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7

[전자책]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김기우 | 알라딘

  • [전자책]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김기우 | 알라딘

    [eBook]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김기우 (지은이)창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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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종이책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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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 100자평(0)리뷰(8)

    종이책 페이지수 : 736쪽
    책소개
    전후 최대 작가 최인훈을 말하는 책이 출간됐다. 문학 거장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정보를 소설가 김기우 제자가 40년 동안 기록한 책이다. 이성의 농축 기호인 언어를 최고의 수준으로 구사한 최인훈 작가를 오랫동안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던 제자로부터의 진실이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에 오롯이 담겨 있다.

    김기우 제자는 고인이 된 스승을 남기고 싶어 온 힘을 다해 기억하고 복원했다고 전한다. 책에서 그는, 최인훈 스승님께서는 소설창작과 희곡창작 외에도 예술철학, 문학론을깊게 사유해 왔는데 독자나 연구자들은 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선생님께서 30여 년 동안 예술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해오면서 예술과 문학에 관한 논리적 탐구를 지속해 왔음에도 <광장>의 작가로만 알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고 토로한다.


    목차


    머리말

    01 거장을 만나다(1982~1990)

    면접
    라울
    굿모닝 미스터 오웰
    버스 수업
    꽃과 꽃
    진화의 완성
    마트료시카

    02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1991~2000)

    《화두》
    바다거북이
    우연의 의도
    <아이오와 강가에서>
    내러티브

    03 예술론의 핵심(2001~2010)

    《광장》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40억 년의 기억
    프로레슬링
    제2병참단 세탁부대
    에피파니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대인상
    윤회와 허밍
    화자 = DNA∞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04 마지막 수업(2011~2018)

    경운조월(耕雲釣月)
    팔순 식사
    오동나무
    절대문감
    무언의 유언
    서간체 〈화두론〉
    최인훈 작품 연보

    접기


    책속에서


    선생님의 목소리 음정이 높아지고 말의 속도는 빨라졌다.
    ― 문학은 감각 예술하고는 다른 차원의 예술이에요. 표현 기호 자체가 감각 기호가 아니에요. 우리 인류 문명의 DNA를 압축해놓은 기호라고 누누이 이야기했죠. 그 나라 말에는 그 나라의 역사가 농축돼 있어요.
    말에는 그 민족의 습관과 전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음악의 표현 기호인 음표가 인류의 감각을 농축하여 담고 있다면, 언어에는 풍속이 아이콘처럼 묶여 있다, 풍속을 담은 채 새로운 감각의 방법을 찾는 예술 장르가 문학인 것이다. 문학은 당연히 윤리에까지 감각을 미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
    거기에 학교 버스가 세워져 있다. 선생님은 우리를 버스에 오르게 했다. 다른 과목처럼 휴강해도 괜찮을 텐데 굳이 이렇게 해서라도 강의를 하시려나. 나는 선생님의 모습이 무슨 헤프닝처럼 느껴져 즐겁기도 하다. 예술이란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낯설면서 즐거운 것.
    (…)
    선생님은 우리를 버스에 모두 태우고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펼치셨다. 우리는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낭독하고, 선생님은 설명하셨다. 이런 모습은 마치 관광버스에 오른 여행객 같았다. 우리는 여행을 앞둔 승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고, 선생님은 가이더처럼 운전석 뒤에 서서 여행지를 소개한다. 문득,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가 펼쳐진다. 우주여행선에 올라탄 우리 학우들, 그리고 우주선 선장인 최인훈 선생님, 여행의 목적지는 ‘문학’이라는 불모지, 이데올로기라는 행성…, 우리는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접기
    <그림 같은 바다, 바다 같은 그림>
    두 문장이 있다. ‘그림 같은 바다, 물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바다 그림’. 이 두 문장은 예술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두 문장이 만나는 지점을 ‘P’라 한다면 P점이 의미하는 바가 예술의 뜻이다.
    ‘그림 같은 바다’라는 말은 실제 바다를 보고 하는 말이다. 그다음, ‘물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바다 그림’은 마음속에 있는 바다의 모양을 그려놓은 것이다. 하나는 그림을 보고 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실물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을 왜 그림 같다고 할까? 마음에 드는 바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그림 같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물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바다’. 이것은 실물이 아닌, 실물을 대신한 그림자에 대해서 정말 진짜 같다, 이런 말이다. 그 앞에 물결 소리가 들릴 것 같다는 뜻은, 그림이 아니라 진짜 같다, 거기에 걸어 들어가면 빠져 죽을 것 같구나, 라는 말이다. 그림을 칭찬하는데, 꼭 진짜 같다는 말을 한다. 바다의 그림인데, 진짜 바다인 것 같아서, 거기서 금방 물결 소리가 들릴 것 같다, 혹은 거기에 손을 담그면 손이 적셔질 것 같다, 이런 말을 한다. 하나는 진짜 물건을 보고 그림 같다고 하는 게 칭찬이고, 진짜 아닌 것을 보고는 진짜 같은 것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문장을 만족시키는 문장을 지으시오, 라는 문제에 제대로 답하면 바로 예술적인 문장이다. 접기
    <글 쓰는 마음>
    1. 잘 아는 소재를 택하라.
    어떤 것을 쓸까 고민될 때, 잘 아는 소재를 택하라.
    2. 남의 것을 모방하지 말라.
    지금 어떤 것이 유행인지 따라하기보다는 자신한테 절실한 것을 쓰라. 그것을 제대로 썼으면 남들이 자기를 모방하게 될 것이다.
    3. 많이 고쳐라.
    문장이 좋으냐 멋있냐 하는 정답은 없으니까 자꾸 고치면 나쁘게 수정되지 않는다.
    4. 친구들과 토론하라.
    글 쓰고 싶어 하는 사람끼리 친구가 돼서 자극을 받는 것이 좋다. 글을 쓰려면 그런 분위기가 필요하다. 어떤 정신적인 동아리라는 것은 강력한 것이다.
    5. 많이 읽으라.
    많이 읽으면 거기서 별의별 길이 나온다. 많이 읽지 않고 좋은 글 쓰는 방법은 없다. 굉장히 많이 읽어야 한다. 어찌 보면 너무 허공에서 헤매는 것 같은, 불이 없는 캄캄한 허공에서 헤매는 것이 읽기다. 그러다가 자기 길을 만난다.
    *
    ― 저는 꿈꾸는 사람의 상황으로 비유했습니다. 현실에 귀속되는 상상의식을 꿈을 꾸는 사람의 상황이고, 꿈속에서 거울을 보는 상황을 상상으로 남는 상상의식이라 대입했습니다.
    ― 그렇지. 꿈속의 거울을 볼 필요 없이. 꿈 자체가 거울이지. 그리고 우리는 꿈이라는 걸 깬 다음에도 기억하잖아. 또 꿈속에도 깨었다, 꿈으로 들어갔다 하는 어수선한 꿈도 있지? 그때의 꿈을 꿈이라고 퍼뜩 생각하는 것은 꿈속의 그것이 아니라, 현실의식이지. 남아 있는 현실의식과 완전한 꿈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교차한다고 보면 되겠지.
    ―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현실 세계로 돌아올 때의 그 순간이 그렇습니다. …요즘, 상상의식과 현실의식이 겹치는 상황을 소설로 쓰고 있는 중입니다. 고민은 결국 화자 문제입니다.
    ―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까지 고민하는 거지.
    ― 문학은 어렵습니다.
    ― 어려운 걸 택하는 사람이 문학가다.
    *
    선생님께서는 ‘꿈을 꾸면서 꿈 밖으로 나와야 한다.’라고도 말씀하셨지요. 예술 행위는 꿈꾸는 행위입니다. 예술가는 남의 꿈을 대신 꿔주는 사람입니다. 남의 현실을 자기 안에 넣어 꿈으로 버무려 밖에 내놓는 사람이지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꿈꾸는 기술을 가르쳐주셨습니다. 한평생 걸려야 제대로 꿈 맛을 볼 줄 아는 방법을 얻겠지만, 우리는 《화두》를 통해 좀 더 빨리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잊지 않는 것, ‘나’가 처한 모든 곳에서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이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화두》를 쓰셨듯이, 저도 선생님을 잊지 않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14,600날 동안 흐르던 화두는 그 몇 곱절의 나날, 아니 영원한 기억으로 흐르겠지요. 선생님, 다시 뵐 그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기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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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태어났다. 충북 음성에 터전을 잡은 한림공(翰林公)의 14대손으로 조상은 농경으로 집성촌 생활을 이어가셨다. 고조부 이후의 아버지들은 한학에 심취하셨다. 경운조월(耕雲釣月)의 삶이었다고 짐작된다. 책상에 앉아 계신 조부와 부친의 뒷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자유교양이나, 전국학생백일장 등에 출전해서 부모님과 학교의 소소한 자랑이 되기도 했다. 동북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관악대 활동하면서 조숙한 흉내로 사춘기를 지냈다. 시와 노래에 빠져 고교시절을 보내고, 졸업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학부 졸업하면서 단편소설 <환(環)>으로 문단에 나온 뒤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봄으로 가는 취주(吹奏)》, 《달의 무늬》,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리듬,Rhythm》 등의 장편소설집, 중단편소집을 발간했다.
    소설 창작 외에도 서사 이론에 관심 깊어 대학원에서 연구 생활도 지속해 나갔다. 〈최인훈 화두의 구조와 예술론의 관계〉로 석사학위를, 《최인훈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작장편동화 《봉황에 숨겨진 발해의 비밀》, 글쓰기 지침서 《천하무적 글쓰기왕》, 창작이론서 《아이덴티티 이론의 구조》, 작가 실화 소설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도 발간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접기

    최근작 : <네게 쓴 메일함>,<특명 : 김일성 시신을 확인하라!>,<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총 1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광장》과 《화두》의 작가 최인훈의 말을 제자인 김기우 작가를 통해 듣는 책!
    - 40년을 함께 나눈 스승 최인훈과 제자 김기우의 예술철학 이야기.

    40년 동안 최인훈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정보를 온전히 되살리려는 평전같은 기록물!

    “최인훈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한두 해 동안, 선생님은 내 곁에 계셔서 여전히 내게 당부의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는데, 지난해부터 한 달 두 달 지날 때마다 선생님은 멀어져 갔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선생님과 간격은 더 넓어졌다.
    나는 선생님을 붙들려 온 힘을 다해 기억했다. 선생님과의 약속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전에 선생님을 기록하는 속기사가 되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승정원일기》를 적어간 주서(注書)나 한림(翰林)처럼 선생님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는 흐뭇해하셨다.
    이 글은 나와 선생님의 만남 40년 동안 선생님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정보를 온전히 되살리려는 기록물이다. 학술적 에세이, 혹은 소설적 분위기의 미셀러니, 희곡 등 여러 갈래를 포함한 일기 형식으로 선생님을 기억해 나간 글이다.”
    - <머리말> 중에서

    ■ 《광장》과 《화두》의 작가 최인훈의 말과 예술철학은 무엇인가?
    또한 최인훈의 오랜 은둔 생활로 생긴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는 사실의 기록!

    전후 최대 작가 최인훈을 말하는 책이 출간됐다. 문학 거장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정보를 소설가 김기우 제자가 40년 동안 기록한 책이다. 이성의 농축 기호인 언어를 최고의 수준으로 구사한 최인훈 작가를 오랫동안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던 제자로부터의 진실이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에 오롯이 담겨 있다.
    김기우 제자는 고인이 된 스승을 남기고 싶어 온 힘을 다해 기억하고 복원했다고 전한다. 책에서 그는, 최인훈 스승님께서는 소설창작과 희곡창작 외에도 예술철학, 문학론을깊게 사유해 왔는데 독자나 연구자들은 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선생님께서 30여 년 동안 예술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해오면서 예술과 문학에 관한 논리적 탐구를 지속해 왔음에도 《광장》의 작가로만 알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고 토로한다.

    온몸으로 문학을 살다간 최인훈의 진실한 면모를 본다.
    40년을 함께 나눈 스승과 제자의 예술철학 이야기.
    이 책의 소중함은 최인훈 작가의 예술철학과 문학과 예술 이론화 과정을 담은 강의와 강연, 그리고 대화의 기록이다. <문학과 이데올로기>, <인간의 메타볼리즘의 3형식>,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상세한 해설뿐 아니라, 최인훈의 예술에 대한 이론적 아이디어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내온 김기우의 정리는 그 누구도 못 한 귀한 작업이다.
    김기우는 그동안의 논문에서도 밝혔던바, 우리 고유의 예술철학, 미학이 없는 현실에서 최인훈의 이론적 탐구는 대한민국의 자생적인 방법론으로, 인류 정신의 원형이론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역설한다.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는 학술적 에세이, 소설 형식의 미셀러니, 희곡 등을 포함하는 복합장르의 서술체로 쓰여 낯설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독서의 즐거움도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최인훈 작품 연보’에서 돌올하게 빛을 발한다. 연구자들뿐 아니라 애독자는 작품 연보를 통해 최인훈 생의 줄기를 자세히 알게 되고, 해설을 통해 작품을 정확하게 파악하리라 본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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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
    마이리뷰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최인훈 소설가의 소설 『광장』은 학창 시절 때 교과서에서 접했었다. 하지만 온전히 작품을 다 읽어보진 못했다. 그 외의 최인훈 작가의 소설을 조금이라도 읽은 게 있었던가 자문을 하며 책을 접한다. 최인훈 작가와 직접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은 제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어떻게 자신의 스승을 기록했는지 궁금했다.







    책은 총 네 부분으로 시기별로 구성된다. '거장을 만나다(1982~1990)',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1991~2000)', '예술론의 핵심(2001~2010)', '마지막 수업(2011~2018)'




    솔직히 오랜만에 보는 벽돌 책이라 정독을 하긴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첫 만남은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끈다. 아무 베이스가 없었기에 실기가 있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는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내게 저자의 기록은 경험해 보지 못한 순간을 보여준다. 1부의 시기에 서울예대 문창과를 다니신 형님께는 이 책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형님과 나는 시를 전공했기에 최인훈 선생에 대한 접근이 다를 수 있겠지만 거장은 존재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 시킬 테니... 첫 만남 이후 처음 시기에는 직접적인 대면은 없었다. 막연한 최인훈 작가에 대한 동경이 보이는 저자의 일기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수업 자료로 쓰인 이미지들이 보인다. 우리 때도 아직 칠판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생각도 못 했던 시기인데... 본인의 수업 필기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었다(나는 왜 그런 기록의 소중함은 잊고 지냈을까... 애제자라 생각했던 선생님의 영면 소식도 먹고살려고 발버둥 치다 뒤늦게 알았으니... 뭐 할 말이 있을까). 그 기록은 저자의 일기와 최인훈 작가의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책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듯했다.




    같은 서울예대 문창과 동문이나 다른 분야의 담화집으로 읽은 『술로 50년, 솔로 50년』(the 작업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책은 두 사람의 대화로 돌아 본 50여 년의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저자의 일기로 기록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 그리고 함께하는 최인훈 작가의 문장들과 함께 다시 봐도 안타까운 시간이다. 내가 중학생 시절의 일이지만 잊히지 않는 일이었다. 최인훈 작가의 혜안이 보이는 장면도 보였다. 대형 서점에서 헌책방을 만들어 주길 바라셨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나 1999년 인터넷 서점 중 내가 가장 애용했던 알라딘에서 결국 중고서점을 만들어 인기를 얻었지 않았던가.




    3부는 예술론을 많이 다루는 편이라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기 스타일의 글은 그 어려움에 대한 부담감을 중화시켜주었다. 읽기에 대한 어려움을 줄여 주었지 그렇다고 쉽게 와닿았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대화가 있었기에 책을 읽는 흥미를 쉽게 잃지 않았다.




    4부의 제목부터 아쉬움을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 일기는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담는다.








    선생님께서 영면하셨다.(p.664)







    두껍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일기문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일까? 중간중간 저자와 최인훈 작가의 대화가 있어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저자의 서간체로 된 <화두론>과 이어지는 최인훈 작품 연보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저자의 저작들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알 수 있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끝으로 '주'와 함께 책은 마무리된다.




    너무 딱딱하게 다가오지 않는 형식이라 부담 없이 읽은 책이었다. 편협한 책 읽기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기에 최인훈 작가의 소설을 제대로 접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시작을 《광장》으로 하고 싶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싶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거나 막연하게 글을 쓰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정리한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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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坤 2023-03-02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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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해요.

    중요한 건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아닐까 싶어요.

    최인훈 작가는 대표작 <광장>과 함께, 문학 수업에서 접했던 작가와 작품 해설이 전부였어요. 광장과 밀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고도의 상징적 요소를 통해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작품이라는 것.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는 문학박사 김기우님의 책이에요.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이른바 벽돌책의 위엄에 살짝 놀랐는데, 책의 의미를 알고나니 꽤나 압축한 요약본으로 느껴졌어요.

    한 사람과의 인연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담기에 한 권은 너무 부족하니까요. 저자는 최인훈 선생님의 제자로 연을 맺게 된 1982년 2월부터 선생님의 생애 끝자락인 2018년 7월까지,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아찔했던 면접 시간 이후 불합격일 거라고 낙담했는데, 최종결과는 합격이었고 그 기쁨을 '구원'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토록 원하던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최인훈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말이죠. 수강신청을 하러 사무실에 들렀다가 최인훈 작가님이 담배를 피워 문 모습이 서양 희랍 시대의 철학자, 플라톤의 흉상을 닮았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어쩐지 사랑에 빠져 콩깍지가 씐 상태로 보였네요. 그야말로 문학청년의 눈에 비친 작가와 작품에 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일기였어요.

    1994년 4월, 최인훈 선생님의 <화두> 출간을 기념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한 내용이 나오는데, 저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화두>에 자신의 삶을 기록해 두셨다. 선생님의 삶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증인으로서의 세월이었다. 선생님은 '공룡의 꼬리에 붙은 비늘'로써 스스로의 문장으로 적어나가겠다고 작심하신 것이었다. 가장 자기다운 언어를 골라 가장 합리적이고 섬세하게 자신을 그려나갔다. 언어의 기록으로 자신을 온전히 찾고 오래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이었으리라. 그 소망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216p)

    문학과 소설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신 스승님을 자신의 힘으로 분석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최인훈의 예술론과 창작론은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해요. 실제로 선생님께서, "자네의 이번 학위논문, 잘 썼어. 내 작품을 내 이론으로 분석해서가 아니라, 체계가 잘돼 있고, 무엇보다 내 작품과 이론을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봤다고 생각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논문을 징검다리로 활용하기를 바라네. 자네도 이번으로 끝이 아니라 계속 수정보완해 나가면 좋겠다." (558-559p)라고 말씀하셨대요.

    세월이 흘러, 저자의 제자가 <최인훈의 예술론>에 관한 논문을 완성하여 선생님께 보여드리는 장면이 뭔가 감동적이었어요. 스승의 책을 보물로 여기는 제자가 선생이 되고, 새로운 제자가 문학 연구를 이어가는 과정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역사로 느껴졌어요. 저는 아직 <화두>를 읽어보지 못했으나 지금 시대의 화두가 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화두>의 주인공 '나'는 기억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며,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를 우리이게 할 것은 기억뿐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선생님께서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화두>를 쓰셨듯이, 저자는 선생님을 잊지 않기 위해 이 편지를, 이 한 권의 책을 썼다고 해요. 이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무엇인지, 스스로 답해야 해요.









    "<뉴스타파>라는 방송에서

    친일파 후손을 찾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많은 후손이 회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로시인 한 분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문학인으로서 조부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발언하기 어려웠을 텐데,

    그분은 대신 사죄하겠다고 했습니다."

    "잘한 일이구나. 우리 근현대사에서 잘한 일, 두 가지가 있다.

    '소녀상'과 <친일 인명사전> 간행이다."

    "네... <두만강>을 다시 읽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분위기가 잘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언젠가는 <두만강>과 <화두>를 연결해서 분석하고 싶습니다.

    특히 <화두>의 그 사회주의 선언 같은 문서상의 사건이 실제 벌어진다면...

    우리 주변의 열강의 움직임으로 그 끝에 통일이 되면서

    조명희의 선언 같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로마는 무너졌다.

    소련이 무너졌으므로 그런 일은 없으리라 본다." (655p)






    "사람은 기억 때문에 슬프다. 세상은 흘러가도 기억은 남는다.

    (...) 슬픔은 영원히 남는다. 그렇게 만드는 힘이 기억인데,

    그 마찬가지 인간의 힘이 그 슬픔을 이기게도 한다."

    - <화두> 1부에서 (6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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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즐 2023-03-0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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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시간을 거슬러 90년대에 심취했던 문학적 향수를 느꼈다. 지금보다 볼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에 문학은 내 정신세계를 구축시켰던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읽는 재미에 푹 빠져들어 몇 날 며칠을 붙잡고 그 두꺼운 책을 완독했을 때 뿌듯함은 한층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도 이미 최인훈 작가를 만나기 전부터 그의 문학세계에 빠져있었다. 198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면접 자리부터 2018년 7월 임종을 거두는 날까지 오랜 인연이 이어졌고, 최인훈 작가와 나눈 40년의 배움을 이 책에 소상히 기록하였다. 순서대로 정독해도 좋지만 기록일과 무관하게 펼쳐들고 읽어도 뜻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세계를 해체하여 예술론을 펼치는 와중에도 시대적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1980년대에서 2018년까지 이어진 기록은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최인훈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는 소소한 일상보다 배움의 시간이 훨씬 길었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문학세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깊이감이 남다르다. 최인훈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어 문학적 담론의 자리가 배움의 터전으로 바뀐다. 독서 모임 이후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다. 최근엔 다른 누군가와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좀처럼 없다 보니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도 예전 기억을 복원시켰다. 문학보다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공허해진 마음의 양식을 영양가 없이 섭취하는 데 급급하나 보다.




    지나보니 알게 되더라.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대화는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40년간 배움의 시간을 가진 저자가 쓴 책을 통해 우리들은 읽음으로써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회를 얻어서 좋다. 문학이란 곧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학문인데 예술 철학을 깊이 파고들수록 어렵고 복잡해도 얻는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진리를 탐구하는 정신일 것이다. 문학소년으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헌책방을 제 집 드나들듯 자주 오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저자는 평생의 스승을 모셨다는 것만으로 행운아인 것 같다. 그래서 최인훈 작가가 쓴 작품들을 집요하게 탐구했었고 문학세계를 온전히 해석하려고 했다. 이 책은 최인훈 작가 사후에 바치는 헌정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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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지기 2023-03-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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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김기우는 열아홉 살 때 최인훈 선생을 만났고, 그의 나이 쉰 네 살 때, 선생을 병원 특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뵈었다고 했다. 이 책은 선생과 만남 40년 동안, 그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정보를 온전히 살려 되살리려는 기록물이다.



    “이렇게”란 말은 어떻게 읽힐 것인가일까?



    지은이와 최인훈 선생의 만남이 시작된 1982부터 선생이 돌아가신 2018년까지, 4시기로 구분 지어 1장에서는 거장을 만나다(82~90), 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91~00), 3장 예술론의 핵심(01~10) 그리고 마지막 수업(11~18) 순으로….



    1994년의 자전적소설<화두>, 1960년 <광장>으로 화려하게 등장, 40년만에 <화두>로 느낌표를 찍었다고 표현했던 김한길과 선생의 대담프로그램...



    최인훈 선생은 화두를 이렇게 말한다. 일년 동안 온 힘을 쏟아 부은 작품이다. 진실과 사실, 소설은 거짓말에 의존한다. 진실과 사실, 그 자체로는 전달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일 것은 물론이다.



    꽤 의미심장하다 할까, 선생의 사유의 세계를 어렴풋이..., "인류를 커다란 공룡에 비유해 본다면, 그의 머리는 20세기 마지막부분에서 바야흐로 21세기를 넘보고 있는데, 꼬리 쪽은 아직도 19세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흙탕과 바위산 틈바구니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지면서 20세기의 분수령을 넘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아직도 공룡의 몸통에 붙어 있는 한 비늘의 이야기라고(2장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215쪽)



    예술론의 핵심 중, <광장> 40주년 기념심포지엄을 보자.

    최인훈 문학의 내면성과 실험성을 논하는 평론가는 해체주의와 정신분석학을 공부해 온 학자다. 그는 최인훈 문학에서의 무의식의 영역을 탐색하여 소설 창작의 과정을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로 파악해냈다. <광장>(1960년)-<구운몽>(1962년)-<서유기>(1966년)-<하늘의 다리>의 창작의식을 살펴 정신분석학 측면과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연계…. 문학적 희열을 갖게 하는 최인훈 문학의 소중함을. 김현, 김윤식<한국문학사>(1973)에서 전후 최대의 작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문학은 어떤 일을 하는가, 최인훈 문학론



    발표자는 최인훈의 창작에 근원적으로 흐르는 사유는 예술과 종교의 탄생과 존재 목적, 그리고 효용에 있다고 전제한다. 작품의 세계관은 우주적 환기력을 지닌 종교적 보편성을 띤 예술의 본질을 여과할 때 보인다고 했다.



    너무 어려운 평들이라서 이해하는 데 한계가 또렷해 보인다. 광장이라는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하는게 관심사였는데, 광장이라는 관념, 그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으로 가는 ‘타고르’ 배에….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 당대의 지식인들이 고민의 핵심이지 않았을까, <광장>은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 시대를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됐기에, 광장 40년 현재하는 작가에 대한 존경을 공적으로 표시하는 자리, 꽤 의미깊다.



    광장은 한 개인이 어떻게 좌절하고 방황하며 그 끝에 어떤 성찰을 얻어 내어 행동으로 옮기는가를 파헤치는 소설이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경찰서로 끌려가 호된 고문을 당한 명준, 윤애의 사랑을 삶의 보람으로 삼아 살아가려 하나, 윤애의 무의식적인 몸의 거부에 실망, 새 삶을 위해 북으로, 은혜를 만나 삶의 보람을 찾지만, 헤어지면서 삶의 의미를 잃는데….



    최인훈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 책, 그중의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은 문창특강(505쪽 이하)에서 쭉 이어진 글이다. 강의내용과 노트, 그리고 지은이와의 대화가 실려있다. 묻고 답하고, 남한에 토지 박경리가 있다면, 북한에 최인훈이 있다고…. 아마도 최인훈 선생이 원산중,고를 다니다 월남하였으니…. 이런 말도 나올 법하다.



    이 책 끝에 실린 최인훈의 작품연보와 짤막하게 소개된 작품들, 하나 이 책 한 권이면 최인훈의 문학세계 입문이 될 듯하다. 선생과 40년을 만나온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최인훈론,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에서 아직도 “이렇게”는 찾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말했다는 것 자체가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쓴 자서전적 소설 <화두>처럼…. 최인훈 선생은 한국 근대정신사 최고의 봉우리 중 하나에 서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어렴풋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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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onbh 2023-03-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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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스승에 대한 추앙의 기록



    문학 스승에 대한 사랑과 존경, 요즘 말로는 '추앙'이 듬뿍 담긴 문학 노트를 발견했다. 소설가 김기우가 제자의 눈으로 문학 거장 최인훈의 문학과 예술 그리고 작품세계를 밀착취재한 꽤나 두꺼운 노트다. 무려 40년 동안의 기록이니, 그 한결같은 열정과 사랑이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서울예술대학 문창과 시절부터 기록한 수업 노트와 일기, 그리고 스승의 문학작품에 근거해, 최인훈의 문학세계를 정밀하게 그려보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저자는 최인훈 작가의 평생주제로 "우연에 의한 세상의 진화, 현실의 황당함에 무너지는 이상적인 이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과학의 법칙 등"을 꼽는다.



    이 책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창해, 2023)는 적재적소에 최인훈 작품의 담론을 적극 인용하고 있는데, 최인훈의 문학과 예술 그리고 인생철학을 폭넓게 그려보인다. 한국 문학에 흥미가 없는 문외한도 최인훈의 대표작 『광장』 이나 『회색인』에 대해선 꽤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문학의 현실참여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회색인』의 주인공은 소설을 쓰는 국문학도 독고준이다. 독고준은 행동대장이 아니라 회색의자에 묻혀 사유를 즐기는 사색형 인간이다. 『회색인』은 4.19 혁명 직전의 시공간을 무대로 청년의 고뇌와 허무를 명철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 소설집 『광장』은 사실주의 계열의 『광장』과 환상주의 계열의 『구운몽』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광장』이 4.19 혁명과의 조우라면, 『구운몽』은 4.19 이후 5.16의 악몽을 표현한 작품이다. 『광장』의 주인공은 제3국으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 탑승한 전쟁포로 이명준이고, 『구운몽』의 주인공은 간판공으로 일하는 조용한 청년 독고민이다. 『광장』은 이념과 이데올로기, 체제 비판의 색채가 짙지만, 결국 이념과 사상보다는 사랑의 힘을 부각시켰고, 소설가 김기우의 말대로, '벗'도 '적'도 아닌 '사랑'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이성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문창과 '소설창작' 수업의 교재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었다. 구보는 원래 소설가 박태원의 호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구보 박태원의 동명 단편소설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총 15편의 단편소설로 엮어진 단행본이다. 소설가 김기우는 "구보 씨는 문장의 기교를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작가의 일상을 낱낱이 알게 되어 좋았다. 선생님 세대의 문단 풍경도 그대로 드러나고 예술가들의 사회 인식, 예술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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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xia 2023-03-0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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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최인훈의 광장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분단의 시대 문제를 가슴 아프게 전개했던 저자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다시 한 번 느꼈었다. 그를 기억하며 책을 펼쳤다. 물론 그가 쓴 것이 아니라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본 제자가 쓴 것이다. 그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그의 제자의 그를 향한 애틋함과 정성이 여기 저기 묻어난다. 스승의 제자 사랑도 아름답지만 제자의 스승을 향한 마음도 한 그루의 해바라기 같다.



    <스스의 날 주간이어서 선생님을 뵈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하신다. 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동승동 아르코극장에 갔다. 소극장이어서 관객이 빼곡 들어차 있었다. 나는 연출자가 안내해 준 좌석에 앉아 선생님 곁에서 ‘한스와 그레텔’을 관람했다.> 이 글을 보면서 초등학생이 담임 선생님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가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어찌 이렇게 스승과 제자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요즘은 보기 힘든 관경이리라.



    이 책은 최인훈의 제자인 저자가 일기 형식으로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가 학생시절 처음 그를 면접 시간에 만난 1982년 2월부터 그가 죽음을 맞이한 2018년 7월까지를 빼곡하게 적어 나간다. 한 사람을 향한 이처럼 변함없는 애정을 보기 쉽지 않은데 저자는 이를 잘 표현한다. 이 글의 마지막 장인 14,600일의 기억에 이것이 잘 묻어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죽은 스승을 통해서 오늘도 무언가를 생각하며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를 붙들며 사는 것은 어쩌면 너무 무모한 짓일지 모른다. 특히 오늘날 같이 시장자본주의가 휘두르는 세상은 이를 더욱 실감케 한다. 그러나 시대가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은 사람다움을 찾고 저 밑바닥에 있는 고뇌와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고민한다. 인간을 찾고 삶과 진정한 자유를 고민하게 하는 이 시대다. 저자와 최인훈을 통해 다시금 이를 찾게 되어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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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동이 2023-03-0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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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김기우의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서평



    1.

    최인훈 작가의 제자가 바라보는 스승의 모습이다. 19세의 나이에 면접으로 처음 만나 54세 여름, 병원 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뵈었다고 하니 긴 만남이다. 저자는 최인훈 교수에게 매료된 듯 하다. "선생님을 기록하는 속기사가 되리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라면 참으로 최인훈 교수님이 어떤 모습일지 더 궁금해졌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이렇게 오래 남는 사람이라면 배울 점이 분명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2.

    이 책은 최인훈 교수와 저자인 김기우 박사의 육체적, 정신적 기록물(1982년~2018년의 기록)이며, 자서전 형식의 소설이라고 표현한다. 스승과 열두 시간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족함인지 지도교수님을 뵈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한참을 고민하고 들어가는 나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3.

    내가 알고 있는 최인훈 교수는 광장 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수능 준비를 위해서였기에 지금 기억나는 건 남북의 체제 비판 정도만 머리에 남아있다. 저자 역시 광장을 쓴 이후의 최인훈 교수를 만났다. 문예창작과 에서 실기를 보고, 면접에서 그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훌륭한 입시 전형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원자의 깊이있는 모습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덤으로 80년대의 대학 풍경(안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대학 동문과의 편지 등)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문학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 것이다. 또 논문 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책은 생애사이며 역사서(판문점 사건 등 다양한 역사적 내용도 나오기에)다양한 영역들이 뒤섞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꼼꼼히 읽으면 논문이 나온다(334)는 부분 속에 과연 문학계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대학 시절 국문학 전공이던 한 선배의 과제 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라는 제목을 본 적이 있다. 그 제목을 쓴 사람이 최인훈 교수이고, 희곡의 초기작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사실이다.



    5.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최인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전기이면서도 문학계에서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나라는 생각이 책을 덮으면서 들었다.

    "사람은 기억 때문에 슬프다. 세상은 흘러가도 기억은 남는다. 슬픔은 영원히 남는다. 그렇게 만드는 힘이 기억인데, 그 마찬가지 인간의 힘이 그 슬픔을 이기게도 한다(697)." 라는 화두의 일부 내용처럼 최인훈 교수는 제자들이 기억 속에 남을 것이고, 독자들에게도 남아있을 거라 생각한다.



    p.s 벽돌같은 책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재밌게 읽힌다.



    ★생각나는 구절

    인과율을 따지고 보면 그 깊은 심연 속에는 뜻밖에도 이 우연이 미소하고 있단 말이야. 불교에서는 이 이치는 공이라고 말하고 있어. 공이기 때문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노력하는 것도 않는 것도 인연이며, 인연은 공이라는 것이지. 불교 철학은 인과율의 막다른 골목, 그 아포리아에서 한 발 더 나가서 이 공을 본 것이야. 나는 우연, 운명, 신 - 이것들은 다 한 가지 뜻이라고 생각해(228).

    -회색인 중-



    ★질문 한 가지



    ★추천해주고 싶은 분

    최인훈 작가에 대하여 알고 싶은 분

    국문학도를 꿈꾸는 분



    ★독서 기간

    2023. 2. 18. ~ 2. 23.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최인훈#광장 , #회색인



    ★추천도(지극히 주관적인)

    ★★☆



    p.s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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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돌이 2023-02-2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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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

    ​​김기우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로 등단. 수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동국대학교에서 석사를, 한림대학교에서 현대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과 문화기관에서 강의하고 글쓰기 지도 중이다. 저서로 장편소설<리듬-노래 불러요, 춤출게요>,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중단편집 <봄으로 가는 취주>, <달의 무늬>,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등이 있다. 창작 이론서 <아이덴티티 이론의 구조>, 장편동화 <봉황에 숨겨진 발해의 비밀>, 글짓기 지도서<글쓰기 왕> 등도 펴냈다.



    <책을 읽고>



    대학교 면접에서 본 최인훈 작가는 큰 코에 큰 귀, 두툼한 입술을 한 <영화특선>의 외화 주인공처럼 닮았다. 스승인 최인훈을 처음 본 저자의 기억 속 모습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마치 사건의 증거를 확인하듯이 문학 수업에 대한 이론과 당시의 상황을 적절하게 끼워 넣어 서술한다. 깊이 있는 이론에 머리 아파할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 당시의 굵직한 사건을 넣어 이론에 경직된 두뇌를 마사지하듯이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리고 다시 리듬을 타 스승과의 이야기 봇짐을 풀어간다.



    그는 스승의 모든 것을 수용하였다.

    제자의 헌신적인 모습에, 스승의 마음에 부합하는 학문의 발전을 보면서 스승은 기뻐하였다. 또한, 스승인 최인훈도 저자에게 "내 DNA, 정신의 DNA를 받은 제자를 두어서 행복하다. 자네가 내 DNA 복제자다"라고 하였으니 최인훈 학파의 정통성이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스승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그의 말에 성장하는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인훈 교수의 퇴임식에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지하철 역무원이 시집을 출간했다고,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많았다. 그런 인생이 가장 훌륭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를 말하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말하였다.



    이 책에서 소설가는 남의 꿈을 꿔주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요즘 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이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마도 무엇에 대한 글을 써 보고 싶은 것에 대한 마음속 깊이 내재한 것의 표현이라 생각이 든다. 나의 꿈을 기록하다 보면 누군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심오한 이론을 담은 글을 기록하지 못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계기가 된 이 책에 마음이 흡족해진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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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stol 2023-03-0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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