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9

김연철 : 냉전의 추억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알라딘: 냉전의 추억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냉전의 추억 -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김연철 (지은이) | 후마니타스 | 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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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이야기 주머니 24개가 담겨있는 책이다. 이 스물 네 개의 이야기 주머니 안에는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들어 있다.

이 스물 네 개의 이야기 주머니 안에는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들어 있다. 북한 당국에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설득하겠다면서 비가 억수로 오는 1955년 6월 어느 날 임진강을 헤엄쳐 건넜던 김낙중 씨 이야기, 지척에 숙소를 두고도 남과 북의 정부가 마지막에 허락을 해주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산가족 한필성.한필화 오누이 이야기, 개성 공단에 처음으로 진출한 공장의 준공식 날 보았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눈물…….

그리고 이야기에는 ‘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고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숲 속에 난 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냉전의 추억'인 이유는 과거라 버릴 것이 아니라 새롭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냉전 시대라 해서 모두 적대와 대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남북 관계가 중단된 지금, 사람들은 다시 과거 냉전 시대의 남북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를 말한다. 그러나 과거 냉전 시기에도 남북 관계에는 인간적인 정조를 나누는 수많은 공식적.비공식적 만남이 있었다. 그간의 흥분과 감동의 남북 관계의 기억을 다시 살려야 한다. 냉전의 추억과 기억이 평화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머리말 냉전의 추억, 그리고 평화의 미래

1_ 만남의 기억
이야기1 마음속 38선은 무너졌나요? 남과 북의 첫 만남
이야기2 당신의 이름, 북괴에서 북측으로, 남북 호칭사
이야기3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넌 사람들, 밀사의 세계
이야기4 선을 넘어 길을 만들다, 민간 방북사
이야기5 아, 금단아! 애가 끓는다, 이산가족 상봉사

2_ 대결의 풍경
이야기6 영화보다 극적인 한국판 마타하리, 간첩 열전
이야기7 산 사람 죽이고, 죽은 사람 망명시키고, 북한 정보 왜곡사
이야기8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남북이 주고받은 말과 욕
이야기9 사재기 열풍과 만들어진 공포, 1994년 6월 전쟁 위기의 진실
이야기10 사과받으려면 대화해라, 남북 유감 표명사

3_ 교류의 추억
이야기11 코리아 팀의 “아리랑”이 그리워라, 체육 교류사
이야기12 평양은 트로트를 좋아해, 가요 교류사
이야기13 워커힐 쇼와 집단체조 공연, 예술 경쟁사
이야기14 주는 마음 받는 입장, 선물 교환사

4_ 협상의 교훈
이야기15 무수단의 로켓과 파도, 미사일 협상의 역사
이야기16 최악의 부실 협상, 1995년 쌀 회담의 교훈
이야기17 엇박자의 추억, 한미의 대북 정책 갈등사
이야기18 오해와 이해에서 헤맨 20년, 미국의 대북 정책
이야기19 대화해야 풀려난다, 억류 협상

5_ 협력의 미래
이야기20 희망의 길, 공동 번영의 땅, 개성 공단
이야기21 모진 풍파 헤쳐 온 금강산아, 잘 있느냐?
이야기22 서해, 냉전의 바다에서 평화 번영의 바다로
이야기23 철마는 달리고 싶다, 남북 철도 연결사
이야기24 퍼주기 이데올로기와 인도적 지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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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북한을 이해하는 평화적인 방법들 l 2010-06-04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이10여 년 이상차곡차곡 쌓아온 남북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여기저기서 전쟁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누구 말처럼 북한이 정말 악의 축이라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북한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다시 냉전의 시대인가?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좌충우돌 대결에 웃음이 나고,
가슴 뭉클한 만남에 눈물이 나며,
이산에 아파하는
우리의 자화상, 냉전의 블랙 코미디

남과 북의 만남, 대결, 교류, 협상, 협력에 대한 이야기 주머니 24개!
이야기는 1971년 8월 20일 26년 만에 남한과 북한이 드디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서로 나눈 첫마디는 “안녕하십니까?”였고 4분 만에 헤어졌다. 그 뒤로 이야기는 점점 코미디가 되어 간다. 남북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상대 지역을 방문하기로 결정되자 보여 주기 경쟁이 시작된다. 남북 모두가 갑자기 몇 달 만에 도로를 닦느라 뿌리 없는 나무를 심지를 않나, 캐딜락(남한)과 벤츠(북한)을 사들였고, 심지어 남한 대표들이 북한으로 향하는 날 비가 오는데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있어 남한의 모든 신문들이 “비 오는데 웬 스프링클러”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1986년 11월 18일에는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모든 일간지에 실렸고, 이를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는 세계적 특종이라며 호외를 발간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석간신문에 “김일성은 살아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려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된다. 냉전 시대에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 코미디는 블랙 코미디다. 우스워서 슬프고 슬퍼서 우스운 역설이 남과 북의 ‘냉전의 기억’이다.
이 스물 네 개의 이야기 주머니 안에는 남과 북이 만나고, 싸우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는 수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들어 있다. 남한의 밀사 이후락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갈 때 어찌나 비장했던지 청산가리를 갖고 갔던 이야기, 그 자리에서 1968년 1월 김신조 등의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해 김 주석이 사과했던 이야기, 북한 당국에 자신의 평화통일 방안을 설득하겠다면서 비가 억수로 오는 1955년 6월 어느 날 임진강을 헤엄쳐 건넜던 김낙중 씨 이야기, 1963년 국제 육상 경기 대회에서 우승한 북한의 신금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남쪽에 살아 계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해 남북 최초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던 이야기, 1989년 임수경이 평양 축전에 참가했을 때 박철언도 그 자리에 있었던 이야기, 지척에 숙소를 두고도 남과 북의 정부가 마지막에 허락을 해주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산가족 한필성?한필화 오누이 이야기, 1991년 일본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최초의 단일팀이 중국팀을 극적으로 꺾어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연주되던 감동의 순간, 개성 공단에 처음으로 진출한 공장의 준공식 날 보았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눈물, 평양에서 “한 많은 대동강”을 불러 낭패를 본 어느 남측 인사의 경험…….

길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에는 ‘길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고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숲 속에 난 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낸 밀사나 특사도 있었고, 김낙중?황석영?문익환?임수경 …… 등의 방북처럼 민간 차원의 ‘사건’들도 있었으며, 조작 간첩처럼 냉전에 희생이 된 사람들과 이산가족들의 눈물, 금강산?개성 관광객들, 개성 공단의 중소기업가들, 현대 아산의 이 대리, 박 대리……들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간 이뤄 놓은 만남, 협상, 화해, 협력의 흐름은 ‘역전 불가능한’ 성과로 여겨졌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이를 거역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했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의 등장도 좋은 기여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국제정치적 조건도, 평화에 대한 국내의 사회적 합의도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책의 제목이 '냉전의 추억'인 이유는 과거라 버릴 것이 아니라 새롭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냉전 시대라 해서 모두 적대와 대립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남북 관계가 중단된 지금, 사람들은 다시 과거 냉전 시대의 남북 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를 말한다. 그러나 과거 냉전 시기에도 남북 관계에는 인간적인 정조를 나누는 수많은 공식적?비공식적 만남이 있었다. 그간의 흥분과 감동의 남북 관계의 기억을 다시 살려야 한다. 냉전의 추억과 기억이 평화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남과 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다. 그러나 이 24개의 이야기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쟁점과 주제 거의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회담, 이산가족, 냉전이 낳은 간첩, 체육.문화.예술 교류, 북한 미사일?핵 문제, 대북 지원 문제, 북미?한미 관계, 억류 협상,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서해와 NLL 문제, 남북 철도 연결 ……. 그리고 각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는 좀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이야기나, 참고가 될 만한 짧은 글을 달아 주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경의선을 타고 도라산에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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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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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틀키드 ㅣ 2013-01-03 ㅣ 공감(2) ㅣ 댓글 (0)
지난 MB정부 5년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특히 나에게 아프게 다가온 것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단절이었다. 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인 시절 MB는 전임정권들의 대북정책 성과들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햇볕정책의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MB는 행동과 말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언행일치가 불가능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북에게도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MB는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 내버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한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2차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을 만들었다. 만약 10·4선언의 내용이 그대로 이행되었다면,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도 쟁점이 되었던 NLL 분쟁도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통일, 남북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두들 빤한 이야기만 했고, 빤한 해법만을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 측이 제시한 플랜들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북의 의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로드맵이었고, 박근혜 후보 측의 대북정책 역시 빤한 소리였다. MB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북이 먼저 고개를 숙이면 그 다음 생각해 보겠다는.

한편 이정희 후보의 코리아연방 제안은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계의 노골적인 무시와 배제로 그의 제안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도대체 분단된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들이 왜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인 통일과 남북화해,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을까.

이렇게 비판하면 곧장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각자 나름 심사숙고하고,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해법을 마련했다고.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MB정부 5년의 퇴행을 다시 되돌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하지만 국민이 선택해 주지 않았다고.

나는 문재인 캠프에서 통일, 외교, 남북관계 정책을 만들고 이끌어나간 이들을 얼추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누구이며, 어떤 분들이라는 점을 안다는 소리다. 모두 존경받을 만한 분들이고, 통일과 남북 화해를 위해 애써 오신 분들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모두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불안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 생각해보니, 그것은 너무나 많은 사공, 그리고 독단적으로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공, 또한 5년 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사공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뭐, 지난 이야기 다시 꺼내봐야 가슴만 아프지만, 아무튼 이번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나 또한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분들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한풀이나 복수, 독단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학자들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선거에서도 또 패배할 것이다. 분명 확실하다.

김연철 박사는 대학원 시절, 교재로 사용했던 논문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이다. 그 후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뷰를 몇 번 했고, 토론회나 행사 때 만나면 인사를 드리는 정도였다.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써 많은 활동을 한 분이다.

이 책은 일생을 남북의 통일과 평화, 화해를 위해 연구하고, 실무적으로 참여하고, 이제 다시 코리아연구원장으로 통일담론의 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가 보여주는 남북의 분단사다. 과거 냉전 시기 남과 북이 주고받았던 저주와 증오, 대화와 소통의 역사들이 담겨져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고, 눈물 나게 슬픈 일도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도 있었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이 모두가 우리가 만들어온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냉전의 추억을 넘어 평화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분단을 고민하고, 증오대신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한다.

분단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개인의 영달을 이어가는 사람들. 증오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언론들, 기억의 망각을 통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세력들. 저주의 이분법으로 여전히 대한민국을 1953년에 멈추게 하는 사람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남북의 평화와 화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기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잘 했으며, 어떻게 해야 남과 북이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많은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매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분단이라는 기형적 상황을 마치 당연한 현실처럼,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사회. 더 이상 이런 정신적 변태의 사회를 계속 이어나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허리 잘린 불구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비극이다.

책은 그동안 남과 북의 만남을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통일학이나 북한학,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치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쏠쏠한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막연히 북한이 싫은 사람, 혹은 막연히 좋은 사람 모두가 읽어도 분명 또 다른 ‘깨달음’을 전해 줄 책이다.

알아야 떠들 수 있다. 알아야 비판할 수 있고, 칭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잘못알고 떠드는 인간, 모르고 떠드는 인간, 일부러 알려 하지도 않고 떠드는 인간들이 너무 많았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떠드는 인간들이 부와 명예를 얻었다. 이런 병신 같은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차근차근 색연필로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몰랐던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쉽고도 재미있게 남북의 대결과 대화의 역사를 소개했다. 흔치 않은 소중한 책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 원칙과 균형에 바탕을 둔 ‘신뢰 프로세스’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 원칙과 균형이 남과 북 모두에게 해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무모함은 이제 MB정권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반드시 이산가족상봉을 다시 추진해서 오늘도 고향을 그리다 돌아가시는 실향민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이산가족상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MB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는 집단이었다.

뉴라이트도 좋고 쌍라이트도 좋다. 이제 새롭게 권력을 잡을 그대들이 행여 부정하게 권력을 차지하고 언론을 더럽히며 민족 간의 증오를 부추기는 추잡한 죄악을 저질러도 난 그것을 막을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산가족상봉이다. 금강산을 다시 여는 것이다. 일단 그것만 해도 그대들은 MB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뭐 비교 상대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책의 제목처럼 지난 MB정부 5년은 냉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이 평화를 만들어가야 했던 소중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우린 몽땅 잃어버렸다.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거꾸로 간 5년이었다.

이제 다시 5년이 시작된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 모두가 리더십 교체를 이룬 지금,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오고 있다. 자,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어떻게 해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50대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땅값,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위기는 신도 풀 수 없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오직 남과 북의 협력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이신 MB는 그걸 어설픈 이념과 바꿔, 결국 날려버렸다. 이제 ‘민생 대통령’, ‘15년 동안’ 대통령을 준비했다는 박근혜 당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당선인의 아버지가 7· 4공동성명을 만들어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7·4공동성명은 커다란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박 당선인도 부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그를 반대한 이 중 하나로써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다. 긴장하시라. 5년.

부디 박 당선인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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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 ㅣ 2010-10-26 ㅣ 공감(0) ㅣ 댓글 (0)
인상깊은 구절

  해가 지고, 달이 뜨는구나, 그래, 이것이 달빛 정책이구나, 금강산 가는 길이 끊기고, 그 길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철마는 다시 꿈을 꾸고, 북으로 가는 철로는 녹이 슬겠지, 개성 공단도 문을 닫고 있구나. 그러는 사이 이산의 한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세상을 뜬다. -p7(머리말 첫 문단)

 『냉전의 추억』은 북한과 관련하여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에서는 대북사업을 경험했고, 학계(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정책을  비교하는 연구를 했으며, 정계(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다룬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김연철소장이 쓴 책이다.

  책은 현 MB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에서 지나온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이를 성찰하여 가야 할 길이 무엇이며, 가지 말아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자는 취지에서 쓰여진 책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통해 대북정책의 잘못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모두 스물 네 가지의 이야기를 만남의 기억, 대결의 풍경, 교류의 추억, 협상의 교훈, 협력의 미래 이렇게 다섯 편으로 나누지만 아마도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만남의 기억편에 나오는 정상회담을 위해 서로 주고 받았던 밀사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제일 앞에 배치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시절은 '잃어버린 5년', '공백의 5년'인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다. 서슬 시퍼렇던 박정희 ,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남북대화의 창구는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태우 정권 시기가 163회로 가장 많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대화가 고작 28회에 불과하다. 그 당시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추진했더라면 아마 한반도에 평화무드는 더 일찍 찾아왔을 것이다.

  책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부분이 여러곳 있다. 이산가족 상봉에 얽힌 이야기가 그랬고,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그랬다.  특히 1991년 4월 29일 일본 지바의 니혼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여자 경기에서 코리아 팀이 우승하면서 올라간 국기는 태극기도 인공기도 아닌 '한반도기'였고 남과 북의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퍼졌다는 대목에서 그날의 감격이 느껴졌다. 당시 현정화선수는 1993년 세계 대회 복식에서 다시 한번 더 우승하고 은퇴자고 북녘의 리분희 선수와 다짐했지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가 악화되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훗날 현정화는 "정치하시는 어른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원망했단다.

  남북관계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통해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고 더 많이 고민하기를 바란다. 특히 이 냉혹한 시기에 남북화해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그리고 평화의 기억으로 공존의 시대를 열 젊은 청춘들에게 말이다.

  현 정부의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마 냉전 시대로 돌아가겠어? 라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냉전의 기억이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다음 두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무능한 자는 전쟁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는 위기를 막을 대책을 찾는다. 무능한 자들은 언제나 보수의 옷을 입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색깔은 실력을 감추는 옷이다. 오늘도 실력은 없지만 색깔이 강한 전문가들이 설친다. 오늘도 무능한 정부는 공포를 뿌린다. 망각의 안개처럼. 그러나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무능과 오기가 얼마나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 -p152

  맹수 사이에 있는 들개는 온순해 보이고, 토끼장에 들어온 양 한 마리도 사나워 보일 수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군 출신이던 파월 장관, 아미티지 부장관 혹은 프리처드조차도 온건하게 보였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하고, 대북 정책에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던 네오콘들 가운데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군인들은 전쟁에 신중하다. 일단 칼을 빼면, 피가 묻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무책임한 칼춤을 추는 자들은 대부분 전쟁을 모르는 자들이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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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사이 ㅣ 2010-05-31 ㅣ 공감(7) ㅣ 댓글 (0)
 
김연철의 <냉전의 추억>(후마니타스)를 읽은 건 꼭 천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겨레21>에 연재됐을 당시부터 김연철의 글을 흥미롭게 보았던 처지라 작년 6월 이 책이 나왔을 때 반가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바로 샀다. 1년 여 묵어 있던 이 책에 다시 손을 댔을 때, 마침 우리 사회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전쟁이 뭐 별것이겠는가. 휴전선에서 대북 확성기에 대고 선전방송을 해대고, 거기에 열받은 북한이 조준사격을 하고 우리가 대응사격을 한다면 그게 바로 국지전이고 전쟁 아니겠는가. 김연철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8월의 포성>(평민사)은 그런 ‘우연’이 만들어낸 1차대전이라는 대참사를 기록한 책이다.


바바라 터크만의 <8월의 포성>
<냉전의 추억>은 남북관계 혹은 남북교류에 관한 역사에세이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진행된 남북간 대화, 교류, 협력, 협상의 과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자 평가다. 이 책으로 보건대 확실히 남북관계는 간헐적인 퇴행에도 불구하고 교류와 협력의 확대라는 방향으로 진전돼 왔다. 김연철은 이런 관점을 오롯하게 드러낸다. 북한이 핵개발을 했던 노무현 정부 시대에도, 심지어 전두환 정부 시절 아웅산 테러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더디지만 조금씩 진전돼 왔다. 대결과 긴장의 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가는 것은 불가피한 세계사적 진보다. 백낙청의 말을 빌면, 분단체제는 남북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흔들려” 왔던 것이다.

김연철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햇볕정책에서 달빛정책’으로 퇴행했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고려대 연구교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 기업과 정부, 학계를 두루 거친 그의 눈에 비친 현재는 그렇다. 하지만, ‘흔들리는 분단체제’에 대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북관계는 꼭 10년 전으로 퇴행했다. 현재의 긴장과 대결국면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그때 그 시절의 ‘올드보이’들이 다시 등장한 것도 그렇고, 남북관계의 ‘평화적 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점도 똑같다. 대체 이상우, 유종하 같은 사람이 언젯적 사람들인가. 북한에 대한 조갑제식의 인식으로 남북 평화프로세스를 풀어갈 수 있을까. 박정희, 전두환보다 더 퇴행적이었던 YS의 대북강경 노선과 그 주도자들이 10년 후에 재등장했다는 역사의 비극이자 희극이다.

보수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큼은 진보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진보정부가 남북화해를 추진할 때마다 불거졌던 남남갈등이나 대북퍼주기 논란은 한결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다. 보수여론의 발목잡기에 엉거주춤했던 진보정부보다 보수정부가 더 몸 가볍게 남북화해를 추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있었다. ‘비핵개방3000’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은 대북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정부 역시 ‘대북 퍼주기’를 할 진대, 적어도 이 정부 이후로는 소모적인 대북 퍼주기 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 전망했다. 역사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진전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물론, 현실은 이런 기대를 처절하게 배반하고 말았다.

<냉전의 추억>에는 현실에 대한 시적 인식과 산문적 인식이 교차한다. 이산가족, ‘관제’ 간첩 사건에 대한 글들은 분단이 만들어낸 비극을 시적으로 드러낸다. 남북협상과 북미관계사를 검토하는 글은 현실에 대한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빛난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미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때 가능하다”거나 “서해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다”라는 진단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역사적 시간과 북미관계의 역사적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이 본격화하자 강경파인 부시가 등장하고, 부시가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로 변화하자마자 한반도에서는 냉전적인 보수정부가 들어선다. 그 와중에 한반도 평화는 퇴행과 좌절을 반복하고.

김연철은 “남북한 주도의 한반도 문제해결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남북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는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대화가 되지 않는 남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불러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나서서 직접적인 북미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 아닌가.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제네바합의 때가 그랬다. 미국과 북한이 협상해서 타결안을 내고, 우리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경수로 비용을 감당했던 것. 그토록 강조하는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협상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대로 가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조차 남의 손에 맡기는 꼴이 될 것이다.

김연철은 오늘자 한겨레 칼럼에서 “대한민국의 어떤 정부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전쟁불사 패러다임은 원조 보수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뉴라이트’의 특이한 인식일 뿐”이라 비판한다.(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3234.html) 이 ‘특이한 인식’이 냉전반공주의와 결합하여 ‘북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나는 김연철의 이 책이 많이 팔려 많은 사람들이 맹목과 무지에서 눈을 떴으면 좋겠다. 좀더 차분히 남북관계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안함 사태는 우리 안의 ‘냉전반공주의’가 여전히 강고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가까스로 화해와 협력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2년 만에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토대가 허약했던 것이다. 냉전반공주의의 ‘체제’와 ‘무의식’을 걷어 내기에는 지난 50년 반공국가주의가 너무 강력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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