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doi.org/10.18856/jpn.
2024.30.2.012
영화 <파묘>에 나타나는 탈식민성 연구
1) 장서란* * 전남 학교 국어국문학과 BK21 학술연구교수
1. 들어가며
2. 탈이분법적 주역 형상화와 해결 방안
3. 악역 형상화를 통한 해학의 달성
3-1. 가부장제의 아나크로니즘
3-2.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 4. 나가며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영화 <파묘>의 탈식민성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 <파 묘>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풍수 침략 모티프 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본고는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 나 <파묘>를 보다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묘>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를 포 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본 논문은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역들의 형상화와 문제 해결 과정에 내포한 탈이분법성을 밝히고, 아나크로니즘을 통한 악역 형상화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작용함을 규명한다. 영화 속 주역들은 경계적 인물들로, 이분법을 초월하는 해결 방안을 통해 문제 를 극복한다. 한편 표층적 악역인 친일파 근현과 심층적 악역인 오니를 구 성하는 아나크로니즘은 우스꽝스러움을 유발함으로써 악역들이 표상하는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에 한 해학적 비판을 달성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 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고, 기존의 이분법적 반일 담론을 넘어서는 가 능성을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파묘, 장재현, 탈식민주의, 반식민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 탈이분법, 아나크로니즘, 해학)
1. 들어가며
2024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는 “한국 오 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1)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60회 백상예술 상에서 감독상, 최우수연기상(여), 신인연기상(남), 예술상을 수상하며 최다 수상 의 영예를 안았다.2) 6월부터 진행 예정인 <파묘> 전시와 글로벌 흥행3)은 <파묘>의 중적 성공을 잘 보여준다.
한편 <파묘>에 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이 <파묘>에 해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좌파 영화’라고 비난 하면서부터 불거졌다.4) <파묘>가 ‘좌파 영화’라는 주장은 동의를 얻지 못했으나5), ‘반일 영화’라는 부분에 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1) <한국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다>,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2024.03., http://magazine.kofic.or.kr/webzine/web/sub/yesorno.do (검색일: 2024.05.09.)
2) <4관왕 ‘파묘’ 60회 백상예술 상 최다 수상 영예>, 『JTBC』, 2024.05.08., https:// 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95109 (검색일: 2024.05. 09.)
3) <올해 첫 천만 ‘파묘’ 전시회로 열기 이어진다>, 『스포츠경향』, 2024.05.09., https:// 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405091013003&sec_id=540101&pt=nv (검색일: 2024.05.09.)
이는 ‘쇠말뚝’으로 표상되는 민족 정기 말살 모티프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뚜렷해지는 친일 잔재 및 일제강점기의 여파를 다루는 스토리 라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파묘>에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들어주는 무한 반복의
반일주의가 놓여 있”다는 이택광의 입장6)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장재현 감 독의 견해이다. 장재현 감독은 “반일을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는 김덕영 감독의 주장에 “영화를 보는 각자의 시선이 있다”고 답하 면서도, ‘반일 영화’라는 주장에 해서는 “한국 사람이라면 느낄 만한 보 편적인 감정을 담았다”며 그에 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7) 한편으로 <파묘>는 모든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종교 본연의 태도를 담 고 있으며, 해당 영화에 한 반일/친일 논쟁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8) 또한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반일 담론 자체가 지니는 부정성과 갈등적 이미지 가 영화에 한 논의의 (불)가능성의 기반이 됨을 알 수 있다.
<파묘> 전반에 흐르는 풍수 침략의 모티프와 독립운동가 이화림・김상
4)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파묘’ 저격 논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좌파들 몰려”>, 『서울경제』, 2024.02.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D5IDQJ5YO (검 색일: 2024.05.09.)
5) <‘건국전쟁’ 감독이 싸움 걸어도…‘파묘’ 공포영화로 즐기길>, 『한겨레』, 2024.03.03.,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1130635.html (검색일: 2024.05. 09.)
6) <감독이 영화의 허리를 끊었다, 파묘>, 『한겨레21』, 2024.04.09., https://h21.hani.
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201.html?s=09 (검색일: 2024.05.09.)
7) <‘파묘’ 장재현 감독 “반일・좌파 영화? 동의 안해…한국인이라면 갖는 슬픔 담아”>, 『조 선일보』, 2024.03.25.,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 /2024/03/25/LBG2A6LL3NBYFJ6CUY7KT76WH4/?utm_source=naver&utm
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검색일: 2024.05.0.9.)
8) <[영상2도]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는 착각>, 『아시아경제』, 2024.02.28.,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22619542469977 (검색일: 2024.05.09.)
덕・윤봉길・고영근에서 차용된 주역들의 이름, 전반부를 이끄는 표층적 악 역인 근현이 여러 친일파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점9), 후반 부를 이끄는 심층적 악역인 오니가 일제의 표상이라는 점은 <파묘>가 내 포한 역사 인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므로 <파묘>가 지닌 역사적 메시 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파묘>의 서사를 보다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묘>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 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텍스트에 한 논의를 보다 풍부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고는 <파묘>에 나타나는 사건의 구현 양상
과 해결 방안이 지닌 탈식민주의적 의의를 규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파묘>의 주역 형상화 및 문제 해결의 탈이분법적 양상을 살피고, 악역 형 상화의 근간을 이루는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식민주의에 한 해학적 비판 이 달성됨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파묘>의 탈식민성을 규명하고, 나아가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이 지닌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탈이분법적 주역 형상화와 해결 방안
본고의 목적은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파묘>가
제시하는 탈식민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식민주의・반 (反)식민주의・탈(脫)식민주의에 한 논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식민주의는 [지배/피지배], [근 /전근 ], [문명/야만]으로 나타나는
9) <파묘① 친일파 귀신, 조선총독부와 한매일신보(feat.며느리와 탱고를)>, 『서울신 문』, 2024.03.11.,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436212?sid=10
3&s=09 (검색일: 2024.05.10.)
확고한 이항 립주의의 틀을 구축하는 제국주의10)와 연결된다. 이러한 식민 질서에 반(反)하여 식민주의에 의해 폄하된 피식민 질서의 가치를 드 높이려는 반식민주의는 민족 중심의 가치 체계를 구성하는 민족주의와 연 결된다. 조선심(心) 또는 조선적 정조를 특권화하고 조선이라는 지역을 반 근 ‧반문명의 거점이자 인류의 구경적 의의를 담지한 공간으로 특권화했 던 조선 내부의 움직임11) 또한 반식민주의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민족 전통의 연구가 중심부인 식민 질서의 당위를 배타적인 것 으로 폐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최초의 역동적 주제이자 자기 이해 과 정의 단초12)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으며, 반식민주의가 내포한 저항 적 의의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식민주의가 주체중심주의 및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반한다는 점
을 미루어본다면, 핵심이 되는 립적 체계를 그 로 유지한 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자리를 교체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 반식민주의의 한계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은 식민주의와 그 결과로서 의 식민 담론이 만든 고정관념이 영속하는 체계에 개인과 집단을 가두기 때문13)이다. 이는 배타적 민족주의 및 자국중심주의를 재생산할 가능성 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민족주의적 독립이 아니라 본질상의 민족의식을 넘어 사회의식의 변혁을 수반하는 해방이 안으로서 제시14)된다.
10) 고모리 요이치, 『포스트콜로니얼』, 송태욱 역, 삼인, 2002, 14쪽 참조.
11) 구인모, 『한국 근 시의 이상과 허상: 1920년 ‘국민문학’의 논리』, 소명, 2008, 21 쪽 참조.
12) Bill Ashcroft; Gareth Griffiths; Helen Tiffin, 『포스트 콜로니얼 문학이론』, 이석호 역, 민음사, 1996, 66쪽 참조.
13) Peggy Ochoa, “The Historical Moments of Postcolonial Writing: Beyond Colonialism's Binary”, Tulsa Studies in Women's Literature, Vol. 15, No. 2, University of Tulsa, 1996, p.224.
14) Edward W. Said;Terry Eagleton;Fredric Jameson,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
이러한 맥락에서의 해방이자 반식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안적 움직임이 탈식민주의이다. 무엇보다도 탈식민주의는 식민주의의 기반인 이항 립에서 벗어나고자(脫) 하는데, 이는 그 원리상 두 개의 항목 중 권 력을 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자기중심적 규율로 동화시키는 이항 립 의 속성 때문15)이다. 즉 식민주의를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항 립 및 주체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담론의 생성을 추구하는 탈식민주 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본고는 <파묘>의 주역 형상화와 더불어 사건 해결 방안에 내재한 탈이분법적 요소를 통해 탈식민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총 여섯 부분으로 구성된 <파묘>는 각각 (1)음양오행, (2)이름 없는 묘, (3)혼령, (4)동티, (5)도깨비불(おに), (6)쇠말뚝(鐵針)으로 구성되며, (1) 부터 (3)까지의 전반부에는 표층적 악역인 친일파 근현의 악귀가, (4)부터
(6)까지의 후반부에는 실질적 악역인 오니(鬼, おに)가 등장한다.
전반부의 문제는 조상으로 인해 후손들이 해를 입는 산소 탈, ‘묫바람’이 다. 구체적으로 근현의 아들 종순-손자 지용-갓 태어난 증손자로 이어지 는 “장손들 핏줄 돌림”이 전반부의 주요 사건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주 역들의 목적이다.
이때 이화림, 윤봉길, 김상덕, 고영근으로 구성된 <파묘>의 주역들이 모 두 경계적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미 바바는 탈식민적 측 면에 있어 경계성에 주목하였다. 이는 첫째로 식민지배 담론이 순수한 문 화들 사이의 ‘구분’을 상정하였으며, 둘째로 탈식민적 공간에서 발견될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변화를 창조하는 지속적 과정을 특징으로 삼는 경계성16)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즉 식민주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 는 주역들이 내포한 경계성은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방향을 암시한다.
김준환 역, 인간사랑, 2011, 139쪽.
15) 나병철, 『탈식민주의와 근 문학』, 문예, 2004, 19쪽.
첫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는 화림은 [빛/어둠], [삶/죽음], [인간/귀신] 등
으로 나뉘어 구성되는 이분법적 현실에 하여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신을
[음/양], [과학/미신]의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인 “무당 이화림”이라 지 칭한다. 화림의 신제자인 봉길 또한 화림과 같이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무당(화림, 봉길)들과 한 팀을 이루는 또다른 인물들
은 장의사 영근과 지관(地官) 상덕이다. 장의사는 시신 처리에 속하는 여러 업무를 맡아 하는 전문가17)로 망자(죽음)와 유족(삶)을 연결하고, 장례라 는 제의를 통해 망자를 달래 저승으로 보내고 유족을 본래 삶으로 돌려보 내는 역할을 하는 ‘경계적’인 일을 맡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고 장로”인 영근의 경우 “성경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돈내기 화투를 치기도 하고, 기독교도임에도 화림과 봉길이 근현의 ‘혼 부르 기’를 할 때 조력자로 참여하며, 근현의 관을 태우면서는 전통 장례요인 상 여소리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영근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계적 인물로 형상화됨을 알 수 있다.
상덕 또한 자신을 “나는 지관이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해 땅을 찾고
땅을 파는 풍수사 호안 김상덕”이라고 지칭한다. 즉 풍수지리에 한 지식 을 바탕으로 건물 자리나 묫자리를 봐주는 단순 직업인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해 일하는 경계적 인물이라는 설정이 직접적으로 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용이 상덕에게 “재미있네요. 아버지(상덕)는 풍수사시고 딸(상덕의 딸)은 우주 공학이라니”라며 둘의 차이에 주목하자 상덕은 오히려 “그 둘”은 “아주 비슷한 구석이 많은 분야”라고 단언한다. [풍수-과거-미신]과 [우주 공학-현재-과학]의 립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허무는 상덕의 발언 또한 캐릭터를 구성하는 탈이분법적 시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16) David Huddart, 『호미 바바의 탈식민적 정체성』, 조만성 역, 앨피, 2011, 30-31쪽 참조.
17) <장의사>, 『한국민족 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러한 경계적 주역들을 중심으로 <파묘>의 문제 해결 방식의 탈이분법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전반부에서 주역들은 묫바람을 해결하기 위해 살굿과 이장을 진행하나, 근현의 혼령이 풀려나며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 한다. 근현의 혼령이 자신을 버려둔 핏줄들에게 해코지를 하러 떠나자, 화 림은 ‘혼 부르기’를 통해 근현의 혼령을 소환한다.
‘혼 부르기’는 <파묘>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형식의 제의로, 앉은굿 형태 의 ‘귀신잡이’와 유사18)하다. ‘귀신잡이’19)는 경문을 읽는 판수를 중심으 로 이루어지는 독경무(讀經巫)의 일종으로,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판수가 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잡아’ 봉인하는 착귀(捉鬼)를 행한다. 이는 귀신이 재차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귀신을 달래는 오신(娛神)이나 쫓아 내는 축귀(逐鬼)20)를 행하는 무당과 구별되는 판수의 일로 논의된다.
그러나 <파묘>의 ‘혼 부르기’는 무당 화림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망자의 혼을 불러 “뭐가 그렇게 억울하셨”는지 묻고 “오늘 여기서 다 풀고 가”라고 권유한다는 점에서 굿의 해원(解冤)적 요소를 지닌다. “백 년을 그 밑에서 그렇게 소리쳤는데 아무도 꺼내 주지 않았다”는 화림의 말은 망자에 한 연민에 기반한다. 화림은 근현을 달래 이승에 한 애착을 버리고 한맺힘을 풀게 함으로써 이승의 가족과 망자를 분리21)하려 하나, “내 새끼들 데 리고 가려”는 근현의 말에 입장을 바꿔 “그건 안 되지요”라고 단호히 답 한다.
18) <영화 ‘파묘’ 민속학적으로 해석하기>, 『국립민속박물관』, 2024.04.23., https://blog. naver.com/tnfmk/223424703676, 2024.05.14.
19) 박관수・Kim Shin, 「강원도 지역 ‘귀신잡이’의 소멸에 관한 연구」, 『한국무속학』 제11 집, 한국무속학회, 2006, 238-242쪽 참조.
20) 축귀 또한 귀신을 추방하여 문제를 해결하나, 귀신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귀신을 잡아 가두는 착귀와 구분된다. 위의 글, 242쪽.
이처럼 ‘혼 부르기’가 해원적 요소를 지니나, 한편으로 근현의 혼령을 봉 길의 몸에 빙의(憑依)시키고 봉길의 몸을 밧줄로 ‘잡아’둔 채 화림이 봉길 에게 근현의 혼령을 “놓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 봉길의 몸에서 근현의 혼 령이 빠져나가자 화림이 “놓쳤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혼 부르기’가 착귀의 요소 또한 포함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전반부에서 제시되는 해 결 방안 또한 귀신을 [달래기(오신)/잡아 가두기(착귀)]라는 굿과 귀신잡 이의 립적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탈이분법적 구성 방식을 취함을 알 수 있다.
근현의 혼령이 봉길의 몸을 빠져나간 후 자손들을 해치기 시작하자 주 역들은 근현의 관을 태움으로써 근현을 없애기로 결정한다. 관이 불타면 서 살아서는 친일, 죽어서는 자손을 해친 근현의 혼령이 고통스럽게 소멸 하고, ‘비 오늘 날 화장하면 망자가 절 로 좋은 곳에 못 간다’는 속설이 달 성되며 사건은 인과응보적 결말로 마무리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근현의 묘를 이장할 때 고용한 돼지띠 일꾼 창민이 뱀 정령을 죽 이면서 얻은 동티를 해결하기 위해 상덕이 다시 근현의 묫자리를 찾고, 첩 장(疊葬)된 관을 발견하면서 후반부 사건이 전개된다.
상덕은 관이 꽂힌 상태로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 관을 꺼내나 그 관은 사람이 아닌 정령 오니(鬼, おに)를 담은 것이었으며, 오니는 관을 찢고 나와 보국사의 스님, 축사의 돼지들과 이주노동자를 죽인다. 설상가상으로 오 니를 막으려던 봉길은 중상을 입고 홀린 채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21) 박미경, 「전통 굿(예술)이 지닌 소통과 치유의 기재」, 『한국무속학』 제30집, 한국무속 학회, 2015, 144-145쪽 참조.
상덕은 근현의 묫자리에 얽힌 비 을 풀기 위해 보국사로 돌아가 수사 를 시작하고,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가 지정한 묫자리가 민족 정기 말 살의 일환으로 행해진 쇠말뚝을 박기 위한 곳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상덕이 영근과 화림에게 “앞으로 태어날 손주 놈이 밟고”, “자네나 나나 우 리가 모두 다, 그리고 그 다음 어느 누군가가” 살아가야 할 땅을 지키고 봉 길을 구하기 위해 쇠말뚝을 뽑자고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후반부 의 사건이 진행된다.
화림은 무당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초자연적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묫바람을 해결하는 것 또한 묫바람이 무속의 정설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니는 무속의 문법을 벗어나는 존재이다.
화림: 무속에는요, 정설이 있어요. 혼은 불완전하고 귀는 육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사람의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절 이길 수 없단 말이에요. 근 데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혼령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상덕: 정령?
화림: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사물에 붙어 같이 진화한 거예요. 우리나라
에는 절 있어서는 안 될……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어요. 정체가 뭔지, 어디서 왔는지, 왜 그 박씨 집안 묘에 있었는지.
무속의 표적 제의인 굿22)은 일반적으로 열두 거리로 구성되며, (1) 부
정한 것을 몰아내고 신성을 불러들이는 부정거리, (2) 불러들인 신을 모셔 들이는 영신(迎神), (3) 맞아들인 신을 즐겁게 만드는 오신(娛神), (4) 즐거 워하는 신의 이름으로 내리는 신탁인 공수, (5) 신과 신의 수행원을 보내는뒷간거리로 이루어진다. 특정한 신을 불러올 때에는 신의 내력을 푸는 단 계가 존재하며, 내려온 신이 누구인지 묻고 그에 맞춰 즐겁게 하거나 기도 와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화림의 말 로 무속의 “정설”에 따른 해결 방안이다.
22) 이상일, 『한국인의 굿과 놀이』, 문음사, 1981, 165쪽 참조.
그러나 오니의 경우 한국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이질적인 것, 혼이 사물에 붙어 함께 진화한 정령으로서 무속의 “정설”에서 벗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무속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두된다.
이때 오니가 지키고 있는 쇠말뚝이 풍수 침략의 도구라는 점과 “아무 원 한 없어도 근처만 가도 죽이는” “일본 귀신”의 속성은 무력(武力)에 기반하 여 주변국들을 침략하고, 화와 설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적 힘으로 서의 일본 제국주의의 표상으로 작동한다. 즉 쇠말뚝을 뽑기 위해 오니와 맞서는 행위는 일본 제국주의에 한 맞섦과 동치될 수 있는 것이다.
오니와 립하는 후반부의 문제 상황에서 화림이 시도하는 해결 방안은 ‘속임수’이다. 화림의 ‘속임수’는 총 세 번 제시된다. (1) 오니가 봉인에서 풀려났을 때 자신이 오니의 부하라는 거짓말을 통해 오니가 은어를 욕망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2) 동료 무당인 광심, 자혜와 합심하여 거짓 잔 치를 벌이는 도깨비놀이를 통해 오니에 한 정보를 캐내며, 이를 종합하 여 (3) 묫자리에서 오니를 끌어내고 정령인 “나무 노인”인 체하여 상덕과 영근이 쇠말뚝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준다.
화림의 ‘속임수’는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는 행위인 트릭(trick)으로, ‘속 이는 자’인 트릭스터(trickster)를 제재로 한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전승 되는 표적인 이야기 유형이다. 중간적 존재로서의 트릭스터는 한국 설화 에도 등장하는데, 한국의 표적 트릭스터는 토끼나 메추리 같은 ‘약한 동 물’로 탐욕스런 강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이나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될 때 자신 의 꾀로 강자를 속임으로써 자기 방어를 달성23)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때 트릭스터는 거짓말을 통해 참과 거짓을 분리하는 장벽을 허물어
진위의 범주를 무의미하게 만듦으로써 언어의 경계에 존재24)하게 되는 데, 이를 통해 화림의 해결 방안에 내포된 경계성을 파악할 수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속임수’는 공교롭게도 화림
이 과거 일본에서 요괴와 마주쳤던 경험에서 비롯되며, “짐승처럼 부르고 정령으로 말한다”는 사를 통해 구체화된다. 오니는 깔아 놓은 은어를 굶 주린 ‘짐승처럼’ 씹으며 나무 앞까지 다다른다. 화림은 나무 주변에 연기를 피워 몸을 숨긴 뒤 ‘정령’인 “나무 노인”인 체하며 상덕과 영근이 쇠말뚝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끌고 오니의 내력을 캐낸다.
그러나 쇠말뚝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 오니가 오히려 쇠말뚝 그 자체
였으며, 묫자리로 돌아온 오니에게 당하던 상덕은 피에 젖은 철혈단의 날 빠진 곡괭이 자루로 오니를 공격한다. 음양오행의 상극(相剋)에 의거해 ‘불 타는(火) 쇠(金)’인 오니는 ‘물에 젖은(水) 나무(木)’에 패배하여 소멸한다.
이때 오니 퇴치가 음양오행이라는 초자연적 힘과 더불어 물리력의 합으 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컬트의 문제 해결 방식 이 엑소시즘이라는 특수한 응 방식을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된다25)는 것 을 미루어볼 때, 상덕의 ‘곡괭이 자루’보다는 화림의 ‘속임수’가 오컬트적 해결 방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논의했듯, <파묘>의 문제 해결 방안이 탈이분법에 기반한다
는 점에 주목한다면 화림의 ‘속임수’가 한국의 무속 지식과 일본의 샤머니즘 지식을 결합하여 구체화되는 것과 더불어 피 묻은 곡괭이 자루를 이용한 상덕의 공격이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무형의 힘과 오니-식민주의로 표상되는 물리력26)의 합으로서 실현되는 것 또한 식민지 본국의 관행을 변용하는 탈 식민주의적 전유(appropration)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 즉 중심(지배) 과 주변(피지배)의 혼합을 통해 주변화된 피지배 문화의 의미를 재규정27) 하고, 이항 립 및 제국과 식민지를 구분하는 권력 관계를 해체할 수 있음을 주역들의 혼종적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3) 나수호, 「한국설화에 나타난 트릭스터 연구 –방학중・정만서・김선달을 중심으로-」, 서울 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19쪽 참조.
24) 위의 글, 61쪽.
25) 박인성,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한국적 장르 서사와 미스터리①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친연성과 교차성」, 『계간 미스터리』 제75호, 나비클럽, 2022, 274쪽 참조.
다른 한편, 식민주의의 표상인 오니를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이 동일한 힘의 논리인 쇠막 기(봉길의 공격)나 곡괭이의 날(영근의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날 없는 곡괭이 자루(상덕의 공격)라는 것은 <파묘>가 제시하는 식 민주의에 한 저항이란 총과 칼(쇠)의 논리로 작동하는 식민주의에서 벗 어나는 형태, 즉 탈식민주의의 형태로 구현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탈식민주의는 전통이나 정체성, 문명이 통째로 회복될 수 있는 시 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탈식민주의는 오히려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서사가 우리를 가두어 둔 표준화된 비적 사유 방식이라는 구분을 넘어 서기 위한 노력에 가깝다.28)
<파묘> 또한 문제의 해결을 통해 상처 없는 완전한 회복과 행복을 달성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 무렇지도 않게”라고 말하는 화림은 오니의 환영으로 인해 깃발을 놓치고, 영근은 시신을 보면서 섬짓해하며, 상덕의 상처에서는 피가 배어 나온다.
26) 오니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정령으로 도깨비불로 변하기도 하고 사람을 홀리기도 하나, <파묘>에서 전면화되는 오니의 힘은 변신이나 홀리기 같은 ‘초자연적인(마법적) 힘’보다는 거 한 신체, 맨손으로 사람과 짐승을 찢는 ‘초자연적인 물리력’ 그 자체로 나타난다.
27) Bill Ashcroft; Gareth Griffiths; Helen Tiffin, 앞의 책, 133쪽 참조.
28) R. S. Sugirtharajah,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양권석・이해청 역, 분도, 2019, 52쪽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덕의 딸과 독일인 사위의 결합이 행복하게 마무리되고 신랑 신부의 친지 사진을 찍을 때 혈육이 아닌 영근과 화림, 봉길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반식민주의에 기반한 민족주의나 순혈주의로는 닿 을 수 없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파묘>의 탈식민성을 보여준다.
3. 악역 형상화를 통한 해학의 달성 3-1. 가부장제의 아나크로니즘
앞 장에서는 <파묘>의 주역 형성 및 해결 방안에 내재한 탈이분법적 속 성을 규명함으로써 <파묘>의 탈식민성을 밝혔다. 이 장에서는 악역 형상 화에 내재한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악역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해학성과 이를 통해 달성되는 탈식민주의적 저항을 분석하고자 한다.
보통 ‘시 착오’로 번역되는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은 변화한 새 로운 시 의 풍조에 뒤떨어진 낡은 생각이나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 여 웃음이 “위배된 기 규범의 반응”과 “일정한 틀에서 벗어난 행동태도” 에서 비롯29)되며, ‘우스꽝스러움’은 상의 무지함에서 연유30)한다는 것 을 생각할 때,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생각과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무 지’한 것으로서 우스꽝스러운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우스꽝스러운 상 의 지위는 격하될 수밖에 없다. 전반부 악역으로 제시되는 근현은 중추원 부의장 후작을 지낸 인물로,
29) 류종영, 『웃음의 미학』, 유로, 2005, 81쪽. 30) 위의 책, 442쪽.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이다. 친일 행위를 통해 쌓은 부는 자손들을 “태 어나면서부터 부자”, “밑도 끝도 없는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자신 의 행적을 부끄러워하는 후손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자 원한을 품고 자손 들을 해치는 ‘묫바람’을 일으키는데, 바로 이것이 <파묘>의 전반부 사건으 로 제시된다.
근현의 저주는 아들인 종순에게 이어졌으며, 큰손자는 저주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자살하게 된다. 둘째 손자인 지용 또한 아이를 몇 번 잃었으며, 힘들게 얻은 아들(증손자)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화림과 봉길에게 도움 을 요청한다. 이 ‘묫바람’은 장손들만 걸리는 핏줄 돌림으로, 가부장제에 기반한 저주라고 볼 수 있다. 조상을 모시는 권한을 아들에서 아들로 물려 주고 그에 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묫바람을 없애기 위해 근현의 묘를 파겠다는 지용의 결정에 반 하는 인물은 두 사람으로, 하나는 종순의 아내인 정자이다. 정자의 경우 “백 년 도 더 된 무덤”을 파겠다는 것에 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근현 과 함께 친일의 과거를 그 로 덮어두려는 욕망에 가깝다. “잘못하면 일이 커질” 것이라는 발언 또한 근현의 정체가 탄로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 다. 이는 근현과의 부적절한 관계31)와도 연관되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관 에서 풀려난 근현의 혼령이 미국에 찾아와 아들 종순을 죽이고 며느리 정 자와 탱고를 춘 후 정자를 죽이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더불어 기도와 치료로 괜찮아질 거라는 낙관적인 태도는 정신병원에서 자살한 첫째 손자와 현재 치료를 이어감에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증손자에 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즉 파묘를 반 하고 “그냥 멀리서 가만히 살”고자 하는 정자의 욕망은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31) 이는 학부 신 이완용이 며느리와 간통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근현의 캐릭터에 차용하 면서 생긴 특성으로 볼 수 있다. (<파묘① 친일파 귀신, 조선총독부와 한매일신보
(feat.며느리와 탱고를)>, 『서울신문』, 2024.03.11., https://n.news.naver.com/ article/081/0003436212?sid=103&s=09 검색일: 2024.05.10.)
근현의 파묘를 반 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근현의 딸이다. 극중에서 ‘지 용 고모’로 나오는 근현의 딸이 근현의 파묘와 화장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 자와는 달리 아버지에 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비록 아버지가 친일파였 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여 “저 사람들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거”냐고 물으 면서도 “여주 선산에 조용히 모시는 방법도 생각해 보자”고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용은 근현을 선산에 모시자는 고모의 말에 시선을 피하고 다 른 곳을 바라본다. 지용이 화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귀신이 깃드는 물질적・ 심리적 근거를 찾아서 해체하는 것이 퇴마의 핵심32)이기 때문이다. 고모 는 “난 여전히 화장하는 건 반 ”라며 “내 아버지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지용은 여전히 고모로부터 몸을 돌린 채 답하지 않음 으로써 거부 의사를 나타낸다.
서울로 오기 전, 근현의 묘를 파묘하겠다는 지용의 말에 정자가 “한국에 있는 고모가 허락할 것 같”냐는 물음은 아버지 근현에 한 고모의 애착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용은 “이제 내가 장손(the head of the family)이고 내가 결정”한다고 답한다. 즉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는 가부장제는 집안 의 어른이자 근현의 딸인 고모에게서 아버지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한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가부장제와 식민주의는 긴 한 관련을 맺는다. 일제는 동화 정책을 통 해 조선을 일본에 통합하려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법적 혈연 공동체인 가 (家)를 중심으로 한 일본식 가족제도인 호적 제도를 조선에 이식33)하고 남성에게 부여되는 호주권(戶主權)의 강화를 통해 “가부장권의 근 , 근 의 가부장권”을 구축34)하였다. 이로 인해 딸의 재산상속권은 박탈당하였으 며, 장자독점상속화가 시도35)되었다.
32) 박인성, 앞의 글, 278쪽.
33) 홍양희, 『조선총독부의 가족정책 –식민주의와 가족, 법, 젠더』, 동북아역사재단, 2022,
한편 남자만이 제사를 승계한다는 유교 규율이 여성이 제사상속인이 되 는 것을 금지하였으므로, 일제는 호주제를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하 여 제사 상속의 관념을 포함한 채 가부장적 계승을 확보36)하고자 하였다. 즉 식민주의에 의해 구성된 가부장제는 근현이 자신의 사후에 한 책임 (제사)을 아들 종순과 손자 지용에게 물어 그들을 저주하는 이유이자 가족 내 권력으로서 ‘장손’의 공고한 위치를 형성하고 아버지(근현)의 사후에 한 결정권을 딸(고모)에게서 빼앗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가부장제로 인해 근현의 시신에 한
결정권이 고모에게 주어진다. 관에서 풀려난 근현이 ‘장손인’ 아들과 손자 를 죽였기37) 때문이다. 아버지와 가까이 서지조차 못했던 옛 사진을 들여 다보던 고모는 증손자를 살리기 위해 화장을 허락하고, 근현은 출가외인 (出嫁外人)이라 생각하여 저주의 상으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딸의 결정 에 의해 소멸한다. 이는 시 착오적 판단에 기반한 자승자박적 결말이라 는 점에서 근현을 무지하고 우스운 존재로 만든다.
근현은 자신이 충성한 일제와 일제가 구성한 가부장적 질서에 충실히 따 라 자신을 접하지 않는 장손(아들)들을 향해 묫바람을 일으켰으나, 오히 려 딸의 결정에 의해 소멸되고 만다. 즉 극중 내내 창문에 비치는 ‘허깨비’로서 피해를 입히다 사라지는 근현은 문자 그 로 진실된 망령38)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근현의 허무한 소멸은 그를 구성하는 가부장제와 기저에 깔린 식민주의를 우스꽝스럽게 만듦으로써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의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이는 지배자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신 주체중심적 모순을 역 이용해 전복시킨다는 점39)에서 탈식민주의적 저항성을 보여 준다.
14-17쪽.
34) 위의 책, 82쪽.
35) <상속>, 『한국민족 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36) 홍양희, 앞의 책, 178-181쪽 참조.
37) 근현은 장손뿐 아니라 며느리인 정자도 죽이나, 이는 각주 31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이완용의 요소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읽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3-2.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
<파묘>의 두 악역인 근현과 오니는 모두 ‘과거’ 식민주의의 표상으로 나 타난다. 그러므로 두 인물이 ‘현재’를 배경으로 드러내는 식민주의적 태도 는 그 자체만으로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과 그 한계를 드러내며, 궁극 적으로 그 자신을 희극적인 존재로 만든다.
희극적인 존재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곧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사이
에 타인에게 보여질 때 희극적인 존재40)가 된다. 즉 ‘현재’에 속한 관객의 시선에서 볼 때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과거’를 진지하게 부르짖는 악역들 은 우스운 존재가 되며, 그들이 표상하는 식민주의 또한 웃음거리로 전락 하게 된다.
먼저 전반부 악역인 근현은 지용의 몸에 빙의하여 창에 비치는 조선총 독부를 향해 경례하며 태평양 전쟁, 즉 일제에 의한 동아 전쟁에 한 격 려를 아끼지 않는다.
38) 1. 죽은 사람의 영혼, 2. 혐오스러운 과거의 잔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망령>, 『표 준국어 사전』, 국립국어원, 1999.
39) 나병철, 앞의 책, 21쪽.
40) Henri Bergson, 『웃음, 희극의 의미에 관한 시론』, 정연복 역, 세계사, 1992, 22쪽 참조.
지용: 장하도다, 반도의 청춘들이여. 수백 척의 비행기와 포 소리가 들 리는가. 전진하라, 황국의 아들들이여. 욱일기 빛나는 햇살에 은빛 총칼을 들 어라! 동아 새로운 통일을 위하여 너희의 일신을 위 한 황국에 바치라!
이 장면은 빙의라는 초자연적 요소와 연설 이후 지용이 피를 토한다는 점 에서 공포로 다가오는 한편, 지용의 몸에 빙의한 근현이 바라보는 조선총독 부의 형상이란 망령인 근현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잔재로서 창에만 비치는 허상이라는 점, “반도의 청춘들”로 제시된 수신자가 없다는 점, 진중한 표정 으로 21세기의 호텔 탁자에 맨발로 올라간 채 20세기의 식민주의를 선언하 는 모습은 그 시 착오적 간극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형상화된다.
아나크로니즘으로 인한 우스꽝스러움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또다른
인물은 후반부의 악역으로 나타나는 오니이다.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준 지에 의해 첩장된 오니는 “만 명을 베어 신이 된” 존재로, “나무 노인” 행세 를 하는 화림의 물음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오니: 기억하라. 세키가하라에서 적들이 내 목을 베었지만 난 이미 육신
을 이겼다. 나는 전쟁의 신이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1600년에 발발한 전투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동군과 이시다 미쓰나리가 이끄는 서군이 주 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졌다.41) 즉 오니는 일제시 보다 300년도 더 이전의 존재라는 점에서 ‘과거’를 표상한다.
한편 오니는 처음 봉인이 풀렸을 때 인근 축사에서 돼지와 사람을 죽인
후 다시 절로 돌아오는데, 그 이유는 “투구를 찾”기 위해서이다. 오니는 세키가하라 전투 당시의 옛 갑옷을 그 로 입고 있다. 극에서 의상은 실제 사회 의 의복이 충족하는 기능과 일치하며, 의상을 입은 사람에게 할당된 배역을 가리킨다. 극적 캐릭터의 정체성이 단일한 의상으로 표시될 수 있다42)는 점 을 미루어볼 때 오니가 옛 갑옷을 입고 있으며, 투구를 되찾으려는 것은 오 니가 과거의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즉 오니의 존재 자체가 시 착오를 상징하며, 이는 오니의 태도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41) 박삼헌, <세키가하라 전투>, 『일본 역사 용어』, 세손.
오니: 빗장이 풀렸구나. 인간이 있느냐. 내 투구를 찾으러 왔다. 인간이
있느냐. 화림: 아닙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의 부하입니다.
오니: 그런가. 그럼 은어와 참외를 령하였느냐. ……너의 다이묘의 말
이 들리지 않느냐! 내가 적장의 머리를 베어 왔다.
오니를 마주한 화림이 자신을 인간이 아니라 오니의 부하라고 속이자
오니는 자신을 봉건 영주인 “다이묘(大名)”라 칭하는데, 이는 오니가 ‘과거’ 에 존재하는 인물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오니는 인근 축사에서 일하 던 노동자의 머리를 화림에게 던진다. 잘린 머리는 분명 끔찍하고 그것을 눈앞에 둔 화림 또한 공포에 질리지만 그저 일을 하러 한국에 왔을 뿐인 이 주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죽이고서는 기세등등하게 “적장의 머리를 베어 왔다”며 은어를 바치라는 오니의 행태는 관객의 눈에 시 착오로 인한 무 지 그 자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오니의 이러한 태도는 극의 끝까지 일관 적으로 이어지는데, 나무 노인으로 위장한 화림의 설득에도 전혀 흔들리 지 않는다.
42) Erika Fischer-Lichte, The semiotics of theater,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2, pp.83-85.
화림: 나의 산이 소란스럽습니다. 오니: 이 산이 노인의 산인가? 화림: 그렇습니다. 여기는 나의 산이지요. 오니: 그런데 왜 총포 소리와 칼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화림: 그것은 아닙니다(それは違います). 이미 전쟁이 끝난지 오래입니다. 오니: 아니! 아직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화림: 이제 여기는 고요의 땅이다.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다.
오니: 아니다, 아니다. 우리는 계속 북을 향해야 한다. 총칼을 들고 전진하라. 북으로, 북으로! 용맹한 지네는 절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오니는 여전히 전쟁의 시 (과거)에 살고 있다. 총포 소리와 칼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는 물음에 화림은 아니(틀렸)라고(違い) 답하나, 오니는 화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라며 이를 부정하고 “전진”을 반복하며 북으로 가야 한다는 말만을 반복한다.
세키가하라 전투가 히데요시 사후에 벌어졌으며, 임진왜란 시기 명을 정벌하기 위한 북진이 전쟁의 주 목적이었다는 것을 미루어본다면 오니는 여러 시 를 거쳐서도 여전히 과거에만 머무르는 시 착오적 인물이다. 오니의 이러한 태도는 투항하지 말라는 상관의 명령에 2차 세계 전이 끝 난 이후에도 30년간 필리핀 정글에 숨어 살며 수차례의 설득에도 일본이 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던 패잔병 오노다 히로의 사례43)를 연상 시킨다.
43) <[역사속의 오늘] 일본 패잔병, 30년 만에 필리핀 정글에서 나와>, 『주간조선』, 2006.
02.25., https://web.archive.org/web/20060228034051/http://www.chosun. com/magazine/news/200602/200602250117.html (검색일: 2024.05.09.)
상명하복적 구조와 정복과 폭력의 서사, 편협한 이분항에 기초한 식민
주의는 현 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 우스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화면 안의 등장인물들이 악귀와 오니의 힘에 압도당한다 하더라도, 화면 밖의 관객들은 시 착오적인 악역들이 어리석고 우습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악역들이 내포한 부조리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학의 상은 부 정44)되고 그 지위는 격하된다.
즉 <파묘>는 악역 형상화를 통해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시 착오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해학적으로 비판하고, 지배 담론의 모순과 불안정성을 부각45)함으로써 식민주의에서 벗어나는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을 보 여 준다.
4. 나가며
본 연구는 <파묘>의 탈식민주의적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조명하고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친일 잔재와 민족 정기 말살 모티프를 다룬 <파묘>에 해 ‘반일주의를 기반으로 한국인을 만드는’ 논리가 존재한다는 논의와 ‘한국 사람이라면 느 낄 만한 보편적 감정’을 담았으나 <파묘>가 반일 영화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감독의 입장은 유사한 듯 다르다. 이는 일제의 반 급부를 조선 (한국)으로 봄으로써 식민주의의 이항 립을 반복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 을 것인지, 혹은 식민주의의 잔재를 인정하되 식민주의의 이항 립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된다.
본 논문은 후자에 주목하여 <파묘>의 주역과 악역의 형상화 및 문제 해 결 방식을 고찰하였다. 영화 속 주역들이 경계적 인물로서 이항 립을 초 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악역 형상화에 내재 한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드러 내고 이를 희화화함으로써 식민 담론에 내재한 권력을 무력화하는 탈식민 주의적 저항성을 규명하였다.
<파묘>는 탈식민주의적 서사를 통해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고,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식민주의에 기반한 이항 립적 논리는 닫힌 민족주의와 혈연주의를 반복할 뿐이다.
‘과거’의 식민주의에 상처받으면서도 이를 감싸안고 나아가는 ‘현재’의 주역들을 움직이는 힘은 ‘미래’에 있으며, 이 ‘미래’의 형태는 ‘과거’의 이분 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난다. 이는 상덕이 “노란 머리”에 “헤드라이트가 파 란” 독일인 사위와 결혼 전 임신한 딸의 상황을 마뜩잖아하면서도 딸의 결 혼과 태어날 손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상덕 딸의 결혼식에 피가 이어지지 않은 영근과 화림, 봉길이 “양가 친지 가족 촬영”에 포함되는 모습에서 드 러난다.
즉 <파묘>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과 국제 결혼, 글로 벌화에 따른 문화적 혼종 및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는 가족의 가능성을 ‘지켜 야 할’ ‘미래’의 형태로 제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파묘>는 한국 의 역사적 상처를 다룸에 있어 이분법적 식민 담론에서 벗어나 탈식민주의 적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44) 장희창, 「한국미의 범주로서의 해학」, 『민족미학』 제5집, 민족미학회, 2005, 146쪽.
45) 이경, 『검은 역사 하얀 이론: 탈식민주의의 계보와 정체성』, 한길사, 2011, 39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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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nialism's Binary”, Tulsa Studies in Women's Literature, Vol. 15, No. 2, University of Tulsa, 1996, pp.221-229.
R. S. Sugirtharajah,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양권석・이해청 역, 분도, 2019.
3. 기타자료
<[역사속의 오늘] 일본 패잔병, 30년 만에 필리핀 정글에서 나와>, 『주간조선』, 2006.0
2.25., https://web.archive.org/web/20060228034051/http://www.c hosun.com/magazine/news/200602/200602250117.html (검색일: 2024. 05.09.)
<[영상2도]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는 착각>, 『아시아경제』, 2024.02.28., https:// www.asiae.co.kr/article/2024022619542469977 (검색일: 2024.05.09.)
<‘건국전쟁’ 감독이 싸움 걸어도…‘파묘’ 공포영화로 즐기길>, 『한겨레』, 2024.03.03.,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1130635.html. (검색일: 2024.05.09.)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파묘’ 저격 논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좌파들 몰려”>, 『서 울경제』, 2024.02.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D5IDQJ 5YO (검색일: 2024.05.09.)
<4관왕 ‘파묘’ 60회 백상예술 상 최다 수상 영예>, 『JTBC』, 2024.05.08., https:// 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95109 (검색일: 2024.05.09.)
<감독이 영화의 허리를 끊었다, 파묘>, 『한겨레21』, 2024.04.09., https://h21.hani.
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201.html?s=09 (검색일: 2024.05.09.)
<감독이 영화의 허리를 끊었다, 파묘>, 『한겨레21』, 2024.04.09., https://h21.hani.
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201.html?s=09 (검색일: 2024. 05.09.)
<영화 ‘파묘’ 민속학적으로 해석하기>, 『국립민속박물관』, 2024.04.23., https://blog. naver.com/tnfmk/223424703676 (검색일: 2024.05.14.)
<올해 첫 천만 ‘파묘’ 전시회로 열기 이어진다>, 『스포츠경향』, 2024.05.09., https:// 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405091013003&sec_id=540101&pt=nv (검색일: 2024.05.09.)
<파묘① 친일파 귀신, 조선총독부와 한매일신보(feat.며느리와 탱고를)>, 『서울신 문』, 2024.03.11.,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43621 2?sid=103&s=09 (검색일: 2024.05.10.)
<한국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다>,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2024.03., http: //magazine.kofic.or.kr/webzine/web/sub/yesorno.do (검색일: 2024.05.09.)
『일본 역사 용어』, 세손.
『표준국어 사전』, 국립국어원, 1999.
『한국민족 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Abstract
A Study on Postcoloniality of Pamyo(Exhuma)
Jang, Seo-Lan(Chonnam National University)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decolonialist implications of Jang Jae-hyun's film <Pamyo(Exhuma)>, which deals with the historical pain of Korea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and the effects of Japanese domination through the motif of ethnic extermination. This paper seeks to move away from the pro/anti-Japanese dichotomy to analyse the film more closely and comprehensively address the conflicting perspectives surrounding <Pamyo>.
This paper analyses <Pamyo> from a postcolonial perspective. It reveals the inherent decoloniality of the film through the characterisation of the protagonists and the post-dualism of the problem-solving process, and discusses how the characterisation of the villain through anachronism works as a critique of colonialism. The film's protagonists are all boundary characters who overcome their problems through solutions that transcend dichotomies. On the other hand, the anarchronism that constitutes the ostensible villain, the pro-Japanese Geunhyun, and the in-depth villain, the Oni, achieves a satirical critique of patriarchy and colonialism by evoking the ridiculousness of the villain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is that by analysing <Pamyo> from a postcolonial perspective, it revisits the historical wounds of Korea and suggests the possibility of moving beyond the existing binary anti-Japanese discourse. Through this discussion, it is possible to identify the contemporary transformative potential of postcolonialism.
(Keywords: Pamyo(Exhuma), Jang Jae-hyun, Postcolonialism, Anticolonism, Colonism, Patriarchy, Post-dualism, Anachronism, Humour)
논문투고일 : 2024년 5월 15일 논문심사일 : 2024년 6월 13일 수정완료일 : 2024년 6월 17일 게재확정일 : 2024년 6월 18일
영화 <파묘>에 나타나는 탈식민성 연구
1) 장서란* * 전남 학교 국어국문학과 BK21 학술연구교수
1. 들어가며
2. 탈이분법적 주역 형상화와 해결 방안
3. 악역 형상화를 통한 해학의 달성
3-1. 가부장제의 아나크로니즘
3-2.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 4. 나가며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영화 <파묘>의 탈식민성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 <파 묘>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풍수 침략 모티프 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본고는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 나 <파묘>를 보다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묘>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를 포 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본 논문은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역들의 형상화와 문제 해결 과정에 내포한 탈이분법성을 밝히고, 아나크로니즘을 통한 악역 형상화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작용함을 규명한다. 영화 속 주역들은 경계적 인물들로, 이분법을 초월하는 해결 방안을 통해 문제 를 극복한다. 한편 표층적 악역인 친일파 근현과 심층적 악역인 오니를 구 성하는 아나크로니즘은 우스꽝스러움을 유발함으로써 악역들이 표상하는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에 한 해학적 비판을 달성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파묘>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한국 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고, 기존의 이분법적 반일 담론을 넘어서는 가 능성을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파묘, 장재현, 탈식민주의, 반식민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 탈이분법, 아나크로니즘, 해학)
1. 들어가며
2024년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는 “한국 오 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1)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60회 백상예술 상에서 감독상, 최우수연기상(여), 신인연기상(남), 예술상을 수상하며 최다 수상 의 영예를 안았다.2) 6월부터 진행 예정인 <파묘> 전시와 글로벌 흥행3)은 <파묘>의 중적 성공을 잘 보여준다.
한편 <파묘>에 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이 <파묘>에 해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좌파 영화’라고 비난 하면서부터 불거졌다.4) <파묘>가 ‘좌파 영화’라는 주장은 동의를 얻지 못했으나5), ‘반일 영화’라는 부분에 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1) <한국 오컬트 장르의 외연을 확장하다>,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2024.03., http://magazine.kofic.or.kr/webzine/web/sub/yesorno.do (검색일: 2024.05.09.)
2) <4관왕 ‘파묘’ 60회 백상예술 상 최다 수상 영예>, 『JTBC』, 2024.05.08., https:// 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95109 (검색일: 2024.05. 09.)
3) <올해 첫 천만 ‘파묘’ 전시회로 열기 이어진다>, 『스포츠경향』, 2024.05.09., https:// 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405091013003&sec_id=540101&pt=nv (검색일: 2024.05.09.)
이는 ‘쇠말뚝’으로 표상되는 민족 정기 말살 모티프와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뚜렷해지는 친일 잔재 및 일제강점기의 여파를 다루는 스토리 라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파묘>에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들어주는 무한 반복의
반일주의가 놓여 있”다는 이택광의 입장6)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장재현 감 독의 견해이다. 장재현 감독은 “반일을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는 김덕영 감독의 주장에 “영화를 보는 각자의 시선이 있다”고 답하 면서도, ‘반일 영화’라는 주장에 해서는 “한국 사람이라면 느낄 만한 보 편적인 감정을 담았다”며 그에 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7) 한편으로 <파묘>는 모든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종교 본연의 태도를 담 고 있으며, 해당 영화에 한 반일/친일 논쟁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8) 또한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반일 담론 자체가 지니는 부정성과 갈등적 이미지 가 영화에 한 논의의 (불)가능성의 기반이 됨을 알 수 있다.
<파묘> 전반에 흐르는 풍수 침략의 모티프와 독립운동가 이화림・김상
4)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파묘’ 저격 논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좌파들 몰려”>, 『서울경제』, 2024.02.26., https://www.sedaily.com/NewsView/2D5IDQJ5YO (검 색일: 2024.05.09.)
5) <‘건국전쟁’ 감독이 싸움 걸어도…‘파묘’ 공포영화로 즐기길>, 『한겨레』, 2024.03.03., https://www.hani.co.kr/arti/culture/movie/1130635.html (검색일: 2024.05. 09.)
6) <감독이 영화의 허리를 끊었다, 파묘>, 『한겨레21』, 2024.04.09., https://h21.hani.
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201.html?s=09 (검색일: 2024.05.09.)
7) <‘파묘’ 장재현 감독 “반일・좌파 영화? 동의 안해…한국인이라면 갖는 슬픔 담아”>, 『조 선일보』, 2024.03.25.,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 /2024/03/25/LBG2A6LL3NBYFJ6CUY7KT76WH4/?utm_source=naver&utm
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검색일: 2024.05.0.9.)
8) <[영상2도]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는 착각>, 『아시아경제』, 2024.02.28.,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22619542469977 (검색일: 2024.05.09.)
덕・윤봉길・고영근에서 차용된 주역들의 이름, 전반부를 이끄는 표층적 악 역인 근현이 여러 친일파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점9), 후반 부를 이끄는 심층적 악역인 오니가 일제의 표상이라는 점은 <파묘>가 내 포한 역사 인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므로 <파묘>가 지닌 역사적 메시 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파묘>의 서사를 보다 첨예하게 분석하고, <파묘>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 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텍스트에 한 논의를 보다 풍부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고는 <파묘>에 나타나는 사건의 구현 양상
과 해결 방안이 지닌 탈식민주의적 의의를 규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파묘>의 주역 형상화 및 문제 해결의 탈이분법적 양상을 살피고, 악역 형 상화의 근간을 이루는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식민주의에 한 해학적 비판 이 달성됨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파묘>의 탈식민성을 규명하고, 나아가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이 지닌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탈이분법적 주역 형상화와 해결 방안
본고의 목적은 친일/반일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에서 벗어나 <파묘>가
제시하는 탈식민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식민주의・반 (反)식민주의・탈(脫)식민주의에 한 논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식민주의는 [지배/피지배], [근 /전근 ], [문명/야만]으로 나타나는
9) <파묘① 친일파 귀신, 조선총독부와 한매일신보(feat.며느리와 탱고를)>, 『서울신 문』, 2024.03.11.,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436212?sid=10
3&s=09 (검색일: 2024.05.10.)
확고한 이항 립주의의 틀을 구축하는 제국주의10)와 연결된다. 이러한 식민 질서에 반(反)하여 식민주의에 의해 폄하된 피식민 질서의 가치를 드 높이려는 반식민주의는 민족 중심의 가치 체계를 구성하는 민족주의와 연 결된다. 조선심(心) 또는 조선적 정조를 특권화하고 조선이라는 지역을 반 근 ‧반문명의 거점이자 인류의 구경적 의의를 담지한 공간으로 특권화했 던 조선 내부의 움직임11) 또한 반식민주의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민족 전통의 연구가 중심부인 식민 질서의 당위를 배타적인 것 으로 폐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최초의 역동적 주제이자 자기 이해 과 정의 단초12)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으며, 반식민주의가 내포한 저항 적 의의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식민주의가 주체중심주의 및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반한다는 점
을 미루어본다면, 핵심이 되는 립적 체계를 그 로 유지한 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자리를 교체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 반식민주의의 한계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분법적 세계관은 식민주의와 그 결과로서 의 식민 담론이 만든 고정관념이 영속하는 체계에 개인과 집단을 가두기 때문13)이다. 이는 배타적 민족주의 및 자국중심주의를 재생산할 가능성 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민족주의적 독립이 아니라 본질상의 민족의식을 넘어 사회의식의 변혁을 수반하는 해방이 안으로서 제시14)된다.
10) 고모리 요이치, 『포스트콜로니얼』, 송태욱 역, 삼인, 2002, 14쪽 참조.
11) 구인모, 『한국 근 시의 이상과 허상: 1920년 ‘국민문학’의 논리』, 소명, 2008, 21 쪽 참조.
12) Bill Ashcroft; Gareth Griffiths; Helen Tiffin, 『포스트 콜로니얼 문학이론』, 이석호 역, 민음사, 1996, 66쪽 참조.
13) Peggy Ochoa, “The Historical Moments of Postcolonial Writing: Beyond Colonialism's Binary”, Tulsa Studies in Women's Literature, Vol. 15, No. 2, University of Tulsa, 1996, p.224.
14) Edward W. Said;Terry Eagleton;Fredric Jameson,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
이러한 맥락에서의 해방이자 반식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안적 움직임이 탈식민주의이다. 무엇보다도 탈식민주의는 식민주의의 기반인 이항 립에서 벗어나고자(脫) 하는데, 이는 그 원리상 두 개의 항목 중 권 력을 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자기중심적 규율로 동화시키는 이항 립 의 속성 때문15)이다. 즉 식민주의를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항 립 및 주체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담론의 생성을 추구하는 탈식민주 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본고는 <파묘>의 주역 형상화와 더불어 사건 해결 방안에 내재한 탈이분법적 요소를 통해 탈식민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총 여섯 부분으로 구성된 <파묘>는 각각 (1)음양오행, (2)이름 없는 묘, (3)혼령, (4)동티, (5)도깨비불(おに), (6)쇠말뚝(鐵針)으로 구성되며, (1) 부터 (3)까지의 전반부에는 표층적 악역인 친일파 근현의 악귀가, (4)부터
(6)까지의 후반부에는 실질적 악역인 오니(鬼, おに)가 등장한다.
전반부의 문제는 조상으로 인해 후손들이 해를 입는 산소 탈, ‘묫바람’이 다. 구체적으로 근현의 아들 종순-손자 지용-갓 태어난 증손자로 이어지 는 “장손들 핏줄 돌림”이 전반부의 주요 사건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주 역들의 목적이다.
이때 이화림, 윤봉길, 김상덕, 고영근으로 구성된 <파묘>의 주역들이 모 두 경계적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미 바바는 탈식민적 측 면에 있어 경계성에 주목하였다. 이는 첫째로 식민지배 담론이 순수한 문 화들 사이의 ‘구분’을 상정하였으며, 둘째로 탈식민적 공간에서 발견될 뿐 만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변화를 창조하는 지속적 과정을 특징으로 삼는 경계성16)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즉 식민주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 는 주역들이 내포한 경계성은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방향을 암시한다.
김준환 역, 인간사랑, 2011, 139쪽.
15) 나병철, 『탈식민주의와 근 문학』, 문예, 2004, 19쪽.
첫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는 화림은 [빛/어둠], [삶/죽음], [인간/귀신] 등
으로 나뉘어 구성되는 이분법적 현실에 하여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신을
[음/양], [과학/미신]의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인 “무당 이화림”이라 지 칭한다. 화림의 신제자인 봉길 또한 화림과 같이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무당(화림, 봉길)들과 한 팀을 이루는 또다른 인물들
은 장의사 영근과 지관(地官) 상덕이다. 장의사는 시신 처리에 속하는 여러 업무를 맡아 하는 전문가17)로 망자(죽음)와 유족(삶)을 연결하고, 장례라 는 제의를 통해 망자를 달래 저승으로 보내고 유족을 본래 삶으로 돌려보 내는 역할을 하는 ‘경계적’인 일을 맡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고 장로”인 영근의 경우 “성경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돈내기 화투를 치기도 하고, 기독교도임에도 화림과 봉길이 근현의 ‘혼 부르 기’를 할 때 조력자로 참여하며, 근현의 관을 태우면서는 전통 장례요인 상 여소리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영근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경계적 인물로 형상화됨을 알 수 있다.
상덕 또한 자신을 “나는 지관이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을 위해 땅을 찾고
땅을 파는 풍수사 호안 김상덕”이라고 지칭한다. 즉 풍수지리에 한 지식 을 바탕으로 건물 자리나 묫자리를 봐주는 단순 직업인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해 일하는 경계적 인물이라는 설정이 직접적으로 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용이 상덕에게 “재미있네요. 아버지(상덕)는 풍수사시고 딸(상덕의 딸)은 우주 공학이라니”라며 둘의 차이에 주목하자 상덕은 오히려 “그 둘”은 “아주 비슷한 구석이 많은 분야”라고 단언한다. [풍수-과거-미신]과 [우주 공학-현재-과학]의 립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허무는 상덕의 발언 또한 캐릭터를 구성하는 탈이분법적 시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16) David Huddart, 『호미 바바의 탈식민적 정체성』, 조만성 역, 앨피, 2011, 30-31쪽 참조.
17) <장의사>, 『한국민족 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러한 경계적 주역들을 중심으로 <파묘>의 문제 해결 방식의 탈이분법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전반부에서 주역들은 묫바람을 해결하기 위해 살굿과 이장을 진행하나, 근현의 혼령이 풀려나며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 한다. 근현의 혼령이 자신을 버려둔 핏줄들에게 해코지를 하러 떠나자, 화 림은 ‘혼 부르기’를 통해 근현의 혼령을 소환한다.
‘혼 부르기’는 <파묘>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형식의 제의로, 앉은굿 형태 의 ‘귀신잡이’와 유사18)하다. ‘귀신잡이’19)는 경문을 읽는 판수를 중심으 로 이루어지는 독경무(讀經巫)의 일종으로, 주로 남성으로 구성된 판수가 병을 일으키는 귀신을 ‘잡아’ 봉인하는 착귀(捉鬼)를 행한다. 이는 귀신이 재차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귀신을 달래는 오신(娛神)이나 쫓아 내는 축귀(逐鬼)20)를 행하는 무당과 구별되는 판수의 일로 논의된다.
그러나 <파묘>의 ‘혼 부르기’는 무당 화림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망자의 혼을 불러 “뭐가 그렇게 억울하셨”는지 묻고 “오늘 여기서 다 풀고 가”라고 권유한다는 점에서 굿의 해원(解冤)적 요소를 지닌다. “백 년을 그 밑에서 그렇게 소리쳤는데 아무도 꺼내 주지 않았다”는 화림의 말은 망자에 한 연민에 기반한다. 화림은 근현을 달래 이승에 한 애착을 버리고 한맺힘을 풀게 함으로써 이승의 가족과 망자를 분리21)하려 하나, “내 새끼들 데 리고 가려”는 근현의 말에 입장을 바꿔 “그건 안 되지요”라고 단호히 답 한다.
18) <영화 ‘파묘’ 민속학적으로 해석하기>, 『국립민속박물관』, 2024.04.23., https://blog. naver.com/tnfmk/223424703676, 2024.05.14.
19) 박관수・Kim Shin, 「강원도 지역 ‘귀신잡이’의 소멸에 관한 연구」, 『한국무속학』 제11 집, 한국무속학회, 2006, 238-242쪽 참조.
20) 축귀 또한 귀신을 추방하여 문제를 해결하나, 귀신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귀신을 잡아 가두는 착귀와 구분된다. 위의 글, 242쪽.
이처럼 ‘혼 부르기’가 해원적 요소를 지니나, 한편으로 근현의 혼령을 봉 길의 몸에 빙의(憑依)시키고 봉길의 몸을 밧줄로 ‘잡아’둔 채 화림이 봉길 에게 근현의 혼령을 “놓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 봉길의 몸에서 근현의 혼 령이 빠져나가자 화림이 “놓쳤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혼 부르기’가 착귀의 요소 또한 포함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전반부에서 제시되는 해 결 방안 또한 귀신을 [달래기(오신)/잡아 가두기(착귀)]라는 굿과 귀신잡 이의 립적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탈이분법적 구성 방식을 취함을 알 수 있다.
근현의 혼령이 봉길의 몸을 빠져나간 후 자손들을 해치기 시작하자 주 역들은 근현의 관을 태움으로써 근현을 없애기로 결정한다. 관이 불타면 서 살아서는 친일, 죽어서는 자손을 해친 근현의 혼령이 고통스럽게 소멸 하고, ‘비 오늘 날 화장하면 망자가 절 로 좋은 곳에 못 간다’는 속설이 달 성되며 사건은 인과응보적 결말로 마무리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근현의 묘를 이장할 때 고용한 돼지띠 일꾼 창민이 뱀 정령을 죽 이면서 얻은 동티를 해결하기 위해 상덕이 다시 근현의 묫자리를 찾고, 첩 장(疊葬)된 관을 발견하면서 후반부 사건이 전개된다.
상덕은 관이 꽂힌 상태로 놔둘 수 없다는 생각에 관을 꺼내나 그 관은 사람이 아닌 정령 오니(鬼, おに)를 담은 것이었으며, 오니는 관을 찢고 나와 보국사의 스님, 축사의 돼지들과 이주노동자를 죽인다. 설상가상으로 오 니를 막으려던 봉길은 중상을 입고 홀린 채 혼수 상태에 빠지게 된다.
21) 박미경, 「전통 굿(예술)이 지닌 소통과 치유의 기재」, 『한국무속학』 제30집, 한국무속 학회, 2015, 144-145쪽 참조.
상덕은 근현의 묫자리에 얽힌 비 을 풀기 위해 보국사로 돌아가 수사 를 시작하고,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가 지정한 묫자리가 민족 정기 말 살의 일환으로 행해진 쇠말뚝을 박기 위한 곳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상덕이 영근과 화림에게 “앞으로 태어날 손주 놈이 밟고”, “자네나 나나 우 리가 모두 다, 그리고 그 다음 어느 누군가가” 살아가야 할 땅을 지키고 봉 길을 구하기 위해 쇠말뚝을 뽑자고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후반부 의 사건이 진행된다.
화림은 무당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초자연적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묫바람을 해결하는 것 또한 묫바람이 무속의 정설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니는 무속의 문법을 벗어나는 존재이다.
화림: 무속에는요, 정설이 있어요. 혼은 불완전하고 귀는 육신이 없어서, 그래서 결국 사람의 온전한 정신과 육체를 절 이길 수 없단 말이에요. 근 데 그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혼령이 아니라 정령이에요. 상덕: 정령?
화림: 사람이나 동물의 혼이 사물에 붙어 같이 진화한 거예요. 우리나라
에는 절 있어서는 안 될……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어요. 정체가 뭔지, 어디서 왔는지, 왜 그 박씨 집안 묘에 있었는지.
무속의 표적 제의인 굿22)은 일반적으로 열두 거리로 구성되며, (1) 부
정한 것을 몰아내고 신성을 불러들이는 부정거리, (2) 불러들인 신을 모셔 들이는 영신(迎神), (3) 맞아들인 신을 즐겁게 만드는 오신(娛神), (4) 즐거 워하는 신의 이름으로 내리는 신탁인 공수, (5) 신과 신의 수행원을 보내는뒷간거리로 이루어진다. 특정한 신을 불러올 때에는 신의 내력을 푸는 단 계가 존재하며, 내려온 신이 누구인지 묻고 그에 맞춰 즐겁게 하거나 기도 와 설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화림의 말 로 무속의 “정설”에 따른 해결 방안이다.
22) 이상일, 『한국인의 굿과 놀이』, 문음사, 1981, 165쪽 참조.
그러나 오니의 경우 한국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이질적인 것, 혼이 사물에 붙어 함께 진화한 정령으로서 무속의 “정설”에서 벗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무속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두된다.
이때 오니가 지키고 있는 쇠말뚝이 풍수 침략의 도구라는 점과 “아무 원 한 없어도 근처만 가도 죽이는” “일본 귀신”의 속성은 무력(武力)에 기반하 여 주변국들을 침략하고, 화와 설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적 힘으로 서의 일본 제국주의의 표상으로 작동한다. 즉 쇠말뚝을 뽑기 위해 오니와 맞서는 행위는 일본 제국주의에 한 맞섦과 동치될 수 있는 것이다.
오니와 립하는 후반부의 문제 상황에서 화림이 시도하는 해결 방안은 ‘속임수’이다. 화림의 ‘속임수’는 총 세 번 제시된다. (1) 오니가 봉인에서 풀려났을 때 자신이 오니의 부하라는 거짓말을 통해 오니가 은어를 욕망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2) 동료 무당인 광심, 자혜와 합심하여 거짓 잔 치를 벌이는 도깨비놀이를 통해 오니에 한 정보를 캐내며, 이를 종합하 여 (3) 묫자리에서 오니를 끌어내고 정령인 “나무 노인”인 체하여 상덕과 영근이 쇠말뚝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준다.
화림의 ‘속임수’는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는 행위인 트릭(trick)으로, ‘속 이는 자’인 트릭스터(trickster)를 제재로 한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전승 되는 표적인 이야기 유형이다. 중간적 존재로서의 트릭스터는 한국 설화 에도 등장하는데, 한국의 표적 트릭스터는 토끼나 메추리 같은 ‘약한 동 물’로 탐욕스런 강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이나 무리한 요구를 받게 될 때 자신 의 꾀로 강자를 속임으로써 자기 방어를 달성23)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때 트릭스터는 거짓말을 통해 참과 거짓을 분리하는 장벽을 허물어
진위의 범주를 무의미하게 만듦으로써 언어의 경계에 존재24)하게 되는 데, 이를 통해 화림의 해결 방안에 내포된 경계성을 파악할 수 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속임수’는 공교롭게도 화림
이 과거 일본에서 요괴와 마주쳤던 경험에서 비롯되며, “짐승처럼 부르고 정령으로 말한다”는 사를 통해 구체화된다. 오니는 깔아 놓은 은어를 굶 주린 ‘짐승처럼’ 씹으며 나무 앞까지 다다른다. 화림은 나무 주변에 연기를 피워 몸을 숨긴 뒤 ‘정령’인 “나무 노인”인 체하며 상덕과 영근이 쇠말뚝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끌고 오니의 내력을 캐낸다.
그러나 쇠말뚝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 오니가 오히려 쇠말뚝 그 자체
였으며, 묫자리로 돌아온 오니에게 당하던 상덕은 피에 젖은 철혈단의 날 빠진 곡괭이 자루로 오니를 공격한다. 음양오행의 상극(相剋)에 의거해 ‘불 타는(火) 쇠(金)’인 오니는 ‘물에 젖은(水) 나무(木)’에 패배하여 소멸한다.
이때 오니 퇴치가 음양오행이라는 초자연적 힘과 더불어 물리력의 합으 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컬트의 문제 해결 방식 이 엑소시즘이라는 특수한 응 방식을 통해 일정 부분 해결된다25)는 것 을 미루어볼 때, 상덕의 ‘곡괭이 자루’보다는 화림의 ‘속임수’가 오컬트적 해결 방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논의했듯, <파묘>의 문제 해결 방안이 탈이분법에 기반한다
는 점에 주목한다면 화림의 ‘속임수’가 한국의 무속 지식과 일본의 샤머니즘 지식을 결합하여 구체화되는 것과 더불어 피 묻은 곡괭이 자루를 이용한 상덕의 공격이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무형의 힘과 오니-식민주의로 표상되는 물리력26)의 합으로서 실현되는 것 또한 식민지 본국의 관행을 변용하는 탈 식민주의적 전유(appropration)의 일환으로 읽을 수 있다. 즉 중심(지배) 과 주변(피지배)의 혼합을 통해 주변화된 피지배 문화의 의미를 재규정27) 하고, 이항 립 및 제국과 식민지를 구분하는 권력 관계를 해체할 수 있음을 주역들의 혼종적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3) 나수호, 「한국설화에 나타난 트릭스터 연구 –방학중・정만서・김선달을 중심으로-」, 서울 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19쪽 참조.
24) 위의 글, 61쪽.
25) 박인성,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한국적 장르 서사와 미스터리①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친연성과 교차성」, 『계간 미스터리』 제75호, 나비클럽, 2022, 274쪽 참조.
다른 한편, 식민주의의 표상인 오니를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이 동일한 힘의 논리인 쇠막 기(봉길의 공격)나 곡괭이의 날(영근의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날 없는 곡괭이 자루(상덕의 공격)라는 것은 <파묘>가 제시하는 식 민주의에 한 저항이란 총과 칼(쇠)의 논리로 작동하는 식민주의에서 벗 어나는 형태, 즉 탈식민주의의 형태로 구현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탈식민주의는 전통이나 정체성, 문명이 통째로 회복될 수 있는 시 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탈식민주의는 오히려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서사가 우리를 가두어 둔 표준화된 비적 사유 방식이라는 구분을 넘어 서기 위한 노력에 가깝다.28)
<파묘> 또한 문제의 해결을 통해 상처 없는 완전한 회복과 행복을 달성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 무렇지도 않게”라고 말하는 화림은 오니의 환영으로 인해 깃발을 놓치고, 영근은 시신을 보면서 섬짓해하며, 상덕의 상처에서는 피가 배어 나온다.
26) 오니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정령으로 도깨비불로 변하기도 하고 사람을 홀리기도 하나, <파묘>에서 전면화되는 오니의 힘은 변신이나 홀리기 같은 ‘초자연적인(마법적) 힘’보다는 거 한 신체, 맨손으로 사람과 짐승을 찢는 ‘초자연적인 물리력’ 그 자체로 나타난다.
27) Bill Ashcroft; Gareth Griffiths; Helen Tiffin, 앞의 책, 133쪽 참조.
28) R. S. Sugirtharajah,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양권석・이해청 역, 분도, 2019, 52쪽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덕의 딸과 독일인 사위의 결합이 행복하게 마무리되고 신랑 신부의 친지 사진을 찍을 때 혈육이 아닌 영근과 화림, 봉길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은 반식민주의에 기반한 민족주의나 순혈주의로는 닿 을 수 없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파묘>의 탈식민성을 보여준다.
3. 악역 형상화를 통한 해학의 달성 3-1. 가부장제의 아나크로니즘
앞 장에서는 <파묘>의 주역 형성 및 해결 방안에 내재한 탈이분법적 속 성을 규명함으로써 <파묘>의 탈식민성을 밝혔다. 이 장에서는 악역 형상 화에 내재한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악역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해학성과 이를 통해 달성되는 탈식민주의적 저항을 분석하고자 한다.
보통 ‘시 착오’로 번역되는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은 변화한 새 로운 시 의 풍조에 뒤떨어진 낡은 생각이나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 여 웃음이 “위배된 기 규범의 반응”과 “일정한 틀에서 벗어난 행동태도” 에서 비롯29)되며, ‘우스꽝스러움’은 상의 무지함에서 연유30)한다는 것 을 생각할 때,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생각과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무 지’한 것으로서 우스꽝스러운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우스꽝스러운 상 의 지위는 격하될 수밖에 없다. 전반부 악역으로 제시되는 근현은 중추원 부의장 후작을 지낸 인물로,
29) 류종영, 『웃음의 미학』, 유로, 2005, 81쪽. 30) 위의 책, 442쪽.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이다. 친일 행위를 통해 쌓은 부는 자손들을 “태 어나면서부터 부자”, “밑도 끝도 없는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자신 의 행적을 부끄러워하는 후손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자 원한을 품고 자손 들을 해치는 ‘묫바람’을 일으키는데, 바로 이것이 <파묘>의 전반부 사건으 로 제시된다.
근현의 저주는 아들인 종순에게 이어졌으며, 큰손자는 저주로 인해 정신병원에서 자살하게 된다. 둘째 손자인 지용 또한 아이를 몇 번 잃었으며, 힘들게 얻은 아들(증손자)이 울음을 그치지 못하자 화림과 봉길에게 도움 을 요청한다. 이 ‘묫바람’은 장손들만 걸리는 핏줄 돌림으로, 가부장제에 기반한 저주라고 볼 수 있다. 조상을 모시는 권한을 아들에서 아들로 물려 주고 그에 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묫바람을 없애기 위해 근현의 묘를 파겠다는 지용의 결정에 반 하는 인물은 두 사람으로, 하나는 종순의 아내인 정자이다. 정자의 경우 “백 년 도 더 된 무덤”을 파겠다는 것에 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근현 과 함께 친일의 과거를 그 로 덮어두려는 욕망에 가깝다. “잘못하면 일이 커질” 것이라는 발언 또한 근현의 정체가 탄로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 다. 이는 근현과의 부적절한 관계31)와도 연관되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관 에서 풀려난 근현의 혼령이 미국에 찾아와 아들 종순을 죽이고 며느리 정 자와 탱고를 춘 후 정자를 죽이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더불어 기도와 치료로 괜찮아질 거라는 낙관적인 태도는 정신병원에서 자살한 첫째 손자와 현재 치료를 이어감에도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증손자에 한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즉 파묘를 반 하고 “그냥 멀리서 가만히 살”고자 하는 정자의 욕망은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31) 이는 학부 신 이완용이 며느리와 간통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근현의 캐릭터에 차용하 면서 생긴 특성으로 볼 수 있다. (<파묘① 친일파 귀신, 조선총독부와 한매일신보
(feat.며느리와 탱고를)>, 『서울신문』, 2024.03.11., https://n.news.naver.com/ article/081/0003436212?sid=103&s=09 검색일: 2024.05.10.)
근현의 파묘를 반 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근현의 딸이다. 극중에서 ‘지 용 고모’로 나오는 근현의 딸이 근현의 파묘와 화장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 자와는 달리 아버지에 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비록 아버지가 친일파였 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여 “저 사람들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거”냐고 물으 면서도 “여주 선산에 조용히 모시는 방법도 생각해 보자”고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지용은 근현을 선산에 모시자는 고모의 말에 시선을 피하고 다 른 곳을 바라본다. 지용이 화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귀신이 깃드는 물질적・ 심리적 근거를 찾아서 해체하는 것이 퇴마의 핵심32)이기 때문이다. 고모 는 “난 여전히 화장하는 건 반 ”라며 “내 아버지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지만 지용은 여전히 고모로부터 몸을 돌린 채 답하지 않음 으로써 거부 의사를 나타낸다.
서울로 오기 전, 근현의 묘를 파묘하겠다는 지용의 말에 정자가 “한국에 있는 고모가 허락할 것 같”냐는 물음은 아버지 근현에 한 고모의 애착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용은 “이제 내가 장손(the head of the family)이고 내가 결정”한다고 답한다. 즉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는 가부장제는 집안 의 어른이자 근현의 딸인 고모에게서 아버지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한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다.
가부장제와 식민주의는 긴 한 관련을 맺는다. 일제는 동화 정책을 통 해 조선을 일본에 통합하려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법적 혈연 공동체인 가 (家)를 중심으로 한 일본식 가족제도인 호적 제도를 조선에 이식33)하고 남성에게 부여되는 호주권(戶主權)의 강화를 통해 “가부장권의 근 , 근 의 가부장권”을 구축34)하였다. 이로 인해 딸의 재산상속권은 박탈당하였으 며, 장자독점상속화가 시도35)되었다.
32) 박인성, 앞의 글, 278쪽.
33) 홍양희, 『조선총독부의 가족정책 –식민주의와 가족, 법, 젠더』, 동북아역사재단, 2022,
한편 남자만이 제사를 승계한다는 유교 규율이 여성이 제사상속인이 되 는 것을 금지하였으므로, 일제는 호주제를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하 여 제사 상속의 관념을 포함한 채 가부장적 계승을 확보36)하고자 하였다. 즉 식민주의에 의해 구성된 가부장제는 근현이 자신의 사후에 한 책임 (제사)을 아들 종순과 손자 지용에게 물어 그들을 저주하는 이유이자 가족 내 권력으로서 ‘장손’의 공고한 위치를 형성하고 아버지(근현)의 사후에 한 결정권을 딸(고모)에게서 빼앗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가부장제로 인해 근현의 시신에 한
결정권이 고모에게 주어진다. 관에서 풀려난 근현이 ‘장손인’ 아들과 손자 를 죽였기37) 때문이다. 아버지와 가까이 서지조차 못했던 옛 사진을 들여 다보던 고모는 증손자를 살리기 위해 화장을 허락하고, 근현은 출가외인 (出嫁外人)이라 생각하여 저주의 상으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딸의 결정 에 의해 소멸한다. 이는 시 착오적 판단에 기반한 자승자박적 결말이라 는 점에서 근현을 무지하고 우스운 존재로 만든다.
근현은 자신이 충성한 일제와 일제가 구성한 가부장적 질서에 충실히 따 라 자신을 접하지 않는 장손(아들)들을 향해 묫바람을 일으켰으나, 오히 려 딸의 결정에 의해 소멸되고 만다. 즉 극중 내내 창문에 비치는 ‘허깨비’로서 피해를 입히다 사라지는 근현은 문자 그 로 진실된 망령38)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근현의 허무한 소멸은 그를 구성하는 가부장제와 기저에 깔린 식민주의를 우스꽝스럽게 만듦으로써 가부장제와 식민주의의 부조리함을 드러낸다. 이는 지배자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신 주체중심적 모순을 역 이용해 전복시킨다는 점39)에서 탈식민주의적 저항성을 보여 준다.
14-17쪽.
34) 위의 책, 82쪽.
35) <상속>, 『한국민족 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36) 홍양희, 앞의 책, 178-181쪽 참조.
37) 근현은 장손뿐 아니라 며느리인 정자도 죽이나, 이는 각주 31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이완용의 요소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읽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3-2.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
<파묘>의 두 악역인 근현과 오니는 모두 ‘과거’ 식민주의의 표상으로 나 타난다. 그러므로 두 인물이 ‘현재’를 배경으로 드러내는 식민주의적 태도 는 그 자체만으로 식민주의의 아나크로니즘과 그 한계를 드러내며, 궁극 적으로 그 자신을 희극적인 존재로 만든다.
희극적인 존재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곧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사이
에 타인에게 보여질 때 희극적인 존재40)가 된다. 즉 ‘현재’에 속한 관객의 시선에서 볼 때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과거’를 진지하게 부르짖는 악역들 은 우스운 존재가 되며, 그들이 표상하는 식민주의 또한 웃음거리로 전락 하게 된다.
먼저 전반부 악역인 근현은 지용의 몸에 빙의하여 창에 비치는 조선총 독부를 향해 경례하며 태평양 전쟁, 즉 일제에 의한 동아 전쟁에 한 격 려를 아끼지 않는다.
38) 1. 죽은 사람의 영혼, 2. 혐오스러운 과거의 잔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망령>, 『표 준국어 사전』, 국립국어원, 1999.
39) 나병철, 앞의 책, 21쪽.
40) Henri Bergson, 『웃음, 희극의 의미에 관한 시론』, 정연복 역, 세계사, 1992, 22쪽 참조.
지용: 장하도다, 반도의 청춘들이여. 수백 척의 비행기와 포 소리가 들 리는가. 전진하라, 황국의 아들들이여. 욱일기 빛나는 햇살에 은빛 총칼을 들 어라! 동아 새로운 통일을 위하여 너희의 일신을 위 한 황국에 바치라!
이 장면은 빙의라는 초자연적 요소와 연설 이후 지용이 피를 토한다는 점 에서 공포로 다가오는 한편, 지용의 몸에 빙의한 근현이 바라보는 조선총독 부의 형상이란 망령인 근현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잔재로서 창에만 비치는 허상이라는 점, “반도의 청춘들”로 제시된 수신자가 없다는 점, 진중한 표정 으로 21세기의 호텔 탁자에 맨발로 올라간 채 20세기의 식민주의를 선언하 는 모습은 그 시 착오적 간극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형상화된다.
아나크로니즘으로 인한 우스꽝스러움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또다른
인물은 후반부의 악역으로 나타나는 오니이다.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준 지에 의해 첩장된 오니는 “만 명을 베어 신이 된” 존재로, “나무 노인” 행세 를 하는 화림의 물음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다.
오니: 기억하라. 세키가하라에서 적들이 내 목을 베었지만 난 이미 육신
을 이겼다. 나는 전쟁의 신이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1600년에 발발한 전투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끄는 동군과 이시다 미쓰나리가 이끄는 서군이 주 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졌다.41) 즉 오니는 일제시 보다 300년도 더 이전의 존재라는 점에서 ‘과거’를 표상한다.
한편 오니는 처음 봉인이 풀렸을 때 인근 축사에서 돼지와 사람을 죽인
후 다시 절로 돌아오는데, 그 이유는 “투구를 찾”기 위해서이다. 오니는 세키가하라 전투 당시의 옛 갑옷을 그 로 입고 있다. 극에서 의상은 실제 사회 의 의복이 충족하는 기능과 일치하며, 의상을 입은 사람에게 할당된 배역을 가리킨다. 극적 캐릭터의 정체성이 단일한 의상으로 표시될 수 있다42)는 점 을 미루어볼 때 오니가 옛 갑옷을 입고 있으며, 투구를 되찾으려는 것은 오 니가 과거의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즉 오니의 존재 자체가 시 착오를 상징하며, 이는 오니의 태도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41) 박삼헌, <세키가하라 전투>, 『일본 역사 용어』, 세손.
오니: 빗장이 풀렸구나. 인간이 있느냐. 내 투구를 찾으러 왔다. 인간이
있느냐. 화림: 아닙니다.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의 부하입니다.
오니: 그런가. 그럼 은어와 참외를 령하였느냐. ……너의 다이묘의 말
이 들리지 않느냐! 내가 적장의 머리를 베어 왔다.
오니를 마주한 화림이 자신을 인간이 아니라 오니의 부하라고 속이자
오니는 자신을 봉건 영주인 “다이묘(大名)”라 칭하는데, 이는 오니가 ‘과거’ 에 존재하는 인물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오니는 인근 축사에서 일하 던 노동자의 머리를 화림에게 던진다. 잘린 머리는 분명 끔찍하고 그것을 눈앞에 둔 화림 또한 공포에 질리지만 그저 일을 하러 한국에 왔을 뿐인 이 주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죽이고서는 기세등등하게 “적장의 머리를 베어 왔다”며 은어를 바치라는 오니의 행태는 관객의 눈에 시 착오로 인한 무 지 그 자체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오니의 이러한 태도는 극의 끝까지 일관 적으로 이어지는데, 나무 노인으로 위장한 화림의 설득에도 전혀 흔들리 지 않는다.
42) Erika Fischer-Lichte, The semiotics of theater,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2, pp.83-85.
화림: 나의 산이 소란스럽습니다. 오니: 이 산이 노인의 산인가? 화림: 그렇습니다. 여기는 나의 산이지요. 오니: 그런데 왜 총포 소리와 칼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화림: 그것은 아닙니다(それは違います). 이미 전쟁이 끝난지 오래입니다. 오니: 아니! 아직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화림: 이제 여기는 고요의 땅이다.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다.
오니: 아니다, 아니다. 우리는 계속 북을 향해야 한다. 총칼을 들고 전진하라. 북으로, 북으로! 용맹한 지네는 절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오니는 여전히 전쟁의 시 (과거)에 살고 있다. 총포 소리와 칼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는 물음에 화림은 아니(틀렸)라고(違い) 답하나, 오니는 화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라며 이를 부정하고 “전진”을 반복하며 북으로 가야 한다는 말만을 반복한다.
세키가하라 전투가 히데요시 사후에 벌어졌으며, 임진왜란 시기 명을 정벌하기 위한 북진이 전쟁의 주 목적이었다는 것을 미루어본다면 오니는 여러 시 를 거쳐서도 여전히 과거에만 머무르는 시 착오적 인물이다. 오니의 이러한 태도는 투항하지 말라는 상관의 명령에 2차 세계 전이 끝 난 이후에도 30년간 필리핀 정글에 숨어 살며 수차례의 설득에도 일본이 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던 패잔병 오노다 히로의 사례43)를 연상 시킨다.
43) <[역사속의 오늘] 일본 패잔병, 30년 만에 필리핀 정글에서 나와>, 『주간조선』, 2006.
02.25., https://web.archive.org/web/20060228034051/http://www.chosun. com/magazine/news/200602/200602250117.html (검색일: 2024.05.09.)
상명하복적 구조와 정복과 폭력의 서사, 편협한 이분항에 기초한 식민
주의는 현 의 시선에서 볼 때에는 우스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화면 안의 등장인물들이 악귀와 오니의 힘에 압도당한다 하더라도, 화면 밖의 관객들은 시 착오적인 악역들이 어리석고 우습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악역들이 내포한 부조리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학의 상은 부 정44)되고 그 지위는 격하된다.
즉 <파묘>는 악역 형상화를 통해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시 착오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해학적으로 비판하고, 지배 담론의 모순과 불안정성을 부각45)함으로써 식민주의에서 벗어나는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을 보 여 준다.
4. 나가며
본 연구는 <파묘>의 탈식민주의적 분석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조명하고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친일 잔재와 민족 정기 말살 모티프를 다룬 <파묘>에 해 ‘반일주의를 기반으로 한국인을 만드는’ 논리가 존재한다는 논의와 ‘한국 사람이라면 느 낄 만한 보편적 감정’을 담았으나 <파묘>가 반일 영화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감독의 입장은 유사한 듯 다르다. 이는 일제의 반 급부를 조선 (한국)으로 봄으로써 식민주의의 이항 립을 반복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 을 것인지, 혹은 식민주의의 잔재를 인정하되 식민주의의 이항 립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는 점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에 따른 차이에서 비롯된다.
본 논문은 후자에 주목하여 <파묘>의 주역과 악역의 형상화 및 문제 해 결 방식을 고찰하였다. 영화 속 주역들이 경계적 인물로서 이항 립을 초 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악역 형상화에 내재 한 아나크로니즘을 통해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드러 내고 이를 희화화함으로써 식민 담론에 내재한 권력을 무력화하는 탈식민 주의적 저항성을 규명하였다.
<파묘>는 탈식민주의적 서사를 통해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재조명하고, 탈식민주의의 현 적 변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식민주의에 기반한 이항 립적 논리는 닫힌 민족주의와 혈연주의를 반복할 뿐이다.
‘과거’의 식민주의에 상처받으면서도 이를 감싸안고 나아가는 ‘현재’의 주역들을 움직이는 힘은 ‘미래’에 있으며, 이 ‘미래’의 형태는 ‘과거’의 이분 법적 세계관에서 벗어난다. 이는 상덕이 “노란 머리”에 “헤드라이트가 파 란” 독일인 사위와 결혼 전 임신한 딸의 상황을 마뜩잖아하면서도 딸의 결 혼과 태어날 손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상덕 딸의 결혼식에 피가 이어지지 않은 영근과 화림, 봉길이 “양가 친지 가족 촬영”에 포함되는 모습에서 드 러난다.
즉 <파묘>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과 국제 결혼, 글로 벌화에 따른 문화적 혼종 및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는 가족의 가능성을 ‘지켜 야 할’ ‘미래’의 형태로 제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파묘>는 한국 의 역사적 상처를 다룸에 있어 이분법적 식민 담론에서 벗어나 탈식민주의 적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44) 장희창, 「한국미의 범주로서의 해학」, 『민족미학』 제5집, 민족미학회, 2005, 146쪽.
45) 이경, 『검은 역사 하얀 이론: 탈식민주의의 계보와 정체성』, 한길사, 2011, 39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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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Postcoloniality of Pamyo(Exhuma)
Jang, Seo-Lan(Chonnam National University)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decolonialist implications of Jang Jae-hyun's film <Pamyo(Exhuma)>, which deals with the historical pain of Korea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and the effects of Japanese domination through the motif of ethnic extermination. This paper seeks to move away from the pro/anti-Japanese dichotomy to analyse the film more closely and comprehensively address the conflicting perspectives surrounding <Pamyo>.
This paper analyses <Pamyo> from a postcolonial perspective. It reveals the inherent decoloniality of the film through the characterisation of the protagonists and the post-dualism of the problem-solving process, and discusses how the characterisation of the villain through anachronism works as a critique of colonialism. The film's protagonists are all boundary characters who overcome their problems through solutions that transcend dichotomies. On the other hand, the anarchronism that constitutes the ostensible villain, the pro-Japanese Geunhyun, and the in-depth villain, the Oni, achieves a satirical critique of patriarchy and colonialism by evoking the ridiculousness of the villain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is that by analysing <Pamyo> from a postcolonial perspective, it revisits the historical wounds of Korea and suggests the possibility of moving beyond the existing binary anti-Japanese discourse. Through this discussion, it is possible to identify the contemporary transformative potential of postcolonialism.
(Keywords: Pamyo(Exhuma), Jang Jae-hyun, Postcolonialism, Anticolonism, Colonism, Patriarchy, Post-dualism, Anachronism, Humour)
논문투고일 : 2024년 5월 15일 논문심사일 : 2024년 6월 13일 수정완료일 : 2024년 6월 17일 게재확정일 : 2024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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