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7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 김영하 | 알라딘

[전자책]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 김영하 | 알라딘

[eBook]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김영하 (지은이)복복서가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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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종이책 15,1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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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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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읽혀온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김영하만의 현란하면서도 정밀한 사유의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이해해보게 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되며 새롭게 출간된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산문의 정수로 불릴 만하다.

『여행의 이유』는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긴다. 이는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많은 독자가 『여행의 이유』를 집어드는 이유일 것이다.


목차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
여행으로 돌아가다

작가의 말


책속에서


『여행의 이유』를 냈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같은 질문을 요즘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최근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하나 경험하기는 했다.
외부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자폐인에게 좋은 집이 비자폐인에게도 좋은 집이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여행자에게 좋은 세계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좋은 세계였다. 여행은 적대와 혐오, 전염병과 전쟁이 있는 세계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떤 허깨비와 싸우는 것일지도. 그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 있다.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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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영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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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편소설로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이 있고, 산문 『단 한 번의 삶』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온 대답』 『다다다』 등을 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수상 : 2018년 오영수문학상, 2015년 김유정문학상, 2012년 이상문학상, 2007년 만해문학상, 2004년 동인문학상, 2004년 이산문학상, 2004년 황순원문학상, 1999년 현대문학상, 1996년 문학동네 작가상
최근작 : <단 한 번의 삶>,<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북토크]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 김영하 작가 북토크> … 총 136종 (모두보기)
인터뷰 : 영원히 쓰고 싶은 소설, <검은 꽃> - 2003.08.19


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간 당시 전 서점 연간 종합베스트셀러 1위!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여행 책 1위!

60만+ 독자의 선택, 김영하 산문의 정수 <여행의 이유>

모방이 불가한 독보적인 사유와 치밀한 문장으로,
여행-일상-여행의 고리를 잇는, 열 개의 매혹적인 산문

출간 이후 6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읽혀온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이 복복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김영하만의 현란하면서도 정밀한 사유의 경로를 통해 비로소 이해해보게 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되며 새롭게 출간된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산문의 정수로 불릴 만하다.
『여행의 이유』는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긴다. 이는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많은 독자가 『여행의 이유』를 집어드는 이유일 것이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_본문 252쪽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인생의 난제들에 포위당했다고 느낄 때,
그리하여 언제나, 우리는 여행을 소망한다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에 이어지는 글 「추방과 멀미」는 2005년, 작가가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한다. 흔치 않은 경험인 추방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여행의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여행의 목적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휴식일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이는 행로를 바꾸고 어떤 경우엔 삶의 향방까지 바꾸기도 한다. 애초 품었던 여행의 목적이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기치 못한 무언가를 대신 얻게 되는 경험, 작가는 이것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형식인 여행기가 지닌 기본 구조이며 인생의 행로와도 닮았기에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모험 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해왔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제목이 암시하듯,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다. 집안 벽지의 오래된 얼룩처럼 마음의 상처는 손쉽게 치유되어 없던 일처럼 아물지는 않지만, 여행은 불현듯이 그에 맞설 힘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 있다. 서른여섯 개 계책 중에 서른여섯번째, 즉 마지막 계책은 ‘주위상走爲上’으로,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흔히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온 것이다. (...)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_본문 93쪽

여행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기도 하며(「오직 현재」), 인류의 오랜 속성이기도 하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앉은 자리에서 모든 정보에 접속 가능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여행 인구는 멈출 기색 없이 증가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는 왜 끊임없이 여행을 갈망하는가. 일상의 장소를 벗어나 생생하고 색다른 모험을 겪길 바라는 욕망, 여러 가지 일들로 번잡해진 머리를 비우고 먼 곳으로 떠나 홀로 휴식을 취하고픈 간절함은 우리를 ‘여행하는 인간(호모 비아토르)’으로 만든다.

오로지 김영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하고도 깊은 사유의 여행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면서 겪은 독특한 ‘여행’에 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는 김영하의 감각적이고도 깊은 사유와 문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대한 독특한 인문학적 통찰이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하표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어 떠도는 자들의 쓸쓸한 숙명과 그로부터 그들이 벗어날 반전이 있는 해법이 담겼다.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은 여행의 또다른 기쁨인 타지에서 경험하는 환대에 관한 글이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글은 인류 모두가 지구 위의 승객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타자에 대한 환대 때문임을 눈부시게 보여준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 있다. _본문 173~174쪽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노바디의 여행」은 성숙한 여행자의 태도와 한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유비해 보여주는 글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담긴 고대의 지혜에 대한 반짝이는 해석이 담겨 있다. 허영과 자만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는 지혜롭고 겸허한 여행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기도 하다. 마지막 글 「여행으로 돌아가다」에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여행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겼다. 한곳에 평화롭게 정착하지 못한 채로 항구적인 여행 상태로 떠도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담담한 위로의 글이기도 하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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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여행에 대한 모호했던 생각들을 김영하 작가가 글로 풀어내줘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비자 준비 안해간거는 진짜 허거덩스러웠지만 집에서 집필을 무사히 마쳤다니 다행..
선선한바람 2025-06-2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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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팬의 충언입니다. 20쪽 두 번째 문단 첫 문장 ‘목차를 보면 오십다섯 개의 섬이…’ 가 나오는데 계속 거슬립니다. 오십오 개로 쓰거나 쉰 다섯 개로 써야할것 같습니다. 검토바랍니다. -런던,파리 여행 d-22일전!
kcsuh63 2024-07-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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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도움닫기가 필요한 순간



더위가 적당할 때의 여름은 관능적이다. 그러나 기온이 우리의 임계치를 넘어 조금만 치솟아도 여름의 관능미는 탄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후줄근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추레함으로 변한다. 관능미와 추레함을 가르는 기온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 잘 살고 못 사는 기준의 차이가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끈적끈적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품위를 지키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이곳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은 곳으로 슬쩍 피난을 가는 것, 그게 여행일지도 모른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 어느 작가의 '여행기'를 읽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작가가 방문했던 여행지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쉽게 잊어버리는 까닭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국의 지명은 그만큼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주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타지에서 경험했던 실수담이나 특별한 경험에 매료되는 것도 아니다. 그 경험이 비단 작가의 여행지에서만 발생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행기를 도대체 왜 읽는가? 하는 문제만 남는다. 심심풀이 땅콩도 아니고 말이다. 짧은 인생에서, 더구나 읽어야 할 책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그런 허섭스레기(는 아니지만)에 시간과 열정을 소비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 내가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는 지금 작가의 환상을 읽고 있거나 작가가 여행지에서 가져온 여행지의 잔상을 읽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환상이나 잔상이 남아 있지 않은, 이를테면 자신이 방문했던 여행지와 거기서 찍은 사진만 즐비한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시간 낭비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은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p.66)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는 우리가 여행을 갈망하는 이유와 우리가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설가라는 특수한 직업인으로서 말이다. 집필을 목적으로 떠났던 중국 여행에서 입국 자체가 거부된 채 추방당했던 경험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애초에 품었던 목적이 여행 도중에 발생하는 사건들로 인해 번번이 틀어짐으로써 얻게 되는 또 다른 경험에 대해 들려준다. 여행기가 지닌 이와 같은 기본 구조는 인생의 여정과 흡사하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여행에 대한 사유를 넓혀간다.




"자아가 지워지고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의미로 육박해오는 이러한 초월의 경험은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언어로 옮겨진 후에야 비로소 그것은 '생각'이 되어 유통된다. 유통되지 않고 재고로 남은 기억은 창고 깊숙한 곳에 묻혀 잊혀진다. 고대 그리스와 달리 이제는 생각을 들고 몸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것은 책으로 묶여 도매상과 서점을 통해 스스로 돌아다닌다." (p.81)




대학을 졸업할 무렵부터 매년, 때로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여행을 떠나는 생활을 20년간 해왔다는 작가는 학창시절에도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말과 풍습이 다른 지역을 마치 방랑하듯, 혹은 여행하듯 지내왔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의 삶은 긴 여행의 연속선상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여행의 이유는 작가 자신에게는 존재의 이유인 동시에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곳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109~p.110)




우리가 듣게 되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들은 삶의 변두리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그러다 특정한 누군가의 생각에 의해 직접적인 삶의 현장으로 다시 불려 오기도 한다. 여행은 이와 같은 우리 생각의 흐름이나 왕래를 막힘 없이 가능케 한다. 생각의 통로를 열어준다는 건 내 삶을 아무런 제약 없이 설계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작가가 여행에서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라고 썼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 시기에 내가 겪은 것이 단순히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가벼운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시절이면 나는 무엇에든 쉽게 중독되어 자신을 잊기를 바랐다. 뉴욕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허리케인을 만났고,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검은 꽃』영어판은 출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 없이 묻혀버렸다." (p.178)




작가는 알쓸신잡을 촬영하면서 했던 기묘한 여행을 통해 '비(非)여행'과 '탈(脫)여행'을 설명하기도 하고, 소설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겪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노바디의 여행'을 말하면서 현명한 여행자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적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이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거나 어느 여행지에서 겪었던 경험 한 토막을 들려주면서 여행에 대한 독자들의 사유를 돕는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한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p.206)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해서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를 못했'던 까닭에 작가는 꽤 오래전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저마다가 생각하는 여행은 각자 다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여행은 특별한 풍경의 감상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말하는 까닭도 그런 이유이다. 그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잊히게 마련이고, 다녀온 여행지가 늘어날수록 기억은 혼재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이와는 다르게 이 보 전진을 위한 도움닫기가 필요한 순간 우리는 종종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생각의 통로가 열리는 여행지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선물처럼 영감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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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24-08-17 공감(5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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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여행의 이유를 읽고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지?

김영하 선생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는 그의 책을 읽어본적 없이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처음보고

그 멋있는 목소리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던 중

우연히 선생의 구글 팟캐스트 ‘책읽는시간’ (당시 이미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으나, 아직 들어볼수 있는곳이 남아있었다)을 통해 전세계 작가들(때론 본인)의 책을 낭독하고 그들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는 귀한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에게 삶이란, 그리고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쩌면 쓰디쓴 내장까지..) 단 한조각도 버릴게 없는,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우리 식탁의 명태나 대구에 견주어도 될까?



이런 일(추방)을 겪은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지만 의외로 최악의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은 아무소득없이 끝나고, 한번 더 중국을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했느며, 선불로 송금해버린 숙박비와 식비는 아마도 날리게 될것이 뻔했지만 (실제로 환불은 못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운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





아 ~ 이 얼마나 작가다운 여유로움인가

비자없이 한달 일정으로 출국하려다 그날 바로 추방당하면서도,

해외에서 정보도 없이 주문한 음식이 대실패로 끝나도

실망과 한탄대신 “이건 언제가 글로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여행의 이유’

여행을 좋아하고,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김영하 선생의, 마치 시냇물처럼 고요하게 흘러가는 글 속에서 위트와 감동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한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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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짱 2025-04-1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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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방송에서 나태주시인 따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딸과 스위스 여행을 꿈꿨던 아버지는 이제 여행하기에는 체력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그러나 따님은 아버지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순간 울컥 했다. 선물에 의미를 두려고 하는 이들에게, 매 순간이 선물이라 말할때는 조금 오그라드는 말이라고 생각할때도 있었는데...여행의 의미를 조금 이해할 만큼 나도 나이가 들은 걸까..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그리고 지금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있다. 기막힌 타이밍이구나 싶다.^^

앞서 읽었던 지인들로부터 일반적인 여행서와는 다른 책일거란 이야기는 들어왔다. 나름 나만의 여행 기준을 세워둔 편이라 흥미로울 거라 생각하면서도 작가님은 어떤 '이유'를 정해 놓았을까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방법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들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그리고 '경험'이란 것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행의 이유>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우선 이 책을 읽은 덕분에 교도소 수감자들이 요리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작가의 세계를 날것 그대로 마주한 기분이 드는 순간도 좋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멀리까지 여행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최애 장소가 '책'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란 사실을 알았다. 작가가 언급한 책들에 유난히 집중하고,소개된 책들을 메모했다. 마치 여행을 하면서 다음 여행지를 정해 놓는 것처럼, 맛집 리스트를 담아 놓는 사람들처럼..."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240쪽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과 비슷한 시선을 공유한다는 건 경험해 본 이들만이 느낄수 있는 희열이지 않을까..."소설을 읽을 때는 다르다.책장을 넘길수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몰입하게 된다.소설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끌어들인다.자기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소설에서는 그냥 일어나는 사건이 거의 없다.(...)인간 세계가 좀더 높은 해상도로 다가온다"/248쪽 인생을 여행에 비유할 때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이해했다면, 여행과 책의 비교는 훨씬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멀리 가는 여행과 사람 많은 곳을 지향하는 편이다 보니..함께 가자는 지인들의 요구가 때로는 부담스러웠는데..이유를 생각해 보니, 책으로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다른 이들보다 덜해서는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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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2024-07-2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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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vooc 2024-05-1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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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2020년의 여행은 자기 집에서의 코로나라는 질병으로 인하여 거리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다소 낯선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는 여러명이 같이 다니는 여행보다 혼자하는 여행이라해도

멀리 가지 못하고 집 주변을 멤도는 정도의 일상이 여행이라는

다소 익숙하지만 가고 싶어도 멀리 못가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일단 그 시기에는 해외여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행기 자체의 운항이 자제되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빨리 전염병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시기였습니다.







코로나 때의 시간은 참으로 오래 갔습니다.

그 전의 전연병이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에 비하면 최소 2년은 사람들을 구속하고 여러 일상생활의 통제가 되었습니다.

여행도 결국 기존 여행을 재방송하는 추억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때와 달리 여행이 다시 자유롭게 되어 여행이 진정한 자유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염병의 시간이 있던 그 시간을 여행이라는 단어로 비교해 보면 나 자신의 내면속의 여행을 하고 집안 정리를 하고 전과 다른 개인문화를 접하는 시간이 된 듯합니다.

그래서 구속된 시간보다 지금처럼 자유로운 시간이 여행에 있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행의이유 #김영하 #복복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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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w 2024-08-18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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