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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노동조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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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출생 1960년 7월 7일 (60세)
경기도 강화군
성별 여성
국적 대한민국
경력 조선 용접
소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직 대한조선공사 용접공
상훈 제7회 박종철인권상(2011년)
웹사이트 김진숙 - 트위터
김진숙(1960년 7월 7일 ~ )은 대한민국의 노동운동가이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이다.
목차
1활동
2저서
3수상
4같이 보기
5각주
활동[편집]
18살부터 보세공장 시다, 신문배달, 우유배달, 시내버스 안내양 등의 일을 했다. 1981년 10월 1일 대한조선공사 (현 한진중공업)에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사로 입사해 일했다.[1]
1986년 2월 18일 노조 대의원에 당선됐고, 당선 직후인 2월 20일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3차례에 걸쳐 부산직할시 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을 당했고 같은 해 7월 14일 징계해고됐다.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 위원회'는 '한진중공업에서의 노조민주화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부당해고임'을 분명히 하면서 복직을 권고하였으나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2]
2010년 12월 15일,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진중공업 측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을 희망퇴직시키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하여, 2011년 1월 6일부터는 한진중공업 내의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3][4] [2011년 11월 10일, 노사 합의에 따라 309일간의 고공 농성을 마치고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2020년 연내 매각을 목표로 하는 한진중공업에서 인력 감축이 추진되자, 이 움직임에 맞서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의미로 6월부터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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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나무 |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은이)후마니타스2007-05-01초판출간 2007년
책소개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에 이어 현장의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고민코자 하는 후마니타스의 2007년 노동절을 기념 기획물. 이 땅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건강함과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들의 자신만만한 낙관을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글들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 주는 한 편의 역사이자 지은이의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민주화, 세계화로 이어지는 공식 역사의 이면에서, 고단한 노동의 현실을 당차게 감당해 낸 여성 노동자 김진숙의 삶과 투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가장 인간적이기에 가장 감동적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의 글 하나하나에서 만나게 된다.
목차
하나,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20년만의 복직
동네사람들아!
음지
그시절의 이력서
사 는것 같던 날
둘,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들
“난 일기짱으루다 갈키여”
일편단심 상집
땜쟁이 발등
노동자 훈장
셋,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끝나지 않은 기다림
전태일과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준하에게
호루라기 사나이,그를 아십니까?
오래된 미래
언제 밥그릇에 불이 붙을지 몰라 기름밥이지요
넷,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봄이 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그때 우리는
노동자와 예술가
반성문
나이팅게일의 꿈
아내들에게
사회적 교섭과 조카
다섯, 손가락을 모아 쥐면 주먹이 된다
‘차부상회’ 민근부의 고백
박근혜에게 보내는 편지
눈이 없는 용
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학번에 대하여
여섯, 상 처
해고된 동지에게
돌아온 아이
부고 없는 죽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항소이유서
<부록>조공노동자신문과 조선공사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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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
책속에서
그들은 정말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처럼 처절한 가책 끝에 자살이라도 했을까. 국민의 대표로 국회에도 들어가고 정부 요직에도 들어가고 언론에도 들어갈 만치 그들은 개과천선한 걸까. 그들이 반성하는 말이나 사죄하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그들을 용서한 걸까.-p32 중에서
내 걸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한 연대는 가능하고 그래서 연대는 용기이다. 밥을 벌지 않고 빌어먹는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상처받지는 말일이다. 그러나 인사도 못 한 채 아이들 곁을 떠나야 하는 기간제 선생님의 소리 없는 눈물에는 상처받아야 한다. 변절을 합리화하기 위한 참새보다 얇은 혓바닥에 노하기보다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거나 겨우 미칠 급식 노동자들의 형편에 분노할 일이다.-p215 중에서 접기
철도, 이랜드, 롯데호텔, 항국항공우주산업, 부산은행, KM&I 등 정규직이 연대한 비정규직 싸움은 다 승리했고 그 승리는 정규직의 고용까지 담보했지만, 한국통신,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은 비정규직끼리만 싸워 패배해-155쪽 - 공중제비
추천글
강물에 던질 마지막 빵이라도 있다면 - 이미령 (번역가, 책 칼럼니스트)
“이럴 줄 알았으면, 민주노조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노동자들 등짝에 묻은 땀 - 안건모
비단신 신고 춤추는 얼간이 - 문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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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 (도서평론가)
- <죽도록 책만 읽는> (연암서가 刊)
저자 및 역자소개
김진숙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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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강화도에서 태어났다. 한진중공업의 전신 대한조선공사의 유일한 여성 용접사로 일하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해고당했다. 그 뒤 20여 년을 해고자이자 노동운동가로 살고 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309일 동안 크레인에 올라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저서로 『소금꽃나무』가 있다.
최근작 :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좌절+열공> … 총 7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jinsuk_85
Editor Blog2011년 軍 불온서적 42권 l 2011-11-15
“하루 대여섯 권 팔리던 책이 어느 날 457권 나갔다. 하루 걸러 한 권 나가던 책은 하루 동안 128권 팔렸다. 2008년 8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파악한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지상에 숟가락 하라>의 매출 성적표다. (…) 3년이 지났다. 그때 그 ‘불온서적 리스트’는 어떻게 됐을까. <시사IN>이 입수한 20...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지합니다 <소금꽃나무> l 2011-06-29
<소금꽃나무>를 읽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았냐고 묻곤 한다. 난 내 삶을 살았던 것뿐이다. 누구에게든 삶이 있듯 내 삶은 그랬던 것뿐이다. 내가 지닌 이력 중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채 쉰둘. 살아 내려간다면 단 한 가지만큼은 선택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꿈꾸며 85호 크레인, 169일을 맞는다.(2011년 6월 23일, 김진숙) ...
출판사 제공
1. 노동절을 기념하는 후마니타스의 특별한 책 한 권, <소금꽃나무>
이 책은 2007년 노동절을 기념하는 후마니타스의 기획물이다. 매년 노동절에는 현장의 관점에서 노동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을 ‘후마니타스의 전통’으로 삼고 있다. 일 년 중 5월에 단 한 권을 내는 특별한 책인 셈이다. 2006년 노동절을 기념해 한국의 노동 교육을 대표하는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내면서 이 전통을 만들었고, 이번이 그 두 번째 책이다.
이 두 번째 책에 대한 고민은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되었지만 주제와 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보다 넓은 범위의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지는 주제나 이야기를 기피하는 사회가 되었고, 내용 없이 스타일만 그럴듯한 이야기가 우리 주위를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가 ‘김진숙의 글’을 만났다. 그가 누군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글로 먼저 만났다.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채로, 연설과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이 풀어내거나 복사해 블로그에 걸어 놓고 서로서로 전해 읽고 있던, 말하자면 ‘입소문 글들’이었다.
놀랐다. 글은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풀 바른 창호지를 탁탁 털어냈을 때의 팽팽한 그 느낌과 소리처럼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런 글이었다. 상투적인 글과는 거리가 먼 ‘진짜 글’이라고 여겨졌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읽고 그 느낌을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 같은 평가였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우리 문학과 사회과학이 얼마나 “생기 없는 죽은 글” 투성인가를 보여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내야겠다는 결정을 했지만, 들리는 이야기로 그는 ‘책 안 내신다는 분’이란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했다. 책을 꼭 내야 할 사람이라고.
2. 이 책의 지은이, 김진숙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다. 고심 끝에 이메일로 출판 의사를 묻는 우리에게 대뜸, “그따위 게 책으로 만들어 낼 만큼 가치가 있는 걸까, 그따위 걸 책으로 만들어 내자고 나무를 베어 내도 되는 걸까”를 먼저 물었다. 나무를 좋아해 다음 생에 윤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며 분명 그렇게 말했다. 답장을 받은 날, 출판사는 갓 찍어 낸 신간 표지의 큼지막한 오자 때문에 자그마치 2,000부나 되는 인쇄한 표지를 버리고 다시 찍어야 할 참이었다. 나무를 아까워하는 그의 말이 마음을 괴롭혔지만, 더 절실해진 심정으로 편지를 썼다. “이 책 내고 꼭 나무를 심겠습니다. 이 책 읽고 나무를 심을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곡절 끝에 책 출간 승낙을 얻은 뒤, 출판사 내부에서는 책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다. ‘계급의 숨겨진 상처’,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과 같은 신산한 제목들이 추천되었다. 민주화가 되고 세계 10위를 다투는 경제 강국이 됐다고들 하지만 언제나 소외받는 노동 현실에 대한 아픈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서로 공감했다. 지은이를 만나 ‘당신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세상을 만들어 온 것은 노동자다. 거북선을 만든 것도 노동자다. 노동자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대답했다. 노동자의 현실을 그저 가슴 아프게만 바라본 우리는 이내 ‘외부자의 온정주의적 태도’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의 ‘자연스러운 당당함’에 기가 눌리고 말았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서 새벽에 일어나면 매일 울었단다. 공장에서 관리자를 만나면 주눅이 들어 안전모가 삐뚤어진 것은 아닌지 고쳐 쓰고 작업복이 단정한지 확인했단다. 일이 힘들어 하루에도 시계를 수백 번씩 보지만 그럴 때마다 시간은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던 시절에, 그는 노동조합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그러고부터는 아침에 회사 가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고, 거꾸로 관리자에게 ‘걸리기만 해 봐라’ 할 만큼 자신감이 붙어 당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노동조합은 인간의 자존감을 깨닫게 한 “선생”이었다고 말한다.
이력으로만 말하자면, 김진숙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조선소의 유일한 ‘처녀 용접사’로 일하다가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해고되고 그 뒤 20년을 해고자이자 노동운동가로 살아왔다. 경직되고 딱딱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를 만나자 ‘일당이 좀 세서’ 용접을 배웠고, ‘돈 벌어서 대학 가는 게’ 소원이었으며, ‘정의 사회 구현’에 도움이 될까봐 ‘노조 대의원’에 출마한 물정 모르는 촌뜨기였을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라면서도, 봄이 오면 ‘삼랑진 딸기밭’에 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청춘을 외면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은이의 수많은 강연과 연대사를 반복해서 읽으며 골라내기를 여러 번하고, 그때마다 내부에서 이견을 주고받기를 또 여러 번 했다. 원고를 구성해 놓고도 ‘김진숙’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한미 FTA다 뭐다 정말 바쁜 그를 붙들고, 제목 생각해 봐라, 이거 수정하자, 저거 고쳐 달라, 서문 빨리 써 달라, 주문도 많이 했다. 출판사 책상에 붙어 앉아 밤을 지새우기를 그야말로 밥 먹듯이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마치 새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처럼 설레고 긴장된 나날이었다. 그의 글, 그와의 만남, 무엇보다 그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지은이는 이 책뿐만 아니라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노동의 기쁨, 책 만드는 일의 보람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3. ‘소금꽃나무’라는 책의 제목에 대하여
소금꽃나무는 ‘소금꽃’과 ‘사람 나무’의 합성어다. 소금꽃은 더운 날, 땀 흘리고 일하면 작업복이 젖었다 말랐다 하면서 허옇게 등판에 드러나는 땀자국이다. 쉰내 나고 삭아서 새색시에게 빨아 달라고 선뜻 내밀지도 못하던 작업복이지만, 앞 사람 등에 핀 소금꽃을 보면서 노동자들이 서로의 동지애를 확인하게 되는 현장의 진실이다.
서 있는 사람은 나무와 비슷하고 그 나무들은 소금꽃을 피우며 주렁주렁 자랑스러운 노동의 열매를 생산해 낸다. 이들이 애써 만든 열매는 물론 그들 나무의 소유가 아니다. 그렇지만 절망하지 않고 다음 날이면 또다시 땀 흘려 소금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모두를 먹여 살린다.
수많은 제목을 만들었다가 또 지우는 중에, 이 ‘소금꽃나무’를 추천한 것은 역시 지은이였다. 이 책의 느낌을 참 잘 나타내서, 제목을 듣는 순간 반가웠다.
4.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에 담겨 있는 글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 주는 한 편의 역사이다. 동시에 지은이의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민주화, 세계화로 이어지는 공식 역사의 이면에서, 고단한 노동의 현실을 당차게 감당해 낸 여성 노동자 김진숙의 삶과 투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가장 인간적이기에 가장 감동적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의 글 하나하나에서 만나게 된다.
하나,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스물 대여섯의 나이에 노동운동 때문에 해고되었다가 20년 만에 복직하게 된 ‘정식이형’과 ‘영재형’을 바라보면서 20년 전의 서로를 회고하는 글로 시작한다. 해고가 그리 길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그 긴 세월이 지나,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이제 40대 후반들이 되었지만,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부채감과 잊지 말아야 하는 그 20년을 찬찬히 말하고 있다. 이어서 십대 후반 집을 나서 시작한 노동자 생활, 그 절망과 그로부터 스스로 어떻게 노동자라는 존재의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내가 곧 그들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도 치욕스럽지도 않았다. 같이 살아야 된다는 생각. 내가 달라져야 그들이 달라진다는 생각. 그들이 딛고 선 땅이 변해야 내가 딛고 선 땅도 변한다는 생각. 눈물은 곧 다짐이 되었고 가슴 벅찬 환희가 되었다. 인간이 참 고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둘,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들
다른 노동자들과 지은이가 나눈 대담을 담고 있다. 대우조선, 현대조선, 효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형식의 이야기들이다. 개인 삶의 구석구석과 노동조합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사투리의 맛을 살려가며 실감나게 묘사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갈고 닦아지는 노동자의 양심과 진실, 굴하지 않는 노동자 특유의 낙관과 희망을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낸 독특한 매력의 현장 인터뷰이다. 이 대담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느다란 나무뿌리가 그늘 드리운 고목나무 되도록 피를 섞어 물을 주고 살을 깎아 비료를 주며 알뜰살뜰 가꾸어 갈 사람들. 한 번도 앞서거나 빛나지 않은 채 30여 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 지금도 구석구석에서 무딘 쇠를 벼려 칼을 만들고 묵은 땅을 갈아엎을 쟁깃날을 담금질하고 있을 보석 같은 사람들. 그들에게서 우리의 전망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닐까.”
셋,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수많은 ‘노동열사’를 만들어낸 우리시대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그 무엇으로도 ‘그 죽음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감동의 추모사가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추모사를 통해 이렇게 노동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위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모식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그 아픔과 슬픔을 충분히 공감하게 하는 글이다.
“노예가 품었던 인간의 꿈. 그 꿈을 포기해서 그 천금 같은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단단한 어깨를, 그 순박한 웃음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자본이 주인인 나라에서, 자본의 천국인 나라에서, 어쩌자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감히 품었단 말입니까? 어쩌자고 그렇게 착하고, 어쩌자고 그렇게 우직했단 말입니까?”
넷,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지은이가 거의 모든 일상을 바쳐 연대하려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해고당하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1년 가까이 길거리 농성을 하는 처지임에도, 봄이 오면 삼랑진 딸기밭에 봄나들이 가고 싶다는 맑은 청춘들과, 예술가의 자부심만으로는 살 수없는 교향악단 노조의 애환, 병원노조의 실상 등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깊은 인간애가 글 곳곳에 담겨있다. 노조도 만들지 못한 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노동법에서도 소외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개심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그들도 우리처럼’ 보아 주기를, 그것이 정규직의 미래를 만드는 진정한 희망임을 말한다.
“이제 아무도 기적을 말하지 않을 때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우리가 단지 역사를 추억할 때 스스로 역사가 되어 가는 사람들. 서러움이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을 보라. 우리가 잃은 게 뭔지를 알려거든 그들의 눈빛을 보라. 연대를 말하려거든 100일째 펄럭이는 천막엘 가보라. 우리들의 미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몹시 궁금하거들랑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그들을 보라.”
다섯, 손가락을 모아 쥐면 주먹이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대사 등을 통해서 제대로 된 ‘선생님’에 대한 갈망과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그려낸 글들이다. 자식을 통해 선생님을 절절하게 꿈꾸는 큰언니, 학번에 대하여, 박근혜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이야기 속에 전교조에 대한 애정과, 진정으로 지은이가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가 드러난다.
“낮은 곳에 피었다고 꽃이 아니기야 하겠습니까. 발길에 채인다고 꽃이 아닐 수야 있겠습니까. 발길에 채이지만 소나무보다 더 높은 곳을 날아 더 멀리 씨앗을 흩날리는 꽃. 그래서 민들레는 허리를 굽혀야 비로소 바라볼 수 있는 꽃입니다. 민들레에게 올라오라고 할 게 아니라 기꺼이 몸을 낮추는 게 연대입니다. 낮아져야 평평해지고 평평해져야 넓어집니다. 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만으로는 봄을 알 수 없습니다. 민들레가 피어야 봄이 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섯, 상처
노동운동으로 구속되었던 당시 저자의 ‘항소이유서’와 조카, 동생, 부모님 등 가족관계를 통해서 저자 스스로 ‘상처’라고 표현하는 개인적 경험을 다룬 글이다. 운명적인 관계와 환경 속에서 갖게 되는 애증과 그럼에도 산다는 것으로 이해되는 인간 내면의 모습들이, 어쩌면 소설 같은 저자의 인생을 통해서 가슴 아프게 보여진다.
“어머니 기억나시는지요. 오락가락하던 비가 개이고 혈구산에 걸린 무지개를 잡을 거라고 따라가다 길을 잃어 울며 돌아 온 제게, 무지개는 사람 손으로 못 잡는 거라고 말씀 하셨더랬죠. 아버지처럼 땅 두더지는 되기 싫다고, 고깃국에 하얀 쌀밥만 배터지게 먹고 살 거라고 사립문을 박차고 나와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은 지 십 수 년이 지났건만, 무지개 같은 건 사람 손으로 못 잡는다는 그 말씀만큼은 차마 잊혀 지질 않습니다.” _1988년 조공노동자신문
어머니,
지금은 감옥에 계신 어느 노조 위원장님의 일곱 살 난 아들에게
“네 아버지가 누구냐?” 하고 물으니
“노동잡니다” 하길래,
그 대답이 하도 맹랑해서
“노동자가 누군데?” 하고 다시 물으니
“역사의 주인이십니다” 하더랍니다.
그래요, 어머니.
학교에서 내주는 가정환경조사서에
아버지 직업을 ‘농업’이라고 떳떳하게 쓰지 못하고 ‘상업’이라고 써 내고는
온종일 가슴이 오그라들어 있던 저처럼 못난 자식이 아니라,
아버지 직업란에 ‘노동자’라고 써내는 당당함부터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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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book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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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월요일에 카페 스몰토크에서 상영된 <위로 공단> 공식 후기입니다. 후기 작성자는 바로 접니다. 상영회에 오신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분들 각각 말씀했던 내용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내용이 많군요. 또 후기 대부분이 영화를 비판한 내용입니다.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이 후기를 참고하시기를 권합니다. 멤버들의 의견에 반박하... 더보기
cyrus 2018-04-11 공감 (2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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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님이 글을 이다지도 잘 쓸 줄 몰랐다는 동료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 맘 아픈 내용들 땨문에 글의 잘씀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내가 정말 편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 책.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꼭 읽고 뭉쳤으면 하게 만든 책이다.
붕붕툐툐 2016-05-17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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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 부를때 가끔 한번씩 생각하는 한진중공업의 노동자 김진숙 씨.. 오늘이 단식 17일째인지 18일째인지 날짜조차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주제이지만 생각날때마다 인터넷을 뒤져본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탈이 났을까. 이건 뭐 걱정인지 불안인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관심이지만, 못내 불안하다. 어쩌면 이렇게도 무심할까 오십줄의 그녀는 차디찬 길바닥... 더보기
비의딸 2011-12-30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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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읽고 싶어요 (15) 읽고 있어요 (1) 읽었어요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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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울며 본 기억이 여전한데, 김진숙씨는 지금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있다... 구매
soultype 2011-03-25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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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글쓰기는 이렇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끄러웠던, 잊을 수 없는 책읽기였다. 구매
워너군 2010-04-15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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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고 막말하는 사람들... 이 책과 김진숙씨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구매
seyul88 2011-11-13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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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게 어떤 것인지 잊지말라고 당부하는 고마운 책! 구매
고민 2008-08-03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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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좋아져서 더 이상 이런 책이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ㅠ.ㅠ 구매
suon 2010-07-26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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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습니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땀냄새 정도가 아니라 자기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20년 전, 조선소 용접공들.
(설마,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
그들의 작업복 등판에 '이른 봄 피어나기 시작해 늦가을이 되어서야 서러이 지는' 허연 소금꽃.
그 조선소 용접공이었던 김진숙은 아침 조회시간마다 동료들의 등판에 주렁주렁 피는
꽃을 지켜보았다. 자신도 소금꽃들을 등짝에 가득 매달고.
며칠 전, 책 제목에 대한 간략한 소개만 듣고 바로 이 책을 주문했다.
-- 난 아직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
인간이 돈에 왕따 당하는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9쪽, 책을 내며)
'아직도'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홀로 노동자의 삶을 시작한 김진숙.
공장이라 할 것도 없는 한복 금박을 박는 가내수공업 골방에서 시작해
대우실업, 한진중공업(전 대한조선공사) 등 큰 규모의 회사로 옮겼으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2006년 부산지하철 매표소 해고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그가 직접 써서 낭송한
'우리가 단지 역사를 추억할 때 스스로 역사가 되어가는 사람들'이라는 구절처럼,
많은 이들이 운동에 잠시 투신했던 추억을 팔아먹으며 살고 있을 때도
그는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스스로 역사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공장에서 나온 그가 땡볕 아래 해운대 백사장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팔 때
나는 단발머리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수배자로 쫓기며 새벽에 어느 집 대문간의 제삿밥을 주워 먹고 있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시립도서관과 재개봉관이나 들락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성지곡수원지 나무 그늘 밑에 쪼그리고 앉아 그가 유인물을 씹어 삼키고 있을 때
난 무얼 하고 있었을까?
(반성하고는 거리가 먼 인간인데 살던 동네가 겹치다 보니
절로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고 종내에는 얼굴이 뜨뜻해졌다.)
제목은 가물가물한데 여학교 때 단체로 본 영화가 생각난다.
울산의 한 방직공장과 기숙사, 야간학교를 무대로 낮밤없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산업전사 소녀들이 주인공이었다.
소녀들의 방은 좁았지만 로션 냄새가 향긋했고 휴일엔 한껏 멋을 내고 시내까지 진출하여
돈을 모아 통닭을 뜯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처럼, 방송통신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재직증명서를 떼러 온 소녀에게
"방통고 나온다고 니 인생에 꽃이 필 것 같나?"
하고 면전에서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인간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영화보다 현실이 더 기막히다니 이럴 수가!
--내가 거기(대공분실)서 살아 나온 게 견딜 수 없는 자책이었던 적도 있었다.
1년 뒤 박종철 학생이 그렇게 죽어 나왔을 때, 이철규, 이내창 그들이
내가 그랬음직한 모습으로 저수지에서 떠올랐을 때......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시신조차 건사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새빨간 눈빛들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바탕 장대비 내리는 툇마루에서 꾸었던 어릴 적 악몽처럼 지나가는 말투로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간혹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사람들은 감동적이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31쪽)
하긴, '감동적'이라는 말을 그동안 얼마나 남발했는지 그만큼 안 감동적인 말도 드물 것이다.
책의 맨 마지막 '여섯' 마당에 묶인 그의 가족사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벌어졌던 입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절로 다물어졌다.
--잊고 있었다는 듯 큰언니가 울기 시작했다.
가게를 보던 조카가 "엄마, 와사비 얼마야?"라고 묻는 전화가 오면
"큰 거 짝은 거?" 묻고는 "짝은 건 820원." 대답하고는 다시 우는 사이......(244쪽)
코끝을 찡하게 하는 와사비보다 독한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가 직접 만난 몇몇 노동자들의 인터뷰 기사, 또 박창수, 김주익, 배달호 등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또 모르는 열사들을 보내며 쓴 추모사까지
가슴을 두드리지 않는 글은 한 편도 없었다.
출판 의사를 묻자, 책으로 만들기 위해 나무들을 벨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가 있는 걸까,
물었다는 저자.
책 잘 읽은 기념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꼭 심겠다, 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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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6-03 공감(30) 댓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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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혹은 노동운동, 곁에 있는 別세계의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몇 주 전 처음으로 분회 모임에를 나갔다. 모임을 알리는 문자를 받고, 서너 시간 동안 문자를 너댓 번은 들춰본 것 같다. 갈까, 말까. 어지간해선 현관 문고리 한 번 안 잡는 월요일, 헌데 내가 통과하지 못한 같은 시간대를 비슷하고도 다른 풍경으로 그러면서도 멀리 한 곳을 향해 왔던 사람들이 지은 세 권의 책을 연달아 읽으며 마침 반성(?)을 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는 감히 27년 전 5월의 잔혹한 시간들에 눈과 마음을 박고 몇 권의 책을 읽으며... 혼자서 두 세상을 나눠 사는 듯한, 딴에는 자초한 어지러움의 날들을 보내는 중이었다.
편히 숨 쉬며 읽는 것조차 미안해지는 이야기들, 단지 나는 그렇게 그리고 그때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단념도 마땅치 않았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도 세계의 온 고통을 다 빨아들인 듯 눈물 뚝뚝 흐르는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극한의 연속인 삶의 경험도 담담하고 당당한 이야기로 채우는 사람이 있다. 이럴 수 있을까 싶으리만치 둘러싼 모든 상황이 열악 그 자체인 저자의 체험담을 읽으며, 나는 인간이 때로 얼마나 단단한 존재인가를 새삼 느꼈다. 이런저런 핑계로 외면해왔던 일상에의 침잠을 조금이라도 걷어보고 싶어졌다, 고작 분회 모임에 얼굴 내미는 용기를 내는 것이라도 말이다.
제목 '소금꽃나무'는 저자가 5년간 일했던 한진중공업 동료들의 등짝에서 피어나던 피땀꽃의 이름이다. 그녀 역시 피워냈을 그 꽃, 어쩌면 숲을 이루었을 시절이 그녀에게는 황금의 시절이었나보다. 바로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죽어나가도 어찌할 수 없는 사선같은 사업장이었지만 '하니까 되더라는 최초의 경험'들이 줄을 이었던 '사는 것 같은 날들', 장난 같고 놀이 같은 기발한 투쟁들로 공장의 활기를 높이고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인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민주노조 이십 년 역사, 여섯 명의 노조위원장 중 두 명이 죽고 세 명은 감옥 갔던 악명 높은 현장이었다.
지난 번 위원장 선거가 끝나고 어떤 아저씨가 그러셨습니다. "내는 김주익이 안 찍었다. 똑똑하고 아까운 사람들, 위원장 뽑아 놓으면 다 짤리고 감방 가고 죽어 삐는데,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김주익이를 우째 또 사지로 몰아넣겠노?"
알다시피 김주익 위원장은 2002년, 크레인 위의 기나긴 고공농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쪼끼' 아저씨 운운, 노조만 보면 좋아 죽는 나의 허황된 낭만이 부끄럽고 섬뜩해 소름이 돋고 눈물이 핑 돌았다.
읽으면서 아무래도 하종강 님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떠나온 자의 부채감을 늘 저변에 깔고 있는 하종강이 바라보는 노동운동이 한없이 감싸고 싶고 믿어주고 싶고 밀어주고 싶은 어떤 '정의'라면, 김진숙에게 노동운동은 끊임없는 배반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당차고 오지게 가야만 하는 '현실'이다. 현장에서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어온 김진숙에게는 연대가 있을뿐 연민은 없다. 동감이 있을뿐 동정은 없다. 그들의 삶을 여기까지 끌어온 원동력은 공히 부채감이지만 김진숙에게 그것은 오히려 가차없고 신랄한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다.
실은 풀빛에서 다시 나온 '윤상원 평전'을 한 달 넘도록 곁에 두고 뒤척이고 또 뒤척이는 중이었다. '윤상원 평전'이 남긴 아쉬움을 내 선에서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읽거나 쓰고 싶지 않다는 변태같은 고집을 혼자 부리며 한참을 보내는 중에, 즈음 당도한 몇 권의 책표지에 절로 가는 눈길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첫번째 책, 보내주신 고마운 님의 마음까지 더해져 한달음에 읽혔다.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으나 벌써 '2쇄'가 찍힌 속지가 반가웠고, '그런'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을 것 같다는 심증은 어디선가 읽었던 그녀의 글에 대한 기억과 겹쳐지며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민주 노조 운동 20년. 부모형제 내팽개치고 살면서 내가 이 바닥에서 온몸으로 굴러 온 게 20년이 넘었는데, 두렵더라도 나부터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허덕거리며 살다 보면 불현듯 고향에 몹시 가고 싶은 날이 있듯이.
라고 말머리를 연 이 책이 결국, 아주 오래 망설여왔던 분회 모임의 문을 여는 손잡이가 되어주었다. 이따금 들르는 당지역위 싸이트에서 발견한 그녀의 이름, 6월 당원교육의 강사로 올라있는 그 이름을 보고서 나는 며칠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고, 그러나 투쟁이 아닌 일상 당 활동에 내딛는 발걸음은 옮기기가 참 쉽지 않았다. 분회와 학습 모임, 당원 교육과 같은 일상적인 지역위 활동에 얼굴을 내미는 것 자체에 대한 모종의 두려움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주변 사람들은 꽤나 열혈(?)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당원'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기회주의적 배수진을 늘 등 뒤에 둔 것이었다. 어디나 다를 바 없는 조직 생리에 대한 거부감과 냉소 그리고 거리두기는 거시적 환호와 미시적 거부, 지역위 활동에의 외면과 선택적 투쟁 참여로 일관되어 왔었다. 그나마도 이주단체에서 일하면서부터는 주말 일정 참여가 거의 불가능해져 9.24 평택 평화대행진 이후에는 다시 유령당원으로 돌아온 터였다. 물론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치적 관계망속으로 휘말려들고 싶지 않은 의도적인 물러섬이기도 했다. 역시 나는 소위 진보의 비단길만을 열망하는 기회주의자였다,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꿈조차 관리자에게 짓밟히고,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강학들을 신고할까 말까 갈등하며 아쉬운 대로 야학을 드나들었다는 김진숙. 노느니 장독 깬다는 심정으로 어느 비오는 날 집어든 전태일 열사에 관한 책을 통해 '자신이 벌레가 아니'라는 환희와 희열을 느낀 후로부터 삶이 달라졌다는 김진숙. 그후의 삶은 분명 벌레처럼 살았던 이전보다 더욱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을 믿을 수 없는 날들을 통과하며 민들레처럼 낮고 질긴 인간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변질이라 손가락질하고 혁신을 요구하는 전교조에 대해 지극한 믿음과 애정을 '여전히' 보내는 그녀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던 자긍심을 발현하는 교육에 대한 신뢰와 그로부터 출발한 전교조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많은 교사들에 대한 지지와 더불어 비정규직과 학습지 교사에 대한 연대를 소망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보이는 불철저함과 정치적 계산에 대해 고민하고 비판하기보다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충심과 진정성을 주목하며 노동운동의 희망으로 삼는다.
삼성을 이건희가 현대를 정주영이 만든 것이 아니라 피땀 흘리며 일한 노동자가 만들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조차도 낯설게 받아들이는 오늘의 우리에게, 만 5년을 바다 위의 용접공으로 살았던 그녀는 간결하고 대차게 주장한다. '거북선은 우리가 만들었다'고. 체험을 통해 다져진 그녀의 시선 그리고 신념은 근본적이고도 명료하다. 울분과 통한의 추모사로 수없이 많은 동료들을 열사로 떠나보내면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한 그녀를 보며, 별 하는 일도 없으면서 싸움의 정당성을 찾고 뒷걸음의 핑계를 찾아왔던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시기 노동운동의 전망'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그녀의 강연은, 온전히 노동운동속에 녹여온 삶을 반증이라도 하듯 그저 세상 사는 이야기였다. 20만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 찍고 서서히 목줄을 조여오는 제도의 폭압, 1300만 중에서 이미 800만이 넘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찌할 수 없이 소수자인 구조조정의 논리, 정당한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도 무지막지한 손배소 가압류를 통해 노조와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는 자본의 통치, '그래서 결국은 아무도 남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미친 소용돌이. 헌데, 그런 세상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웃음이 나고 기운이 났다.
그래요. 저는 5년 전에도 똑같은 죄목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전과잡니다. 대통령은 바뀌었어도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노동 현실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라면 지나친 자기 합리화일까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릴께요. 법이 곧 정의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같이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이 배가 등가죽에 붙어 가면서 정의를 소리 높여 외치지 않더라도 그저 법이 정의이기만 하다면. 그렇다면…….
책의 마지막, 그녀가 적었던 '항소이유서'의 일부다. 그녀의 말마따나 '저 혼자 종치고 민주화됐다고 믿는 인간이 수요 이상으로 출하'된 비극의 시대에 이십 년이 넘도록 그녀가 싸우는 이유다. 또한 세상이 이미 달라졌다고 너무 쉽게 믿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우리가 여전히 의심하고 싸워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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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어릴때 2007-07-04 공감(25) 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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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만이 우리의 살 길 새창으로 보기
알라딘의 내가 좋아하는 많은 지기님들이 극찬했던 그 책.
관심을 가진 책에서 꼭 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것은 어느 분의 서재에서 본 한 구절 때문이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를 죽일 권리가 있는가라는 허탈한 질문과 함께.
책을 펼쳐 보니, 먹먹하고 막막한 인생은 저 이 한사람 뿐이 아니었다. 너무도 많은 목숨들이 먼지처럼 사라져간 노동 현장.
잃어버린, 아니 처음부터 갖지 못한 그들의 권익, 이땅 수많은 노동자. 모르고 살았지만 나 역시 그 중의 한 사람.
가난이 싫고, 차별하는 아버지가 싫고, 열심히 돈 벌어 동생들 뒷바라지도 하고, 못다한 공부도 다 하리라 청운의 꿈을 품고 강화에서 부산으로 갔던 김진숙씨. 십대의 그 나이에 세상의 강퍅함을 온 몸으로 받아낼 그 때에도, 자신의 남은 인생을 노동운동에 바치게 되리라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말못할 핍박이 해일처럼 밀려올 거라곤, 그분 역시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운명처럼 숙명처럼 안게 된 노동운동 덕분으로, 누군가는 권익을 찾기 위해 투쟁을 하고, 연대만이 살길이라며 두 손 맞잡고 힘을 보태었을 것이고, 이렇게 책 한권으로 그 마음들을 짐작해 보는 사람들도 있게 되었다. 그 눈물과 그 희생, 그 열정 모두에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나였다면 못했을 거라고, 착잡한 변명과 함께......
수출 강국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그 이름의 견고한 성을 지키기 위해 너무도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했다.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살이거나 본인부주의로 죽었다고 치부되고 말았던 기막힌 목숨들, 파업이라도 할라치면 부당해고가 이어지고, 복직은 너무나 소원하고, 단식투쟁 끝엔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바라보며 다시금 져버리는 목숨들. 그리고 그 가난이 대물림되고, 가진 자는, 자본은 여전히 승승장구, 죄를 짓고도 옥살이 한 번 안하는 이 나라. 노동자의 희생의 역사 속에 이 나라 현대사가 고스란히 맞물려 있다. 그리고 그때 피눈물 흘렸던 이들의 자녀들은 다시금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시간을 되밟고 있다.
그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이야기임을, 정규직의 미래가 곧 비정규직임을, 연대만이 곧 살길임을, 애석하게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그들의 생존싸움이 나의 불편함보다 하찮게 여기며 살고 있다면, 당신 역시 이 땅의 무지한 죄인.
뉴스를 보다 보면, 얼마만큼의 사실과 진실이 보도되고 있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신정아 사건이 한참 뜨면서 정몽구 사건은 잊혀져 가고, 그와 비등한 사건들은 모두 잠재워져 갔다. 수년 전 연예인 X파일이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할 때에는 민주노총이었던가... 한참 파업 투쟁이 있을 때였는데 뉴스에서 쏙 사라졌었다. 의도적인 부풀림, 눈속임 속에서 더 중요한 이야기들, 더 급한 문제들이 잊혀져 간다. 소말리아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선원들처럼.
아끼고 아꼈던 사탕 한알이 독극물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간첩의 공작물로 치부되던 안기부 그 시절 이야기가, 사실은 지금도 음지에서 생존하게 만들어 주는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나라. 대선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강국으로 만들어 국민소득 4만불로 올리겠다고 큰소리 탕탕 치고 있지만, 그의 화수분 주머니는 문제삼지 않는 민주 대한민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만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이 나라의 눈 먼 사람들. 갑갑하고 서글프고, 그리고 챙피해지기까지 하는 우리 사는 세상.
그 안에서, 그래도 희망 꽃피우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막연한 기대를 갖기에는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너무 커서 어설픈 웃음마저도 지어지지 않는다. 한미FTA라는 묵직한 이름 한 방이면 그대로 게임 끝일 것 같아서.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는게 더 한심해서, 책을 덮으며 한숨과 함께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이런 세상을 살았다고, 그 세상이 지금도 이어진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책이라도 쥐어주고, 뉴스 한자락에서도 뼈있는 이야기 한자락 더 보태기라도 하면, 내 부끄러움이 조금은 줄어들까. 그것으로 내 부채감이 가벼워질까.
묵직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지만, 저자의 글솜씨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슬픈 사연들에 이런 감탄사를 붙이는 게 미안하지만, 정말 명문장이었다고, 심장을 뒤흔드는 여운을 내내 전달해 주었다고... 눈물 한 방울 아니 흘릴 수가 없었다고, 사족처럼 붙여본다.
이 책을 알게 해준 바람구두님, 선물해 주신 조선인님 감사합니다. 꾸벅(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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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22 공감(16) 댓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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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소금꽃나무 새창으로 보기
김진숙님이 글을 이다지도 잘 쓸 줄 몰랐다는 동료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맘 아픈 내용들 땨문에 글의 잘씀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하나?내가 정말 편하게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 책.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꼭 읽고 뭉쳤으면 하게 만든 책이다.
붕붕툐툐 2016-05-17 공감(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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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힘이되는 책 새창으로 보기
봄 산을 오를 때 이따금 영혼이 명징해짐을 느낀다. 그런데 산의 급한 오르막을 버거워하는 육신의 고통은 그대로 여전하다.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읽는 일이 꼭 그렇다. 행간 곳곳에서 저자의 맑은 영혼을 만나면서도, 내내 아픔 또한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아마 아픔이 슬픔이 돼서 내 정신을 세척하는가 보다. 우리의 역사 또한 그러할 것이다. '소금꽃나무'는 역사의 현장에 뿌려졌던 그 모든 눈물들을 어떤 강렬한 힘으로 되살리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개인의 막막한 곡절들을 마침내 우리 모두의 얘기로 익숙하게 끌어올린 저자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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