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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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24 m ·
대부분의 후진 사회의 지식인들은 좌우익을 가리지 않고 자국의 인민들의 수준이 서구사회의 그것에 비해 대단히 뒤떨어진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다. 이미 역사의 재판정 속에서 사멸해야 할 퇴물임이 공언된 자신이 속한 공동체는 여전히 남아 악취를 내뿜고 있고, 번창하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는 매혹적인 만큼이나 자신과 이질적이라 속하고자 해도 속할 수가 없다. 어느 쪽에 속하든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이 후진 사회의 지식인의 위치란 대단히 곤혹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부역을 동시적으로 지양하려는 인간집단이 나타난다. 바로 '민중'이다. '진보성'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자본주의적 근대성에 반대하는 이 역사의 주체인 '민중'이라는 개념의 위치는 이런 맥락 속에서만 정확하게 보인다. 부패하고 봉건적인 민족공동체도, 제국주의적인 자본주의도 동시에 지양할 '역사의 주체로서의 민중'에 몸을 맡기는 게 여태까지의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의 모습이었다. 민중에 속할 때에만 비로소 지식인은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나는 한국 민주당의 역사담론 속에 나타나는 이 '민중'은 단순히 파시즘, 독재, 전체주의 등의 용어로 독해되기 어려운 독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다른 후진 사회에도 그에 대응하는 역사주체가 있는지 궁금하지만 과문해서 찾아보지는 못했다. 생각만 하고 있는 주제이기는 한데.. 아무튼 한국의 탈민족주의, 탈근대성론자들은 이 민중 개념의 독특성에 주목하지 않고 그것이 근대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엇나간 비판, 아니 비난만 해댔다.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적 맥락을 제대로 살리지 않은 비판들이라 그들 자체도 정치적 보수주의로 귀결되었다고 본다. 좌파 지식인들이 이 지점에 대해 보다 많이 논의해야 지금의 민주당 정부의 행태를 보다 엄밀하게 사상사적으로 논할 수 있다고 본다. 누구랑 작업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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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1 h ·
나 또한 한국의 민주당을 비롯해 여러 정치집단들을 고전적인 의미의 자유주의, 부르주아 개념 등을 적용해 설명하기에 곤란을 겪어 마르크스로부터 "전제주의"라는 개념을 빌려 사용하고는 하지만 이 지점에서 스스로에게 상당히 불만이 많다. 페친분이 올리신 백승욱 선생의 글을 보고 생각정리 차원에서 올린다.
이 문제는 크게 보아 정치적 차원의 문제와 학술적 차원의 문제로 나눠서 이해할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한국에 자유주의적 지적 전통 혹은 자유주의적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정치적인 보수화로 귀결될 수 있는 여지를 낳는다. 실제로 전향 좌파인 뉴라이트 집단의 지적 경로를 살펴보면 한국의 자유주의적 전통의 부족을 이유로 자유주의적 전통을 이식할 "문명화의 사도"를 자임하는 식의 주체화를 거쳐 보수우익으로 전향하게 된다. 논리적으로도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의 근원에 자유주의적 지적 전통의 '토착화'의 실패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스스로가 자유주의자가 되어 토착화를 시도하는 것은 얼마든지 변혁적 행위로 정당화될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의 위험이라는 게 첫번째 문제라면 두번째 학술적 문제는 조금더 복잡하다.
앞서 말한 자유주의라는 지적 전통의 부재 혹은 토착화의 실패를 문제로 삼을 때의 그 '자유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여기서 문제는 자유주의라는 지적, 문화적 사조는 그 토대라 불리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분리가 된다면 어느정도로까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한 단절이 가능한 것인지 등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의 재생산이라는 토대의 재생산에서 자유주의와 같은 문화적 기반이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는 것이라면 한국에 자유주의적 지적 전통이 부족하다는 말은 성립하기가 어렵다. 이미 민주당 정권이 보여주고 있듯이 그들은 대단히 사적 소유권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게 아니다.
만약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자유주의적 문화 간의 관계가 막스 베버의 말처럼 선택적 친화성을 갖는 것이라면 굳이 자유주의적 문화를 추구할 이유가 있는가? 이미 한국 사회는 명실상부한 자본제 사회가 되었고, 나름대로 자본주의적 생산도 잘 기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 문화적 토대가 자유주의적인 것이든 아니든지와 상관없이 잘 기능하고 있는데 왜 굳이 자유주의적 전통을 빌려와야 하는가? 만약 이 문단의 논지를 수용한다면 문제는 여기서 '자유주의'라는 말의 의미가 "서구화"와 등치되어버린다는 데 있다. 서구화되지 않아서 문제라는 전통적인 근대성 대 본건성이라는 후진 사회 특유의 자학적 관점이 부활하게 된다. 그것이 근대화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느쪽이든 자유주의라는 지적 체계를 이상화한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서구 사회와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이 다르고, 한국사회에 자유주의적 문화기반의 부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제정러시아의 혁명가들에게 조언했듯이 후진 사회가 반드시 선진 사회의 모든 것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전혀 없다.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에 진중권이 보여주듯이 386세대가 자유주의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소련 사회주의 혁명 전통만 습득해서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소련 사회주의 역사 속에서 대체 어느 누가 한국 민주당이 하는 것과 같은 식의 대중동원을 했는지 단 하나만이라도 사례를 꼽아주길 바란다. 민주당에 대한 반공주의적 색채를 입히려는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거기에 좌파 학자들이 동조할 이유가 있나.
나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 모든 혼란이야말로 한국 지성계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본다. 근대 자본제 사회의 작동기제를 설명하지 못하니 서구=자유주의와의 등치 속에서 이 문제를 이해하려 하는 것이다.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이 자유주의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논할 수 있는데 근대 자본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게 아니라 그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전체주의, 반反자유주의, 공산주의적 세력으로 만들려 하는 우익적 서사에 좌파적 지식인들이 가담할 이유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근대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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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세진
나중에 한 번 백샘이랑 논쟁하시면 좋을텐데 그럴 기회는 없겠죠? ㅠㅠㅠ 일단 올리신 글 감사히 읽고, 책이 또 나오면 열심히 읽을게요 내시는 책이랑도 관계가 깊은 주제일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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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15 h ·
아 이 K-광기.. 진짜 너무 재미져.. 나약한 미국인들은 가족이 뭘해도 우리는 네 편이고 어쩌고 어화둥둥해주며 자존감을 키워주지만 한국인의 가족은 광기의 양육소야.. 애들이 가족한테부터 착실하게 부, 명예, 공부 등의 “객관적(이라 믿는) 지표”로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대접받고 별짓 다하면서 크니까.. 그렇게 광기가 숙성되는거지.. 권세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여태까지 쌓이고 쌓인 설움, 자만 등과 엮이면서 광기로 치닫고 파멸하는 이 K-광기는 그야말로 고추장맛입니다.. 아무리 고급스럽게 샐러드 먹고 뭐해도 본질은 청국장, 고추장국이야. 재벌이든 서민이든 이 광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근본없는 천민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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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ku Kim
어 우리집이네...싶다가 생각해보니 다른 집도 이런 점은 다 비슷비슷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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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tSponsc15orsehgdh ·
드라마 펜트하우스 김소연 연기 진짜 대박이다. 광기, 환희, 두려움 등을 피아노씬 하나로 녹여냈다. 조커고 나발이고 이런 게 K-광기야.. 욕망의 화신이라고.. 우린 나약한 양키놈들처럼 고작 세상이 날 무시해쒀! 로 미치지 않아. 부, 명예, 권력 그 모든 걸 쥐기 위해 미친다고.. 온국민이 원피스 찾겠다고 해적왕 되는 나라라고.. 신분상승욕구라는 광기는 피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천륜마저도 끊어버린다.. 디스 이즈 K-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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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m Choi
오로지 입신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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