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인 나는 카스트 제도의 불가촉천민"
입력 2015.07.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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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학판 ‘카스트 제도’의 ‘불가촉천민’입니다.”
지방 국립대의 50대 시간강사 A씨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처우, 학문 연구자에 걸맞는 명예를 기대할 수 없는 시간강사의 처지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빗대 이렇게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강사 임용 때까지는 A씨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인문학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딴 뒤 1995년 모교 강단에 설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A씨는 20년 넘게 자신이 시간강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부 사업 연구단에 뽑혀 성과도 냈고, 논문도 썼지만 넘쳐나는 시간강사에 비해 정규직 교수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20년간 정교수 진입 장벽을 끝내 넘지 못한 A씨의 현재 시급은 8만 5,000원 수준. 처음 강단에 섰던 1995년 당시의 8만원에 비해 5,000원 가량 올랐을 뿐이다. A씨는 “일주일에 5시간 강의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 한 시간 강의를 위해 2~3시간 동안 시외 버스를 타고 다른 대학으로 출강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대학에 남았지만 A씨는 자신이 ‘불가촉천민’이라는 점을 매 학기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A씨는 “나이 어린 교수들 눈치를 봐야 하는 건 기본이고 6개월씩 재계약을 할 때마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한다”며 “자녀들 대학 등록금을 카드 대출과 현금서비스로 충당했으니 경제 하층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에 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 사이에 계약직 비정규 교수라는 ‘중간 계층’이 생겨난 것도 A씨 같은 시간강사들의 서러움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A씨는 “똑같이 시간강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한 지방 사립대에 3,300만원 연봉으로 2년 계약을 맺고 강의전담교수로 간 동료 학자가 있다”며 “계약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는 건 매한가지지만 계약 기간 동안만큼은 개인 연구실과 연구비 등을 지원 받고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니, 시간강사는 또 한번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시간강사법’이 시행돼도 대학 내 시간강사의 ‘불가촉천민’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고 A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실질적인 교원의 처우 개선 없이 계약 단위만 1년으로 늘리는 것은 시간강사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A씨는 처지가 나은 축에 속한다. 국립대의 시간강사 시급을 8만원 이상 보장하도록 정부가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는 3만~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A씨와 비슷한 처지의 전국 시간강사들은 현재 6만 여명에 이른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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