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 메일로 서유기라는 낮선 이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울을 유혹하는 마을만들기의 약칭이었다. 아마도 이름을 재미있게 붙였겠지만, 나에게는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가 연상이 되었는데,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마을공동체를 폭 넓게 시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 같다. 아름다운 동화라면 모르지만...
마침 잘 아는 후배가 관여하고 있어서 그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한다.
<'서유기'는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무척 바쁘리라고 생각됩니다.
박원순 시장이 재임할 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하다고 되는 일은 아니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ㅎㅎㅎ
사실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공동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드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형태나 시스템 위주로 생각한다면 대단히 어려워서 때로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립하고 경쟁하며 갈등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사이좋고 싶어 하고' '사이가 안 좋으면 스스로가 힘들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결국 이 본성에 맞는 사회를 향하여 인류가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공동체운동은 박 시장의 말처럼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정’으로 되겠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축적된 경험들을 토대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이좋음’을 확대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신장시키는 것이 공동체운동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현실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 깊이 내재하고 있는 사이좋고 싶어하는 마음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에 인간의 지적능력을 최대로 써야 합니다.
여러가지 사업들이 이런 성품을 신장하는 것과 서로 연결된다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땅 밑을 흐르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광대한 수맥을 발견하여 그것을 활용하여' 불모의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되겠지요.
마침 이곳에서 4박5일 정도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마을공동체 운동을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생각은 이 프로그램을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운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그 것을 진행할 수 있는 적성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먼저 실행해보고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가 진행하는 보편적인 내용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그 운동 자체 내에서 훌륭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양하는 원천으로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능하면 '서유기'에서 몇 명 진행할만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사실은 내가 마음이 좀 급합니다.ㅎㅎㅎ
건강이 언제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몰라서 하루 빨리 내가 없어도 잘 발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답니다.
아무튼 박 선생과 ‘서유기’를 마음으로부터 응원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고, 매사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하루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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