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은이),조은 (옮긴이)막내집게2008-07-21
책소개
사막을 사랑한 작가의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동방의 집시와도 같은 작가가 전하는 낭만과 모험, 그리고 웃음과 눈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꽂혀 사하라 사막 행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것은 힘들고 불편하고 담담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녀 곁에 있기 위해 한발 앞서 사막으로 달려갔던 열정적인 남자는 밥 달라는 밥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웃들 또한 알고 보면 알부자에 순 얌체들이다. 작가 자신도 문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는커녕 쓰레기장에서 폐품을 주워다 가구를 만들고 집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씩씩하게 외친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아.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 그리고 황량한 사막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목차
서문을 대신해서-엄마의 편지
사막의 중국반점
결혼 이야기
의술로 세상을 구하다
인형 신부
황야의 밤
사막의 샘
불나비사랑
사막의 이웃들
풋내기 어부
죽음의 부적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자수성가
작가의 말-귀향 소감
옮긴이의 말-그리운 싼마오, 그리운 호세
책속에서
호세는 이제 발을 들어 올리기도 힘겨운 상황이 되었다. 진흙늪이 곧 호세를 삼켜 버릴 것 같았다. 그때 나는 호세의 오른쪽 2미터쯤 떨어진 지점에 돌 하나가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오른쪽으로 가! 거기 있는 돌을 붙잡아!'
돌을 발견하자 호세는 있는 힘을 다해 그쪽으로 움직여 갔다. 진흙은 이미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볼 뿐 속수무책이었다. 온몸의 신경이 모두 끊어지는 것 같았다. 악몽이었다.
호세의 두 손이 진흙 속에 튀어나온 돌을 잡는 순간, 나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곧바로 차로 달려가 호세를 끌어낼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그러나 차 안에는 내가 가져온 술병과 빈 병 두 개, 신문, 공구 상자뿐이었다.
다시 진흙늪으로 뛰어갔다. 호세는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제발 한 가닥의 줄이라도, 나무판자라도, 아무 물건이라도 떨어져 있어 다오. 그러나 주위에는 모래와 자갈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본문 72쪽에서
벽은 정오에는 손을 델 정도로 뜨거웠고 밤에는 얼음장 같았다. 전기는 운이 좋을 때면 들어오고 대부분은 들어오지 않았다.
해 질 무렵에 사방을 둘려보면 사막의 모래가 분가루처럼 조용히 흩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밤이 되면 하얀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눈물이 어떤 형상을 이루는지 지켜보았다.
우리 집에는 서랍도 옷장도 없었다. 옷들은 트렁크에, 신발과 기타 자잘한 것들은 커다란 종이상자에 넣어 두었다. 뭘 쓸 때는 나무판을 구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썼다. 밤에는 짙은 회색의 차가운 벽이 내 마음을 더욱 그늘지게 했다. - 본문 215쪽에서 접기
내 관점으로는, 속박이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곧 빛나는 문명이었다.-205쪽 - 아오리
하루는 이웃집 꼬맹이 라푸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 보니 집채만 한 낙타 시체가 문 앞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
나는 고개를 돌려 조그만 냉장고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라푸 앞에 ... 더보기 - 라주미힌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8쪽 - kavanath
호세는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한 시간, 도 한 시간이 흘렀다. 태양은 머리 꼭대기로 올라왔다. 나는 젖은 수건을 호세의 머리 위에 덮어 주고 호세의 팔과 등에 오일을 발라 주었다. 호세의 손에는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나무판을 누르고 있거나 얼음물을 갖다 호세에게 먹이거나 달려드는 산양과 아이들을... 더보기 - LAY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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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싼마오 (三毛)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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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본명은 천핑陣平. 1943년 중국 쓰촨 성 충칭에서 태어나 타이완으로 이주했다. 이해심 많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획일적인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운 소녀 시절을 보내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교육을 받았다. 스물네 살부터는 세계 각국을 떠돌기 시작했고, 1973년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남자 호세와 결혼해 정착했다.
사하라 사막에서의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백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 첫 작품 『사하라 이야기』는 출간 즉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에 용기를 얻은 싼마오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을 써 나갔다. 1979년 남편 호세가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오랜 타국 생활을 접고 타이완으로 돌아와 문화대학에서 문학 창작을 가르치며 집필과 강연 활동을 병행했다. 1991년 장아이링의 사랑을 그린 시나리오 『곤곤홍진』을 마지막 작품으로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유랑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꿈을 찾아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싼마오는 지금까지도 중국 독자들의 그리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2007년 조사한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00인’에서 루쉰, 조설근, 바진, 진융, 이백에 이어 6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대만의 황관출판사에서 싼마오 전집을 새롭게 출간했다. 접기
최근작 : <사하라 이야기 2>,<사하라 이야기 1>,<흐느끼는 낙타> … 총 31종 (모두보기)
조은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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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외주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사하라 이야기』,『흐느끼는 낙타』,『사랑받고 있어!』,『할머니의 장난감 달달달』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작 : … 총 1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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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싼마오의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동방의 집시와도 같은 작가가 전하는 낭만과 모험, 그리고 웃음과 눈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잡지에서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꽂혀 사하라 사막 행을 결심한 싼마오! 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것은 힘들고 불편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녀 곁에 있기 위해 한발 앞서 사막으로 달려갔던 열정적인 남자는 밥 달라는 밥통이 되어가고, 가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웃들은 알고 보니 알부자에 순 얌체가 아닌가. 싼마오 자신도 문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기는커녕 쓰레기장에서 폐품을 주워다 가구 만들고 집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싼마오는 씩씩하게 외친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아.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 그리고 황량한 사막에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삶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용기에서 샘솟은 상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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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판매했다가 다시 읽고 싶어서 샀어요. 이 책 외에도 2권 더 있죠..모두 구했어요. 그녀의 다른 책들도 언젠가 한국에서 출간되길 바랍니다. 구매
은하철도의밤 2014-11-19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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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싼마오! 구매
soonblack 2009-08-1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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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로 시집 간 쾌활녀의 신혼.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소설로 태어나다 구매
라주미힌 2008-08-3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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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용감하고 지독하게, 다음엔 즐겁게. 구매
meesum 2009-12-1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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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껍데기는 왜 앙리루소람? 구매
시시프 2011-04-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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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제목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사막에서 며칠은 보내봤지만, 사막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일상생활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그런 생각은 미처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사막에서 스페인사람인 호세와 결혼하여 좌충우돌 생활하는 싼마오의 기록은 나의 휴일을 꽉 채워줬다.
게다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싼마오의 캐릭터는 날 흥미진진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은 바로 선물 증정시간~~~짜잔!!!!!
그 속에서, 우왓! 해골의 두 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뜻밖의 선물을 힘껏 잡아 꺼냈다. 다시 한 번 자세히 보니 바로 낙타의 해골이었다. 하얀 해골은 완벽한 상태였다. 나를 향해 가지런한 이빨을 내밀고 있었고, 두 눈은 깊고 검은 동굴 같았다.
나는 몹시 흥분했다. 정말이지 내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이었다.
페이지 : 32
그런 선물을 준비하는 호세나 그 선물을 받고 흥분하며 멋지다는 찬사를 쏟아내는 싼마오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이런게 정말 지음知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그런게 정말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싼마오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녀의 반려자, 호세!!!
각자의 매력을 더 끌어올려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책을 손에 잡았지만, 참신한 느낌에 손을 뗄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모처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접하지 못했고, 언제 접할 지 알 수 없는 서사하라 사람들의 삶을 엿볼 기회가 되어 좋았다.
그런 매력적인 그녀, 싼마오.
사하라에서의 생활은 그녀의 글을 빛나게 해주었지만, 그녀의 지음知音을 잃고 나서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대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자살!!!
왜 그녀는 자신의 매력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스스로 끝내버린걸까?
최근 유명 탤런트의 자살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날벌레들은 불을 향해 돌진할 때 극도로 행복하겠지."
페이지 : 118
한 때 무미건조한 삶이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나 드라마처럼 극적인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평탄하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막연히 불안하기만 하던 20대도 아니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나는 그저 생활에 적응해가며, 벅찬 일은 되도록 감당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가보다.
실제 생활에 일어나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며 간접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는 더 이상의 굴곡 심한 삶은 지양한다.
어쩌면 그녀 싼마오는 평범한 도시인의 삶에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하라 이야기는 내 마음 속에 꽤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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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 2008-11-1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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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생활이 곧 문명이다 새창으로 보기
이제야 알았지만, 싼마오는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고 한다. 사실 그의 이력은 남달라서 흥미롭다. 이 책의 서문을 대신해서 붙인 어머니의 편지글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그이의 부모님은 '이해심 많은 부모님'이다. 유복하게 자랐지만, 획일적인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힘겨운 소녀 시절을 보내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가정교육을 받았다는 것, 스물 네 살 부터는 세계 각국을 떠돌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떠돌이 생활 중에 문득, 어느 날 갑자기,
사하라에 꽂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사하라 사막의 사진을 보고 그랬다고 한다.
나는 늘 사막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말이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비교적 잘 이해해 주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막을 향한 내 마음을 속세의 무상함을 깨달아 더 이상 미련이 없는 거라고, 또는 스스로를 멀리멀리 추방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그렇지만 이 모두 정확한 견해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분석하든 나 자신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사막에서 1년쯤 살아갈 준비를 틈틈이 해 나갔다. 그녀와 사막의 관계는 그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것이었다. 그 계획을 격려하는 사람은 아버지 뿐이었다,고.
아니, 실은 그 밖에 단 한 친구가 그런 그녀를 비웃거나 막지 않았고, 오히려 묵묵히 짐을 챙겨 먼저 사막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그녀가 홀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한 거다. 그 친구가 사랑을 위해 사막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그녀는 하늘끝 땅끝까지 한평생 그와 함께 떠돌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 친구가 바로 남편 호세였다. (대단한 러브스토리다..)
그러나 그럴 필연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그녀가 단지 모험을 위해, 인생을 멋스럽게 겪어내기 위해서만 그곳으로 날아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물론 사하라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챙겨준 목돈-꽤 컷던 것 같다-을 질끈 묶어 은행에 입금해 버리고, 남편 호세가 벌어오는 많지 않은 돈으로 생활을 하기로 하고(게다가 그 돈을 벌기 위해 그 역시 사막의 이방인이었을 스페인 사람 호세는, 정말 애처로울 만큼 열심히 일한다) 그가 구해 놓은 아마도 정말 허름했을 집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가능성이 있었고,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든든한 남편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에게는 낙천성과 위트와 아름다움을 스스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커다란 잠재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문명 인식은 확실히 남달랐고, 자유로웠다.
"여기가 라윤 시의 변두리야. 우리 집은 저 아래 있어."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구멍투성이 천막 수십 채가 줄지어 있었고, 함석으로 만든 작은 집들도 보였다. 모래땅 위에는 단봉낙타 몇 마리와 산양 떼가 한가로이 거닐고 있었다.
드디어 짙푸른 옷을 즐겨 입는 민족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새로운 환상의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바람결에 소녀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사는 곳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생기와 정취가 있었다.
생명은 이렇게 황폐하고 낙후되고 빈곤한 곳에서도 똑같이 무럭무럭 활기차게 자란다. 결코 생존을 위해 안간힘 쓰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로병사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노라니, 그들의 안온함이 우아하게까지 느껴졌다.
내 관점으로는, 속박이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곧 빛나는 문명이었다.
마지막 그 한 줄, 그 한 줄의 문장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명, 자연스러움에 대비되는 인공적인 그 무엇, 우리가 진보라고 생각해온 그 무엇, 문명에 반하는 것이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인식의 틀을 깨버리는 한 줄의 문장. 그녀는 물질이 아닌 정신으로 문명을 가늠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 자신 온갖 문명의 세례를 듬뿍 받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그렇게 받은 물질의 혜택, 혹은 억압적인 교육 제도, 이런 것들에게서 그녀는 진정한 문명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문명이란 정신적 자유를 누리는 생활이었다. 소유와 집착으로 얽매여 있는 '문명세계'가 인생을 얼마나 좀먹어들어가는지를, 그녀는 알아채고 떠돌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녀의 문명이란 그래서, 사하라에서 발견한 자유로운 생활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내가 속한 이 아등바등한 세계가,
거기에 위태롭게 걸려있던 안도감, 자신감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듯하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은 진정한 문명이 아닐 수도 있다, 는 것.
자유로운 생활이 곧 문명이다.
사하라 이야기에 실린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매이지 않은 그녀의 정신을 만난다. 거침없는 그녀의 행보는 거기 원주민들과 부딪치며 끌어안으며 자기 무늬를 만든다. 때로 이질적이며 때로 동화되며 만들어내는 무늬는 그녀만의 것이다. 살아온 삶의 방식을 포기할 수 없어- 책상을 만들고 소파를 꾸며놓고 살아가는 것도 거슬리지 않는다. 버려진 판자떼기를 갖고 만들어낸 가구들이 필요와 충분이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이 설산의 수도와 고행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하고, 필요 없는 데는 매이지 말고, 그 모든 것을 떨쳐야 한다는 생각에서조차 자유로운 것, 그런 그녀가 자연스러웠다. 이질적인 세계의 간극을 그녀는 낙천성과 위트로 슬슬 걷고, 때로 뛰어다닌다. 그녀의 주변으로 마치 투명 빤짝이들이 통통 튀고 있는 것 같다.
'사막의 중국 반점' '의술로 세상을 구하다' '사막의 샘' '황야의 밤'
제목만 들여다봐도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소설도 꽁트도 아닌 생활의 기록인 산문일 뿐인데, 이야기들이 선명하다.
'불나비 사랑''풋내기 어부' '죽음의 부적''사막의 이웃들'들은 사하라위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제 그녀의 말을 새기며 살아갈 날들이 남아있다. 나로서는 대단한 수확이다..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 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그런 그녀가, 48세의 나이로, 아마도 자살한 것 같다는 내용의 역자 후기를 보고는 정말 안타까웠다. 역시나 인생은 불가사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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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out 2009-11-2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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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사막, 두 이방인의 신혼일기를 들여다보다. 새창으로 보기
"싼마오"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에 읽은 중국문인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한국출판사 측에서 덧붙인 간단한 소개(중국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중국작가 100인 중 6위의 인물이라는 것과 사하라사막에서 원주민과 같이 생활했다는 등)와 쟈핑와라는 문인이 편지글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그녀의 죽음과 같은 내 천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뒤섞여 내 머리 속에 각인됐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녀도 그녀에 대한 별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싼마오"라고 검색하면 그저 "싼마오유랑기"인가 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만 가득 떴다.(이 애니메이션에서 필명을 땄다고 하는 것은 오늘자 신문검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늘씬한 키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책과 펜을 들고 세계를 자유롭게 유람하는 이미지가 강렬하"(쟈핑와 [친구] 중)다는 그녀의 사진이라도 한장 보고 싶은데 없었다. 생몰연대도 그녀의 행적에 대한 정보도 거의 전무했다. [친구]에 나와있는 그녀의 간단한 이력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궁금했다. 대체 싼마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렇게 궁금해했으면서도 왜 그녀의 "책"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그녀의 책 [사하라이야기]를 만났다니 이건 행운이다. 그녀가 어떤 글을 썼길래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100인 중의 6위로 꼽혔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해 볼 기회가 온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말괄량이 대만 처녀, 단순무식 스페인 총각과 사막에서 결혼하다!"라는 소개문구가 정말 딱 어울리는 그런 수필집이다. 정말 "기상천외한 신혼생활"을 담은 책. 수필이라면 삶에 대한 무거운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편견을 쌓아온 것 역시 나의 얄팍한 독서이력 때문인가 보다. 수필집을 이렇게 유쾌하게 웃으며 읽어보긴 또 처음이다. 가벼워서 나는 웃음이 아니라 싼마오와 호세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인간적 매력에 매료된 유쾌한 웃음이라고 해야할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사하라사막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사막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그녀는 사막에 가서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런 그녀의 결정을 무모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녀보다 먼저 사하라사막에 가서 정착을 하고 싼마오를 기다리는 듬직한 남자친구 호세. 싼마오도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호세 역시 참 호감가는 인물이다. 책에서는 사하라사막의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구에 정착한 두 이방인의 삶을 경쾌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수돗물과 전기는 밥 먹듯 끊기고, 산보라도 할라치면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불어대는 모래바람을 맞아야"(p138)하는 그곳에서의 삶을 지레 포기해버리지 않고, 적응해내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이 두 이방인을 대하는 "알부자에 순 얌체인" 원주민들의 모습이 뒤섞인 광경은 그야말로 코미디 수준.
"하루는 이웃집 꼬맹이 라푸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집채만 한 낙타 시체가 문 앞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시뻘건 피로 흥건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엄마가 이 낙타를 아줌마네 냉장고에 좀 넣어 두래요." 나는 고개를 돌려 조그만 냉장고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라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라푸, 엄마한테 너희 집 큰 방을 나한테 반짇고리로 쓰라고 주면 이 낙타를 우리 냉장고에 넣어 준다고 해라." 라푸는 곧바로 물었다. "아줌마 바늘이 어디 있는데요?" 당연히 낙타는 우리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라푸 엄마는 거의 한 달 동안 굳은 표정이었다."(p122)
중국인들이 반한 그녀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그녀의 사하라에서의 생활을 담은 사진 같은 볼꺼리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하는 것.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은터라, 그녀가 자살로 17여년 전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 싼마오가 글에서 자주 "이 인간"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호세"의 뜻하지 않은 사고사(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역시 가슴 아프다.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통해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하라이야기]외엔 그녀의 다른 책이 출판되지는 않은 듯 하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이라는 그녀의 [흐느끼는 낙타]가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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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fo 2008-07-1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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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와 호세, 그들만의 사하라 새창으로 보기
싼마오와 호세, 그들만의 사하라
싼마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00인’ 가운데 루쉰, 조설근, 바진, 진융, 이백에 이어 6위를 했을 정도로 인기 작가다.
그렇다면 여류 작가로는 1위 아닌가? 와우, 13억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류 작가라니. 더군다나 싼마오의 작품들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아Q 정전>, <홍루몽>, 그리고 전 세계에서 3억 부가 팔렸다는 진융의 소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이리 생소할까? 갖가지 호기심과 의구심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녀의 에세이, <사하라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어느 날 잡지에서 본 사하라 사막에 홀딱 반해 무작정 그곳에 가 살기로 작심한 싼마오.
때는 1970년 대. 100명이면 100명 주변 사람은 다 말렸을 법하지만, 그런 싼마오의 모험에 동참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스페인 남자 호세다.
호세는 싼마오와 함께 살기 위해 먼저 사하라 사막으로 일자리를 옮겨 터를 잡아 놓고 기다렸다. 낯선 사막에서 살겠다는, 얼토당토치도 않은 소망에 공감하고 또 행동으로 적극 동참해주는 남자, 호세와 함께 싼마오는 사하라 사막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그렇다고 싼마오가 남자에 의존해 사는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재기발랄함과 실행력으로 두 사람은 누구보다도 특별한 연분을 맺을 수 있었던 거다. (저자 프로필에 보면, 호세는 사하라 생활을 하고 몇 해 후 잠수 사고로 죽었다. 아마 죽는 그 순간까지 이들의 모험은 계속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날에도 외국에 나가 국제결혼을 해 산다는 건 살아온 문화와 환경을 넘어서는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하물며 1970년 대, 중국에서 나고 자란 여자가 같은 동양권도 아니고 같은 문명을 누릴 수도 없는 사하라 사막에 가서 스페인 남자와 결혼한다는 건 남다른 모험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물론 호세도 만만찮게 엉뚱하고 별나다.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며 좌충우돌 모험을 멈추지 않는 싼마오와 호세, 못 말리는 천생연분이랄까.
이 책에는 각 장에 싼마오가 사하라 사막에서 겪은 진솔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 이야기들은 술술 읽힐 정도로 쉬운 문장에 재기발랄한 사연들로 가득해서, 읽다 보면 그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키득키득 웃음이 튀어나온다.
친정에서 보내준 육포 조각을 약이라고 속이고 혼자 먹으려다 들킨 일이나, 못 말리는 호기심으로 사하라 사람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다 변태녀 취급을 당한 이야기, 늪에 빠진 호세를 구해내기 위해 펼친 심야의 대작전, 돈을 아끼려고 바다에서 고기를 낚아다가 팔고 또 그 고기를 자기가 사먹게 된 어처구니없는 경험, 얌체 같은 이웃들에게 분통 터뜨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 들어버리게 된 심정 등 한 편 한 편이 마치 시트콤 보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맨 마지막 장 ‘자수성가’를 보면 이렇게 재밌게만 보이는 사막 생활 이면에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법한 힘겨움도 도사리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조금은 서글프고 힘겨웠을 법한 이야기들까지도, 그녀는 낙천적인 사고와 재미난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엮어 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삶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재밌게도, 짜릿하게도 꾸려나갈 수 있는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 또한 현대화된 문명에서 사는 삶이 너무 삭막하고 ‘여기는 내가 살 곳이 아닌가 봐’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하는데 이런 막연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 낯선 사막에 집을 꾸민 싼마오를 보며 내심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이 책은 분명 ‘사하라 이야기’지만 싼마오는 사하라 여인도 중국 여인도 스페인 남자의 아내도 아닌 싼마오 자신일 뿐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길을 떠나는 방랑자, 결혼 선물로 낙타 해골을 받고 감동에 부르르 떠는 기이한 이방인, 남편을 구하고자 원피스를 훌훌 벗어 끈을 만드는 사랑스러운 아내, 사진 속 도도하고 세련된 모습 안에 이렇듯 사랑스러운 말괄량이가 숨어 있을 줄이야.
스스로 원하는 삶을 찾아 황량한 사막으로 파고들어가 자기만의 오아시스를 만들어낸 싼마오.
이 책이 이토록 가슴을 흔든 건, 싼마오가 문학적 기교가 뛰어나거나 타고난 스토링텔러여서가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가 꿈과 현실 사이에 타협하지 않는 순수함과 장쾌함을 지녔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한동안 싼마오와 호세, 그리고 그 이웃과 사하라를 그리워하는 싼마오홀릭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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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pinky 2008-08-0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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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마오, <사하라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사하라 이야기』 는 어느 서평을 검색하다가 찾아 들어간 블로그에서 우연히 접하곤 콕 박힌 책이다. 결국 그 블로그의 주인과 이웃을 맺는 인연이 되게 한 책이기도 하고.. 그녀의 서평을 읽고선 곧바로 헌 책방에 웨이팅 걸어놓고 무지 기다렸던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리움이 되어버렸고 아쉬움이 되어버린 그녀. 내 맘 다 주고 떠나보낸 그녀. 그래서인지 『사하라 이야기』 를 읽는 내내 그녀가 참 보고프더라.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나를 사로잡고도 나를 들뜨게 한 싼마오와 호세. 사막에서 절대의 적막 앞에 홀로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 읽고 있는 책이 끝나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결국 어제. 싼마오와 호세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황량한 그 사막도... 읽는내내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고 그녀의 삶이 부러웠고 또한 그녀의 사랑이... 부러웠다.
호세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는 일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세와 함께 있으면 무척 유쾌했다. <p.22>
2월 초, 생각지도 않게 호세는 소리 소문도 없이 혼자 일자리를 구했다. (그것은 바로 사하라 사막에 가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짐을 꾸려 나보다도 먼저 아프리카로 가 버렸다. 나는 호세에게 편지를 썼다. '나 때문에 사막에 가서 고생할 필요 없어. 아무튼 난 갈거야.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보낼 거야. 아마 당신을 자주 보러 갈 수도 없을 거야..' 호세로부터 답장이 왔다. '내 생각은 분명해. 당신 곁에 있으려면 당신과 결혼하는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난 평생 힘들고 괴로울 거야. 우리 여름에 결혼하지 않을래?' 편지는 담담했다. 나는 열 번도 넘게 읽고 나서 편지를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저녁 내내 거리를 쏘다녔다. <p.24,25>
싼마오가 사막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모두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웃었지만
호세는 비웃거나 막지 않았고 먼저 사막으로 가서 인산광업회사에 취직해 자리를 잡고, 그녀가 홀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싼마오를 위해 먼저 사하라 사막으로 떠난 그녀의 남자 호세. 참으로 못견디게 사랑스럽고 멋진 남자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성격 때문에 때론 밥통이라며 구박을 하긴 하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끝까지 그녀의 남편으로, 애인으로, 친구로 함께 하는 그는 나의 로망이 되어 버렸다.
싼마오는 사막을 원해서 사하라 사막에 정착하고 호세는 싼마오를 원해서 사막에 정착한다. 그들의 사하라 사막 정착기는 정착이라고 하기보다는 늘 여행 중인 영혼들처럼 자유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처음 그 곳에서 그녀는 처절하게 사막에게 외면 당한다. 그녀가 바라는 곳,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 없고 그녀를 철저하게 외롭게도 했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었다. <p.216>
너무도 자유로운 두 영혼의 사하라 정착기. 아니, 사하라 신혼기. 그 속에는 절절한 따뜻함이 있고 깔깔댈 수 밖에 없는 웃음이 있고 나또한 푹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 있다. 늘 내 영혼을 무언가에 묶어두려는 나에 비해 너무도 자유로운 싼마오를 보면서 이제 나도 싼마오처럼 살아도 되지 않을까..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나는 누가 응원해 줄까. 호세처럼 단 한 사람. 나를 끝까지 믿어줄 사람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더라.
사하라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싼마오와 호세의 정겨운 이웃 사하라위족. 날마다 싼마오에게서 필요한 것을 빌려가고는 가져다 주지 않는 얌체같은, 10살 된 여자 아이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는 무지한, 4년에 한 번 몸을 씻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들이지만. 그녀와 그에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겨운 이웃들이다.
그들과 싼마오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펼쳐지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사하라 이야기』
나는 오늘 그 후속편 『흐느끼는 낙타』를 주문했고 그녀를 다시 만날 설레임에 한껏 들떠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머나먼 곳.
무엇을 찾아 이토록 멀리서 떠도는 걸까요.
<감람수 / 싼마오 작사 / 치위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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