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

순교자 (무선) | The Martyred | 김은국 | 알라딘

순교자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 김은국 | 알라딘


순교자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은이),도정일 (옮긴이)문학동네2010-08-23원제 : The Martyred
공유하기
































미리보기

종이책전자책 8,820원
페이퍼 인센스(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권 이상)

정가
14,000원
판매가
12,600원 (10%, 1,400원 할인)
카드최대혜택가
8,820원
알라딘 만권당 삼성카드, 알라딘 최대 30% 할인
카드혜택 15% + 이벤트혜택 15% (~2025.12.31)
전월 30만원, 60만원 이상 이용 시 1만원, 2만원 할인

마일리지
70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배송료
유료 (도서 1만5천원 이상 무료)
수령예상일
양탄자배송
지금 주문하면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기준) 지역변경
Sales Point : 2,864

8.6 100자평(15)리뷰(23)

카드/간편결제 할인
무이자 할부
소득공제 570원





수량










장바구니 담기
바로구매
선물하기
보관함 +


중고 등록알림 신청
중고로 팔기






관심 저자, 시리즈의 출간 알림을 받아보세요신청





기본정보
328쪽
137*203mm
426g
ISBN : 9788954611817

주제 분류
신간알림 신청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미국문학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테마문학 > 영화소설
국내도서 > 추천도서 > 외부/전문기관 추천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 > 2010년 8월


시리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총 426권 모두보기)

신간알림 신청
전체선택
보관함 담기
장바구니 담기



보스턴 사람들
허조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정의 혼란
토끼 잠들다






















































































더보기




판형, 사양이 다른 책
전체선택
보관함 담기
장바구니 담기


순교자 (양장)
2010-06-23
9,900원






책소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 6.25전쟁 당시 평양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켰으며, 이를 추리소설적 요소를 이용해 풀어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열두 명의 '순교자'를 둘러싼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해나가는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미국 언론과 문단의 관심을 끌었다. 작가 펄 벅은 "신앙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되는 의혹과 고뇌를 다루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LA 타임스」는 "위대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작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순교자>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아 미국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까지 올랐다. 또한 작가 김은국은 이 작품으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1965년 고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연극으로 여러 차례 각색되기도 했다.


목차
순교자

해설 | 소설 '순교자'의 미스터리
김은국 연보


책속에서


성 중에서는 죽어가는 자들이 신음하며 다친 자가 부르짖으나 하나님은 그들의 기도를 듣지 아니하시느니라. (욥기 24장 12절)-167쪽 - nana35
그는 자기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무언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거야 그가 지금 같은 평온과 심지어 자부심까지도 갖게 된것은 바로 자기가 옳고 정의롭다는 그 독선의식 때문이지!
내 배알이 틀리는 것도 바로 그 점일세! - 재미져
평양에 들어오던 날부터 나는 이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나는 때때로 그들이 폐허 더미에서 부서진 가재도구를 파내는 것도 보았고 때로 시체가 나오면 소리 없이 손수레에 실어 치우러 가는 것도 보았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시 벽돌과 널빤지와 콘크리트 더미 속을 계속 파 헤집었다. (14-15쪽) - alma
“신의 개입이었소.”
나는 침묵했다.
“당신은 신을 믿지 않지요?” 신 목사가 시선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운이 좋았다고 해둡시다.” 목사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34쪽) - alma
나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어떤 성직자도 육체적 정신적 고문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54쪽) - alma
그는 한 번도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검토해본 일이 없어. 날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했거든. 그는 단 한 번도 자기의 신에 대한 믿음을 의심해본 적이 없고 자기와 자기 신의 관계가 스스로 믿은 것처럼 과연 그렇게 사이좋은 것인지 단 한 번 의심해본 일도 없었어. (97쪽) - alma
당신네의 그 위대한 영웅들, 위대한 순교자들이 꼭 개새끼들처럼 죽어갔다는 말을 들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쁘구먼. 꼭 개새끼들같이 훌쩍거리고, 낑낑거리고, 엉엉 울면서 죽어갔어! 살려달라 아우성을 치고, 자기네 신을 부정하고 동료들을 헐뜯는 꼬락서니라니 과연 한번 보기 좋았지. 그자들은 개처럼 죽은 거야! 개처럼, 알겠어? (140-141쪽) 접기 - alma
정말 하늘 높지막이 신이 있다면 말야, 그의 눈에는 우리가 땅 위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이 아주 유치해 보이겠지? (164쪽) - alma
고위 사령부에서는 중공군의 대규모 참전이 확실해졌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평양 시민들은 우리가 그들을 지켜줄 의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일 것이었다. 그래서 고위 사령부에서는 우리가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곧 총퇴각한다는 사실을 절대로 아는 체하거나 발설하지 못하게 했다. (207쪽) - alma
장교들은 평양에 남게 될 사람들에겐 기실 즐거운 크리스마스도 뭐도 없을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다들 능력껏 기부금을 냈다. 나는 내가 거대한 기만이나 다름없는 이 작전에 별도리 없이 참여하고 있는 게 도무지 역겹고 창피했다. (208쪽) - alma
더보기



줄거리
6·25전쟁 직전 평양에서 열네 명의 목사가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된다. 그중 열두 명은 총살당했고, 살아남은 자는 단 두 명뿐이다. 1950년 11월, 국군의 평양 입성 후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대령은 ‘나’(이대위)와 함께 열두 명의 ‘순교자’들에 관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나’에게 맡겨진 임무는 생존자 중 한 명인 신목사를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목사는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회피한다.
목사 살해 사건을 정치 선전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장대령은 살해된 열두 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추도예배를 계획한다. 그러던 중 신목사가 자신이 열두 목사들의 처형 현장에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순교자들에 관한 진실과 목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신목사는 마침내 굳게 닫았던 입을 여는데……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은국 (Richard E. Kim)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재미작가. 서울대 상대, 미국 미들버리대에서 수학했고, 존스 홉킨스대와 아이오와대에서 각각 ‘창작’으로 석사학위, 미국 하버드대에서 ‘극동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5~66년 구겐하임 펠로우로 선발되었으며, 1969년 이후 매사추세츠대, 시라큐스대, 샌디에고 주립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981~83년에는 서울대에서 풀브라이트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1974년 현대 한국문학 번역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소련에 흩어져 사는 한국 이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소련의 잃어버린 한국인을 찾아서>(1988) <거대한 시베리아 횡단철도>(1989) 등을 포함해 KBS-TV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서에 『순교자』(1964), 『죄없는 사람』(1968), 『잃어버린 이름』(1970), 포토에세이 『소련과 중국, 그리고 잃어버린 동족들』(1989)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20 세트 - 전20권>,<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22 세트 - 전22권>,<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21 세트 - 전21권> … 총 17종 (모두보기)

도정일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문학평론가, 문화운동가, 전 경희대 영문과 교수, 인간·사회·역사·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학적 가치의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을 역임했다. 2001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일으켜 어린이 전문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을 전국 14개 도시에 건립했고 2006년 이후 70개 농산어촌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설치했으며 영유아를 위한 ‘북스타트’ 운동, 교사를 위한 독서교육연수 프로그램도 주도해오고 있다. 저서로 『시대로부터, 시대에 맞서서, 시대를 위하여』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공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공저) 『불량사회와 그 적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순교자』 『동물농장』 등이 있다.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비평상, 일맥문화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접기

최근작 : <[큰글자도서] 만인의 인문학>,<만인의 인문학>,<공주는 어디에 있는가> … 총 45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문학동네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림 신청


최근작 : <오직 그녀의 것>,<5번 플랫폼의 사람들>,<없어질 행성에서 씁니다>등 총 4,483종
대표분야 :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99,089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5,298,878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321,240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작품의 분위기는 아주 엄숙하다. 그러나 이 책의 열정은
그 엄숙함의 거칠고 메마른 표면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다.” _ 필립 로스

『순교자』는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이다. 6·25전쟁 당시 평양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빚어낸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며 그 과정에서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 주제와 연결시켰으며, 이를 추리소설적 요소를 이용해 풀어낸 흡입력 강한 수작이다. 1964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고, 세계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경희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도정일이 기존 번역본의 오류를 수정해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며, 김은국 타계 1주기를 기념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출간된다.
작품 소개

작가 김은국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등보통학교를 다니던 중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북한에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가족 전체가 남한으로 내려와 목포에 정착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 미군 사령관 아서 G. 트루도 소장의 부관으로 근무하다가 제대 후 1955년 트루도 소장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오와 대학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 등에서 문학 및 창작 석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 강의와 소설 집필을 병행하던 그는 1964년 첫 소설 『순교자』를 발표했다. 전쟁이 일어난 지 14년, 작가가 한국을 떠난 지 9년 만의 일이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열두 명의 ‘순교자’를 둘러싼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추적해나가는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미국 언론과 문단의 관심을 끌었다. 작가 펄 벅은 “신앙을 갈망하는 데서 비롯되는 의혹과 고뇌를 다루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는 『순교자』를 “위대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20세기 작품군에 포함될 만한 작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순교자』는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모아 미국 전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심까지 올랐다. 또한 김은국은 이 작품으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세계 1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1965년 고 유현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연극으로 여러 차례 각색되기도 했다.

한국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을 인간의 실존과 보편적 운명이라는 ‘세계문학적’주제와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순교자』의 의미는 새롭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이념 대립이 만들어낸 열두 명의‘순교자’
‘죽은 자’들을 둘러싼‘살아남은 자’의 진실 게임

이야기는 1950년 11월,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대령과 이대위가 6·25전쟁 직전에 일어난 목사 집단 처형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열네 명의 평양지역 목사들이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되었고, 그중 열두 명이 처형당했다. 살해된 목사의 숫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만, 그들이 죽어간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은 판이하다. 사건 해결의 책임을 맡은 장대령은 열두 목사들이 북한 괴뢰정권에 희생되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며, 진실은 외면한 채 그들을 영웅적이고 성스러운 ‘순교자’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사건을 정치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옳았어! 군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지. 그래서 안 될 게 뭔가? 우리의 대의명분을 모독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네. 누구든 빨갱이들을 유리하게 하는 짓은 내버려두지는 않겠어. (…)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그 배반자들과 배반당한 자들이 다 같이 빨갱이들 손에 죽임을 당했다는 거야.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도 바로 그거야.”_ 본문 148쪽

그러나 이대위는 “우리의 선전 목적에 맞추기 위해 진실을 비틀 수는” 없다고 말하며, 진실은 그것이 추악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저 진실이기 때문에 밝혀져야 한다고 맞선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순교자’들과 함께 체포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신목사이다. 그가 열두 목사의 처형 현장에 있었다고 알려진 후, 장대령은 과연 신목사가 순교자들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낼지 관심을 보인다. 장대령과 신목사 모두 처형 현장의 진실을 감추려고 하지만, 신목사의 의도는 장대령과 전혀 다르다. 진실이 진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그들에게 필요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십자가를 지기로 결심한다.


참혹한 전쟁이 빚어낸 신앙과 양심의 갈등
“신은 과연 우리의 고난을 알고 있는가?”

신목사를 처음 만난 날, 이대위는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목사님의 신 ― 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_ 본문 37쪽

인간이 종교를 갖는 것은 자신들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는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에게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왜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가? 신앙인으로서, 신도들을 이끄는 목자로서 살아온 삶을 뒤흔드는 이 질문에 신목사는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며 깊은 고뇌에 빠진다.
불의와 절망, 수난,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고통이다.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정의가 있는가? 그 비참한 운명 앞에서 무력하고 무의미한 인간 존재는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순교자』가 파고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작가 김은국은 신목사의 목소리를 빌려 응답을 갈음한다.

“나는 인간이 희망을 잃을 때 어떻게 동물이 되는지, 약속을 잃었을 때 어떻게 야만이 되는지를 거기서 보았소. (…) 희망 없이는, 그리고 정의에 대한 약속 없이는 인간은 고난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 희망과 약속을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다면 (하긴 이게 사실이지만) 다른 데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_ 본문 271쪽

“인간을 사랑하시오, 대위. 그들을 사랑해주시오. 용기를 갖고 십자가를 지시오. 절망과 싸우고 인간을 사랑하고 이 유한한 인간을 동정해줄 용기를 가지시오.”_ 본문 283쪽 접기


이 상품을 구입하신 분들이 다음 상품도 구입하셨습니다.
더보기

이전
제임스
바벨 1
액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궤도
휴먼 스테인 1 (무선)달과 6펜스
챔피언들의 아침식사
타조 소년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피츠제럴드 단편선 1
시스터 캐리 (무선)악마의 시 1
다음



북플 bookple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떤 책이 전집에 들어갈지 참 궁금했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특히 발자크의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갔던 책이 바로 지금은 작고하신 김은국 교수의 <순교자>였다.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대립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양식까지 두루 갖춘 김은국 교수 최고의 걸작 <순교자>가 한국전쟁 발발 60주기를 즈음해서 재출간됐다.



1932년 함흥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한 김은국 교수는 전쟁이 끝난 후 제대하고서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걸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와 역사를 전공하고, 존스 홉킨스와 하버드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문학을 추가로 더 연구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김은국 교수는 Richard E. Kim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소설인 <순교자>를 1964년에 발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순교자> 외에도 한국 삼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판자>(The Innocent, 1968)와 <잃어버린 이름>(Lost Names, 1970)이 있다. 그는 풀브라이트 교수로 서울대에서 1982년에서 이듬해인 1983년까지 영문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순교자>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0월의 평양을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전쟁 초반의 열세를 딛고, 국군과 UN군은 평양을 점령한다. 소설의 화자 이 대위는 육군 특무대 소속으로 정보국장인 장 대령으로부터 은밀한 지령을 받는다. 전쟁 발발 당시, 인민군에게 집단 처형당한 일단의 목사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다. 종교탄압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선전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위는 집단 처형에서 살아남았다는 신 목사와 한 목사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신 목사의 증언을 통해, 화자인 나 이 대위는 전쟁발발 당일 모두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처형을 당하고 신 목사와 한 목사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것은 신의 개입이었노라는 신 목사의 말에, 이 대위는 그에게 묻는다. 그들의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이 참담한 고통을 알고 있느냐고.



장 대령은 공산군 비밀경찰에게 처형당한 12명의 목사에게 합동 추모 예배를 통해 순교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상호의 대적과 싸워나갈 것을 주문한다. 죽음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이 대위가 전쟁 중에 알게 된 해병대 출신의 박인도 대위가 알고 보니, 순교한 12명 중의 한 명인 박 목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를 광신도로 규정하면서, 그가 과연 죽음의 순간을 평소 자신의 언행대로 의연하게 맞았는지를 캐묻는다.



하지만, 이 대위가 조금씩 밝혀내는 처형에 대한 진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대위의 상관인 장 대령은 서슴지 않고 양심마저도 가공해낼 것을 주문한다. 젊은 혈기에 불타는 이 대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자신이라면 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노회한 장 대령은 어떤 이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묵시록 같이 들리는 예언을 날린다. 순교로 포장된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이야기는 중공군의 개입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부서진 수레바퀴 마냥 나뒹군다.



김은국 교수가 말했다시피 순국, 순직 같은 용어는 모두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말이다. <순교자>에서는 더 나아가, 전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존한 이들이 어느 특정한 목적을 종교인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의도에 일침을 가한다. 이 대위라는 지식인은 종교나 정치에 상관없이 양심에 따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과 종교계를 대변하는 장 대령과 일단의 목사들은 인민군에게 죽은 12명의 목사에게 애써 ‘순교자’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이런 프로파간다는 시간을 초월해서 재생산된다는 아주 간단한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순교의 이면에는 죽음 앞에서 벌어진 수치스러운 배교 행위의 비밀이 오롯하게 숨어 있다. 그래서 공산 치하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남은 종교인들은, 도저히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양심선언을 한 신 목사를 유다라고 부르면서, 서슴지 않고 돌을 던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결백한 이들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이 항상 심판의 순간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양심선언을 했던 신 목사는 돌아온 탕자 아들처럼 기성 교계와 화해를 하고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 목자로서의 삶에 투신한다. 광신자였던 아버지 박 목사에게 반발했던 박인도 대위 역시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욥기>의 주인공 욥이 당하는 불의를 하나님이 보지 않았다는 구절을 읊조린다. 이렇게 그들은 희망을 잃은 세대와 화해를 시도한다. 평생 신의 은총을 기대하며 구원을 간구했던 신 목사는 자신이 종국에 찾아낸 사실은 괴로움과 죽음에 무력한 인간 존재였노라고 고백한다.



김은국 교수는 <순교자>에서 교(敎)에 대한 부분보다 순(殉)의 의미에 더 치중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오욕칠정의 무상성을 냉정하게 꼬집는다. 또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 평생의 신앙과 종교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배교자에 대한 질책으로도 들린다. 이제는 빛과 소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약자와 마음이 가난한 자를 배척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일갈에 악다구니하는 세상살이에 혼탁해진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레삭매냐 2022-10-11 공감 (34) 댓글 (5)




매달 1~2회 정도 그달에 구매한 책을 소개했었는데 7~8월에 좀 바빠서 쓰질 못했다. 7월은 넘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한번 빼먹으면 계속 빼먹을거 같아서 늦게라도 올려본다. 그래야 8월 구매한 책도 쓸 수 있으니까 (이번달에 얼마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8월 구매한 책들도 약간 쌓여있다...)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1.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 시바사키 도모카

작품에 대한 정보도,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우주점에서 한권 골라왔다. 왠지 별로일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2. Normal people : Sally Rooney

다락방님 리뷰보고 영어공부나 할까 하고 사봤는데 아직 한페이지도 읽어보지 못했다....언젠가는...언젠가는...


3.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 :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나서 이 책을 안살수 없었다. 조금 읽었는데 막 좋지는 않았다. 시간이 날때 집중해서 읽어야겠다.


4. 홀로서기 : 엘레나 페란테

이미 읽고 리뷰를 쓴 책. 책을 읽는 내내 조금 고통스러웠지만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 작가님의 나폴리 4부작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ㅋ


5. 순교자 : 김은국

이건 뭐 말이 필요없는 작품. 이미 읽고 리뷰를 썼는데 너무 좋았다.


6.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게트

우주점 갔다가 상태가 좋은 고도가 있길래 바로 구매했다. 이 작품이 그렇게 좋다든데 과연 어떨지~ 예전에 이 작품이랑 비슷한 <대머리 여가수> 읽고 실망했었긴 하지만 ㅎㅎ


7. 바보 : 엔도 슈사쿠

내가 읽은 슈사쿠의 다섯번째 작품이었는데, 이전에 읽은 네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별로였지만, 그래도 슈사쿠는 슈사쿠니까 평타 이상은 하는 작품이었다


8. 악의 꽃 : 보들레르

중학교때인가 <악의 꽃>을 처음 읽었던거 같은데 그때는 읽으면서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었다. 지금 읽어도 잘 모를거라는 확신(?)이 들지만 그래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7월에는 구매하자마자 바로 읽은 책들이 많았던거 같다. 충동구매보다는 읽고 싶은 책을 사서 그랬던거 같다. 7월과 마찬가지로 8월에도 독서는 슬럼프이지만 그럼에도 일단 구매는 한다. 8월 구매한 책은 택배박스가 도착하는데로 써야겠다.






















새파랑 2022-08-28 공감 (41) 댓글 (18)



7월의 독서도 좀 힘들었다. 6월에도 11권 읽었는데, 7월에도 11권을 읽었다. 여름이 끝나면 좀 시간이 날꺼 같다. 9월부터는 다시 열독 해야겠다.



7월 가장 좋았던 책 : 노르망디의 연

역시 로맹가리. 난 로맹가리의 그 감성이 좋다.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우울함이 담긴 문장들. 아직 내가 읽지 못한 책이 많이 남아있다는데 위안을 삼는다.

˝널 사랑해. 하지만 사랑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야. 나는 너의 절반이 되고 싶지 않아. 너, 이 끔찍한 표현 알아?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나?˝ ˝나의 반쪽을 못 보셨나요?˝. 5년, 10년 뒤 너를 다시 만나게 될 때 나는 심장에 강렬한 충격을 받고 싶어.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너를 보면 심장에 충격을 받을 일은 없을 거야. 벨소리밖에 못 듣겠지.˝




7월 가장 매력적인 책 : 죽음의 병

왜 뒤라스가 인기가 많은지, 읽고 싶은지 알게 해준 작품. 난해하다고 해서 좋지 않은건 아니다. 이 작품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강추! 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묻는다: 사랑하는 감정이 다른 것에서도 불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말해달라고여자에게 애원한다. 여자가 말한다 : 모든 것에서요, 저 밤새의 비행에서, 어떤 잠에서, 잠 속의 어떤 꿈에서, 다가오는 죽음에서, 어떤 낱말에서, 어떤 죄악에서, 스스로, 저절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모른 채.˝




7월 가장 안좋았던 책 : 더 로드

개인적으로 미국 작가보다는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 더 마음에 와닿는 7월이었다. 프랑스 언제 한번 가봐야 하는데 ㅋ <더 로드>는 그 중에서도 정말 나랑 안맞았던 작품이었다. <성서>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던듯. 차라리 7월에 읽은 <바보>나 <순교자>가 더 종교적이고 좋았다.



8월도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10권 목표로 읽어야겠다.



ps.100자평 이벤트 썼던 책들. 개인적으로 별 다섯에 좋은 책들만 엄선해서 썻다. 미자막 사진에 있는 책들 강추 입니다.











































새파랑 2022-08-01 공감 (51) 댓글 (28)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39)
읽고 있어요 (12)
읽었어요 (112)
이 책 어때요?



구매자
분포



0.7% 10대

0.3%


8.1% 20대

6.7%


13.3% 30대

10.0%


20.0% 40대

15.5%


9.0% 50대

10.9%


2.1% 60대

3.3%
여성 남성

평점
분포

8.6




52.6%


34.2%


5.3%


5.3%


2.6%



100자평






등록


카테고리

스포일러 포함
글 작성 유의사항


구매자 (9)
전체 (15)
공감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너무 낡고 진부하고 나이브한, 형편없는 작품. 이게 왜 한때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라갔는지 의아할 정도. 꾸역꾸역 읽은 시간이 아까움. 전형적 캐릭터의 목사들 이야기인 줄 알았으면 안 읽었을 텐데. 읽고 나니 <깊은강> 엔도 슈사쿠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잠자냥 2020-10-01 공감 (22) 댓글 (8)
Thanks to
공감




종교, 죽음 이후의 내세, 천국 등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은 진부하고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김이다.
내세와 구원을 부정하는 듯하다가 돌연 긍정으로 쪽으로 선회하려다 마는 듯...


존재의지 2018-07-16 공감 (4) 댓글 (0)
Thanks to
공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죽고 싶습니다.
mdbm 2020-02-12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네이버 명작 소개 때 글을 보고,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고민해야할 화두를 잡는 느낌이었는데 전문적으로 평할수 있는 능력이 없어 ˝모처럼 하루만에 다 읽을 정도 재밌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
디지캉 2013-03-14 공감 (2) 댓글 (0)
Thanks to
공감




명료하다.
신은 죽었다. 신은 왜 죽었는가. 우리는 왜 신을 다시 돌이킬 수 밖에 없는가. 그리고,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뉴일러스 2013-11-12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리뷰
구매자 (12)
전체 (23)
리뷰쓰기
공감순




[마이리뷰] 순교자 (무선)



[상황 1] 테이크아웃 커피를 다 먹은 당신은 일회용 컵을 버리고 싶다. 때마침 쓰레기가 쌓인 곳이 있는데 ‘쓰레기 투척 금지‘라는 경고가 붙어있다. 당신이라면 일회용 컵을 버릴 것인가, 가져갈 것인가?

[상황 2] 놀이터에서 돈을 주운 당신은 자리를 뜨며 신나게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그런데 누군가 뛰어와서 여기에 돈 떨어진 거 못 봤냐고 물어온다. 당신이라면 모른 척할 것인가, 사실대로 말하고 돌려줄 것인가?

[상황 3] 좁은 공간에서 주차를 하다가 옆 차를 긁어버린 당신. 주변에는 카메라가 없고, 긁힌 차는 블랙박스도 안 달려있다. 당신이라면 조용히 차를 끌고 떠날 것인가, 차주에게 연락할 것인가?


위 상황들은 모두 양심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내용들이다. 재밌는 점은 양심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양심을 버리면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도덕과 윤리를 배우며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교육을 받지만 현실은 양심껏 살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사회의 질서를 잡아주는 이 양심이 개인에게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이런 아이러니도 다 있는가. 실제로 양심 없는 인간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도 요지경 세상이라고 봐야 할까. 이 같은 양심의 갈등을 종교 문제로 다룬 고전작을 읽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리뷰 쓰기 참 난해한, 내가 싫어하는 케이스지만 그래도 써보겠다.


이 대위는 유엔이 점령한 평양으로 파견대를 간다. 이후 북한의 기독교 목사들이 공산당에게 잡혀가 총살을 당한다. 거기서 빠져나온 두 목사를 통해 파견대는 사건의 정황을 알고자 한다. 하지만 한 명은 정신이 나갔고, 한 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북한의 교인들은 죽은 목사들을 거룩한 순교자로 보는 반면 생존한 두 목사를 곱게 보지 않는다. 모두의 비난을 받고도 가만히 있는 신 목사에게 뭔가가 있음을 감지한 이 대위. 마침내 신 목사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만 변함없는 교인들의 태도에 이 대위는 할 말을 잃는다. 정녕 그들의 신은 백성들이 겪는 고통과 수난을 알고는 있는가.


알고 보니 동료 목사의 생일 축하를 위한 자리에 공산당이 습격해서 마구 쏴 죽인 거였다. 이들 가운에 불순한 사람이 섞여있었고, 그래서 체포되었던 것이지만 사건의 진실과 상관없이 장 대령은 희생자들을 고귀한 순교자들로 못 박아 공표하고 싶어 했고, 교인들도 그렇게 바라며 믿었다. 희생자들이 모두 순교자라는 타이틀을 받아선 안되었지만 이런 추악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신 목사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희생자들이 받게 될 비난을 자신에게 돌리고 끝까지 중립을 고집한 신 목사가 염려했던 건 아무도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신도들의 신앙과 믿음을 꺾지 않으려 진실 아닌 진실을 믿게끔 놔두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인간의 연약함은 신 앞에서 감추질 못했다. 진실을 밝히자니 신도들이 무너질 테고, 거짓을 그대로 놔두자니 신을 모독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면서 괴로워하는 그의 수난은 한참 동안 이어진다.


장 대령은 사정을 다 듣고도 목사들이 순교자라고 주장했다. 비록 잘못한 게 있어도 그들은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무교인 주인공은 죄지은 자도 순교자가 된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 이렇게 진실을 원하지 않는 자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여겼고, 신 목사는 이것을 통찰했던 거였다. 제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교인들의 믿음이 붕괴되는 것을 막았지만 교인들은 신 목사를 유다라고 욕한다. 그렇게 신 목사는 빨갱이한테 굴복하고 동료를 팔아서 살아남은 죄인 중에 죄인이 되었다. 이후 그는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날의 진실을 드러냈고, 예상했던 대로 진실을 원하지 않았던 신도들의 맹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나 다른 목사들은 오히려 신 목사를 용서하고 위로해주는 등 예상 못 한 모습을 보여준다. 거짓으로 헛된 희망을 주는 성직자가 되기보다 진실로 모두의 미움을 사고 죄를 신 앞에 자백하는 그의 뜻을 이해한 것이다. 드디어 신 목사는 신앙적 양심을 따라 기나긴 고통에서 겨우 해방되었다.


중공군이 평양까지 밀고 내려오자 파견대는 철수하고 신도들은 남한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몸이 불편해 못 떠나는 신도들이 있어 신 목사는 같이 남기로 한다. 이제야 신 목사도 순교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위는 도망치지 않는 신 목사를 볼 때마다 복장이 터진다. 고난에 신음하는 신도들이 바라는 것을 해주는 것. 그들이 믿고 싶은 것을 계속 믿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내키지 않으면 그런 척 만이라도 해서 신도들을 구해주는 것. 이것이 이 대위가 바라본 기독교인의 진실이고 신앙의 방향이었다. 자신을 속여서라도 교인들의 소망과 화평을 주려는 신 목사를 끝까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이 대위는 더 이상 신은 없다고 판단하며 신 목사, 친구 박 대위, 고 군목에게서 등을 돌린다.


갈 곳 없고 기댈 곳 없는 시민들에게 신을 의지할 수 있다는 건 유일한 희망인데, 그 빛줄기를 차단해버리는 진실을 아무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신도들도 신 목사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지만 살기 위해서 끝까지 부정했던 것일 테다. 끝까지 신앙을 고수하며 신을 따르는 신도들도 양심을 속여서 신을 모독한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어린 영혼들을 대신해 신 목사는 그들의 죄를 담당했다. 마치 인생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본래 순교란 신앙 때문에 박해받고 죽는, 종교인의 거룩한 희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 뜻이 교인뿐 아니라 전시 중에 죽는 군인에게도 해당된다고 본다. 신을 위해 죽임을 받드는 목사나,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이나, 소명을 따라 양심껏 행동하고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무교의 주인공이 신 목사와 통하였던 건 두 사람의 처지가 비슷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튼 이 작품을 무교인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리스도의 희생을 온전히 알아야만 신자와 신 사이에서 일어나는 양심의 줄다리기를 이해할 수가 있으므로. 다루지 못한 박 군이나 고 군목의 내용도 리뷰하고 싶지만 글이 길어져 생략한다. 끝.
- 접기
물감 2021-03-21 공감(51) 댓글(8)
Thanks to
공감



진리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경고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떤 책이 전집에 들어갈지 참 궁금했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특히 발자크의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갔던 책이 바로 지금은 작고하신 김은국 교수의 <순교자>였다.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대립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양식까지 두루 갖춘 김은국 교수 최고의 걸작 <순교자>가 한국전쟁 발발 60주기를 즈음해서 재출간됐다.



1932년 함흥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한 김은국 교수는 전쟁이 끝난 후 제대하고서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걸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와 역사를 전공하고, 존스 홉킨스와 하버드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문학을 추가로 더 연구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김은국 교수는 Richard E. Kim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소설인 <순교자>를 1964년에 발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순교자> 외에도 한국 삼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판자>(The Innocent, 1968)와 <잃어버린 이름>(Lost Names, 1970)이 있다. 그는 풀브라이트 교수로 서울대에서 1982년에서 이듬해인 1983년까지 영문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순교자>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0월의 평양을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전쟁 초반의 열세를 딛고, 국군과 UN군은 평양을 점령한다. 소설의 화자 이 대위는 육군 특무대 소속으로 정보국장인 장 대령으로부터 은밀한 지령을 받는다. 전쟁 발발 당시, 인민군에게 집단 처형당한 일단의 목사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다. 종교탄압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선전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위는 집단 처형에서 살아남았다는 신 목사와 한 목사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신 목사의 증언을 통해, 화자인 나 이 대위는 전쟁발발 당일 모두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처형을 당하고 신 목사와 한 목사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것은 신의 개입이었노라는 신 목사의 말에, 이 대위는 그에게 묻는다. 그들의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이 참담한 고통을 알고 있느냐고.



장 대령은 공산군 비밀경찰에게 처형당한 12명의 목사에게 합동 추모 예배를 통해 순교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상호의 대적과 싸워나갈 것을 주문한다. 죽음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이 대위가 전쟁 중에 알게 된 해병대 출신의 박인도 대위가 알고 보니, 순교한 12명 중의 한 명인 박 목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를 광신도로 규정하면서, 그가 과연 죽음의 순간을 평소 자신의 언행대로 의연하게 맞았는지를 캐묻는다.



하지만, 이 대위가 조금씩 밝혀내는 처형에 대한 진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대위의 상관인 장 대령은 서슴지 않고 양심마저도 가공해낼 것을 주문한다. 젊은 혈기에 불타는 이 대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자신이라면 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노회한 장 대령은 어떤 이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묵시록 같이 들리는 예언을 날린다. 순교로 포장된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이야기는 중공군의 개입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부서진 수레바퀴 마냥 나뒹군다.



김은국 교수가 말했다시피 순국, 순직 같은 용어는 모두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말이다. <순교자>에서는 더 나아가, 전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존한 이들이 어느 특정한 목적을 종교인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의도에 일침을 가한다. 이 대위라는 지식인은 종교나 정치에 상관없이 양심에 따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과 종교계를 대변하는 장 대령과 일단의 목사들은 인민군에게 죽은 12명의 목사에게 애써 ‘순교자’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이런 프로파간다는 시간을 초월해서 재생산된다는 아주 간단한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순교의 이면에는 죽음 앞에서 벌어진 수치스러운 배교 행위의 비밀이 오롯하게 숨어 있다. 그래서 공산 치하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남은 종교인들은, 도저히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양심선언을 한 신 목사를 유다라고 부르면서, 서슴지 않고 돌을 던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결백한 이들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이 항상 심판의 순간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양심선언을 했던 신 목사는 돌아온 탕자 아들처럼 기성 교계와 화해를 하고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 목자로서의 삶에 투신한다. 광신자였던 아버지 박 목사에게 반발했던 박인도 대위 역시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욥기>의 주인공 욥이 당하는 불의를 하나님이 보지 않았다는 구절을 읊조린다. 이렇게 그들은 희망을 잃은 세대와 화해를 시도한다. 평생 신의 은총을 기대하며 구원을 간구했던 신 목사는 자신이 종국에 찾아낸 사실은 괴로움과 죽음에 무력한 인간 존재였노라고 고백한다.



김은국 교수는 <순교자>에서 교(敎)에 대한 부분보다 순(殉)의 의미에 더 치중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오욕칠정의 무상성을 냉정하게 꼬집는다. 또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 평생의 신앙과 종교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배교자에 대한 질책으로도 들린다. 이제는 빛과 소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약자와 마음이 가난한 자를 배척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일갈에 악다구니하는 세상살이에 혼탁해진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 접기
레삭매냐 2022-10-11 공감(34) 댓글(5)
Thanks to
공감



난 얼른 요괴인간이 되고 싶다









순교자: 순교한 사람

순교 : <종교> 모든 압박과 박해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 넓은 뜻으로는 주의나 사상을 위하여 죽는 경우에도 쓴다.




위 낱말 뜻은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그대로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두 시간 가량 차를 타고 달리면 해미읍성이라고 나오는데 예전에 거기서 천주교 믿는 사람 오지게 쳐죽였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 하면 하나하나 불러서 목 잘라 죽이기 시간 없고 귀찮으니까 디딤돌, 거 있잖은가 높은 마루에 오르기 전에 길쭉하고 네모난 돌 하나 놓아 신발도 벗고 좀 쉽게 오르라고 놓는 거, 아 이거!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저 디딤돌을 아주 길게 만들어서 야소귀신 믿는 서학쟁이 또는 천주학쟁이들한테 "고문 받느라 피곤들 할 테니 전부 저거 베고 누워 있어라"라고 한 다음, 천장 높이에서 대들보 처럼 생긴 통나무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위 그림에서 가로로 굵은 통나무 두 개 보이시지? 바로 대들본데 이런 나무를 천장높이에서 디딤돌 베고 일렬로 누운 서학쟁이 대갈통 위로 자유낙하 시켜 한 방에 보냈다는 거다. 그럼 동시에 뿌자작, 해골 부서지는 소리가 동헌마당에 울리고 죽음에 이른 디딤돌 사방 1 평방미터 가량에는.... 꼭 얘기해야 돼?

당시가 흥선대원군 통치시절이었는데, 그 때 죽음을 당한 충청남도 서산 당진, 그 사람들 발음으로 하자면 스산, 당진의 보.통.사.람.들 중에 아쉽게도 순교 성인의 반열에 오른 순교자는 없었던지 아주 극소수이던지, 많았지만 내가 알고 있지 않아 모르던지 하여간 셋 가운데 하나다. 충청도 사람들 순하다고? 천만의 말씀. 깡다구가 어떤 깡다군데. 일찌기 바다를 통해 불교,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있지도 않은 자신들의 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한 목숨 우습게 불태웠으며, 또한 그 동네 출신 항일 운동가들, 다른 데하고 달리 죽음이 이들을 보내기 바로 전까지 악착같이 싸워 기어이 그분들 집구석을 거덜을 내고 말아 후손들 깡통차게 만든 거, 그리고 지금 내 독후감이 내 주특기, 삼천포로 빠지게 만드는 거, 이거 잘 아셔야 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리미리 평양의 주요 목사들 열 네명을 구금하고 있던 북조선 노동당 정권은 이미 모진 고문으로 너덜너덜해진 이들 가운데 열 두명을 총살에 처하고 두 명은 그냥 풀어줬다. 젊은 목사는 고문과 총살집행과 독후감엔 차마 쓰지 못할 사정, 그거 말해버리면 소설 절반의 내용을 다 풀어놔야하기 때문에 절대 말 못할 사정으로 두뇌 속의 화학작용이 오작동을 해버려 풀어줬고, 또 한 명의 늙은 목사, 이 소설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데 그는 어찌어찌해서 풀어줬다. 그러니까 종교라는 이름의 아편을 인민들에게 무상으로, 아니다 주일마다 헌금은 꼬박꼬박 챙겨가니까 종교란 아편을 판 마약 상인의 숙청을 단행한 것이다. 참 사람들의 잔혹성이라니.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왜 고문까지 하는지. 원래 사람은 선한데 살아가며 나쁜 물이 들어 이렇게 변했다고? 놀고 있다. 인간은 원래부터 악하게 태어나는 거다. 1970년대 초반 일제 만화영화 '요괴인간'은 빨리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외쳤지만 난 얼른 요괴인간이 되고 싶은 걸.

문제는 죽음의 즉각 집행을 앞둔 열두명의 목사들. 그리고 이유 모를 이유로 죽음을 면제받은 한 명의 목사. 열 두명의 순교자와 한 명의 생존자. 이들의 정의를 가리는 일. 기껏 정의를 가렸지만 결국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겨버리는 전형적인 소설의 결말로 치닫는 종교소설. 아, 종교소설이란 거 알았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걸 책값이 아까워 다 읽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읽으면 감명 깊은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난 아니다. 끝.








- 접기
Falstaff 2017-01-25 공감(11) 댓글(0)
Thanks to
공감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순교자]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순교자, 김은국, 문학동네, 2010.









“그런데 그 신목사를 당신이 경멸할 수가 있겠소? 그리고 나를?”

“당신은 분명 우릴 경멸하고 있어. 그렇지 않소?”

“왜 그래? 자넨 나까지도 경멸하고 있나?”

“내가 경멸하는 건 자네들의 그 행동이야!”






소설에선 거듭 ‘경멸’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경멸’이다. 사전상 말뜻을 머리로 ‘이해한다’, ‘알겠다’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겠다’. 앞으로 경멸이란 단어가 어떤 상황과 감정에서 사용할지를 체감했다. 1950년도 6·25전쟁 당시의 현실을 바탕으로 관념적인 이야기를 잘 펼쳐내고 있다. 관념이란 으레 머릿속으로 맴돌기 마련이다. 알듯 하면서도 아리송하다. 명쾌함을 같기 까지는 더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하다. 읽는 순간엔 가슴이 벅차지만 소설을 바탕으로 한 물음이 명쾌하게 완료되었다고 보기엔 어렵다. 그렇게 한곳에 밀쳐두었던 생각들이 요즈음의 상황에서 되살아난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신천지교인들의 코로나 증가 상황과 그들의 대응방식을 통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쾌해 지려나 보다.





목사님의 신이건 그 어떤 신이건 세상의 모든 신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당신의 신은 우리의 고난을 이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인간의 비참, 살육, 굶주린 백성들, 그 많은 전쟁, 그리고 그 밖의 끔찍한 일들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6·25전쟁 당시 평양에서 공산군 비밀경찰에 체포된 열 네명의 목사 중 열 두 명이 총살당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육군본부 소속 이대위가 파견된다. 이들의 총살 이유가 무엇인지 이대위는 생존자 신목사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려 하지만 신목사는 침묵한다. 이대위는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고 장대령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사망한 목사들을 순교자로 규정한다. 이 사건을 훌륭한 선전 자료로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아주 중대한 종교탄압의 경우”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미스터리처럼 펼쳐지며 흥미를 자아내고 ‘진실’에 대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태도가 큰 줄기이다. 종교나 믿음, 신앙과 신이란 무엇인가는 지속될 질문이라면 그에 답하는 과정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성립되고 변화되고 완성되어 갈 것이다.





목사님의 신 ― 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상가능하다. 그 고난을 신이 주셨고 고난 동안 함께 하실 거다…이에 대해 신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이들이 각각의 ‘신’을 믿는 자가 될 것이고 “뭔 소리래”라고 하는 이들은 신을 믿지 않는 자가 될 것이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일까, 고난을 주는 방법일까. 고통스런 상황을 극복하고 견디어 낼 수 있기 위해 무언가에 의지하려는 인간에게 신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신’을 믿는 방식에도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신’의 존재를 설파하려는 신도들에 의해 알게 된다.





기독교인이나 목사도 인간이란 점을 잊지 마시오. 그들을 잴 때는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척도와 저울대 위에 올려놓고 그 감정과 허약함을 재어야 하지 않겠소? 나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어떤 성직자도 육체적 정신적 고문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종교인에 대해 남다를 것을 기대하는 심리. 기대가 무너지고 나면 인간 자체가 아니라 그 종교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 말이다. 신이, 교리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종교적 신념이 있을 필요가…. 목사든 신의 대변자라 하는 이들은 그들 자신이 해석한 대로 말하는 신의 말씀, 그 교리는 신도들의 행동을 통해 전파될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의 믿음도 그를 통해서 큰 힘을 얻었소. 그의 행동과 신앙의 말들―그렇소. 그 사람의 그 견줄 데 없는 신앙의 말들을 통해서 큰 힘을 얻은 거요.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내 믿음의 현 상태를 검토하고 하나님에 대한 나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료 교인들과의 관계를 다시 검토해볼 수 있었소.




그렇기에 어떻게든 종교인들은 자세는 달라야 한다. 그토록 부르짖고 진실을 밝히려 자, 숨기려는 자, 왜곡하는 자, 신의 존재를 각자의 이익으로 해석하려는 이들 중 결국 승자는 누가 될까. 마을 사람들은 열두명의 목사를 순교자로 받들며 그들의 희생과 영웅적 행동에 감사한다. 그렇기에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신목사에 대한 비난은 당연한 양상이다. 진실은 그렇지 아니하다, 그런 냄새를 풍기면서도 솔직하게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하지 않는 신목사와 이대위와의 언쟁, 현장에 있었던 제3의 인물의 시각에서 보는 사건의 진실 등이 켜켜이 쌓여 신과 믿음, 삶과 죽음의 문제, 거짓과 진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난 화자 이대위의 말과 사고에 의지했다. 나의 감정이 냉정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거침없는 분노와 경멸이 차올랐으니.





이봐, 난 자네도 그 누구도 경멸하지 않아! 내가 경멸하는 건 자네들의 그 행동이야!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걸 주었다고? 하지만 왜 그 사람들을 속여야 하나? 이미 수없이 속고 속아온 사람들을 무엇 때문에 또 속이는 거야? 그들의 비참한 생애 어쩌자고 거짓말까지 보태는 거냔 말야? 그들이 원하는 걸 주었다고? 그래 그들이 원하는 것이 거짓말 한 보따리란 걸 자네가 어떻게 알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정말 그런 것인지 자넨 자신 있어? 그들에게 필요한 건 진실이야.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이야말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고, 자네들은 그걸 줘야 하는 거야. 이 모두가 그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아니지! 자네들이 그러는 건 선전을 위해서, 교회를 익명에서 구해내기 위해서야. 만사 괜찮아질 것이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은 그들을 잘 보살펴주시고 국가는 그들의 운명을 진지하게 걱정해주고 있고 그러니 만사 괜찮아질 것이다―사람들이 이렇게 믿게 하기 위해서지. 그것도 그들의 이름으로 말일세. 난 지쳤어. 이 모든 가식, 이 모든 고상한 거짓말,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위해 저질러지는 이 모든 것이 이젠 역겨워 견딜 수 없어.




며칠 사이 하루하루 기사를 보는 내 심정이 그렇다. 걱정과 분노를 넘어서 쌓여 있다 폭발하게 되는 경멸. 개별적인 교리의 내용이 다르더라도 종교 그것이 가진 궁극적인 목적, 보편성은 있으리라는 내 당연한 믿음은 무너진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신’의 존재함을 증명받고 공동체의 존립을 유지하는 원대한 뜻을 펼치는 기회일지 모르나 나는 신의 존재를 말하는 그들의 행동으로 다시 한번 신의 존재를 의심할 뿐이다. 신, 그들만의 신. ‘내’게만 존재하는 신. 그들 식의 ‘순교’가 아니, 순교라는 단어 자체가 내게 상당한 모욕감을 준다. 순교라니, 신이라니. 무엇이, 무엇을 위해? 아니, 마귀라니?

소설은 인간 행동의 이기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1950년 전쟁의 참혹함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지금 인간의 이기를 발현할 특수한 상황인 건가. 모두 신목사 같은 존재들만 있는 건가.

작가는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김은국 작가다. 세계 최고의 문학상이라 일컫는 노벨상 후보이자 커피 광고에 나온 작가로 기억된다. 번역서임을 보며 미국으로 건너간 작가가 미국인이기도 하다는, 아니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살아계셨다면 더 많은 작품을 쓰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 접기
모시빛 2020-02-22 공감(9) 댓글(0)
Thanks to
공감



한 줄이면 되는 리뷰를 늘여 써도 도무지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끌어 모아 글자로 된 실로 꿰어내기만 하면 될 때가 있다. 미리 생각해두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인다. 할 말이 흘러넘쳐 일단 글로 옮긴 다음 알밤을 깎듯 쓸데없는 잡티들을 돌려가며 깎아주면 된다.

그런가 하면 지금처럼 도무지 무슨 말을 써야할지 막연한 경우도 있다. 멍하니 한 시간째다. 매직아이를 하는 인간인양 한글 창의 공백만 노려보는 중이다. 복제된 빈 문서 1이 마음으로 슬그머니 들어온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누가 봐도 형편없는 작품이면 차라리 낫다. 오히려 그 때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이란 단서 조항만 병풍처럼 둘러치고 대놓고 까버리면 그만이다.

난감한 고민은 『순교자』와 같은 작품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참 좋았습니다, 끝. 이럴 순 없으니까. 어떤 점이 좋았는지 근거를 대야 설득력이 생기는데 딱히 근거를 대기가 애매하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니 줄줄줄 끊기지 않을 것 같다. 출판사 책 소개나 인터넷 검색창을 치면 콸콸콸 흘러넘치는 바닷물에 굳이 별반 다를 바 없는 물 한 방울 보탤 일은 아니니. 말 한 마디로 신뢰감이 확 가는 하이 레벨의 리뷰어라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부르짖는 장금이로 빙의하면 그만이다. 현실은 쩜쩜쩜. 나처럼 평범한 독후감러는 인과 관계가 확실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거늘. 쩝.



『순교자』는 한국전쟁 당시 학살당한 목사들과 살아남은 목사 사이에서 순교의 타이틀을 둘러싼 진실 게임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부터 손에 턱 걸리는 게 표지를 넘길 때는 영 탐탁지 않았다. 개인적인 호감도순으로 나열하면 가장 마지막에 가져다놓을 종교이기 때문이다. 비록 종교는 없지만 양가 어머니들의 종교가 불교인 영향력도 조금은 미쳤으리라. 기독교에 대한 편견은 책을 읽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모임 도서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종교 관련 도서는 늘 나의 독서 목록에서 아웃사이더였다.

이 책이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음의 호감도에서 출발한 책이 이토록 깊은 울림을 가져오리라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좋았던 점 몇 가지만 소박하게 나열하려 한다. ‘소박하게’라 쓴 말이‘비루하게’라 읽힌다. 배경지식의 얄팍함으로 절로 소박해질 수밖에 없다. 근거 있는 자신 없음이다.



첫째, 가독성이 좋다. 구구절절 부연 설명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이다. 단락의 구분이 잘 되어있다. 소제목이 숫자로 된 소설은 간혹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이 책은 휘리릭 읽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면 장면이 전환된다. 그게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지루해할 틈도 없이 이틀 만에 완독했다.



둘째,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는 점이다. 종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종교는 한낱 도구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종교 너머에 존재하는 요소로 시선이 간다. 책을 읽는 내내 ‘진실’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렸다. 진실은 그저 진실이기 때문에 밝혀져야 한다는 주인공 이 대위, 사람들이 진실을 원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주인공에게 혼란을 불어넣는 사건의 중심인물 신 목사, 진실을 알면서도 이를 덮으려는 장 대령, 아버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박 대위,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믿는 진실을 향해 되돌아간 민 소령, 이들의 모든 진실을 지켜보는 고 목사. 진실에 얽힌 이들의 방황과 고뇌와 시선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 ‘진실’이라는 두 글자가 내포하는 의미를 톺아보게 한다.



셋째,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이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까지 전개되는 과정이 추리소설을 보는 듯했다.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 진실의 향방이 궁금해져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졸라의 『인간 짐승』을 읽는 것만큼의 긴박함이 느껴졌다. 다만 『인간 짐승』이 메이저라면 이 작품에는 마이너의 스릴감이 있다. 은밀하게 다가오는 심해파에 가깝다. 그저 손바닥만 폈을 뿐인데 주변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내공이 쌓인 고수의 문장이다.



넷째, 깊다.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종교는 이어져 있다던데 그 신앙의 본질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전 지구 바닷물의 가장 낮은 곳에서 느리게 흐르는 심해저를 떠올린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두부 같기도 하다. 묵직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사골 국물스러운 감동이 크다.



다섯째, 질문을 남긴다. 거짓된 진실이라도 희망이 동반된다면 그 길을 가야할까. 소설 속을 빠져나와 실제로도 신앙의 길을 신념으로 걸어가는 이가 있다면 그는 끝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는 마음이 될까. 사람들이 믿는 진실과 믿고 싶어 하는 진실 사이의 간극에 선다면 나는 어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까.



평소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내 안에 불신이 그득하다는 의미와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주관도 없이 상당히 의존적이었던 어린 시절도 있었는데. 스스로 해결하는 삶에 익숙해져버린 게 언제부터였더라. 자신을 의지하는 데에 거부감 비슷한 마음이 생겨버린 듯하다. 이런 성향이 종교에도 그대로 투영된 걸까. 종교를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도무지 가져지지 않는다. 신의 존재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아니다. 절대적인 신앙이라든지 신에게 기도한다는 상상만 해도 반감이 일어난다.『순교자』를 읽으며 좋았던 점을 몇 가지 나열했지만, 소설에 등장한 목사님들의 신앙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을 하기가 어려워서 깊이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나와는 다른 존재도 있을 거라는, 인간 존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한 줄이면 되는 리뷰를 늘여 써도 도무지 다시 읽어보아도 설명이 부족하다. 탄탄한 근거가 깔려있는 피라미드형 독후감이 아니라 모래시계 윗대가리처럼 불안한 구조라서 심히 부끄럽고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참 좋았다.
- 접기
나비종 2021-03-30 공감(4) 댓글(2)
Thanks to
공감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