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5호]“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거부는 부당”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21
서울행정법원 “남북교류협력법에서 한국 출입 제도적으로 보장”…
“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거부는 부당”
서울행정법원 “남북교류협력법에서 한국 출입 제도적으로 보장”…
여행증명서 발급거부 처분 취소 판결
제795호
2010.01.20
등록 : 2010-01-20 21:46 수정 : 2010-01-25 15:45
남한 국적도 북한 국적도 선택하지 않은 ‘조선적’ 재일동포에게 주일 한국 영사관이 여행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한국 방문을 막는 조처(764호 줌인 ‘왜 이제 와서 남북 사이 선택을 강요하나’ 참조)는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남북 어디로도 국적 변경 안 한 이들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를 다룬 <한겨레21> 764호 보도. 여행증명서를 들고있는 이는 또 다른 조선적 재일동포 피해자인 오인제씨.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성지용)는 지난해 12월31일 조선적 재일동포 정영환씨가 낸 여행증명서 발급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이 정씨의 임시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정씨는 지난해 4월 말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 총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일본 리쓰메이칸대 코리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그는 이미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부터 여행증명서 발급을 담당하는 영사가 ‘국적을 바꿀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써내라고 했다. 정씨는 서류에 ‘(국적을 바꿀) 예정이 없음’이라고 표시했다. 이에 오사카 총영사관은 무국적자인 정씨의 신원 증명이 되지 않는다며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결국 정씨는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여행증명서 발급 업무를 담당한 이성희 영사는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적 재일동포에게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라며 “앞으로 조선적 재일동포가 위급한 사유가 아닌 이상에는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이성희 영사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무국적자에게는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권리가 없다는 피고 쪽 주장에 대해 법원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조선적 재일동포를 외국 거주 동포로 규정하면서 이들에게 여행증명서 발급을 통한 한국 출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사유가 있으면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할 수 있지만, 정씨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한국을 방문해 학술 활동을 했다”며 “정씨에게 그런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1947년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인에게 일괄적으로 ‘조선’ 국적을 부여한 뒤 남한과 북한 어느 곳으로도 국적을 변경하지 않은 이들이 조선적 재일동포다. 이들은 ‘무국적자’로 분류돼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과 여권법 등에 따라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여행증명서 발급이 거부된 사례는 1999~2004년 사이 신청된 1만1819건 가운데 4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었으나, <한겨레21> 취재 결과 2009년 1~6월 사이에만 4건의 거부 조처가 확인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거부 조처 4건
배덕호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직권남용한 담당자를 문책하고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조선적 재일동포들이 여행증명서가 아닌 정식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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