사망자수·10만명당 임신 또는 출산 뒤 42일 이내 사망자수)은 기근을 겪었던 1990년대 높아졌다가, 2000년대 이후엔 1990년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뇌염·홍역·백일해 등 백신예방가능질병의 발병률은 2014년 기준 0~3% 수준에 불과해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실조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말라리아와 결핵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말라리아의 경우 기근 직후인 2001년 발병자 숫자가 30만명까지 치솟았지만, 2008년 2만3409명으로 줄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도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27명을 기록했다. 필리핀·파키스탄과 같은 수치다. 논문은 이같은 북한의 보건 상황을 ‘가난 속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먼저 27.9%에 달하는 만성영양장애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평균 12%의 두배에 달했다. 하지만 저소득 국가의 만성영양실조율 37%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영아사망률은 세계 평균인 34보다 낮은 22를 기록했고,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도 70살로 세계 평균 71살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특히 북한의 기근 상황을 과장하는 유엔(UN) 조사위원회 등 국제사회의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의 보고서는 최근 북한의 영양 및 건강에 대한 개선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고, 실제 북한 주민들의 영양 및 건강 상태는 저소득 국가와 개발도상국과 비교할 때 특별히 다른 상황도 아니다”라며 “특히 북한 당국은 백신의 보급과 말라리아 예방 등에 대해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앞서 2014년 유엔 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국제적 지원이 이뤄졌지만 북한의 영양 및 건강 상태는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북한 당국의 정책은 식량에 대한 주민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스미스 교수는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관련 문제를 다룰 때 정보에 입각해 일관된 자세로 임하길 기대한다”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든 북한 주민을 ‘피해자 또는 악당’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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