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에서 왔니 - 한국인 이야기 - 탄생 epub
이어령 (지은이)파람북2020-04-20
너 어디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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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05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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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비평가이면서 학자, 언론인, 소설가, 시인, 행정가, 크리에이터 등 다채롭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한다. 이야기는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도 이론도 아니며,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계승되어온 ‘문화 유전자’이다.
저자가 스스로 21세기의 패관을 자처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는 서고에 잠들어 있는 지식보다 깊은 인간의 진실과 생명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와 술청과 사랑방과 드나들며 이야기들을 기록해 온 조선시대의 패관처럼, 저자는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집단 지성을 채록하고 재구성하여 이제까지 누구도 들려주지 못했던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목차
이야기 속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1. 태명 고개: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첫째 꼬부랑길: 쑥쑥이 말문을 열다
둘째 꼬부랑길: 태명, 또 하나의 한류
셋째 꼬부랑길: 이름으로 영혼을 춤추게 하라
넷째 꼬부랑길: 이야기로 시작하는 생명
2. 배내 고개: 어머니의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첫째 꼬부랑길: 나는 한 살 때에 났다
둘째 꼬부랑길: 어머니의 바다 이야기
셋째 꼬부랑길: 화이트 하트, 초음파의 발견
넷째 꼬부랑길: 태동, 발의 반란
3. 출산 고개: 이 황홀한 고통
첫째 꼬부랑길: 어머니와 미역국
둘째 꼬부랑길: 산고의 의미, 호모 파티엔스
셋째 꼬부랑길: 왜 귀빠진 날인가?
넷째 꼬부랑길: 나를 지켜준 시간의 네 기둥
4. 삼신 고개: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
첫째 꼬부랑길: 삼신할미의 은가위
둘째 꼬부랑길: 지워진 초원, 몽고반점
셋째 꼬부랑길: 삼가르고 배꼽 떼기
넷째 꼬부랑길: ‘맘마’ ‘지지’와 젖떼기
다섯째 꼬부랑길: ‘쉬쉬’ ‘응가’와 기저귀 떼기
5. 기저귀 고개: 하나의 천이 만들어낸 두 문명
첫째 꼬부랑길: 기저귀를 모르는 한국인
둘째 꼬부랑길: 냉전의 깃발 서양 기저귀
셋째 꼬부랑길: 기저귀 없는 세상
6. 어부바 고개: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
첫째 꼬부랑길: 스와들과 배내옷
둘째 꼬부랑길: 포대기는 한류다
셋째 꼬부랑길: 어깨너머로 본 세상
7. 옹알이 고개: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
첫째 꼬부랑길: 환한 밥 깜깜한 밥
둘째 꼬부랑길: 공당과 아리랑
셋째 꼬부랑길: 너희들이 물불을 아느냐
8. 돌잡이 고개: 돌잡이는 꿈잡이
첫째 꼬부랑길: 따로 서는 아이, 보행기에 갇힌 아이
둘째 꼬부랑길: 네 손으로 운명을 잡아라
셋째 꼬부랑길: 달라지는 돌상 삼국지
9. 세 살 고개: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
첫째 꼬부랑길: 숫자 셋의 마법
둘째 꼬부랑길: 우리 아기 몇 살
셋째 꼬부랑길: 세살마을로 가는 길
10. 나들이 고개: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
첫째 꼬부랑길: 자장가의 끝 일어나거라
둘째 꼬부랑길: 외갓집으로 가는 길
셋째 꼬부랑길: 달래마늘의 향기
11. 호미 고개: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나
첫째 꼬부랑길: 빼앗긴 들에도
둘째 꼬부랑길: 격물치지의 호미
셋째 꼬부랑길: 호미보다 도끼
넷째 꼬부랑길: 아버지 없는 사회
12. 이야기 고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첫째 꼬부랑길: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
둘째 꼬부랑길: 꼬부랑 할머니와 꼬부랑길 찾기
셋째 꼬부랑길: 직선과 곡선
꼬부랑길 4: 이야기의 힘
이야기 밖으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Q&A 저자와의 대화: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젊음의 탄생》 북 콘서트가 끝나자 책을 든 청중이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다.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르는 이유입니다.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언젠가 끝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꼬부랑 할머니의 열두 고개는 끝이 없습니다. 밤마다 이불을 펴고 덮어주듯이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끝없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것은 망각이며 시작입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 접기
모태의 세계를 향해 청진기처럼 귀를 대면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폭포수 같은 소리, 미세한 혈관을 타고 힘차게 흐르는 배내 아이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한때 우리가 자궁벽에 붙어 발아하던 최초의 땅, 신열 같은 생명 기억이 깨어난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옛이야기가, 그리고 아직 쓰여지지 않은 미래의 동화와 대서사시가 열릴 것이다.
- 〈1. 태명 고개〉 중에서 접기
나는 그곳에 있었다. 태고의 바다, 어머니의 양수 속은 어둡지만 참으로 고요하고 아늑했을 것이다. 하루에 1밀리씩 자란다는 수정란의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에서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 모양으로 변해간다. 지구 생물의 진화 과정으로 본다면 10억 년의 세월이 지나간 셈이다.
- 〈2. 배내 고개〉 중에서
나의 생일날은 내가 선택한 가장 성스러운 날이며, 그것은 바다를 떠나 육지로 상륙한 고난의 기념일이다. 나는 그날 육지를 향해 단신 포복하면서 숨이 막힐 때까지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엄청난 고통의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 막혔던 숨통이 뚫리는 소리가 난다.
- 3. 출산 고개 ... 더보기
우리는 한동안 엄마 배 속에서 아무 탈 없이 잘 지냈다. 모든 게 탯줄 하나로 이어진 세상. 그 편하고 정든 곳을 어찌 쉽게 떠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회자정리. 만남이 있고 나서야 이별이 있는 게 세상 이치가 아닌가. 그러니 만나는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알고 시작보다 끝이 앞서는 게 출생의 부조리극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혼자서 하는 모노드라마인 게다.
- 4. 삼신 고개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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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어령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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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반평생 동안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 석학교수를 지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과 식전 문화행사, 대전 엑스포의 문화행사 리사이클관을 주도했으며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더보기
최근작 : <한국인의 신화 (큰글씨책)>,<너 어디에서 왔니>,<지성에서 영성으로> … 총 206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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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의 지적 편력이 담긴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그 서막인 이 책에서, 이제껏 우리가 몰랐던 우리 모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한국인 이야기’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후, 60년 동안 쉼 없이 지성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한국 사회를 일깨워온 지적 편력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시리즈이다. 저자는 올해로 88세에 접어들었다. ‘한국인 이야기’가 77세이던 2009년에 시작되었으니, 그 첫 권인 ‘탄생’ 편 《너 어디에서 왔니》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희수(喜壽, 77세)에 잉태되어 미수(米壽, 88세)에 늦둥이를 본 셈이다. 그 10년 동안 무리한 집필로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을 선고받아 또 두 차례 큰 수술이 있었다. 그야말로 혹독한 산고 끝에 이루어진 ‘탄생’의 탄생이다.
채집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생명 기억과 그 무한한 시원의 에너지가
한류(韓流)의 원동력이며 21세기 생명화 시대의 원동력이다.
저자는 비평가이면서 학자, 언론인, 소설가, 시인, 행정가, 문화 기획자 등 다채롭고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며, 그의 이름 앞에는 의례 우리 시대의 석학, 대표 지성, 문화계의 거목 같은 수사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저자는 생의 말년에 이르러 그 모든 화려한 직함과 수사를 뒤로하고 스스로 ‘이야기꾼’으로 남고자 한다. 이야기는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도 이론도 아니며, 우리의 생명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계승되어온 ‘문화 유전자(Meme)’이다. 저자가 스스로 21세기의 패관(稗官)을 자처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는 서고(書庫)에 잠들어 있는 지식보다 깊은 인간의 진실과 생명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와 술청과 사랑방과 드나들며 이야기들을 기록해 온 조선 시대의 패관처럼, 저자는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집단 지성을 채록하고 재구성하여 이제까지 누구도 들려주지 못했던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의 황제와 영웅,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한국인 이야기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어도, 한국인 이야기를 읽은 한국인은 없다. 아라비아에는 천하루 밤 동안 이어지는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있고, 한국에는 밤마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한국의 이야기가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 한국인의 몸에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듣기 힘든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의 유전자가 있다. 밑도 끝도 없이 꼬불꼬불 이어지던 그 이야기들 속에 한국인의 집단 기억과 문화적 원형이 담겨 있다. 저자가 현재를 살아갈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도 그 꼬부랑 할머니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의 구조가 열두 고개로 되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로소 한국인 문화 유전자의 모든 암호가 풀린다!
채집 시대로부터 농경, 산업, 정보화 시대를 넘어가는
거대한 문명의 파도타기!
저자는 삶의 끝자락에서 오히려 ‘탄생’을 이야기한다. 생명을 생각하고 텅 빈 우주를 관찰하면서, 모든 것을 부정해도 살아 있는 자신은 부정할 수가 없으며, 숨을 쉬고 구름을 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그에게 생명은 소중한 선물 그 자체다.
저자는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또 그전의 조부모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계속 거슬러 가면 36억 년 전 진핵 세포가 생겼던 순간까지 간다. 그렇게 계산하면 우리의 나이는 36억 플러스가 된다.
정보화 시대 다음에는 생명화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시대와 연결되면 재앙이지만, 생명화 시대의 기술로 사용되면 달라진다.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인적 자본, 사회 자본, 문화 자본, 자연 자본. 그다음에 오는 것이 ‘생명 자본’이다. 한국인에게는 오래전부터 생명 자본의 풍부한 의식과 경험이 있다. 그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갖고 살아온 이들이 우리 한국인이다. 아득한 채집 시대로부터 장구하게 이어져 온 문화 유전자, 인류 문명이 태동한 태생기의 기억을 품고 사는 한국의 생활 문화 속에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앨빈 토플러의 오류는 인류 문명의 물결을 농경 시대부터 계산했다는 점이다. 인간 문화, 문명의 텃밭인 수렵채집 시대부터 계산했어야 한다. 거기에 대우주의 생명질서가 녹아 있으며, 인간의 유전자나 두뇌 등 모든 생장의 조건은 수렵채집 시대 때 형성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정보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이 시대에 채집 문화의 흔적을 가장 많이 지닌 집단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오늘날에도 나물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그 한 예다. 우리는 정보조차도 ‘캔다’라고 말한다. 호미로 나물을 캐던 풍습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음식 문화의 본류도 나물 문화다. 일부러 뿌리를 키워 콩나물을 만들고, 심지어 토끼도 안 먹는 콩잎까지도 먹는다.
채집민은 낯선 열매와 풀을 먹기 전 반드시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며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정보를 파악했다. 짐승들이 다니는 길, 어디를 가야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있는지 생사가 걸린 정보 수집 활동을 매일 해야만 했다. 저자는 채집형 한국 문화가 한류(韓流)의 원천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 손에 호미를 들고, 다른 손에 최첨단 스마트폰을 든 한국인을 떠올리면 다가올 생명화 시대의 연결고리가 보인다.
한국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끝없는 생명과 문화의 순환,
그 시간과 공간의 너울에서 건져낸 낯설고도 친숙한 이야기들.
이제야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저자는 생명 자본의 시대를 열어가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켜켜이 채집하고 드러낸다. 아이의 나이를 셀 때 서양에서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시간은 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문화 문명이 아이를 키운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한 살이다. 태아는 자신이 알아서 태반을 만들고, 호르몬을 분비하고, 필터로 걸러내고, 배 속에서 나갈 때를 결정한다. 인간의 문화는 학습 이전의 상태로, 누가 가르친 게 아니다. 태아에게는 태생기의 거대한 생명 질서, 우리가 모르는 대우주의 생명 질서가 있다. 그러니 태중의 아이를 한 살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그건 자연과 단절된 문화 문명으로 사느냐, 아니면 대우주의 생명질서를 바탕으로 오늘의 문명과 연결하며 사느냐의 문제다.
한국 사람은 그것을 연결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아기를 안고 자며, 포대기로 업고 다닌다. 최대한 엄마와 밀착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엄마 배 속의 환경과 이어주기 위해서다. 산모가 미역국 먹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태중의 양수는 바닷물과 성분이 비슷하다. 과학은 생명이 바다에서 육지로 왔다고 말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아기를 낳자마자 요람에서 재운다. 다시 말해 엄마 배 속, 자연과의 단절이다. 한국 문화에는 여성이 물질을 하기 위해 구덕을 사용했던 제주도를 제외하면 그런 요람이 없다. 한국은 요람을 사용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고, 포대기로 업어 기르니 ‘분리 불안’ 같은 말을 모르고 살던 민족이다. 게다가 우리 출산 문화에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돕고 AS(애프터서비스)까지 맡는 삼신할머니라는 ‘생명의 여신’도 있다.
저자는 생명 자본을 깊이 간직했던 한국인의 문화가 한류는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임을 제기한다. 또한 우리의 ‘막 문화’ 속에 담긴 원초적 생명력의 의미를 파헤침으로써 어떻게 지금의 한국인으로 이어왔는지 여정을 풀어낸다.
저자는 과거를 알려면 검색하고, 현재를 알려면 사색하고, 미래를 알려면 탐색하라고 말한 바 있다. 검색은 컴퓨터 기술로, 사색은 명상으로, 탐색은 모험심으로 한다. 이 책은 검색, 사색, 탐색의 삼색이 통합되어 있는 거대한 지적 그물망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고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한국인을 이야기한 책은 없다. 한국의 대표 지성이자, 이야기꾼으로 펼쳐내는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 한국인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되어가는 우리를 긍정하게 해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생명화 시대의 주역임을 일깨워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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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은 이어령 교수님의 책. 이 여정을 따라가다보니 우리 민족의 근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구매
히버드 2020-12-2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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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준비의 일환으로 산 책인데 그 목적에 부합했다. 태명, 돌잡이, 포대기 등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방대한 조사,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성찰, 타 문화와 비교를 통한 우리 문화의 고유성에 대한 자부심 등이 느껴진다. 어릴 때 읽었던 ‘생각에 날개를 달자’ 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구매
밀리 2020-06-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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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한국사의 고개를 넘어, 『너 어디에서 왔니』 새창으로 보기
♡ 한국사의 고개를 넘어, 『너 어디에서 왔니』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_이어령
뿌리에 대한 인문서를 읽으며 ‘역시 이어령 선생님이구나!’를 느꼈다.
여태껏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뭘 읽었나 북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언어로 세운 집』, 『이어령의 지(知의 최전선)』, 『길을 묻다』, 『한국인의 손, 한국인의 마음』을 읽었었다.
그만큼 믿고 읽는 이어령 선생님이기에 이번에 출간된 『너 어디에서 왔니』는 읽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보통 한 나라 혹은 한 국가에 대한 역사를 배울 때면 대부분 주요 인물들의 중심으로 역사가 펼쳐져 나간다.
한국사는 어떨까?
저자는 한국의 역사는 ‘그’ 또는 ‘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총 열두 고개(태명 고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로 각 고개마다 세 개에서 다섯 개의 꼬부랑길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태명인 쑥쑥이의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 고개를 넘어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말 그대로 하나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대개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아이에게 불러줄 태명부터 짓게 된다.
초기에는 성별을 알 수 없으니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태명으로 태어나 이름 짓는 그 순간까지 불리게 되는데 이후 이름이 생겨도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요즘이야 쑥쑥이, 튼튼이, 행복이, 축복이, 사랑이같이 애정을 담아 태명을 짓지만 과거에는 개똥이, 삼순이, 말순이, 언년이, 끝순이로 불렀다고 한다. 덧붙여 그렇게 부른 태명이 이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네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을 보면 그런 이름들이 많은 것이다.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는 당연히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지만 우리의 고유명이 오늘날과 같이 한자명으로 바뀌게 된 것은 통일신라시대인 경덕왕 때부터라고 전해진다.
잠시 태명 고개에 대한 줄거리를 언급했는데 이렇듯 언어의 역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까지 첨부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새로운 것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장을 꼽으라면 바로 이야기 고개이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문득 이 장을 읽고 나서 초등학교 때 읽었던 전래동화 전집이 읽고 싶어져 낑낑 대며 전집을 다 꺼내 책탑을 쌓아놓고 삼십 여분 이상을 앉아 다 읽어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활도 오롯이 기록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다.
책에 나온 이 모든 이야기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데 문득 모르는 사람들도 많겠구나 싶었다.
어렸을 때, 동생과 나이차가 있어 부모님이 늦게 들어오시면 내가 재우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이 모든 이야기를 잘 기억해 놨다가 훗날 내가 아이를 낳으면 꼭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접기
하나의책장 2020-02-19 공감(1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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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너 어디에서 왔니 새창으로 보기
내가 존경하는 이어령교수님의 책이다.
까꿍이, 쑥쑥이, 무럭이, 사랑이, 햇님이,
한방이....기타 등등의 태명이 요즘은 새로운 유행인 듯 싶다.
익히 알고있듯 서양에서는 엄마 뱃속에 있는 시간은 아이의 나이로 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한 살이다.
책의 부제는 ‘한국인 이야기-탄생‘이다.
아마도 로마인 이야기처럼 시리즈로 나올
듯 하다.
책에서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 하다. 저잣거리, 술청,
사랑방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사소한 이야기이다.
˝서양의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밤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은 같지만 어느 꼬부랑 할머니의 자장가 같은 평범한 이야기 속엔
한국인의 집단기억과 문화적 원형이 숨어
있다.˝고 교수님은 강조한다.
이어령교수님은 인류문명의 물결을 농경시
대부터 계산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러면서 인간
문화는 문명의 텃밭인 수렵. 채집 시대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대우주의 생명질서가 녹아 있고
인간 유전자와 두뇌 등 모든 생장을 위한
조건은 수렵. 채집 시대 때 형성 된 그대로˝
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보 문명의 최첨
단을 달리는 지금 이 시대도 한국인은 채집
문화 흔적을 그대로 지닌 집단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정보화 시대 속에서
도 나물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 선도 국가인 한국에선 여전히
수많은 정보조차 나물처럼 ‘캔다‘고 말한다˝
며 ˝호미로 나물을 캐던 풍습이 유전자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라고 이 교수님은 말한다.
이런 정보화 시대 다음으로 생명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연과
단절된 문화 문명으로 사느냐, 대우주의 생
명질서를 바탕으로 오늘의 문명과 연결하
며 사느냐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
다. 그는 인공지능이 산업시대와 연결된 재앙이지만 생명화 시대 기술로 사용되면
달라진다.며 한국의 문화 유전자는 생명화
시대를 이끌 힘이 있다.고 자신한다.
한국은 서양과 달리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재우는 요람을 사용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
였다. 포대기로 업어 키우니 애초 분리불안
같은 말을 모르고 살았다. 새 새명의 탄생을
돕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하는 삼신할머니라
는 생명의 여신도 갖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 자본을 유전자 깊이 간직했던 한국인만의 문화가 한류는 물론
이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원동력
이라고 강조한다.....
이어령교수님의 강의나 저서를 듣거나 읽게
되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 자신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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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20-03-22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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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꼬부랑 열두 고개(이어령, 한국인 이야기(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 2020 새창으로 보기
이어령, 한국인 이야기(탄생·너 어디에서 왔니), 파람북, 2020
네 살배기 딸이랑 침대 위에서 뒹굴었다. 자꾸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재밌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슬픈 이야기, 놀라는 이야기 뭘로 해 줄까? 대답은 늘 무서운 이야기. 내가 알고 있는 동화나 짧은 콩트를 딸이 알아들을 수 있게 쉽고 압축된 일상어로 바꾸어 들려준다. 이내 밑천은 바닥나고.
아빠랑 엄마랑 지윤이랑 한 집에서 살고 있었어. 아빠랑 엄마가 많이 아~야~ 하고, 배도 고팠어. 그래서 지윤이가 산에 빵이랑 과자를 찾으러 갔어. 캄캄한 굴 앞에 도착했는데 굴 속에는 초콜릿이랑 사랑이랑 빵이랑 과자랑 잔뜩 쌓여 있었어. 그런데 굴 안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어. 지윤이가 들어갔을 때 호랑이가 있을지도 몰라. 지윤이는 아빠랑 엄마를 위해서 무서운 호랑이가 사는 동굴에 들어가서 빵이랑 과자랑 가져올 거야?
딸의 눈빛이 흔들린다. 고민하는 눈빛. 그리고는 고개를 흔든다.
호랑이 무서워~
아이들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왜 조를까.
무서워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러니.
이어령 선생의 “한국인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니 뱃속에서부터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타 문화권에는 없는 ‘태명’을 호명하는 것을 듣고,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꼬부랑 지팡이를 짚으며 고개를 넘어가는’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책의 형식도 특이하다. 챕터의 하위를 구성하는 문단마다 아라비아 숫자가 매겨져 있고 어떤 문장에는 클릭문양의 하이퍼텍스트가 있어 미로를 찾아가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책의 구성과 상관없이 앞에서부터 쭉 읽어나가도 무리 없다.
- 혈연관계냐 사회관계냐의 한중일 성명 시스템의 특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여자가 출가할 경우다. 이름은 없어도 성은 분명히 챙겨 결혼해서 출가외인이 되어도 성은 그대로다. 그러나 일본 그리고 유럽에서는 결혼할 경우 남편 성을 따른다. 일본 사람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결혼해도 성을 바꾸지 않는다는데, 그러면 어떻게 누구의 아내라는 것을 알지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데, 누구의 딸인줄 어떻게 알지요?” 36쪽에서 고선윤, 《토끼가 새라고?》, 안목, 2016 재인용
- 그중에서 내 눈을 끌고 가슴을 친 이야기가 ‘까꿍이’라는 태명이다. “절박유산으로 아기를 보냈는데, 큰애가 배에다가 “까꿍 까꿍∼”했어요. 동생은 이제 좋은 곳으로 갔다고 설명해주니 “아냐, 있어. 까꿍 까꿍∼”해주더라고요. 근데 얼마 안 있어 자궁 상태를 보러 갔더니 진짜 새 생명이 이쁘게 집을 지어놨더라고요.” 48쪽
- 사람들의 일생을 종교적으로 보면, ‘흙에서 흙으로’다. 사회복지적으로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이며 자연생물학적으로 살피면 ‘자궁에서 무덤까지’다. 그리고 우리의 탄생 이야기를 쓰는 나의 입장에서 문화 문명적으로 보면 사람의 일생은 ‘천에서 천으로’다. 새 생명이 ‘그 세상’의 자궁에서 산도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온 뒤에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바로 베틀로 짠 ‘천’이다. ‘저세상’으로 떠나면서 입는 수의 역시 ‘천’이다. (···) 태어나면서 배내옷을 입거나 혹은 강보로 감싸거나 또는 스와들링을 하고, 죽어서는 ‘수의’를 입는 인간의 일생이야말로 ‘기저귀에서 수의까지’ 즉, ‘천에서 천으로’다. 198쪽
목차)
이야기 속으로 -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1. 태명 고개 - 생명의 문을 여는 암호
쑥쑥이 말문을 열다/ 태명 또 하나의 한류/ 이름으로 영혼을 춤추게 하라/ 이야기로 시작하는 생명
2. 배내 고개 - 어머니의 몸 안에 바다가 있었네
나는 한 살 때에 났다/ 어머니의 바다 이야기/ 화이트 하트, 초음파의 발견/ 태동, 발의 반란
3. 출산 고개 - 이 황홀한 고통
어머니와 미역국/ 산고의 의미, 호모 파티엔스/ 왜 귀빠진 날인가?/ 나를 지켜준 시간의 네 기둥
4. 삼신 고개 -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
삼신할미의 은가위/ 지워진 초원, 몽고반점/ 삼가르고 배꼽 떼기/‘맘마’와 ‘지지’와 젖떼기/ ‘쉬쉬’‘응가’와 기저귀 떼기
5. 기저귀 고개 - 하나의 천이 만들어낸 두 문명
기저귀를 모르는 한국인/ 냉전의 깃발, 서양 기저귀/ 기저귀 없는 세상
6. 어부바 고개 -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
스와들과 배내옷/ 포대기는 한류다/ 어깨너머로 본 세상
7. 옹알이 고개 -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
환한 밥 깜깜한 밥/ 공당과 아리랑/ 너희들이 물불을 아느냐
8. 돌잡이 고개 - 돌잡이는 꿈잡이
보행기에 갇힌 아이/ 네 손으로 운명을 잡아라/ 달라지는 돌상 삼국지
9. 세 살 고개 -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
숫자 셋의 마법/ 우리 아기 몇 살/ 세 살마을로 가는 길
10. 나들이 고개 -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
자장가의 끝, 일어나거라/ 외갓집으로 가는 길/ 달래마늘의 향기
11. 호미 고개 -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나
빼앗긴 들에도/ 격물치지의 호미/ 호미보다 도끼/ 아버지 없는 사회
12. 이야기 고개 -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 꼬부랑 할머니와 꼬부랑길 찾기/ 직선과 곡선/ 이야기의 힘
이야기 밖으로 -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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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배꼽 2020-03-10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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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저의 『한국인 이야기-탄생-너 어디서 왔니』를 읽고 새창으로 보기
이어령 저의 『한국인 이야기-탄생-너 어디서 왔니』를 읽고
자신의 뿌리는 물론이고 자기 민족의 뿌리를 찾는다는 것은 당연한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각자 얼마나 이런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한 번 짚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솔직히 내 자신도 냉철하게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좀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난감하면서도 서둘러서라도 이에 대한 공부를 해야 된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시간은 자꾼 흘러만 가고 만다.
특별하게 딱 부닥치지 않으면 끈질기게 집중하지 않을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인 이야기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그 탄생뿌리를 우리나라 대 석학이신 저자로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우리 한국인이 의식하지 못했던 생명 기억과 문화 유전자를 해독함으로써 21세기 생명 화 시대의 당당한 주역임을 일깨운 멋진 시간임을 확실하게 일깨워준 소중한 책과의 만남이었다.
저자는 바로 한국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이기 때문에 들어야만 한다.
듣지 않으면 이야기가 될 수가 없다.
이야기를 만들려면 정말 다양한 꺼리에서 채록하고 찾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이를 재구성하여 생명력과 숨결을 담아 들려준다.
그렇다고 영웅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인 이야기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 즉, 바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한국인 문화유전자의 모든 암호가 풀린다.
우리 같이 비교적 60년대부터 생활해온 나이이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정경들이 더 많아서 더욱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그런 정경들이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고,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꾸 멀리하고 있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다시 회귀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우리 인류의 발달과정의 채집 시대로부터 정보화 사회를 넘어가는 문명의 파도타기의 모습을 총 망라하고 있는 저자의 대단한 열정과 연구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저자는 그 동안 시대의 흐름을 통찰하고 변혁시켜 온 정신사의 궤적과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온 시대적 선언을 주도해왔다.
그가 80대 삶의 끝자락에 선언한 것은 오히려 우리의 '탄생'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생명은 소중한 선물 그 자체다.
저자는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에게는 오래전부터 생명 자본의 풍부한 의식과 경험이 있다.
그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갖고 살아온 이들이 우리 한국인이다.
아득한 채집 시대로부터 장구하게 이어져 온 문화 유전자, 인류 문명이 태동한 태생기의 기억을 품고 사는 한국의 생활 문화 속에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것을 바로 찾아내 이야기로 세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첫째, 생명의 문을 여는 태명 고개부터 시작한다.
둘째, 어머니 몸 안에 바다가 있는 배내 고개이다.
우리만의 한 살의 나이다.
드디어 귀 빠진 날의 황홀한 고통의 셋째 출산 고개다.
넷째 생명의 손도장을 찍은 여신인 삼신 고개, 다섯째 하나의 천이 만들어 낸 두 문명 기저귀 고개, 여섯째 업고 업히는 세상 이야기의 어부바 고개로 이어진다.
일곱째 배냇말을 하는 우주인의 옹알이 고개, 여덟째 돌잡이는 꿀 잡이의 돌잡이 고개, 아홉째는 공자님의 삼 년 이야기의 세 살 고개이다.
열 번째 집을 나가야 크는 아이의 나들이 고개, 열한 번째 호미냐 도끼냐 어디로 가냐의 호미 고개, 열두 번째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 고개 순으로 흥미롭게 우리 한국인 탄생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
뿌듯하고 당당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탄생한 기분이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새롭게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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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사 2020-02-28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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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인문 / 이어령 /한국인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은 이어령의『너 어디에서 왔니』이다. "너 어디에서 왔니?"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하더라도 '그러게 말입니다'라며 자신감 푹 떨어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변을 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며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한국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 책『너 어디에서 왔니』를 읽으며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인 역작 속으로 퐁당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 60년 이상 평론과 소설, 희곡, 에세이, 시, 문화 비평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글을 써왔다. 현재, 길고 길었던 지적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12쪽)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태명 고개', 2장 '배내 고개', 3장 '출산 고개', 4장 '삼신 고개', 5장 '기저귀 고개', 6장 '어부바 고개', 7장 '옹알이 고개', 8장 '돌잡이 고개', 9장 '세 살 고개', 10장 '나들이 고개', 11장 '호미 고개', 12장 '이야기 고개'로 나뉜다. 태명 또 하나의 한류, 나는 한 살 때에 났다, 어머니와 미역국, 왜 귀빠진 날인가?, 삼신할미의 은가위, 스와들과 배내옷, 포대기는 한류다, 네 손으로 운명을 잡아라, 격물치지의 호미, 꼬부랑 할머니와 꼬부랑길 찾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Q&A 저자와의 대화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로 마무리 된다.
'아라비아에는 아라비아의 밤이 있고 아라비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하루 밤 동안 왕을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밤이 있고 밤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9쪽)'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웃어가며 이 책에 푹 빠져들지는 몰랐다. 키득키득 웃으며 읽어나가니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무슨 책인데 그러냐고 물어보신다. 책 제목과 저자를 말씀드리니 "그 책 나도 읽게 해줘. 옛날에 이어령 강의할 때 인기 굉장히 많았어. 도강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빽빽하게 강의실 가득 찼지.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하셔."라고 한 마디 보태신다. '굶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25쪽)'라는 신조로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보따리에 정신없이 몰입해보는 시간이다. 태명부터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니, 한국인으로서 한국인 이야기에 자연스레 몰입하며 우리 모습을 알아간다.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라는 말만 떨어지면 갑자기 세상이 달라진다. 지렁이가 용이 되고 닭이 봉황으로 바뀌는 이야기 세상 말이다. 밭일을 하던 농부가 우렁각시를 만나고 산에 간 나무꾼이 선녀와 산신령과 이야기한다. 마을은 어제의 마을이 아니다. '전설의 고향'은 장꾼들이 쉬어가던 보통 바위를 장수바위로 바꿔놓고 미역 감던 개천을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사는 용담이 되게 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나이를 먹고 난 뒤에도 어린 시절에 놀던 뒷동산처럼 변하지 않는 거다. 옛날이야기는 기억의 둥지 속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 화롯불은 이야기를 낳는 불의 자궁이고 베갯모에 수놓은 십장생은 꿈의 오솔길이다. (357쪽)
이 책을 펼쳐들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는 느낌이 든다. 짤막짤막하게 번호붙여져서 끊어서 적어내려가서 두꺼운 분량인지도 모른 채 읽어나가게 된다. 마지막에는 Q&A 저자와의 대화'가 담겨 있다. '한국인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롭다. 394쪽에 보면 이 책은 일곱 차례의 수정 보완 끝에 겨우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소중해지는 책이다. 틈날 때 꺼내들어 조금씩 되새김질 하듯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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