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말에 < 화해를 위해서—교과서/위안부/야스쿠니/독도>라는 책을 냈었다. 그러니까 꼭 20년전 일이다.
<제국의 위안부>고발에 앞장섰던 한 변호사는 이 책을 “청소년 유해도서“ 라면서 문화관광부 (현문체부) 우수도서 선정을 취소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살아남아 있다.
나로서는 출간 20년인데 아무것도 기여한 게 없다 싶어 착잡하던 터에 페친 정기인 선생님이 멋진 논문 말미에 언급을 해 주셔서 크게 위안이 되었다. 더구나 우연이겠지만 출간날짜까지 맞춰 보내 주셨으니 좋은 기념이 된 셈.
이 책, 한국에선 팔리지 않았지만 일본에선 과분한 상을 받았다. 그런 불균형이 조금이라도 교정된다면 한일은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멀리서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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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우리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문화적 상상력은 이처럼 피상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넘어, 두 나라에 깊이 뿌리내린 전체주의나 국가주의, 그리고 타자를 도구화하는 시선 자체를 공동으로 비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박유하가 지적했듯이, 진정한 화해는 양국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때 가능할 것이다.”
https://doi.org/10.34252/acsri.2025.68.004
한일 관계의 문화적 무의식과 식민지적 유산의 재현
- <파묘)와 Eye Love You를 중심으로
김진규·정기인
1. 서론: 한일 간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그 지속성
II. <파묘): '식민지와 분단의 트라우마와 초월적 해결
III. Eye Love You.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문화적 판타지
IV. 제거와 포섭, 그리고 불가능한 대화
V. 결론: 한일 관계 개선과 대중문화의 역할
Ⅰ. 서론: 한일 간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그 지속성
지난 세기 식민 (피)지배의 경험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풀리지 않은 역사적 매듭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식민 지배의 고통과 저항의 기억이 민족 정체성의 핵심 일부로 자리 잡은 반면, 일본에서는 전쟁 패전 이후 식민 지배의 기억이 충분히 직시되지 못하거나 공식 담론 속에서 묻혀버 린 측면이 있다. 일례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개정된 2024년 일본의 중 학교 학습지도요령을 살펴보면 강제 동원과 위안부에 관한 서술은 후퇴하 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기억의 불균형과 억압된 과거는 한일 양
* 이 논문은 2024년도 가천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에 의한 결과임.(GCU-202404750001)
** 제1저자: 가천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조교수, 현대문학 전공, jinq06@gachon.ac.kr
*** 교신저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조교수, 현대문학 전공, kiinchong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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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러한 한계는 두 작품 속 '대화'의 형상화 방식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파묘>는 일본이라는 타자를 '제거'의 대상으로만 설정함으로써 공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영화 속 어린 무녀가 희생되는 닭에게 연민을 느끼는 장면은, 제국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오니에게는 끝내 적용되지 않는 공감의 선택적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라는 무속의 기본적인 태도가 '일본'이라는 타자 앞에 서는 멈춰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Eye Love You가 제시하는 소통 역시 진정한 상호 이해보다는 타자성의 해체로 귀결된다. 드라마는 유리가 한 국어를 배워 태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낭만적으로 그 리지만, 이는 불완전한 소통 속에서 유지되던 타자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 고 그를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포섭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작품은 타자를 절대화하거나 대상화하는 방식을 통해 한일 관계 의 근본적인 소통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문화적 상상력은 이처럼 피 상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넘어, 두 나라에 깊이 뿌리내린 전체주의나 국가 주의, 그리고 타자를 도구화하는 시선 자체를 공동으로 비판하는 데서 출 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박유하가 지적했듯이, 진정한 화 해는 양국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각 나라의 폐쇄적인 민족 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때 가능할 것이다. 46) 두 작품에 나타난 대화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소통이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서 의 타자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본 연구는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민족주의적 쾌감 이나 탈정치적 로맨스를 넘어 역사적 복잡성과 윤리적 긴장을 끌어안는 46)
박유하는 한국과 일본의 폐쇄적인 민족주의가 결국 각국의 국가주의 결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일의 '화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두 나라에 뿌리박힌 전체주의, 국가주의, 강자주의 등을 비판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
였다.
박유하, 화해를 위해서, 뿌리와 이파리, 2015, pp.227-228.
Park Yuha
No
10년전 재판이 9천원밖에 안 하네요. 전자책은 6천원!
비싼 커피 한잔 값이니 “청소년” 자제분들께 이 가을에 선물해 보시면 간접적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게 될지도 모릅니다.

ALADIN.CO.KR
화해를 위해서 | 박유하
화해를 위해서 | 박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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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In Chong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책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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