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1

참세상 현장기자석 :: 성노동/성매매 이론, 정책, 운동방향 연속강연 (1강) - 박정미

참세상 현장기자석 :: 성노동/성매매 이론, 정책, 운동방향 연속강연 (1강) - 박정미



성노동/성매매 이론, 정책, 운동방향 연속강연 (1강) - 박정미
인권뉴스 2013.04.25 17:17


4월 24일 오후 7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는 ‘사노위 여성사업팀’과 ‘붉은몫소리’가 주최하는 성노동/성매매 이론, 정책, 운동방향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연속강연 중 첫 번째인 이날 강연에는 연사로 박정미 한양대 연구교수가 나와 「성노동 성매매 이론과 정책의 역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발제문(지면관계상 ‘’묵인-관리 체제‘의 변동과 성판매여성의 역사적 구성’은 생략)이다.
다음 강연은 5월 9일 「성노동자의 현실과 성노동자 권리운동의 방향」을 주제로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와 성노동운동 활동가 연희와 밀사가 연사로 나온다.


성노동/성매매 이론과 정책의 역사

- 박정미 (한양대 연구교수)


성매매 정책사 : 구미의 경험

성매매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역시 다양했으나, 19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하나의 모델로 수렴하기 시작했다. 1802년 파리에서 시작되어 일명 ‘프랑스식 체제’로 불리는 ‘관리(정책)regulation’가 그것이다. 관리정책은 등록한 여성에 국한해 성판매를 허가하고, 성판매여성을 정기적으로 검진하며, 성매매를 일정 지역으로 격리하는 체제다. 풍속경찰은 등록과 검진을 거부하거나 집결지 외부에서 성을 판 여성들을 단속하여 강제로 등록ㆍ검진하고 처벌ㆍ수용했다.

관리정책은 성매매라는 내밀한 영역을 사회조사와 의학, 국가의 개입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 푸코M. Foucault 식으로 말하자면 - 지식과 권력을 결합한 현대성 기획의 일환이었다. 그것은 또한 성매매집결지와 주택가, 성판매여성과 비성판매여성을 공간적으로 분할함으로써 ‘풍기’를 ‘숙정’하는 효과를 지녔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유럽 전역에 걸쳐 의사와 관료의 지지를 받았다. 관리정책은 19세기 중후반 제국주의 팽창이 가속화되고 병사의 성병관리가 중요해지자, 세계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성매매가 초래하는 무질서와 위험을 합리적으로 제어한다는 관리정책의 이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사적 공간에서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성매매를 완벽하게 식별ㆍ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비밀 성매매’가 성행했다. 성병통제의 실효성도 미심쩍었다. 관리정책이 실시된 이후에 성병이 감소했다는 증거는 부재했다. 무엇보다 관리정책은 남성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성을 구매할 권리를 보장한 반면 성판매여성은 타락한 존재이자 성병매개자로서 엄격하게 통제했다는 점에서, 명백히 성차별적이었다. 경찰은 비밀 성판매여성을 검거한다는 명분으로 - 하지만 실제로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하여 - 무차별적 단속을 실시했다. 그러나 단속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에 - 예컨대 도발적 시선이나 음탕한 몸짓 등 - 성을 팔지 않는 노동자계급 여성들이 잘못 검거되는 경우가 많았다.

관리정책의 명백한 여성 억압적 성격은 여성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관리정책 폐지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에서 ‘폐지주의abolitionism’라고 불린 이 운동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각성과 국가 통제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에서는 1860년대에 군 주둔지와 항구의 성병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전염병 방지법」이 제정ㆍ확대되었다. 그로 인해 성판매여성들은 ‘상습 성판매자’로 등록되어 격주마다 성병검진을 받아야 했다. 이에 1869*년 영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버틀러가 조직한 전국부인연합을 필두로 페미니스트들과 사회개혁가들이 「전염병방지법」폐지운동에 돌입했다.

페미니스트들은 국가가 강제로 여성의 성기를 검진하는 것이 여성의 존엄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판매여성을 타락한 존재에서 남성 욕망의 피해자로 새롭게 개념화했고, 성판매의 원인을 여성의 타락이 아니라 남성의 문란으로 진단했다. 팡크허스트의 “여성에게 투표권을, 남성에게 정절을!”이라는 구호는 폐지주의 운동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논리는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었고, 폐지주의 운동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대륙에도 전파되어 19세기 말 국제운동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1883년 영국을 필두로 관리정책을 폐지하는 국가들이 증가했다. 그러나 폐지주의자들은 관리정책의 폐지에 만족하지 않고 성매매 자체를 폐지하는 운동으로 선회했다. 이처럼 폐지주의는 관리정책을 비롯한 성매매에 대한 국가 개입을 폐지하는 운동에서 성매매 자체의 폐지를 위해 국가 개입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변모했다. 이로 인해 ‘폐지(정책)’는 성판매/성구매행위는 처벌하지 않지만 매개행위는 처벌하는 정책을 의미하게 되었다.

폐지정책은 국제조약에도 반영되었다. 국제연맹의 「백인노예 매매 억압을 위한 국제협정」(1904), 「백인노예 매매의 금지를 위한 국제협약」((1910),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억압을 위한 국제협약」(1921), 「성인 여성의 매매 금지를 위한 국제협약」(1933)이 그것이다. 국제연합의 「인신매매와 타인의 성매매에 대한 착취 금지 협약」(1949)은 국제연맹의 폐지정책을 계승했다. 협약을 조인한 국가는 관리정책을 폐지하고 성매매 매개자를 처벌하는 의무를 지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폐지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매매와 관련된 행위자를 모두 처벌하는 ‘금지(정책)prohibition’가 도입되었다. 미국 연방정부는 1910년 「백인노예제 거래법」을 제정하여 ‘부도덕한 목적’을 위해 여성을 수송하는 것을 불법화했다. 또 1920년대까지 미국의 거의 모든 주정부가 성매매업소를 단속하는 「홍등가폐쇄법」과 성매매 관련자를 모두 처벌하는 형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폐지정책과 금지정책은 성매매를 근절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판매여성의 인권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성판매여성들은 경찰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거리 성매매나 마사지업소 등 열악하고 은밀한 성시장으로 재배치되었다. 경찰과 구매자의 괴롭힘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업주나 조직범죄단에 의존하는 여성들도 늘어났다.

‘비범죄화(정책)’decriminalization는 성매매와 성판매여성에게 형법이나 특별법이 아니라 다른 산업과 노동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을 적용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성매매는 자본주의적 성산업으로, 성판매여성은 임금노동자로 간주된다. 업주는 다른 고용주와 마찬가지로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해야 하고, 성판매여성은 다른 임금노동자와 동일한 고용법, 직업안전과 보건 기준을 적용받고 납세의 의무를 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뉴사우스웨일즈 주는 1996년부터, 뉴질랜드는 2003년부터 이러한 정책을 실시했다.

국제협약에 개의치 않고 관리정책을 재도입한 (중앙 또는 지방) 정부도 있다. 1971년 미국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업소에 한해 성매매를 '합법화legalization'하는 법률을 제정한 네바다 주, 1974년 「형법」을 개정하여 성매매와 매개행위를 합법화한 오스트리아, 3000년 역시 「형법」을 개정하여 강제적 성매매는 처벌하지만 자발적 성매매는 다른 임금노동과 동일한 직업으로 인정한 네덜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성판매여성은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대신 국가에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정기검진을 받을 의무를 지기도 한다. 업주는 특별세금을 내거나 지역 제한/격리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성매매에 관한 페미니즘 이론

Ⅰ. 1세대 페미니즘의 성매매 논의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

1. 관리주의 비판으로서 폐지주의 => 국제연맹, 국제연합 협약(1949년)
2. 미국: 폐지주의에서 금지주의로
3. 폐지주의ㆍ금지주의 비판
엠마 골드만, “왜 몇 푼을 받기 위해 하루에 8시간 씩 개수대에서 인생을 허비해야 하는가? ... 여성이 자신을 결혼 안팎에서 한 남자에게 파느냐 많은 남자에게 파느냐는 단지 정도의 문제다. 우리의 개혁가들이 인정하건 그렇지 않건, 여성의 경제적ㆍ사회적 열등함이 성매매에 책임이 있다.”


Ⅱ. 1970년대: 이론적 쟁점으로서 성매매의 부활

1. 자유주의 법학ㆍ범죄사회학의 비범죄화 논의
2. 성판매자 권리운동의 대두
3. ‘2세대 페미니즘’의 성매매 이론화:
성매매와 결혼ㆍ노동의 유사성 vs 성폭력으로서 성매매


Ⅲ. 1980년대: 이론적 대립의 격화
1. 페미니스트 성전쟁: 포르노그래피에서 성매매로
2.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폭력으로서 성매매
3. 급진주의 페미니즘 비판(자유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성노동으로서 성매매


Ⅳ. 1990년대 이후: 세계화, 논쟁의 새로운 국면
1. 성매매의 세계화
(1) 섹스관광: 성구매자의 이동
(2) 여성의 이주와 인신매매: 성판매자의 이동

2. 이론적 대립의 재연
(1)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착취로서 성매매와 성구매자 처벌
(2) 급진주의 페미니즘 비판(자유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강제적ㆍ자발적 성매매의 구분과 성노동자의 권리
(3) 국제조약 논쟁


박정미(2011), 「한국 성매매정책에 관한 연구: ‘묵인-관리 체제’의 변동과 성판매여성의 역사적 구성, 1945~2005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논문, pp.7-11, 18-19.
박정미(2008), 「성매매에 관한 페미니즘 이론」,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워킹페이퍼 시리즈, no. 12.
박정미(2009), 「서구 ‘2세대 페미니즘’의 성매매 논쟁: 전개 과정과 이론적ㆍ실천적 함의 」, 「페미니즘 연구」 9(2).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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