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과 미국 여행의 목적은 '뜬구름 잡기'이다.
헛된 뜬구름이 아니라 꿈이라도 아름다운 뜬구름 말이다.
다행인 것은 뜬 구름을 나 혼자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기야 예수만큼 뜬구름 잡던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 각박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라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뜬구름을 잡으려고는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황우승 목사와 박성철 전도사이다. 영국에서 오랫 동안 퀘이커와 인연을 가졌던 황목사님과 집도 절(교회)도 없이 떠돌고 있는 나와 '불가능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현실 속에서 꿈을 이루어 보려고 분투 하는 박전도사 님과 첫번째 만남을 가졌다. 우리 셋은 뜬구름을 잡자는 목적에서는 동지들이다.
다음날은 아침 6시 반에 출발해서 신안군에 있는 조그만 섬 교회에서 목회 하는 김광철 목사님을 찾아갔다.
김 목사는 뜬구름이 아닌 아주 구체적인 목회 현장에 있는 사람이다.
너무도 초라한. 중1. 중3 두 아들이 있는데 생활비 50만원 받는단다.
그러면서도 신자들을 지성으로 섬긴다. 높은 학식과 인격을 가진 사람인데.....
미친 거다. 솔직히 나는 그가 목회가 아니고 다른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가가치가 전혀 나오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할머니 10분 정도 앉혀 놓고 오후 찬양예배 설교를 했다.
내 설교의 내용은 몇 천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설교 할 때나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삶 속에서 경험하거나 깨달은 내용만을 가지고 설교를 한다.
그래서 일자무식 할머니나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나 똑 같이 적용할 수있는 내용만 전하려고 노력한다. 예수의 이야기가 그랬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상에 따라 따라질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교를 할 때는 절대로 뜬구름을 잡지 않는다.
다음날에는 오랜 인연이 있는 C를 만났다.
"목사 님 때문에....."
금년이면 60 세로 중학교의 상담교사직에서 은퇴를 한다는 C가 말을 흐렸다.
C가 30대 중반이던 시절 나는 부천시민들이 돈을 모아 만든 부천시민 신문의 자원봉사 편집국장이었다.
어느날 역곡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건설업자가 아이들이 노는 공터에 애초에 계획에 없던 아파트를 한채 더 짓으려고 하는 것에 대하여 분양 조건 위반이라며 젊은 여자가 혼자서 저지를 해서 논란이 생기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처음 C를 보았을 때 꼭 고등학교 여학생 같이 생긴 애띤 주부가 불도저 앞에 서서 꼼짝도 않고 공사를 막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강하게 각인되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내성적이고 조용한 가정 주부이었던 C는 나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 학부모 모임에 참여해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인정을 받아 차근 차근 성장에서 나중에는 전국적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한번도 내 제안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없이 마치 모범학생처럼 잘 따라 주었다.
그러나 내가 호주로 온 이후에 조직내에 있었던 인간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고난 후에 단체를 떠나 상담 공부를 해서 지금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노련한 상담 교사가 되어 어느덧 은퇴를 앞두게 된 것이다.
그동안 시의원을 해보라는 권유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오로지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헌신적인 자세로 맡은 일만 성실하게 할 뿐이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 번도 나의 제안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주저하거나 몸을 사리지 않고 마치 효녀 춘향처럼 충성스럽게 따라주었다. 그것은 나 개인에 대한 충성이나 의리가 아니라 대의와 타인을 위해서 헌신적인 자세에서 나오는 거이었다.
고질적인 악성 관절염을 몸에 달고 살아서 정기적으로 몇일 동안 심하게 고통을 받는 병약한 작은 체구에서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까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고 자기 맡은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것을 보고 어떤 때는 그 '독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었다. 그래서 '저런 여자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었다.
이제 은퇴를 앞둔 그녀를 보고 예수가 왜 "너희는 사람 낛는 어부가 되리라.'라고 했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C역시 김광철 목사와같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애를 쓰는 사람들이다. 생활비도 안되는 돈을 벌면서도 뜬 구름을 현실로 만들려는 사람들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