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일제(日帝) 잔재 청산 차원에서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꿔 부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시히카리 등 일본 벼 품종들을 국산 벼 품종으로 대체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의 부제(副題)처럼 우리나라의 ‘반일(反日) 민족주의’는 가히 ‘유사(類似)종교’ 수준이다. 이 책은 그 ‘유사종교’에 대한 관찰기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1980년대 중반 거문도에서 실시했던 일제(日帝)시대에 대한 인터뷰 조사다. 저자가 만난 일제시대 경험자들의 증언은 ‘일제 강점기’ ‘대일(對日) 항쟁기’라는 공식적인 정의(定意)와는 상당히 다르다. 섬의 상당 부분이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되었던 거문도에서 일제시대나 당시 일본인들에 대한 기억은 꽤 긍정적이었다.
 
  그 밖에 저자는 김영삼 정권의 ‘총독부 청사’ 폭파, 일제가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았다는 쇠말뚝 찾기 소동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싱가포르의 개척자 토머스 래플스(영국의 식민지 담당 정치가)의 이름이 거리나 호텔 이름으로 곳곳에 남아 있는 싱가포르, 총독부 건물을 총통부(總統府) 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와 비교한다.
 
  저자는 “지금 반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위험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장하지 않아도 될 때에 주장하고 있음에 정직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반일을 외치는 많은 주장이 실은 거의 다 일본보다는 한국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또한 “위험한 항일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것도 일본을 향하기보다는 같은 한국인을 비난·공격하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물으면서 “그것은 아마 자신이 얼마나 애국자인지를 강조해서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꼬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